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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오르젯 아카데미(다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2.23 20:02
최근연재일 :
2021.02.23 20:28
연재수 :
2 회
조회수 :
69
추천수 :
2
글자수 :
3,324

작성
21.02.23 20:28
조회
37
추천
1
글자
5쪽

1. 작품의 시작

1




DUMMY

오르젯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된다. 12세 이상의 학생들은 학년 별로 모두 학기 초에 마음에 드는 교사의 수업에 수강 신청을 하며 나름대로 짠 시간표대로 학기 생활을 마친다. 각 수업마다 교육 방침도 견해 차를 보이고, 평소에는 연구에만 몰두하던 괴팍한 교수들의 수업도 있는 지라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수강하는 수업마다 선생이 과제를 내주어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와 같이 대학과 중등학교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교육과정이지만 아무래도 사춘기 언저리의 아이들을 마냥 방치하는 것도 여러모로 곤란한 일이라, 미성년인 학생들은 모두 정해진 담임교사에게 배정 받아 이런저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는다.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학교 내에 있는 모든 교원이 맡는 일이며 교사 한 명이 책임지는 학생들의 수가 평균적으로 열에서 열 다섯명. 어떤 교사가 어떤 학생을 맡게 될지는 기본적으로 무작위로 선출되는 것이지만, 니켈 벨베로텐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에······ 그러니까 골라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끄덕끄덕, 하고 의자에 앉아 안경을 닦고 있던 교무부장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샤프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중년의 신사였다. 그가 눈을 찌푸리며 안경을 다시 쓰고는 답했다.


"그럼. 좋을대로 선택해보게. 어차피 황손 저하와 아무나 같이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야."

"예에······."

"이번 신학기에 아직 담임교사 배정이 정해지지 않은 아이들이니, 마땅해 보이는 인재가 있으면 자네 재량대로 하게."


니켈은 못마땅해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시로라고, 성질 나쁜 꼬맹이라고 들은 소년과 같이 곁에 둘 아이라······. 문제는 니켈이 이 학교 학생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고, 그가 지금 들춰보고 있는 학생들의 인적사항 일람으로는 봐도 영 감이 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이 아이와 이 아이로 하지요."


한참의 고민 끝에 니켈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두엇을 골라버렸다. 별 기준은 없지만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아이들을 고른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사무용 의자에 몸을 뉘이고 있던 부장이 일어나 다가왔다. 니켈이 다가오는 그에게 봐두었던 부분을 툭툭 치면서 가리켰다.


"여기여기, 7p와 83p입니다. 토즈테인하고 라이르엠."

"라이르엠?"

"예?"


교무부장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니켈이 놀라서 대답했고,


"아니 아니······."


교무부장이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서 인적사항 일람을 받아 들었다.


"오히려 괜찮을 지 모르겠군. 오르젯이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지만 황손 저하와 어울려 보려는 녀석은 여태 없었거든. 그런데 이 아이라면 사람을 가리진 않을테니까······."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이렇게 둘 뿐인가? 저하까지 해서 세 명?"


니켈이 멋쩍게 고갤 끄덕였다.


"예. 어차피 정식 교원도 아니고 이 이상 맡을 처지는······"

"못 된단 말이군."


교무부장이 안경을 올리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네. 그럼 자네 결정대로 두도록 하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군요."


니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인사치레가 어렵다기보다 사람 대하는 일 자체가 사실 니켈에게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교무부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니켈의 어깨를 두드렸다.


"뭘 그러나. 이게 다 황명이라 그런건데. 자네도 수고하게."

"하하······ 그럼 이만."


그렇게 슬쩍 대화를 끝마치고 이만 교무부장의 개인실에서 나갈까 생각하는데,


"고생이 많겠네. 힘내시게."

"예?"


그가 어깨를 붙잡으며 격려해주었다. 니켈이 보니 그 중년은 진심이 드러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골라도 골치 아픈 아웃사이더 둘을 잘만 골랐더구만."

"······예?"

"그래, 힘내시게. 그럼 이만 나가보게."


니켈의 등을 떠밀듯이 두드리며 그가 격려해주었다. 니켈은 뭐라고 미처 물어볼 새도 없이 그의 배웅을 받으며 교무부장실의 문 밖으로 나오게 됐다. 밝은 베이지색 톤의 넓은 복도에 덩그러니 니켈만이 서 있었다.


"······내 참."


그는 찝찝한 불안감을 가지고 교무부를 걸어 나섰다.


***


따그닥, 따그닥 하고 이른 새벽에 두 말이 마차를 이끌고 있었다. 늠름한 몸매를 보이는 준마들답게 여유로운 발걸음이었다. 길은 인적이 흔치 않은 울창한 삼림 속에 있는 것이어서, 빠른 속도는 못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이두마차의 주위를 호위하듯 달라 붙어 있는 이들이 여섯이었다. 그와 같이 말에 타고 있는 중무장한 전사들의 수도 여섯이었다. 그들 갑옷의 가슴팍에 그려진 금빛 사슴 문장은 그들이 황실 관계자들을 지키는 로열 가드들이고, 마차에 탄 이가 황실의 누군가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


작가의말

작품의 시작.

어마어마한 단서를 잘라버리고 말한다면
교육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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