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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님의 서재입니다.

거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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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4
최근연재일 :
2018.06.15 18:3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2,782
추천수 :
487
글자수 :
270,724

작성
18.06.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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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40. 공성전 두 번째 날

DUMMY

40. 공성전 두 번째 날


프라카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켈타의 화살을 3발이나 맞았는데도 말이다. 그중 하나는 두개골 안쪽으로 정확히 들어갔으며 가슴에 맞은 화살은 약간 왼쪽으로 심장을 뚫었다. 그런데도 프라카는 두 발로 서있다.


단순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손을 들어 성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넥스 에서 가장 전력이 약해 보이던 늙은 타이탄이 뜻밖의 저력을 보유한 것이다.


쿵! 쿵!


양손을 번갈아 도리질한다. 켈타는 서둘러 화살을 당겼다. 미셜도 가만있지 않았다.


"창을! 창을 던져라!"


성문 바로 위 병사들이 허겁지겁 창은 물론이고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다란 화살이 프라가의 어깨와 정수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퍼버버벅!!


켈타는 경악했다. 화살이 튕겨 나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프라가의 근육이 엄청난 탄력으로 화살의 압력을 흡수하였다가 몸 밖으로 분출시켰다. 비쩍 마른 노인체형이었던 프라카가 갑자기 보디빌딩 선수처럼 변하고 있었다. 어느새 머리와 가슴에 박힌 화살도 저절로 뽑힌 상태다.


"크아아아아아!"


프라카가 야수처럼 괴성을 질렀다. 전신의 근육이 계속 부풀어 올랐다. 힘줄이 불룩불룩 솟아 혐오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머리통이 근육 속에 파묻혀서 목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상체를 무겁게 감싸던 의복이 팽팽하다 못해 찢어지기 시작했다.


프라카는 타이탄 중에서도 희귀한 변신형 타이탄이었다. 이런 타이탄들은 각자 그 변신에 계기 역할을 하는 요인이 있다. 그는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이 돼서야 그 도화선이 당겨지는 것이다. 포가라의 방패막이로 맞은 화살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


변신형 타이탄들은 외형의 변화가 극명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인간형 타이탄이 야수 형이 된다든가 하는 것들 있다. 프라카의 경우는 그래도 여전히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육체적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탈피 후에도 이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파괴에 굶주린 악신처럼 발광했다. 간장이 쪼그라들지 않는 인간이 없었다. 하지만 프라카의 목표를 오직 성문이었다.


"문이 열리면 탈로병들은 단숨에 신전까지 돌파하라!"


"와!"


"와!"


"프라카! 프라카! 프라카!"


흥분한 병사들이 프라가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이제 넥스 병사들과 타이탄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들이 보기에 텅스의 드러난 전력은 타이탄들 외에는 무서울 것이 전혀 없었다. 페텅스에 도착해 높다란 성벽을 마주했을 당시는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나 이제 그 성벽이 뚫리고 있었다.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 인간들은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무서운 타이탄들도 그들의 주인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면 아군 병사들은 낯빛이 점점 창백해졌다. 켈타의 화살마저 저 괴물의 막지 못했다. 애처롭게 버티고 있는 성문이 박살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저런 변신 효과는 오래 갈 수 없어요! 잠시만 버티면 됩니다. 병사들은 기름을 붓고 라루쓰님은 성문을 막아 주세요!"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 바로 미셜 이었다. 그녀는 변신형 타이탄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들의 약점도 파악하고 있었다. 시간 제약이 있다는 점을 기억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 변신을 위해서는 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성벽을 타고 기름이 마그마처럼 꿀렁거린다. 원래는 인간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지만 프라카를 향해 모조리 사용했다. 성문 아래에 뜨거운 타르가 주먹만 한 거품을 터트리며 흘렀다. 기름을 피하지 못한 탈로 병들은 산채로 녹아 버렸다. 그러나 타르를 뒤집어쓰고도 프라카는 성문 부수기를 멈출 기미가 없다. 원래부터 초절한 정신력의 소유자인지 혹은 변신의 여파로 고통을 잘 참는지 알 수 없었다.


와자작!


성문이 세로로 쪼개져서 자그마한 틈이 벌어지는 순간 라루쓰가 반대편에 서서 등으로 막았다. 변신한 프라카의 덩치는 타이탄 두 명을 합쳐놓은 것에 육박했다. 그가 한 번씩 주먹으로 망치질을 할 때면 라루쓰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연체동물처럼 휘청거렸다.


'펠리! 이 새끼야! 빨리 좀 와라!'


라루쓰가 버티는 사이 데자르는 신관의 몸으로 들어가 켈타에게로 갔다.


"켈타님! 성문이 부서지면 끝이에요! 다른 타이탄들이 공격하기 전에 저 늙은이를 죽여야 해요!"


"데자르! 저놈은 화살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변신이 풀리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게 없어! 제기랄!"


"다시 한번 저 타이탄의 눈알에 화살을 박아 넣으세요! 처음에 박힌 화살은 그를 변신 시켰지만 지금 다시 화살을 맞추면 죽일 수 있을 거예요! 할 수 있겠죠?"


가능한 계획이었다. 변신할 때는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상처가 복구되지만, 변신상태에서 눈알에 화살을 맞고 두개골을 뚫는다면 강제로 변신이 풀리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남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변신한 프라카의 눈에 과연 화살을 넣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저놈의 눈에 화살을 쏠 수 있다. 백번 쏴서 백번 맞출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저놈은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가만히 서서 화살을 맞을 리가 없지 않나!"


"걱정하지 마세요!"


툭!


신관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데자르가 떠난 것이다. 켈타는 그녀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급히 화살을 재웠다. 연합의 타이탄들은 서로가 자신들의 특기와 신물들을 모두 공개한 상태였다. 때문에 데자르가 영체를 뽑아서 다른 생명체로 이동할 수 있음을 켈타도 알고 있었다. 타이탄을 대상으로 시도할 때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도 알았다. 정신력이 강한 타이탄에게 시도했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데자르는 파라카가 변신상태에서 이성을 잃지 않았다곤 하지만 본능이 우선하는 만큼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규칙적으로 들리던 성문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프라카는 동작을 멈추고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퉁! 퉁!


화살 두 대가 시위를 떠났다. 번개처럼 빠른 솜씨였다. 데자르는 프라카의 몸에 들어가서 순식간에 그의 심상을 점령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고 오직 잠깐만 유지할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자신의 두 눈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았다. 그러나 피할 수도 점령한 몸을 떠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나가는 순간 눈을 감아버린다면 화살이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데자르는 비명을 질렀다. 차가운 강철 화살촉이 눈알을 터트리고 부드러운 뇌를 뭉개버리는 감각을 아주 느리고 생생하게 체험했다. 그러자 프라카에게서 튕겨 나갔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그녀의 거울 속으로 강제 전송되었다. 거울 속 쓰러져 있는 데자르는 마치 죽은 것 같다. 사진을 찍어 놓은 듯 굳어 있다.


"안돼!"


포가라가 분노에 가득 차서 비명에 가까운 포효를 터트렸다. 무력으로 치자면 당할 자가 없을 것이라 믿었던 프라카가 죽은 것이다. 화살 두께가 눈을 통해 뒤통수 까지 뚫고 나왔으니 살아있을 리가 없다. 그 증거로 변신한 몸이 이미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식은 죽 먹기처럼 생각했던 텅스연합 점령이 틀어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소중한 타이탄 병력 하나를 잃었다. 인간 병력이야 충원하면 그만이었지만 타이탄은 달랐다. 시간과 심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분노에 찬 포가라가 상체의 갑주를 하나씩 벗어 버린다. 그것을 보고 엘카가 소리쳤다.


"모두 물속으로 들어가! 어서!!"


엘카와 다르, 그리고 넥스의 병사들까지 허겁지겁 젤리로 뛰어들어갔다. 엘카는 순간적으로 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인간들이 깊숙이 파고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죽어랏!"


화아아악!


포가라의 상체 전부가 불덩이로 변했다. 걸어 다니는 불덩이는 점점 크기를 늘려 성벽을 가릴 정도로 거대해졌다. 닿은 모든 것에 불이 붙고 타들어 갔다. 라루쓰는 힘겹게 성문 뒤로 버티고 서있었지만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의식 또한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인간 병사들은 불꽃을 두르고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켈타는 급히 데자르의 거울로 피하려 했으나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마지막 화살을 날릴 준비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불꽃 중앙을 보며 시위를 당겼다. 미셜과 브리앙 등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넥스또한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겨우 버티는 중이다. 포가라의 화염은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이곳 인간은 모조리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엘카와 다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화염이었다. 바로 그때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울부짖음이 하늘에서 터졌다.


"크아아아아!"


엄청난 풍압이 하늘로부터 덮쳐와 불길을 짓누른다. 거대한 파충류 다리 두 개가 번들거리는 비늘을 반짝이며 홍염 속 포가라를 후려쳤다.


쾅! 콰쾅!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포가라는 수십 미터를 튕겨 날아갔고 정신마저 잃었다.


"크아악!"


그렇게 불길이 걷히자 거대한 드래곤이 전설 그대로의 위험을 토해내며 성 앞에 내려앉았다. 드라가 온 것이다. 그는 데자르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주 근처를 날아다니며 텔레파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펠리 이외의 유일한 친구라고도 할 수 있었다. 데잘는 비록 드라와 같이 술을 마셔주지는 않았지만 어떤 때는 펠리보다도 더 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었다. 그러다 오늘 거울 속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 데자르로 인해 분노가 폭발했다.


"드... 드래곤!?"


"드래곤이다!!!"


넥스 병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신화 속 드래곤은 인간에게는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존재다. 반면 엘카와 다르는 상당한 호기심과 욕심이 동시에 일었다. 호기심은 드래곤이 어째서 넥스의 공격을 방해하는지와 과연 전설 그대로의 존재일까였다. 그리고 욕심은 저 존재를 죽여 속설처럼 그 힘을 갖고 싶어졌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왕관 전쟁을 다시 무로 돌리고 신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포가라가 죽었다면 이미 한 맹세를 어기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둘은 쏜살같이 포가라를 데리고 후퇴했다. 아직 정보가 모자란 상태에서 무턱대고 싸울 수는 없었다.


드라는 후퇴하는 넥스를 추격하지 않았다. 그도 타이탄들과 정면으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자 켈타의 활촉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말을 못 했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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