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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찌면 죽는 저주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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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주
작품등록일 :
2024.06.29 22:07
최근연재일 :
2024.07.04 11:3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5
추천수 :
7
글자수 :
21,808

작성
24.07.02 11:3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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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친구야 도와줘

DUMMY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야.

갑자기 왜 고전 노래가 떠오르는 것일까? 그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내 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 문구 때문이었다.


‘요즘 악마는 이런 짓도 벌이는 건가?’


드문 일이라 말하기에는 아까도 말했듯이 금시초문인 일이라 황당함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세상은 인터넷 세상, 악마에 관한 정보라면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그 인터넷을 이용해 접근하는 악마는 처음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이걸 컨텐츠로 방송을 켜면 조회수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싶은 거?

아니다. 절대로 아니야.


<폭식의 저주>

<섭취하는 1kcal만큼 몸무게 1g이 증가한다.>


우선은 이거다.

내 목에 새겨진 숫자가 저주에 걸렸다는 증거.

그다음은···.


[100kg 이상 : 용돈 0원, 매일 얼굴이 부어있음]

[110kg 이상 : 근력 저하, 소화 능력 저하]

[120kg 이상 : 만성 피로, 뛰지 못함]

[130kg 이상 : 무기력증, 폭식 확률 증가]

[140kg 이상 : 호흡곤란, 다리 골절]

[150kg 이상 : 돌연사]


이거다.

몸무게가 100kg을 넘으면 발생하는 신체의 이상 현상.

마치 디버프라도 걸린 것처럼 무게가 늘어갈수록 점점 안 좋아진다.


거기서, 맹목적으로 봐야 할 내용은 맨 마지막이다.

150kg이 넘어가면 돌연사로 목숨을 잃는다는 문구.


‘내 몸무게가 130kg이 넘는데··· 걍 뒈지라는 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치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명백하지.


털썩.


몸에 힘이 없다.

서 있을 힘이 없어 소파에 쓰러지듯이 엎어졌기 때문.

심지어 8시간 이상 푹- 잤는데도 잠이 쏟아지고 막노동을 뛴 것처럼 어깨가 무겁다.


꽈르르릉!!


깜짝이야! 마른하늘에 번개라도 친 건가?

그럴 리가, 지금의 굉음은 다름이 아니라 내 뱃속에서 터져 나온 소음이었다.

가령 배가 고파서 미쳐버리겠다는 경고음이라는 얘기.


“아··· 아무것도 하기 싫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배가 미친 듯이 고픈데도 너무 무기력하여 움직일 수 없다는 거다.


저기 보이는 라면들, 뜯어야 한다.

조금만 움직이면 된다. 냄비에 물은 받아놓았으니 끓이고 내용물만 집어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


“아··· 다음 생에는 돌로 태어나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네.”


그렇지만 난 이미 무기력의 결정체이자 완전체.

바위의 이끼가 되는 것도 좋고 벼룩으로 태어나 멍멍이를 타고 다니는 것도 좋다.

베짱이가 되어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를 놀리는 것도 묘미요, 입을 벌리고 있으면 알아서 먹이가 들어오는 메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좋지.


단언컨대.

이 저주는 이상하다. 이상해도 너무도 이상해.

미칠 듯한 허기짐이 몰려오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동반되니 말이야.

세상 다 산 것처럼 몽롱한 눈빛으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으면서도 내 정신이 멀쩡한 이유?

그건 이런 일에 당한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니어서다.


악마의 출몰로 인해 멀쩡했던 사람이 네발로 기어 다닌다든가.

조용했던 사람이 우끼익! 원숭이처럼 짖어댄다든가.

도로에 누워 달팽인 양 엉금엉금 기어간다든가.


그것이 악마에게 영혼을 붙잡히거나 빙의 당한 인간이다.

사실 해결 방법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 낮은 등급의 악마라 프리스트를 찾아가 엑소시즘을 행하면 퇴치할 수 있기에.


“배고파··· 아니, 자고 싶어··· 먹어야 해··· 아니, 먹는 것도 귀찮아······.”


입이 방정맞다. 오로지 본능에만 충실하겠다는 듯이 욕구를 충족해 달라 떠들어 댄다.

그건 안 된다. 아직 내 정신은 멀쩡하거든.

요컨대, 난 저주를 받은 거지 악마에게 영혼이 팔리거나 빙의 당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저주는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70kg 미만 : 매일 용돈 100만원과 행운이 찾아옴]

[80kg 미만 : 매일 용돈 100만원]

[90kg 미만 : 매일 용돈 50만원]

[100kg 미만 : 매일 용돈 10만원]


여기 이 문구들이 내 말을 뒷받침하지 않는가?

하지만 직접 확인해보지 않아 사실인지에 대한 진위는 알 길이 없다.


“하루에 100만원··· 살 빼기 싫어··· 근데 살이 더 찌면 죽어··· 으어어어어어!!!”


샤우팅 일 발을 허공으로 갈기자 문구가 파스슷 사라졌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 * *


12시가 지나고. 오후가 되었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저녁이 되었다.

이 시간이 되기까지 내가 한 행동은 소파에 누워 뒤척이는 것뿐이었다.


“배고파··· 아니, 졸려. 먹어야 해···! 아니, 라면 끓이기도 귀찮아······.”


미쳐버리겠다. 진심으로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아.

나의 평소 식습관이라면 아침을 먹고 중간에 간식을 먹고, 점심을 먹은 다음 간식까지 먹어야 했을 시간이다.

그런 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는 것은,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건가?

사람이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면 보통 그렇다는데···.


“크아르륵!”


짐승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려 노력해도 여의치 않다.

마치 몸 따로 정신 따로 노는 느낌.

그때.


띵- 띠리리 띵띵!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지금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할 사람이라면 둘 중 하나다.

부모님이거나, 친구이거나.

전자는 아침에 이미 전화가 왔으니 후자에 가깝다고 본다.

문제는 발 언저리에 있는 스마트폰을 손으로 잡기조차 귀찮다는 것.


내가 아무리 살집이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로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다는 의미.

만사가 귀찮다면 죽어야지, 왜 살아?

특히 먹는 행위에 있어 귀찮다는 말은 죽어도 한 적이 없던 내가.


띵- 띠리링!


스마트 워치! 그거라면 스마트폰보다 좀 더 왼쪽으로 던졌던 것 같다.

손을 움직여서, 이렇게 움직여서···.


“우, 우, 움직이라고!!!”


와 씨. 이거 내 몸 맞나?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엄청난 압박감이 전신을 누름에 샤우팅을 질러버렸다.

여기가 전원주택이 아니었다면 뭔 일이 있나, 옆집에서 쳐들어 왔을 정도로.


덥석. 흔들-


“후, 후! 여··· 여보세요!”

-아 씨 깜짝이야! 뭐야?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숨은 또 왜 헐떡이고? X쳤냐?


미친놈인가. 겨우겨우 전화를 받았더니 한다는 얘기가 저따위?

지금 전화를 받은 놈은 내 랄부 친구인 차무열이다.

그 외의 친구도 몇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걸러진 상태라 몇 안 남은 친구 중 하나.


“나, 나··· 후. 말하기 귀찮다.”

-뭐래? 살아있나 전화했더니 귀찮다고? 이야, 나 지금 마상 입겠는데?

“이게 아니지··· 무, 무열아 도와줘! 나 주, 죽을 거 같아···!”

-갑자기? 드디어 급성심근경색이라도 온 거냐?! 이야, 축하한··· 아니지. 그거라면 말도 못 할 텐데.

“시끄럽고! 빨리 집에 와 봐! 나 조옷됐으니까!”

-레알? 미친, 주식 나락이라도 갔냐? 네 집이 여기서 1시간 넘게 걸리는데 내가 왜···.

“킹크랩 쏜다!!!”


1초의 침묵. 2초의 정적. 3초의 고요함.


-지금 당장 간다아아아아!!!


아무리 그래도 킹크랩은 못 참지.


* * *


대략 1시간이 지난 시점.


“뭐 하냐 너?”


훤칠한 키에 투블럭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머리.

누가 봐도 남자라는 인상에 날렵해 보이는 체격은 무술로 단련된 덕분이다.


직업은 태권도 사범.

취미는 각종 무술 배우기.

특기는 가끔 집에 찾아와 겨루기 한판 하자고 덤비거나 식량 강탈하기.


“무, 무열아···.”

“이상한데? 너 내가 아는 모세준 맞냐? 네가 날 이름으로 부를 리가 없는데.”


그렇네. 나도 정신에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잠시 본래의 말투를 망각해버렸다.


“차사범!”

“음~ 그래, 그거지. 그래서 킹크랩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 악마의 저주에 걸렸다고!”

“아.”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차무열의 얼굴.

이제야 심각성을 일깨운 모양.


“킹크랩은 없고 저주가 있다··· 장난하냐? 와, 차 타고 신나게 달려왔는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 븅신아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라고!”


꾸르르르륵!!


“뭐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전쟁이라도 났어?!”

“내 뱃속에서 나는 소리다아아아!!! 헉, 헉···.”


오늘만 샤우팅이 3번째. 역대 기록이다.

모름지기 지성인이라면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배운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한심함에 입술을 콰득 깨물려다가 그만두었다.


“아··· 힘없어. 나 그냥 아메바나 될래.”

“단세포생물이라기엔 너무 크지 않냐?”

“내 말 안 믿을 거면 돌아가든가 해··· 킹크랩은··· 나중에······.”


배도 고프고 소리 질렀더니 힘도 없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이 전신을 덮치니 그야말로 지옥에서 헤엄치는 기분.


힐끔.

눈을 떠서 차무열이 뭘 하나 보았다.

그랬더니 주섬주섬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십자가 펜던트.


“네 말이 정말이라면 이 아티팩트가 반응할 거야. 애초에 악마 들린 인간은 맨정신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넌 그냥 세상 다 산 폐인 같거든.”

“···해보든가.”


십자가가 내 이마로 다가온다.

조금씩 또 조금씩 다가와 내 이마에 밀착되니···.


“아아아아악!”

“흐아악! 시팔 진짜였냐?!”

“피유우우웅~ 쫄기는.”

“······.”


아, 이번 건 조금 심했나.

차무열의 표정이 마귀를 잡으러 온 저승사자처럼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축복이 담긴 펜던트가 이마에 닿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녀석의 표정이 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 그거 뭐냐.”

“뭐?”

“목에 문신. 원래 없던 거잖아?”

“저주받았다는 증거다. 됐냐?”


내 말에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손을 뻗은 차무열이 펜던트를 문신에 대었다.


파사사삭!


“헐.”

“헐.”


미쳤다. 거부 반응도 이런 거부 반응은 또 처음이라.

문신에 닿자마자 펜던트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


“모세준 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궁금하다면 말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단, 그 전에.


“냉장고에 이온 음료 있어··· 좀 가져다줄래?”


* * *


벌컥벌컥!


“크하-!”


이제 좀 살 것 같다. 여전히 배고파서 미쳐버릴 것 같지만 그나마 상체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

난 목을 축이고 나서야 무열이에게 내게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중간에는 정말인가 싶은 입 모양을.

마지막에는 문신을 확인하며 정말인가, 의심 섞인 확인을 끝낸 후.


“이거 안 보여?”


<폭식의 저주>


“안 보이는데? 너한테만 보이는 건가 보네. 뭔지 말로 알려줘 봐.”

“귀찮은데···.”

“음. 평소에 하지 않는 귀찮다는 말을 자꾸 꺼내는 걸 보면, 저주든 병이든 뭔가 걸리긴 걸린 모양이네.”


역시 랄부 친구 아니랄까 봐 나를 정확히 본다.

그렇다면 전신을 짓누르는 귀차니즘을 이겨내고서 말해주어야지.


잠시 후.


“그러니까··· 체중이 100kg 미만이면 개이득이고, 100kg 이상이면 조진다는 거 아냐?”


이해가 빨라서 좋네. 일목요연해서도 좋고.


“그러다가 150kg이 넘으면 인생도 조지는 거고.”


말할 힘이 없어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러자 나와는 달리 화색을 띠며 해결책을 꺼내 놓기를.


“간단하네! 살 빼자!”

“미쳤어? 안 해.”

“미친 건 너지. 살도 빼고 돈도 준다는데 왜 안 해? 알고 보니 악마가 아니라 천사였네!”

“내 프리미엄 고급 보디를 포기할 바에야 차라리··· 차라리···.”

“그거 알고 있냐? 인생 최대의 불효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가는 거라더라?”

“······.”


나의 자존심. 마이 프라이드.

이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꺾어버리는 말에 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불효를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내가··· 할 수 있을까?’


인생 최대의 난관 앞에서 고뇌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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