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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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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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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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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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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279,740

작성
18.08.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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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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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 소년의 꿈과 검 - 3

DUMMY

"인마! 아직 결혼도 안 했어!"


부엌에서 나오는 자는 거대한 덩치에 붉은 체크무늬 앞치마를 걸친 남자였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국자에, 헝겊 조각처럼 가슴에 붙어 있는 듯한 체크무늬 앞치마를 보니 헬름인 것이 분명하다.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아줌마 가신 다음부터 있었지."


"어쩐지···"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뺨을 손으로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헬름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린 다음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수프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않으며 목구멍으로 마구 흘려보내다가 스푼을 놓았다.


"헬름, 이건 꿈이지···?"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헬름은 놀란 기색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지금 나는 푸줏간에서 졸고 있을 거고···아버지는 고기를 자르시고···이건 분명 꿈이지? 너도 나처럼 꾸벅 꾸벅 졸으며 경비를 서고 있을···"


"미안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야."


그는 손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털며 단호하게 말했다.


"에딘, 아버지를 잃은 건 너 뿐만이 아니야, 로빌로 씨도 끌려가셨고, 나크로토 씨 아들도 끌려갔어. 마디오스 씨 아들은 오크들에게 죽었다고. 그러니까······"


젠장할, 이러면 안 되는데···계속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가고, 헬름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도 참 이기적인 놈이지! 내 할 말 다 하고 이렇게 눈물이나 흘리려 하며 안 들으려고 하니 말이야.


그것보다 오늘 몇 번이나 우는 거지? 왜 헬름의 실망한 표정이 보이는 거야?


헬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힘내고, 점심에 영지 중앙으로 나와. 점심 사줄 테니까."


등에 감촉이 사라지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는 나 하나밖에 안 남았다? 아버지가 안 계시는 아침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원래 같으면 항상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어야 할 식탁이었는데···


나는 음식이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 위에 냅다 엎드렸다.




"어이, 에딘. 몸 괜찮은 거냐, 정말?"


마을 중앙에서 헬름이 물었다.


지금 내 꼴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가관이었다.


정수리에는 새집이 지어져, 곧 새 한 마리가 들어와 살 것 같았고, 나의 갈색 머리에는 빵 부스러기가 잔뜩 매달려 있었다.


심지어 오른쪽 옆머리는 수프로 젖어 있었다.


두 눈 밑은 너무 울은 탓인지 붉고 퉁퉁 부어 있었고, 뺨은 아직도 붓기가 가시지 않아 퉁퉁 부어 있었다.


이건 누가 보아도 어디서 맞고 온 거지꼴이었다.


"아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정말? 갑자기 쓰러지면 알아서 해?"


"뭐, 어차피 곰 한 마리가 집까지 옮겨 줄 텐데.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냐?"


"오냐, 마음대로 해. 이놈아, 집 앞에 묻어줄 테니."


우리는 거리에서 잠시 서로 투닥거리다가 항상 자주 가는, 영지에서 하나뿐인 식당 코니우니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가장 붐비는 시간인지라, 영지 사람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은 어제 일로 피곤하거나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어이, 리보그! 스테이크 두 개, 맥주 한 잔. 그리고 우유 한 잔!"


헬름의 주문에 주방에서 깡마른 체격의 리보그가 나왔다.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뭐라고, 헬름?"


"스테이크 두 개, 맥주···"


"두 잔!"


헬름과 리보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런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거야?


"그 몸에 술을 마시겠다고? 그냥 우유 마시는 걸로 만족하지?"


"우유? 내가 애도 아니고···그런 건 키 작은 꼬맹이나 마시는 거라고!"


"헹, 네가 그 꼬맹이구만! 그냥 우유나 마셔."


리보그는 우리 둘의 투닥거림에 껄껄 웃으며 듣다가, 자신이 이럴 때가 아니라고 느꼈는지, 급하게 정신을 잡았다.


"어허흠, 그럼 스테이크 두 개에, 맥주 한 잔, 우유 한 잔. 서비스로 쇠고기 수프. 주문 끝!"


에이잇, 아냐! 틀렸어! 맥주는 두 잔! 우유는 나의 리스트에서 제외된다고!


리보그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장난이겠지‘생각하며 헬름과 잡담을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리보그는 진짜 나의 앞에 우유 한 잔과 스테이크를 내왔다.


스테이크는 나를 완벽하게 골려 먹을 생각인지 가지가지 유치한 모양으로 작게 썰어져 있었다.


헬름은 자신의 맥주를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다.


"크루블레, 오늘따라 맥주가 더 시원하고 김이 안 빠졌는데?"


"좋을 때 온 거지. 거의 방금 막 딴 맥주니까."


헬름의 목을 타고 누런빛 맥주 방울이 흘러내렸다. 저 곰이 아까운 저 맥주를! 막 땄다고 하는데 좀 아껴 마시라고!


나는 우유를 헬름의 스테이크에 부어버리고, 헬름이 당황하는 틈을 타 맥주를 빼앗아 먹을까? 고민했지만.


저 녀석이라면 조금의 당황하는 모습도 없이, 오히려 내 스테이크를 빼앗아 먹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작아서 먹을 것도 없지만, 저 녀석은 이거라도 빼앗아 먹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머릿속에서 구상해냈다.


"헬름, 경비를 봐야 될 텐데, 술을 마셔도 돼?"


"상관없어. 마티와 경비 시간을 교체했으니까···음, 모레 경비를 서는군."


실패다. 나는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두 잔째 들이키는 헬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목을 타고 점점 더 많이 흘러내리는 맥주 역시 빤히 바라보았다.


‘망할놈!‘


나는 고개를 돌려 귀여운 곰 모양 스테이크에 포크를 강하게 찔러 넣은 다음 한참을 씹었다.


한참 그 작은 스테이크들을 씹어 먹다가 갑작스럽게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헬름, 쿠룩블랙이 무슨 뜻이야? 리보그의 이름은 리보그 캐디어스잖아?"


"크루블레, 꼬맹아. 고대어로 ‘맥주 통을 따는 자.‘라고 하지. 그냥 그의 별명이라고 보면 돼."


헬름은 입에서 술 냄새를 열정적으로 풍기며 설명했다.


맥주통을 따는 자? 고대어는 문장이 단어로 되어 있는 건가? 엄청 특이하네?


"그럼 고기를 자르는 자는 뭐라고 그래?"


"에?···음···고기를 자르는 자? 뭐더라···크루블레!"


리보그는 주방에서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왔고, 헬름과 나의 물음에 리보그는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미디티드, ‘고기를 자르는 자‘말고도 위대한 검을 휘두르는 자라는 뜻도 있어."


그는 내가 애처로웠는지, 내 앞에 맥주를 한 잔 내려놓았다.


나는 그를 치켜세워주며 말했다.


"리보그, 정말 대단해요. 근데, 어떻게 고대어를 아시는 거예요?"


이번 물음에는 리보그 대신에 헬름이 대답해주었다.


"크루블레는 예전에 고대어 학자였다지? 그렇지? 우리 영지에 처음 왔을 때 수도 자랑했잖아?"


리보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군!"


"내가 기억력 나쁜 맹추인 줄 알았냐?"


맹추? 아니, 넌 맹추보다 곰에 훨씬 가깝지.


나는 헬름이 독심술이 없다는 것에 안심하며 여유롭게 맥주를 들이켰다.


헬름의 말대로 차갑고 짜릿한 맛이 전율을 주며, 목을 타고 흘러내려 갔다.


"캬아아아! 오늘 맥주 맛 정말 최고에요! 리보그!"


리보그는 나의 탄성에 흐뭇하게 웃으며 "과음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남기고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점심을 대충 처리하고 하나둘씩 나갔고, 식당 안에는 나와 헬름, 몇몇 늦게 온 사람들만 앉아 있었다.


"혹시, 코니우니도 고대어야? 간판에 붙어 있는 그 이름 말이야."


"그랬던 것 같은데···잠시만···음, 맞는구나.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이라는 고대어야. 큰 의미로는 식당이고. 작은 의미로는 빵 파는 가게쯤?···"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식당 식당이라는 거야? 고대어를 자세히 아는 사람이 이 식당을 지나갔다면, 지나가는 길에 킥킥 웃으며 지나가겠군.


헬름은 먹지도 않을 떨어진 고기를 포크로 푹푹 찌르는 의미 없고, 시답지 않은 짓을 하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행동을 멈추었다.


"에딘, 할 얘기가 있는데 말이지."


"응? 할 말? 말해. 나 덜 취했으니까."


헬름은 포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뭔가 주저하는 헬름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고개를 갸웃갸웃 하는 행동과 말을 질질 끄는 행동. 보통 그런 행동을 할 때면 말하기 곤란하거나 위험한 말이다.


"그게, 아무래도···"


그는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그의 표정은 뭔가 상당한 고민이 담긴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답답한 모습에 냅다 소리 질렀다.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뭐기에 그렇게 뜸을 들여? 이 곰아? 뭐, 여자한테 고백했는데, 그 여자가 피해 다녀? 엉? 제발 질질 끌지 말라고!"


주위의 시선이 몰린다. 헬름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 으응? 아니, 내가 경비대 부대장을 맡을 것 같거든. 저, 전 부대장 칼센이 심각하게 상처를 입어서 겨, 경비대를 나간다네?"


뭐야, 그냥 자기 자랑이었던 거야? 고작 그런 거 가지고 말을 더듬다니.


나는 피식 웃었다.


"그거, 참 잘됐네! 돈도 많이 들어오고, 그럼 앞으로 나 점심 자주 사 줄 거지?"


"그, 그럴 거야···자주 사줘야지."


"뭐, 칼센이 불쌍하지만, 앞으로 나 잘 부탁한다. 곰!"


그는 역시 곰이었고, 그러기에 내가 아는 헬름이었다. 나의 웃음에 헬름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헬름과 헤어지고 난 다음 푸줏간으로 가서 자물쇠를 따고, 푸줏간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비릿한 고기 향이 코를 찔렀다.


나는 도마와 식칼 사이에 있는 작은 물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아···"


젠장, 이상하다. 고작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여러 잔을 마신 듯 속이 울렁거리고, 시야가 흔들린다.


나는 힘겹게 테이블 위의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


반지?···그래, 반지다. 내 눈은 잘 못 되지 않았군. 근데 무슨 반지였더라?


"아버지?"


푸핫, 멍청하긴. 그새 잊은 거야? 아버지가 아침에 끼고 나가셨던 구리반지잖아?


아버지가 내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언젠가는 내 손에 맞으면 끼워주겠다는 그 반지인데 말이야.


근데···이 피는 뭐지? 아, 헬름이 하려던 얘기가 이거구나.


나의 위태로웠던 다리는 결국 힘이 완전히 빠지며 나의 몸을 뒤로 주저앉게 하였다.


반지를 쥐고 있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고, 겨우 손을 펴자 반지 주위에 얼어붙은 피가 녹으며 내 손을 붉게 만들었다.


나의 몸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작가의말

스트레스 받아서 원래 쓰던 글도 안 써지네요. 이럴 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복사 복붙을 하는 겁니다. 으흐흐흐, 짜증이 이곳저곳에서 막  피어오르네요. 오늘 쉬어버리면 계속 쉴 것 같은데, 글은 하나도 못 건드리고 있고.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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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 20.01.05 27 0 9쪽
30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11 20.01.03 40 0 10쪽
29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10 20.01.02 48 0 8쪽
28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9 19.12.30 26 0 9쪽
27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8 19.12.24 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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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6 18.09.08 70 0 12쪽
24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5 18.09.04 83 0 12쪽
23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4 18.09.02 71 0 12쪽
22 3, 어느 마을의 흔한 전설 - 3 18.08.31 7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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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 레인저 미 - 5 18.08.24 100 0 10쪽
13 2, 레인저 미 - 4 18.08.24 81 0 10쪽
12 2, 레인저 미 - 3 18.08.23 97 0 10쪽
11 2, 레인저 미 - 2 18.08.23 100 0 11쪽
10 2, 레인저 미 - 1 18.08.22 117 0 11쪽
9 1, 소년의 꿈과 검 - 8 18.08.22 124 0 13쪽
8 1, 소년의 꿈과 검 - 7 18.08.21 123 0 10쪽
7 1, 소년의 꿈과 검 - 6 18.08.21 126 0 12쪽
6 1, 소년의 꿈과 검 - 5 18.08.20 185 0 12쪽
5 1, 소년의 꿈과 검 - 4 18.08.20 179 0 10쪽
» 1, 소년의 꿈과 검 - 3 18.08.17 2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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