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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검 님의 서재입니다.

강해도 너무 강한 좌충우돌 막내제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지중검
작품등록일 :
2023.08.31 19:01
최근연재일 :
2024.01.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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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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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 어차피 계산은 돈 많은 공주님이

DUMMY

묘족 공주 림소소의 거처 소봉각.

귀의와 곽 장로의 야합과 음모를 밝혀 문호를 정리한 뒤 곽 장로의 추포령을 내린 림소소는 우리를 소봉각으로 초대했다.

산해진미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일단, 식탁을 채운 요리 수가 많았고 하나같이 군침을 돌게 하니 누구도 불만은 없었다.


“모후께서 중원으로 떠나고 부왕께서 급거한 뒤 곽 장로의 세력이 커져 그동안 알고도 손을 댈 수 없었는데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렇게 바로잡을 수 있게 됐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거야?

나한테는 반말만 찍찍 해대더니 잘도 살랑거리네.


“허허허, 우리야 이제 막 도착했고 일은 저 녀석이 다 한 거 같은데 그런 말을 들으니 어쩐지 등짝이 가렵구려. 한데, 중원으로 떠났다는 왕후가 봉황곡 사람이라고 했소?”


우웩, 웬 겸손?

틀린 말도 아니고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와지는 법이라지만 림소소도 공야박도 방금 전까지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그렇습니다. 모후는 봉황곡의 공주였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밝힐 순 없지만 저에게 신물을 남기셨고 때가 되면 중원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죠.”


림소소는 답변하면서 내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내게 취봉환의 향기가 온몸에 배어 자신의 향기가 되면 중원으로 떠나 모친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나에게 다 털어놨으니 더 이상 비밀도 아닌데 공야박과 수린에게 자세한 내막을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다무는 건 또 뭐람?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니까 공야박과 수린도 나를 저런 눈으로 째려보잖아.

뭐야? 우리에게는 하지 못할 얘기를 너한테는 했다는 거야?


“마침, 공주도 이곳을 떠날 때가 됐다는 말 같습니다.”


낯이 간지러워서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더니 어쩐지 뾰로통해진 거 같은 수린이 어깃장을 놓는다.


“그거야 공주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고 오빠, 우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잖아?”


우리는 귀의를 계속 쫓아야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사천당가도 들러 보타산에서 발견한 무영지독에 얽힌 흑막을 밝혀내야 한다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냉랭해졌다.

나이도 엇비슷할 거 같고 하는 짓이나 급한 성질머리까지 닮아서 만나자마자 얼싸안고 언니, 동생 친해질 줄 알았더니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데.

림소소가 수린을 향해 생글생글 웃는다.


“바로, 그 할 일에 저도 끼어야 할 것 같아요. 추포령을 내린 곽 장로가 귀의라는 자와 함께 달아나서 말이죠.”


노골적으로 동행하겠다는 말을 예상하지 못한 수린은 입을 딱 벌렸다.

나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어 입을 다물었고 공연한 헛기침으로 어색함을 무마한 공야박이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참, 공교롭게 일이 또 그렇게 됐구려. 우리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안 돼욧!”


공야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린이 냉큼 꼬랑지를 잘라버린다.


“이미 많은 시간을 지체했어요. 귀의의 흔적을 찾으며 따라잡기도 버거운데 귀하신 분까지 모시면서 추격을 늦출 수는 없어요. 필요하면 묘족은 묘족대로 따로 움직이세요.”


서슬 퍼런 수린의 말에 공야박은 찔끔, 입을 다물었는데 이번에도 림소소가 기다렸다는 듯 수린의 말을 받았다.


“세 분은 어차피 사천 쪽으로 움직일 거 아닌가요? 우린 준마를 가졌고 사천 지리에 밝고 추격에 능한 전사들도 있죠. 아, 모신다니 하는 말인데 난 공주대접 따윈 원하지 않아요.”


수린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도와달라는 듯 나와 공야박을 쳐다보았지만 우리의 시선은 이미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수린, 미안해. 준마도 있고 눈 밝은 길잡이도 있다는데 사서 고생할 필욘 없잖니.

그렇게 우리는 일행이 되어 함께 사천으로 떠났다.


어렵사리 합류했지만 림소소의 묘족 수하들은 확실하게 도움이 돼서 사천의 경계를 넘자마자 귀의와 곽 장로의 흔적을 찾았고 추격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앞서 움직였던 묘족 수하들 중 몇이 되돌아와 림소소에게 보고하는데 대화를 묘족어로 주고받아 알아듣지 못한 우리는 림소소의 입만 쳐다보았다.


“귀의와 곽 장로의 흔적이 당가타(唐家陀)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군요.”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당가타는 사천당가의 주거지역이고 보타산의 변고에 중요한 단서가 있는 곳인데 귀의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과연 우연일까.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움직이기는 편해졌군. 공주, 이젠 수하들을 물려도 될 것 같소. 어차피 우린 당가타로 가야 하니까 더 이상 세인의 시선을 끌며 몰려다닐 필요는 없을 같구려.”

“그럴까요?”


림소소는 공야박의 말에 싹싹하게 대답하고는 수하들에게 모두 철수하고 부락으로 귀환하라는 명을 내렸다.

묘족 전사들을 돌려보낸 우리는 파중(巴中), 남충(南充), 덕양(德陽)을 지나 당가타를 넓게 둘러싸고 있는 개현(開縣)으로 들어가 가릉객잔(嘉陵客殘)에 여장을 풀었다.

당금 사천당가는 명문정파지만 시대에 따라 정사지간을 오간 독특한 문파라 바로 당가타로 들어가는 것보다 주변상황을 충분히 살핀 뒤 접촉하는 게 좋다는 공야박의 판단 때문이다.

며칠을 동행하는 사이 수린과 림소소는 몰라보게 가까워졌다.

언제는 함께 움직이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밀어내더니만 수린은 림소소의 향기로운 취봉환과 요리솜씨에 반했고 림소소는 제 사부마저 꼼짝 못하게 하는 수린의 성깔을 마음에 들어 했다.

결국, 티격태격하다가 상대의 어딘가에 있는 제 얼굴을 본 것이고,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근데 천무대공자 서문진천이 누구야?”


짐을 풀고 나와 식탁에 앉아 찻물로 입술을 적신 뒤 장난삼아 빙글빙글 찻잔을 돌리던 림소소가 수린에게 물었다.


“언니도 들었구나. 칠대문파 원로들의 공동전인이라는데 그건 뭐 반반이지만 아무튼 무공은 대단한가봐. 혼자서 기련칠마를 때려잡았대.”


림소소가 수린보다 두 살이 많아 언니라고 부르기로 한 모양인데 그래도 그렇지, 동행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저렇게 다정한 척이람.

그런데 구중심처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림소소는 천무대공자만 모를 뿐 아니라 기련칠마도 모른다.


“기련칠마는 또 뭐야?”


이러면 설명이 길어지고 귀찮은 일이다.

그래, 언니동생이 알아서 잘들 해봐라 하고 슬그머니 객잔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수린이 팔을 툭, 친다.


“오빠, 우리 요기할 것 좀 알아서 주문해봐. 나는 이 강호초출 언니에게 무림정세를 설파해야 할 것 같으니까.”


뭐래? 아니, 그러는 저는 도화도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나 나는 귀찮은 설명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맛있는 요리에 관심을 쏟는 게 나을 것 같아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식탁을 기웃거리고 있는 점소이에게 손짓했다.


“어르신은 뭘 드시고 싶으십니까?”


어르신이라는 말에 공야박이 헤죽, 웃는다.

하여간 보기보다 훨씬 더 아부에 약한 양반이라니까.


“거지가 음식 가리는 거 봤냐? 알아서 시키려무나. 아, 술은 잊지 말고.”


어차피 계산은 돈 많은 공주님이 하실 테니까 나는 점소이에게 먹고 싶은 요리와 술을 거침없이 주문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우리 식탁뿐 아니라 상당수의 식탁에서 천무대공자 서문진천에 대한 이야기가 횡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혈혈단신으로 기련칠마를 제거한 영웅 서문진천은 기련산을 내려오자마자 감숙성 공동파를 방문해 이십여 전 공동파가 잃어버린 칠살검보(七殺劍譜)를 전했다고 한다.

칠살검보는 정마대전 당시 천마와 동귀어진한 것으로 알려진 공동파 소양자의 절기였고 서문진천은 그것으로 자신의 신분을 입증한 셈이 됐다.

소양자로부터 칠살검을 전수받은 서문진천이 공동파에 칠살검보를 돌려주었다는 소문이 강호를 질주할 무렵 두 번째 소식이 꼬리를 이었다.

청해에서 사천으로 넘어온 서문진천이 이번에는 청성파를 찾아 이십여 년 전 정마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청운진인의 청운적하검보(靑雲赤霞劍譜)를 넘겨줬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절세비급을 노리는 무림인들과 강호의 호사가들이 서문진천을 쫓기 시작했고 잦은 혈투 소식이 이어졌다.

서문진천은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았고 그의 비급을 노리고 싸움을 걸거나 기습을 감행한 자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불귀의 객이 돼버렸다.


“캬아-, 무공이 강한 건 둘째 치고 기가 막힌 미남이라는구만.”


객잔 구석에 자리를 잡고 대낮부터 얼굴이 불콰해진 털보장한이 독한 화주 한잔을 꺾은 뒤 절인 땅콩을 씹으며 마주앉은 말라깽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생겼기에 무공이 뒤로 밀린단 말인가?”

“자네도 알지? 전설의 미남 송옥(宋玉)과 반안(潘安).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낫다고 하네.”

“예끼, 이 친구가 농담도 실없군. 송옥과 반안은 전국시대의 미남인데 누가 그들을 봤다고 그런 비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 이 친구 뭘 모르네. 사람은 없지만 그들의 그림이 전해지고 있잖나. 무림최고미남이라는 옥기린 남궁수도 서문진천 옆에는 절대 가지 않을 거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네.”

“허-, 그 정도라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군. 절세의 무공에 그런 외모까지 갖게 해주다니. 그는 전생에 천하라도 구했단 말인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털보장한이 갑자기 고개를 낮추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말라깽이에게 소곤거렸다.


“이건, 진짜 따끈따끈한 소식인데 서문진천이 지금 개현에 들어와 있다네.”

“뭐? 그게 정말인가? 거기가 어딘가? 당장 그리 가보세.”


생긴 대로 마른 장작처럼 불이 잘 붙게 생긴 말라깽이가 서둘러 일어서려고 하자 털보장한이 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아, 그 친구 성질머리하고는. 저길 보게.”


털보장한이 말라깽이에게 턱짓으로 가릉객잔의 이층을 가리켰는데 그곳은 주렴이 내려져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특실이었다.


“사천당가에서 은밀하게 예약해둔 곳이라네.”

“그럼?”

“그래, 자네 짐작이 맞네. 독왕(毒王) 당무정이 서문진천을 위해 마련한 자리지.”


독왕 당무정의 아버지 독제(毒帝) 당유정 역시 이십여 년 전 정마대전에 참전한 고수 중 한 사람이었고 그의 이름도 천마와 동귀어진한 정파고수들의 명단에 끼어있었다.


“대단하군. 천무대공자가 당가의 비급까지 갖고 있다는 뜻 아닌가.”

“대단한 건 당가의 비급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그걸 아무 대가없이 돌려주겠다는 서문진천의 배포지. 가히, 영웅의 풍모 아닌가 말이야.”


나와 공야박의 시선은 이미 털보장한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고 천이통을 얻은 수린 역시 언젠가부터 림소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힐끗힐끗, 털보장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르신, 우리 운이 좋은 거 맞죠?”

“그러게,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수도 있구나.”


그때 세 사람이 가릉객잔으로 들어섰고 웅성거리던 객잔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과 두툼한 코, 일자로 굳게 닫힌 입술 아래 각진 턱을 가진 화복의 중년인이 빼어난 외모의 일남일녀를 대동하고 들어섰는데 그들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도, 독왕이다!”

“당문쌍수(唐門雙秀) 당룡과 당약란도 왔다.”


엉켜있던 실마리가 빠르게 풀려나가는 느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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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5. 삼초를 양보한 대가 +2 24.01.01 616 25 12쪽
105 4. 내가 해결하겠소 +2 23.12.30 699 23 12쪽
104 3. 주먹만 스쳐도 불구라던데 +2 23.12.29 662 23 12쪽
103 2. 도군의 천양진기를 버티다 +2 23.12.28 704 25 12쪽
102 제4장 폭주강호(暴走江湖) +2 23.12.27 718 25 12쪽
101 30. 춤추는 몽둥이 +2 23.12.26 751 24 12쪽
100 29. 무지막지하다는 말은 취소다 +2 23.12.23 876 23 12쪽
99 28. 호랑이를 산에서 내몰다 +1 23.12.22 822 23 12쪽
98 27. 인간은 생각이 너무 많아 +3 23.12.21 773 24 12쪽
97 26. 무영지독은 독이 아니오 +1 23.12.20 792 25 12쪽
96 25. 사천당가의 기막힌 속사정 +2 23.12.19 801 24 11쪽
95 24. 예측할 수 없는 인물 +2 23.12.18 823 25 12쪽
94 23.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경지 +3 23.12.16 877 25 12쪽
» 22. 어차피 계산은 돈 많은 공주님이 +2 23.12.15 866 24 12쪽
92 21. 단숨에 십대고수를 뛰어넘었다 +3 23.12.14 917 24 12쪽
91 20. 괴물은 괴물이 상대해야지 +2 23.12.13 920 24 12쪽
90 19. 소봉각(素鳳閣)의 신비공주 +2 23.12.12 914 27 12쪽
89 18. 뱃속에서 서글픈 신호가 왔다 +1 23.12.11 915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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