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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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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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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1.0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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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

DUMMY

“우리들은 겨울에 집 밖을 나가는 짓을 미친 짓이라고 취급했어요. 하루에 한 번씩 거대한 눈보라가 쏟아졌거든요. 한 번 오면 하루 만에 무릎까지 눈이 쌓였죠.”


“한 번 오면 무릎이라고요?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미는 나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정말이에요! 가을이면 겨울 대비를 위해 얼마나 바빴는지 모르실 걸요? 각자 집 창고에 겨울나기을 위한 식량을 옮기고, 가게 문들 확실히 닫고, 영지 사람들이랑 작별 인사하고······.”


“그럼 에딘은 그 기간 동안 뭐 하셨어요? 그 나이 때 집에 갇혀있으면 무척 지루할 것 같은데.”


미는 나의 옆구리를 검지로 꾹 찌르며 물었다. 나는 정곡을 찔려 쓴 웃음을 지었다. 나도 안전하게 놀았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15 살 때였나······.



나는 15 살 겨울, 새벽에 창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왔다. 밖에 눈이 잔뜩 쌓여있어 함부로 문을 열 수 없었다. 막상 나오니 눈앞을 뿌옇게 가리며 쏟아지는 눈보라에 겁을 잔뜩 먹었다. 게다가 무릎까지 눈에 묻힌 다리를 옮기는 일이란 정말 끔찍하게 힘든 일이었다. 나는 작게 욕을 내뱉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어이, 여기야, 에딘!”


“제기랄, 헬름 하디오스! 왜 하필 날을 잡아도 이런 날인 거야?”


나는 영지 중앙에서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헬름을 향해 소리 질렀다. 헬름의 옆에는 노바튼이 자신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몸을 웅크리고 서 있었다. 헬름은 춥지도 않은지 한 번의 떨림도 없이 말했다.


“어차피 겨울에는 언제 나와도 똑같지! 그것보다 준비는 다 하고 온 거지?”


준비? 나는 내 등에 찰싹 붙어있는 배낭을 가리켰다. 그는 씨익 웃었다.


“부모님께는 말씀 안 드렸지?”


“드렸으면 나는 꽁꽁 묶여서 집에 감금 당했을 거야. 그래서 쪽지 한 장 올려두고 나왔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자신의 짐을 한 번씩 확인한 다음 발을 옮겼다.


겨울의 밤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고 추웠다. 우리 셋은 그 겨울밤의 한 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짓은 헬름의 미친 계획이었다. 겨울에만 아이네 마운틴에 나타난다는 은빛 유니콘을 보러 가자고? 그래서 눈보라를 헤치고 아이네 마운틴을 올라?




나는 갑자기, 라시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헬름의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다행히 그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이성이 아주 조금 남아있었다.


“우와, 그래서 유니콘을 보신 거예요?”


“유니콘이요? 봤죠! 가던 길에 나무에 부딪쳤는데, 그때 딱 맞춰서 네 마리가 제 위를 핑핑 돌았어요!”


“그거, 못 봤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 거죠?”


“그러라는 뜻으로 말한 거예요.”


“그럼 어디까지 올라가셨다가 내려 온 거예요?”


“중턱 묘지 부분까지 갔다가 내려왔어요. 노바튼이 다쳤었거든요.”


우리는 중턱 묘지 부분에서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진 노바튼을 살펴보았다. 굴러 내려 온 돌이 노바튼의 정강이에 맞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의 다리는 붉게 부어 있었다. 헬름이 노바튼의 정강이에 조심스럽게 손을 데자 노바튼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헬름은 황급하게 손을 때었다가 다시 짚어 보았다. 노바튼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헬름은 식은땀을 닦으며 몸을 일어나서는 말했다.


“뼈에 금이 갔어.”


“계속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아?”


나의 물음에 헬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려가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에딘, 붕대 좀 줘.”


나는 배낭에서 붕대를 꺼내 건네주었다. 헬름은 주변에서 두꺼운 나뭇가지를 찾아 노바튼의 다리에 붕대와 함께 묶은 다음 노바튼을 들어올렸다.


노바튼은 헬름의 등에 업힌 채 불평을 토했다.


“에이, 제기랄. 돌아가면 아버지한테 진짜 맞아 죽겠네.”


“돌이 머리에 안 맞은 게 어디야.”


나의 말에 노바튼은 그것도 농담이냐며 인상을 찡그렸다.


3일 동안 걱정 태우다 돌아온 아들이 정강이에 금이 가 있다면 화날 만도 하다. 우리 아버지는 날 걱정하고 계실까? 아냐, 분명 고기들 걱정만 하고 계시겠지. 실내를 따뜻하게 하고 와서 고기가 얼지 않고 부패하지는 않았나, 들짐승이 들어가지는 않았나, 그런 것 말이다.


내려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 아이네 마운틴은 따로 올라가는 길이 하나 있다. 주로 상인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올라 갈 때 길이 안 난 곳을 택해 헤매었다. 은빛 유니콘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 숲에서만 다닌다나 뭐라나······. 어찌됐든 우리는 반나절 만에 영지로 내려갔다.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봐, 에딘.”


“노바튼은? 너 혼자 데려다 줄 거야?”


“책임지고 그럴 테니까, 들어가 봐.”


“알았어. 잘 가, 헬름, 노바튼.”


우리는 그 인사를 끝으로 마을 중앙에서 헤어졌다. 출발 할 때와 비슷하게 여전히 영지는 짙은 남보랏빛 배경에, 그 배경에 흰 물감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조금 달랐던 것은 은빛 므라카가 흰 물감 사이에서 흐릿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부엌은 밝았다. 나는 부엌 안으로 들어갔고, 스프를 끓이고 계시던 아버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셨다.


“그래, 애간장 잔뜩 태우더니, 유니콘은 보고 왔느냐?”


“알 게 뭐예요. 보고 왔다고 하면 믿으실 생각이세요?”


“네가 진지한 태도로 말한다면 믿겠지.”


“못 봤어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부친과 사이가 안 좋으셨나봐요?”


“그때 좀 사이가 나쁘긴 했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던 중이였거든요.”


“그럼 그걸로 겨울 이야기는 끝이에요?”


“에······아마도요. 그 다음부터는 꽤 착한 아들이었거든요. 그 와중에도 몇몇 일로 가출을 감행했던 적도 있지만······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나는 헤죽 웃으며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지에 매달린 모래가 땅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때마침 헬름과 라시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며 출발할 준비를 했다.


미는 손을 나에게 뻗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당겼다.


“우와아아악!”


미가 혼자서 일어나자, 힘주고 당기고 있던 나는 뒤로 자빠졌다. 미는 나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헬름 같은 녀석이 좋아하는 악질 장난인데, 이런 비슷한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있었구나! 미는 나를 일으켜 주고도 한참을 낄낄거렸다.


헬름이 말의 고삐를 잡으며 소리쳤다.


“충분히 쉬었지? 이제 출발한다!”


“아직 덜 쉬었어!”


나의 답변에 헬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정도면 충분히 쉬었잖아? 뭐가 덜 쉬었다는 거야?”


“내 입이 덜 쉬었어! 아까까지 떠들어서 쉴 시간이 없었거든.”


나의 말에 헬름은 성을 냈다.“


“자식아, 입은 가면서 쉬게 해!”


나는 킬킬 웃으며 배낭을 들어올렸다.


우리는 다시 크흐마크 영지를 향해 걸어 나갔고, 쉬는 동안 잠잠했던 모래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마치, ‘너희들 출발하는 구나? 어디 골탕이나 먹여볼까?’ 하는 것처럼.


헬름이 모래 바람에 시위 하듯이 외쳤다.


“이러어언, 제에에기이일! 왜 이러는 건데!”


뜨겁게 달궈진 모래 바람은 드러나 있는 살갗에 부딪쳐 살을 달구었다. 눈앞은 모래 바람 때문에 노랗고 흐려져 있었다. 정말 죽을 맛이다.


라시인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며 모래를 빨아들이는 헬름을 멍청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꿋꿋이 걸었다. 헬름은 목에 들어간 모래에 켈록거렸다.


“황야의 공기는 역시 독하군. 바닷바람이 좋았지.”


라시인은 모래를 마시지 않기 위해 이를 깨문 채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호기심이 돋았다. 바닷바람?


“바닷바람은 어떤데?”


“응? 어떠냐고? 짜.”


“공기가 짜? 그게 어떻게 짤 수가 있어?”


“바다가 짜니까. 바다의 죽은 물들이 공기에 섞인 거지. 그래서 해변 주변의 공기는 짜고 음습해.”


“라시인,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 주위에서 살았던 거야?”


라시인은 귀찮다는 듯이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모험 중이라면 모든 겪어볼 수 있는 일이야.”


라시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고, 나 역시 입을 다물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 헬름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또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모래를 뱉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제대로 된 답변이 그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뒤를 조용히 쫓았다.


“흐리앗! 흐랴앗!”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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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3 20.01.08 34 0 10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 20.01.05 42 0 9쪽
3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 20.01.05 27 0 9쪽
30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11 20.01.03 40 0 10쪽
29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10 20.01.02 48 0 8쪽
28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9 19.12.30 26 0 9쪽
27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8 19.12.24 51 0 12쪽
26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7 18.09.11 66 0 12쪽
25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6 18.09.08 70 0 12쪽
24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5 18.09.04 83 0 12쪽
23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4 18.09.02 71 0 12쪽
22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3 18.08.31 70 0 12쪽
21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2 18.08.29 69 0 11쪽
20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1 18.08.28 109 0 10쪽
19 2, 레인저 미 - 10 18.08.27 144 0 13쪽
18 2, 레인저 미 - 9 18.08.26 76 0 11쪽
17 2, 레인저 미 - 8 18.08.26 90 0 10쪽
16 2, 레인저 미 - 7 18.08.25 97 0 10쪽
15 2, 레인저 미 - 6 18.08.25 71 0 11쪽
14 2, 레인저 미 - 5 18.08.24 100 0 10쪽
13 2, 레인저 미 - 4 18.08.24 81 0 10쪽
12 2, 레인저 미 - 3 18.08.23 96 0 10쪽
11 2, 레인저 미 - 2 18.08.23 100 0 11쪽
10 2, 레인저 미 - 1 18.08.22 117 0 11쪽
9 1, 소년의 꿈과 검 - 8 18.08.22 124 0 13쪽
8 1, 소년의 꿈과 검 - 7 18.08.21 123 0 10쪽
7 1, 소년의 꿈과 검 - 6 18.08.21 126 0 12쪽
6 1, 소년의 꿈과 검 - 5 18.08.20 185 0 12쪽
5 1, 소년의 꿈과 검 - 4 18.08.20 179 0 10쪽
4 1, 소년의 꿈과 검 - 3 18.08.17 2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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