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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찌면 죽는 저주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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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주
작품등록일 :
2024.06.29 22: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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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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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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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이어트는 스트레칭부터

DUMMY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분야라 검색창을 오픈했다.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음식을 제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며, 그 밖에 식사 행동을 바꾸는 행동 수정 프로그램, 신체 활동을 늘려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는 운동 등이 있다. 더 과감하거나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식,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 복용, 위를 묶거나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를 우회시키는 수술법, 신체···.


‘뭐가 이렇게 많아?’


폭풍과도 같았던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밝아옴에 내가 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검색 삼매경에 빠진 거였다.

물론, 몸을 일으킬 힘도 없고 일어나고 싶은 욕구도 일어나지 않아 거실 바닥에 누운 채로였다.


“킁킁··· 하아.”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환기도 안 해준 덕분에 진득하게 남은 치킨 냄새가 후각을 괴롭힌다.

결국, 한 조각도 먹지 못했다는 건 비밀이랄 것도 없고.


-난 저녁에 올게. 낮에는 바빠.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뭘 먹지도 못하겠지만, 잘 감시하고 있어 사범아.


도보라는 저 말을 남기고 바이크를 타고 돌아갔다.

마지막에 나를 향해 윙크 날리는 행동에 끔찍해서 오한이 들 뻔.

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배고파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라면 10봉은 단숨에 흡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거든.

그러면 남은 친구 한 명은 어디에 있나?


“따따라따~ 따따라따~ 빠바밤!”


주방에서 뭔가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아직 7시도 안 되었는데 먼저 일어난 걸 보면 평소에도 부지런한 모양.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얼 만드는 걸까?


“헤이~ 친구! 내가 직접 만든 죽을 먹어볼 기회를 주지!”


죽. 귀를 의심해 본다.

죽. 내가 먹어본 적이 있었나?

죽··· 그건 환자들이나 먹는 거잖아!


“난 환자가 아니야···.”

“노노노! 무슨 소리! 어제 지켜보았지만 일어날 힘도 없고 뭔가를 먹을 의지도 없이 무기력한 네가! 갑자기 위에 부담되는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속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죽을 먹으라고?”


차무열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것 같지만, 완강하게 거부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라면 평소에 줘도 안 먹을, 왜 먹냐며 따졌을 죽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니.


“알겠어. 먹을게.”

“그럼 일어나야지 이 친구야. 진짜 환자도 누워서 죽을 먹지는 않아.”

“으··· 어, 어억······.”


내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킴에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거 진짜로 아픈 거 아냐? 차무열이 걱정할 정도로.

이것이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이 이루어낸 시너지라는 걸 겪어봐야 알겠지.


부들부들.


“너··· 이제 숟가락 들 힘도 없는 거야? 먹여줘?”

“아, 아니 그건 좀···.”


죽을 먹을 바에야 라면을 먹지.

죽을 먹으라고? 고기를 먹고 말지.

그랬던 내가 지금 죽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맑고 흰 죽에 노란 건더기가 보인다. 계란죽으로 추정.

겨우겨우 한 숟갈을 입에 넣었고, 따뜻하게 밀려오는 감격에 진실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싱거워···.”

“원래 건강식은 짜게 먹는 거 아니야.”

“맛도 없어···.”

“맛있었으면 세상 사람들 다 죽으로 끼니를 때웠겠지.”


이 얄미운 녀석. 친구가 맞는 건가?

꼬박꼬박 대꾸하니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가 이내 서서히 풀렸다.


‘그래도 날 위해 해준 거니까···.’


두 숟갈을 입에 넣고 세 숟갈, 이어서 계속.

분명 밋밋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죽이지만 손이 멈춰지질 않았다.


이것이 살기 위한 발악.

어떡해서든 살아야겠다는 의지.

건강해지기 위한, 그런 최후의 노력.


“고기 먹고 싶다···.”

“헛소리 즐.”

“냉동실에 삼겹살···.”

“그거 내가 아까 먹었어.”

“···?”


손이 멈추고 시선이 돌아감에 생글생글 웃는 차무열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 진짜 악마 아니야?’


* * *


식사라고 여기기에는 위장에 기별도 가지 않았을 죽 먹방을 끝낸 후.

대충 던져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있는 나를 보며 차무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일어나기 싫은 거야? 못 일어나는 거야?”


난 동태 눈깔처럼 퀭한 눈으로 답했다.


“일어나려는 생각도 안 들고··· 말하기도 싫고··· 일어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거 같아.”

“저주가 강력하기는 한가 보네.”


어제는 독기를 품고 살을 뺀다고 다짐했건만, 실상은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다.

다리에 깁스를 했는데 축구가 하고 싶다거나, 손가락이 골절됐는데 볼링을 치고 싶다고 말하지 않듯이.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

110kg이 넘어 근력 저하 디버프까지 걸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다행인 건, 140kg이 넘지 않아 호흡곤란이 없다는 점?

만약 그랬으면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순간 어딘가의 뼈가 골절당하는 끔찍한 사고까지 발생했을 테지.


“그럼 별수 없지. 그걸 해보자.”

“그거···?”


내 앞으로 앉은 차무열의 눈빛은 진지했다.

평소 장난을 잘 치고 농담과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녀석인데, 이런 진지한 눈빛도 띨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스트레칭이라···.”

“우선은 팔을 깍지 껴 위로 뻗어서 쭈욱- 밀어내는 거야. 할 수 있지?”

“해보기는 하겠는데··· 문제가 하나 있어.”

“뭔데?”


이걸 말해야 할까, 말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시야로 보이는 이질적인 것에 일부러 못 본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시할 수는 없어 결국, 말하기로 했다.


<일일 퀘스트>

-500kcal 태우기.

-단백질 50g 섭취하기.

-10분 이상 춤추기.


“지금 내 왼쪽 시야로 이런 게 떠 있거든.”


난 안 보이는데? 의문을 뱉는 무열이에게 구두로 설명을 전했다.

그랬더니 손으로 턱을 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잠시.


“일일 퀘스트라··· 내가 봤을 때 너한테 저주를 건 악마는 게임을 좋아하나 본데?”

“동감이야. 충분하게 그럴 수 있어. 처음에 전자기기를 이용해 나에게 접근했었으니까.”

“어떤 형체인지는 봤어?”

“음··· 검은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더니 내 목을 졸라서··· 후우,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저주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

“처음 들어보는 형태네. 곤충이나 짐승도 아닌 연기 형태라···.”


장난식으로 접근하던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하다.

솔직히, 이런 저주를 받고 혼자서 계속 끙끙댔다면 멘탈이 강한 나라도 점점 이성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정신 하나만은 똑바로 차릴 수 있던 이유.


“차사범 아니, 무열아.”

“엉? 왜?”

“고맙다.”

“갑자기 왜 그래? 저주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졌어?!”


감사를 표해도 저렇게 반응해주니 역시 변하지 않는 친구다.

그런데, 착각일지 몰라도 아까부터 몸에 힘이 나는 것 같다. 아주 약간이지만.

여전히 어깨가 무겁고 초췌한 몰골이나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서 뭔가를 막 먹고 싶은 충동이 잠잠해진 느낌.


“저기, 저기 보면 체중계 있어. 가져다줄래?”

“체중계? 아, 여기 있네. 이건 왜?”

“그리고···.”


꿈틀꿈틀.


“나 좀 도와줘.”

“···!”


일어선다.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은 원래 일상을 서서 보내온 짐승이지 앉아서 살아온 짐승이 아니니까.


“여어엉··· 차아아!”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일어선 나.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사슴이 자신의 다리로 일어선 것처럼 부들대지만 일단은 섰는데.


짝짝짝!

“잘한다 세준이! 호이짜! 호이짜!”


이상한 자세로 응원을 보내는 차무열의 행동에 발을 삐끗할 뻔했다.

겨우겨우 참아내고서 체중계 위로 두 발을 안착.


구매는 해놨지만 별로 사용하지 않은 전자 체중계의 LED 계기판 눈금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기본으로 100을 넘기고 110 그리고 120.

121, 122, 123···129까지.


“오오! 모세준 120대로 진입! 경축!!”

“후우, 후우···.”


본래의 몸무게는 130kg에서 132kg 정도.

그 이하로 떨어지지도 않고 더 늘어나지도 않게끔 유지해왔었다.

그랬던 몸무게가 하룻밤 사이에 120대로 떨어졌다는 건, 어제 이온 음료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결과물.


탁탁. 스르륵.


무게를 재고 난 후에는 허물어지듯이 다시 소파에 기대었다.

이걸로 130kg 이상에 나타나는 무기력증과 폭식 확률 증가 디버프가 해제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만, 만성 피로는 그대로다.

어깨에 올라탄 곰 3마리가 2마리로 줄어들었을 뿐이라는.


“차사범···.”

“응?”

“살이 찐다는 건 이렇게 괴로운 거였구나.”

“그동안은 편했어?”

“나쁘지는 않았지. 내 프리미엄 고급 보디에 자부심도 있었고.”


한심하다는 듯한 차무열의 눈빛이 따갑다.


“자부심이 밥 먹여주냐? 예전에 3인조 가수의 중심이었던 사람도 급성심근경색으로 가버렸잖아.”

“아··· 그거 나도 알지.”

“물론. 지병을 앓긴 했지. 그래도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너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친구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평소에는 말을 뒷구멍으로 처먹으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거고.”


그만큼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말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만 같았다.

아주 잠깐이라는 시간 동안.


“그래서 어제 치킨 혼자 다 처묵처묵했냐?”

“혼자라니? 보라랑 같이 먹었는데?”

“됐고, 이제 뭐 해야 해? 아직 서 있을 힘은 없고 앉아서 하는 거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아.”

“오오··· 언빌리버블!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기쁘다 구주- 오셨네!!”


어우 시끄러워.

귀를 틀어막아도 차무열은 기쁨의 광시곡을 멈추지 않았다.


방송에 관련된 것과 먹는 것에 관한 것.

주식에 관련된 것과 요리에 관한 것.

먹방에 관련된 것과 맛집에 관한 것도.


지금까지 가졌던 관심사가 아닌 전혀 다른 것에 눈을 뜬 내 모습은 주를 찬양해야 할 정도로 신비로운가 보다.


“그럼 시작하자! 우선 아까처럼 깍지 낀 두 팔을 뻗고!”

“뻗고?”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좌··· 으갸갸갹!”


뻗은 팔을 유연하게 꺾는 차무열과는 다르게 나는 인간 오뚝이가 되었다.

진짜 오뚝이와 차이점을 꼽자면, 옆으로 쓰러졌는데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는 거?

아, 이러면 오뚝이가 아니라 그냥 벌러덩이구나.


“세준 어린이~ 뭐 하세요? 스트레칭을 하라고 했지 누가 엎어지라고 했나요?”


말투 보게. 꼴에 태권도 사범이라고 아이들 가르치듯이 나긋나긋하다.

이건 이것대로 기분 나쁘네.


“사범님. 일하러 안 가나요?”

“네네, 오늘은 저녁에만 나가면 됩니다~ 세준 어린이 기상!”

“으그극··· 우에엑!”

“자아- 토하면 안 되고요! 다시 한번!”

“우웁. 쿠에엑···!”


이후로 스트레칭은 계속되었다.

몸무게 100kg이 넘어가면서 고급 보디였다면, 그 이상부터는 프리미엄 고급 보디였던 나.

그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일을 최소화하고 큰 동작도 기피했던 내가.


“기에에엑!”


악마가 빙의한 듯한 태권도 사범에게 스파르타식의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니.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더니.


꼬르르륵!


“저기··· 사범님? 뭐, 뭐 좀 먹고 하면 안 될까요? 뱃가죽이랑 등가죽이 퓨전하게 생겼는데??”


내가 뭘 먹었더라. 죽이라는 건강식?

그건 이미 잘게 분쇄되어 소화가 다 된 지 오래.

계속 움직이려면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꺼낸 말에 차무열은.


“흐흐흐!”


스산하게 웃었다.

악당이 지을 법한, 악마가 보일 법한, 포식자가 구사할 법한 그런 표정으로 말하길.


“기다려. 식단 조절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거든.”

“그게 무슨···.”

“저녁 즈음에 너의 수호천사가 도착한다는 뜻이지. 흐흐흐, 세준 어린이! 쉴 시간이 없어요! 스트레칭~ 타임! 500칼로리 태워야죠?!”


수호천사가 아니라 저승사자를 잘못 말한 거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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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친구야 도와줘 +1 24.07.02 31 3 12쪽
1 저주에 걸렸다 +2 24.07.01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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