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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님의 서재입니다.

거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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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4
최근연재일 :
2018.06.15 18:3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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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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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글자수 :
270,724

작성
18.06.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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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 해 떨어졌다.

DUMMY

43. 해 떨어졌다.


다르는 전투에 능한 타이탄이다. 어느 순간 번쩍 그 모습이 사라지더니 거리를 단축한 것처럼 대한의 코앞에 나타났다. 장기인 단거리 고속 비행을 펼친 것이다. 다르는 일격에 텅스 수장의 목줄을 끊으려 했다.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입에서 쏘아져 나온 기다란 혀가 스크루 형태로 휘돌아 쳐 대한의 목을 노렸다.


부다다닫!


이제는 익숙한 오토바이 배기음이 터졌다. 망토가 내는 소리다. 네온사인처럼 붉은 잔상이 풍경을 지워버리듯 밀고 들어갔다. 엄청난 속도에 깜짝 놀란 다르가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겐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해준 검은 로브가 있었다. 켈타의 화살을 흡수해 버리고 거의 모든 발사체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리는 방어에 최적화된 신물,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었다.


포가라와 엘카 조차도 대한의 일격이 너무 빨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다르를 어쩌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만약 대한의 이런 급습이 다르의 머리통을 노렸다면 신물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고 넥스는 중요한 전력 하나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찌지지직!


망토는 다르의 몸통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정확히는 신물을 분리해 버렸다. 찢긴 로브가 망토 끝자락에 걸려 있었다. 타이탄들은 눈을 의심했다. 신물이 부서지다니, 세계의 어떤 타이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포가라 마저도 경악하여 눈을 껌벅거렸다.


'저럴수가! 나조차도 신물은 태워버릴 수 없다. 저놈은 뭐지...!? 설마 타이탄이 아니란 말인가?'


강제로 옷이 벗겨져, 다르의 참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대한이 이제껏 만난 어느 타이탄 보다도 기괴한 모습이었다. 몸통은 거대한 지렁이를 연상하게 했으며 그 꼭대기에 머리통과 두 개의 가느다란 팔이 달려 있었다. 허공에서 꿈틀거리는 몸통에는 송충이의 털 비슷한 것들이 송송 나 있어서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여성 타이탄인 엘카는 비명을 질렀다.


"으엑! 징그러!"


"거참 더럽게도 생겼네!"


휘익!


다르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모욕에도 화는커녕 급히 뒤로 물러났다. 자신은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물러선 것이다. 많은 전투를 치른 만큼 상황판단이 빨랐다. 포가라가 나설 타이밍이 온 것이다. 한 발을 내디딘 그가 말했다.


"자신감을 가질 만큼 실력이 있는 놈이었군! 하지만 이 많은 인간과 타이탄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비겁하니 어쩌니 하면서 일대일로 상대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썅! 해 떨어졌다!"


"뭐!?"


"해 떨어졌다고!! 쌍놈의 새끼들아!"


어느새 황혼으로 물들어 있던 세상이 어두워져 있었다. 병사들이 횃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대한의 등 뒤로 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겁이 나는가? 내일 다시 싸우잔 소리는 아니겠지?"


대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저주의 문신이 은빛으로 은은하게 반짝거렸다. 어둠의 존재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대한의 어깨 위 여자 귀신을 보게 되었다. 얼핏 보면 엘카와 조금 비슷한 외형이었으나 몇 배는 더 참혹한 모습이었다. 피를 질질 흘리며 산발한 머리에 기괴하게 꺾인 팔다리···.


"흑흑흑..."


알바가 구슬프게 울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누군가 외쳤다.


"귀. 귀신!"


"저 타이탄에 귀신이 붙었다."


탈로들이 마구 울어대며 뒷걸음질 친다. 동물들은 이상하게도 영체의 존재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한은 이것을 경험을 통하여 체득하고 있었다. 대한은 눈앞에 포가라를 두고도 주위를 둘러보며 신경이 팔린 상태다. 포가라 등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때 대한이 중얼거렸다.


"왔구만···. 그만 울어! 제기랄!"


"죄송해요···. 흑.흑···."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수분에 민감한 엘카가 이를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뭔가 이상해요. 저 귀신이 나타나고부터···."


크르르르!


"뭐···. 뭐지?"


어둠 속 빨간 눈동자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길 봐! 늑대! 늑대다!"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것은 늑대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지옥 견들이었다. 밤이 되자 어김없이 대한을 노리고 찾아온 것이다. 지옥의 존재들이 사자들의 법칙에 따라 실체를 갖게 되자 살아있는 존재들을 발견하고 으르렁거리며 침을 질질 흘렸다. 다르가 소리쳤다.


"저···. 저놈은 마왕의 자식인가? 제기랄! 타이탄 인체 우릴 속였군."


다르가 페텅스 성과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신물마저 내버려 둔 채 허둥댔다.


끼악! 끼아악!


갑자기 나타난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다르에게 달라붙었다. 물론 일반적인 박쥐들은 아니었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사람 얼굴에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거대한 날개가 달려 있고 찢어진 입안에는 칼날 같은 이빨이 숫자를 세기 어려울 만큼 박혀 있었다.


다르가 다급히 혓바닥을 휘둘렀다.


후두두둑!


얻어맞은 인면박쥐들이 다수 튕겨 나갔으나 반수 이상은 혓바닥에 들러붙어 송곳만 한 이빨을 쑤셔 박았다.


다다닥! 다닥!


곧이어 수백 마리가 추가로 나타나서 혓바닥에 붙었다. 끈적 이에 붙은 파리들처럼 혓바닥을 새까맣게 물들였다.


"크아아악!"


순식간에 혓바닥이 박쥐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산채로 혓바닥을 뜯어 먹히는 고통은 사디 마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지옥에서 올라온 존재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악마다! 저 타이탄이 악마를 소환했다."


"도망쳐! 으악!"


"어둠의 자식이다!"


인간들이 도륙당하고 있다. 지옥의 존재들은 본능적으로 생살을 원한다. 영혼을 원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과 타이탄의 영혼은 같은 무게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지옥의 존재들은 세상이 그러하듯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저 하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지옥견들이 사방에서 날뛰기 시작한다. 비록 대한에게 걸린 저주에 이끌려 세상에 나왔으나 보이는 모든 생명체가 이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다. 생물의 중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영혼의 빛은 오직 지옥의 텅 빈 존재들만이 볼 수 있었다.


"아악!"


"죽어!"


인간과 지옥견들의 전투는 학살에 가까웠다. 다수가 뭉친다면 타이탄마저 도망치게 만드는 강력한 탈로병들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어떤 탈로들은 타고난 용맹함마저 잃어버린 채 똥오줌을 질질 싸며 웅크려 개처럼 낑낑거리고 있었다. 미쳐버린 어떤 병사들은 무릎 꿇은 채 용서를 빌기도 했다.


덩치 큰 탈로 두세 마리를 합쳐놓은 듯한 지옥 견들은 마치 수백 년만의 연회를 즐기듯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된 밤은 그렇게 길었다. 서너 마리가 인간의 팔다리를 물고 조금씩 찢어 먹는 모습, 입안에 네다섯 명의 인간 머리통을 머금고 앞발을 꼿꼿이 새운 채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녀석, 자신이 사냥한 인간을 뺏기지 않으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는 녀석들까지 현세에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옥견들은 비록 악마라 할지라도 그 얼굴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잔혹함에서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무력한 인간 중에서도 용감한 자들은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개옥견들에 맞섰다. 탈로들도 주인과 호응해 맹렬히 저항했다. 탈로병들이 합심하여 지옥견 한 마리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잠깐 목숨을 연장할 뿐이었다.


혀가 없어진 다르가 포가라를 향해 미친 듯이 날아왔다. 자신을 구원해 주길 바래서였다. 그의 송충이 몸체에는 인면 박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내장이 보일 정도로 갈아먹는 중이었다. 아직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그가 놀라울 따름이다.


"으아아악!"


허리 위로 모든 갑주를 벗어버린 포가라가 양팔을 들어 화염을 쏟아냈다. 얼굴과 팔에서 세 줄기의 청색 화염이 맹렬하게 터져 나갔다.


"끄아악!"


끼악! 끼악!


다르는 공중에서 재가 돼버렸고 그의 몸에 붙어 있던 박쥐들도 형제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살아남은 몇 마리도 불이 붙어 후두두 지면으로 떨어졌다. 포가라가 말했다.


"흥! 지옥의 악마들아! 모조리 태워주마!"


끄억어...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대한은 알고 있었다. 이 지옥의 존재들은 상대의 반항이 거세질수록 계속해서 강력한 괴물들로 교체된다는 것을 말이다. 요 며칠간 대한은 그야말로 지옥 속에서 밤을 보내온 것이다.


지금 포가라앞에 나타난 존재는 불에 타서 전신이 처참한 화상으로 일그러진 괴인이었다. 불타 죽어 아사자들의 왕이 된 거지 구울 왕이었다. 비록 뼈가 드러난 상태였으나 온전히 팔다리가 붙어있고 커다란 바퀴가 번쩍거리는 마차에 올라탄 채 가시로 역어 만든 왕관을 쓰고 있었다. 마차 바큇살에는 뼈를 부수고 팔다리를 꼬아서 장식처럼 만든 인간들이 매달려 있었다. 구울 왕이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 포가라를 가리켰다. 훤히 드러난 목구멍으로 바람 소리인지 뭔지 모를 쇳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그어 어어······. 그어 억!"


"죽어라! 악마야!"


세 줄기의 불덩이가 구울 왕을 향해 날아갔다.


화르르!


구울 왕은 물론 그의 마차까지 엄청난 불덩이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마차는 불 속을 스르르 굴러 나왔다. 그리고 구울왕 역시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생전에 불에 타 죽었기 때문일까? 화염 공격에 상당한 내성이 있는 듯했다.


"이···. 이럴 수가!"


포가라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실패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구울 왕은 실의를 극복할 시간 따위를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명령을 듣고 살거죽을 간신이 걸친 그의 병사들이 포가라를 포위했다. 병사들은 악마 그 자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쓴 것 마냥 붉은 피부에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매부리코, 흘러내릴 것처럼 큰 안구가 쪼그라든 해골에 간신히 박혀 있었다. 듬성듬성 빠진 긴 머리가 아무렇게나 날리고 벌거벗은 몸은 해골이 드러난 와중에도 아랫배만이 볼록하게 솟아 있었다. 바로 구울 왕의 백성들인 아귀들이었다.


크아아악!


아귀병들이 일제히 입을 버리고 그들식의 함성을 내질렀다. 마치 공격을 앞둔 병사들의 포효와도 같았다. 입을 가득 메운 살벌한 이빨들이 피를 갈구하고 있었다.


휘익!


구울왕의 손가락이 툭 떨어지자 포가라를 향해 탐욕에 찬 공격을 시작했다. 당황한 포가라가 불길을 마구 쏘았다. 더 공격의 범위를 조절해 인간병력과 동료를 보호할 여유가 없었다.


후아아아아학!


강렬한 화염이 온 사방을 지져 버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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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2. 도옴 일 대 일 18.05.22 41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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