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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아키로스-라쿠이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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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yep
작품등록일 :
2016.01.03 14:01
최근연재일 :
2017.08.07 18:17
연재수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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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803,544

작성
16.07.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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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4.

DUMMY

아무리 낮 시간대에 최대한 넓게 입구를 뚫었다지만, 그래도 이 광산은 확실히 사람이 편히 서서 들어갈 정도는 되지 못했다.


"에고. 이런 좁은 곳에서 무슨 파낼거리가 있다고..."


"파낼 게 없기는. 여기 광산에 회사가 얼마나 목숨을 걸었었는데."


천장이 낮다는 설희의 불평에 주엽이 반박했다.


"뭐가 들어있는데? 다이아몬드 광산이라도 되나?"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일단 빛나는 물건이고, 무지막지한 가치를 가지는 건 맞대. 그게 어디다 쓰이더라? 혹시 기억하시는 분 있어요?"


4번대와 같이 들어간 5번대의 원종현이 답했다.


"선박, 비행기 같은 것들의 몸체를 만드는 데 쓴다더라. 군대에서 가끔 탄소 세라믹보다 가벼운 장갑이 필요할 때 가져다 쓴다는 소리도 있고."


"음. 그렇다면 그렇게 열을 올릴 만도 하네. 근데 결국 처음에도 도중에 실패했다면서?"


"그거야 사람 죽었다는 소리가 나왔으니까. 거기다가 캐내도 사줄 회사가 잘 없었다고 하던데."


"이런 물건을 아무도 안 사요? 광산을 통째로 매입해도 모자랄 판에?"


"그렇긴 한데. 나도 들은 이야기라서. 거기다가 광산에서 사람 없어져서 노동자들이 사보타주를 벌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잡담을 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계속 밀리듯 광산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광산 내부는 동굴이 다 그렇듯, 심각하게 어두웠다. 하지만 이곳 현장이 역시 다 그렇듯, 광산 내부에 설치하는 불빛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4개월 전, 그나마 장비 수급이 잘 되던 때에조차 본사는 이곳 내부에 설치하던 전등 하나조차 들여오기 아까워했다.


결국 그들에게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과 서로의 머리에 달려 있는 작은 헤드랜턴 뿐이었다. 이 랜턴을 안전모와 함께 머리에 쓴 채 서로 몇 명씩 달라붙어서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여기에 뭐가 있나, 길이 막히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냥 동굴 내부에 전등을 설치해서 밝게 비추면 얼마나 좋아?’


주엽이 항상 하던 그 불평을 속으로 삭히며 광산의 벽 한쪽에 머리를 박고 기운 없이 서 있는데, 설희가 그의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어깨를 끼고 일부러 유쾌하게 말했다.


“에이, 고개 숙이지 말고 여기 와, 내 랜턴만으로는 어두워서 앞이 잘 안 보여.”


“어...”


그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러고 있어 봐야 도움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자기 애인이 자신을 신경써서 하는 말이라 거부하지 못하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헤드랜턴을 켰다.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랜턴으로 비추니 흐릿하던 광산 풍경이 그나마 선명하고 색깔 있게 변해갔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힘내자고. 응?”


설희는 주엽이 계속 일은 하지만, 어깨는 축 쳐져 있어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을 보고 애써서라도 기분을 북돋아주려 계속 말을 걸었다.


“응, 기운 내야지. 어디 이렇게 처져 있어야 제대로 움직일 수나 있겠나. 기운 내야지, 기운...”


주엽은 기운 낸단 말을 되뇌면서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려 애썼다. 설희의 눈치도 보이고, 그녀 말마따나 이렇게 짜증내봐야 4번대 식구들에게도 민폐이지 않은가.


애써서 가짜 웃음이라도 만들기 위해 그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가며 자기 삽을 드는데, 문득 동굴의 벽에 삽을 한 차례 찍으니 뭔가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구우우우...


‘뭐야?’


처음에는 그도 별로 개의치 않고 그냥 잘못 들은 것이거나, 귀울림 때문에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그냥 하던 삽질이나 계속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선명해지고 있었다.


듣다 못한 그는 설희를 불러 물었다.


“어, 저기, 이거 좀 이상한 소리가...”


“나도 알아.”


아까까지의 유쾌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낮은 톤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 이상한 소리 들리지?”


주엽은 순간 설희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어깨를 끼고 있던 유쾌한 설희는 없어지고, 마취된 것처럼 몽롱한 얼굴을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4번대 인부와 5번대 인부들 역시, 다가오는 소리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 머리에 쓰인 랜턴은 일제히 소리의 방향.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있는 두 남녀에게 일제히 쏠렸다.


“저기, 다들 듣고 있는 것 맞죠?”


“맞아, 우웅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이상해. 왜일까?”


4번대에서 56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황인지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자기가 직접 소리의 근원을 확인하겠다는 듯이 이리로 오기 시작했다.


“으어, 거기로 가지 마세요! 너희들도 거기서 떨어져라!”


처음 광산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람 매장당한 광산이라며 불길해하던 윤구철이 기어이 소리를 쳐대며 다들 물러나라고 말했으나 황인지는 오히려 태연했다.


“어이, 자네는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연장자 아닌가? 겁내지 마시게. 설마 괴물이라고 있겠나?”


“괴물은 없겠지만, 대신 귀신이 있겠죠!”


윤구철은 소리의 근원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 안달이었다. 그러나 황인지는 그와 대조되게 걱정 말라고 여유롭게 웃으며 소리가 나는 벽에 귀를 대었다.


한참 동안 벽과 귀가 붙어버릴 정도로 얼굴을 밀착시키고 있던 그가 귀를 서서히 떼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여기 벽에서 나는 소리임에 확실하구만. 벽 넘어 공간이 텅텅 비어버렸어. 여기 곡괭이로 때려 봐. 아마 여간 단단한 벽이 아닌 이상 그냥 부서지면서 동굴이 또 나올 테구만.”


하지만 주엽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듯했다. 어떻게 귀를 좀 대고 있었다고 그걸 알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점이 얼굴에 역력했다. 옛날에 무슨 고고학자였던 것도 아니고. 이걸 아는 방법이 있었을까?


“뭐 해, 빨리 해 봐. 내 말이 맞다니깐.”


결국 황인지의 재촉에 주엽은 곡괭이를 들고 강하게 벽을 때렸다.


쾅!


비록 녹슬고 낡았지만 젊은 청년이 강하게 충격을 준 탓이었는지, 벽은 돌멩이와 흙 수 킬로그램을 남기며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흙이 쏟아지기를 멈추고 먼지도 어느 정도 가라앉자, 황인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그의 말대로 벽 뒤에는 또 다른 굴 모양의 길다란 공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웅웅대는 정체불명의 소리 역시 이 굴 내부에서 나는 것이었다.


“어어어...저기서 뭐가 튀어나올라고 저걸 부숴?”


윤구철은 굴의 정체가 드러나자 오히려 더 발광했고,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황인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 말고. 저기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소리뿐이야.”


하지만 윤구철은 이걸로는 안심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그를 보다 못한 주엽이 나서서 제안했다.


“그럼 제가 저기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올게요. 아무것도 없으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괜찮죠?”


하지만 윤구철은 이 제안을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었다.


“그치만 그렇게 되었다간 위험할 수도 있어! 같은 번대원으로서 절대 허락 못한다!”


“그럼 니가 가 보든가? 젊은 사람 하나 다치는 건 우리 입장에서도 많이 아쉬운 일이야. 우리가 다들 중년이 다 되었고, 나는 이제 은퇴를 생각할 때도 됐어, 하지만 자네는 우리 중에서도 차고 넘치는 나이대라서 별 상관없지.”


과민할 정도로 반응하는 윤구철의 말에도 황인지는 정말 태평하기 그지없는 태도였다. 젊은 사람 하나 잃는 것보다 중년 하나 잃는 게 덜 아깝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으니.


여튼, 이런 황인지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의 반응은 윤구철을 몰아넣기 딱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겁내던 사람이 저기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래, 주엽이, 조심해서 갔다 와라. 다치지 말고...”


말꼬리를 흐리며 주엽을 보낸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겁도 없이 저 애를 보내면 어쩌자고...”


하지만 그가 그러든 말든 젊은 청년은 구멍을 통해 들어갈 뿐이었다.


구멍 속으로 주엽이 들어간 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부가 어두워 찾으러 들어가기도 곤란하고, 휴대폰은커녕 무전기조차 없어 연락할 수도 없었다.


밖을 지키고 있는 정경석 이하 다른 감독관들의 눈치가 보이기에 대충 일은 하고 있었지만, 동료 하나가 없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영 잡히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작업이 질질 끌어지고 느려지자 결국 기다리다 못한 정경석이 작업을 재촉하기 위해 광산 내부로 들어왔다.


“뭐 하는 거야! 오늘까지의 할당량이 있다고 했을 텐데! 빨리빨리 해...”


그는 광산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온갖 깽판을 다 치더니 순간 광산 벽 한쪽에 또 다른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갑자기 고함을 멈췄다.


갑자기 행동을 멈춘 그를 보고 황인지가 물었다.


“왜 그러쇼?”


“잠...깐만, 이거 당신들이 파 놓은 굴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있었어?”


“그, 그거 주엽 형이 파놓은 건데, 지금 굴 안에서 이상한 소리 난다고, 저기,”


그는 오늘 아침 동안 주엽에게 자기를 소개하던 그 젊은 말단이었다. 사실상 주엽, 설희와 함께 20대인 세 사람이었는데, 아침 시간에 겁먹지 말라는 주엽의 충고를 받고도 아직도 정경석을 보고 벌벌 떨었다.


“어이! 제대로 말해! 그 주엽이 어떻게 해서, 왜 저기 들어간 거야! 제 발로 말야! 거기 사람 셋이나 매장당해 귀신이 돌던 곳인데!”


“잠깐, 뭐라고? 사람 셋이 죽어?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이라고?”


답을 재촉하는 정경석의 말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황인지가 바로 지적했다. 오전 시간대에 광산 뚫기 작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매장당해 죽은 사람 귀신 따윈 없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그가 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가?


“귀신 따윈 없다면서! 그 말 하나 믿고 우릴 여기로 몰아넣은 것 아닌가? 뭐지?”


“어, 어, 잠깐만...”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했지만 그의 당황하는 모습이 오히려 황인지를 포함한 다른 인부들, 그리고 밖에서 듣고 있었던 다른 감독관들의 의심을 증폭시켰다.


“그건, 그건,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보단 오늘 할당량을 채울 생각을 해!”


작업을 핑계로 정경석은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계속 겁먹으려 하던 젊은 청년이 갑자기 무슨 만용인지 자기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20 넘게 차이나는 정경석의 멱살을 잡았다.


“야!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제대로 대답이나 해! 이제는 누가 죽던가 말던가 상관없단 거야?”


갑작스런 행동에 그의 동료들은 그를 뜯어말렸지만 그는 지지 않겠다는 듯 공중에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평소 4번대 내에서도 가장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의 행동에 밖에서 이 상황을 들여다 본 다른 감독관들 역시 놀랐는지, 광산 내에서 들리지 않도록 저들끼리 소곤대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가 사라졌다.


다른 감독관들이 사라져 광산 안에 이들만이 남았을 때, 그에게 잡혔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정경석은 한달음에 그의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고는 넘어진 그의 멱살을 잡아 얼굴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의 얼굴에 대고 단단하게 으르렁거렸다.


“구정현, 방금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잘 알겠지. 오늘부터 지하실이다. 오늘 밤 당장 처기어들어가. 내일 꺼내주지.”


그 말과 동시에 아까까지의 화가 난 얼굴은 어디 가고, ‘정현’으로 지목당한 청년의 얼굴은 다시 평소의 겁쟁이 얼굴로 돌아갔다.


“저기, 그,”


그가 겁먹으며 한 말을 중간에 자르며 정경석은 구정현의 얼굴을 강하게 발로 밟아 눌렀다. 아무리 악질 책임관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그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동료 인부들은 내심 굉장히 놀랐다.


당황한 인부들을 뒤로 하고 그는 광산 밖으로 툴툴 털고 나가 버렸다. 얼이 빠진 사람들이 광산 바깥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번엔 자기들끼리 나갔던 다른 감독관들이 들어왔다. 아니, 그들만 온 것은 아니고 새로운 사람 하나도 같이 끌고 들어왔다.




“흐응...무슨 일인데? 여기 폭동이라도 있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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