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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늘 그렇다. 그리하여 지금이 있다.

살 찌면 죽는 저주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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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주
작품등록일 :
2024.06.29 22:07
최근연재일 :
2024.07.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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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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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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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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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저주에 걸렸다

DUMMY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악마들이 세상에 출몰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시고 분노에 사로잡히지 마시오며 축복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기를···.


아침 뉴스를 들으며 커피 머신을 작동시킨다.


기이이이잉-


작은 소음과 함께 원두가 갈리고 진한 색깔의 커피가 드립된다.

참고로 난 달달한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머그컵에 시럽을 투척, 투하, 투척, 투하···!


후룹.


“으음~ 스위트.”


아침의 시작은 역시 시럽을 왕창 넣은 아메리카노지.

흥흥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베란다로 향해 저 멀리 보이는 태양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다가 흥미를 잃어 안쪽으로 들어오다가 소파 옆에 세워둔 전신거울로 시선이 꽂혔다.


두툼.


훌륭하다. 나의 몸매.

이름하여 고급 보디.


“아니지··· 아니야.”


거울에 비친 나의 신체를 보라.

뒤룩뒤룩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보기 좋게 찌지 않았나?

어린 강아지가 우유를 많이 먹어 통통해진 것처럼 일정하게 반원형으로 튀어나온 뱃살.

적당히 두툼한 팔과 다리.

얼굴은 통통하지만, 고개를 당기지 않는 이상 투턱은 발생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고급 보디.”


남들은 나에게 말한다. 복스럽게 생겼다고.

또 다른 이들도 말한다. 형 뛸 수는 있냐고.

어르신들은 나에게 말한다. 밥 잘 먹게 생겼다고.

어린 친구들도 말한다. 형 그러다 돌연사한다고.


아무렴 상관없지.

내가 이 몸을 만들기 위해, 이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참고로 어렸을 적부터 통통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나였기에 말랐다는 말은 일절 들어본 적이 없다.

모든 섭취 행위와 일정한 생활 흐름이 있기에 지금과 같은 신체가 완성되었다는 의미.

이걸 단순히 많이 먹어서 살이 쪘다고 치부한다면 매우 섭섭하다는 말씀이다.


“후우, 오늘도 달달한 게 아주 좋아.”


내 이름은 모세준. 내일모레면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나이다.

잠깐 자랑하자면, 이 나이에 자기 집이 있으면 노력해서 성공한 것이거나 부모의 덕택을 본 거라고 하던데 난 전자에 속한다.


일단 남에게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외모와 적당한 말발.

그걸 살려서 시작한 먹방이나 게임 방송은 상타치는 아니더라도 중간은 유지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다른 분야의 지식 공부와 노력.


“흐흐흐, 빨간불 잔치네 잔치야.”


주식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차트를 보라, 우상향인지를 파악해라, 고점과 저점을 잡아라, 개미 떨구기를 조심···.


처음에는 어려웠던 것도 하다 보니 점점 눈에 익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몰라도 꽤 짭짤한 수입도 봤고.

그 덕에 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2층짜리 전원주택을 얻게 된 것이지.


뚜르르르- 딸깍.


이때,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옴에 스마트 워치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 엄마. 왜?”

-왜는 왜야. 아들한테 전화도 못 하니?

“용돈 부족해? 며칠 전에 보낸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 인석아!

“난 인석이가 아니라 세준이야.”

-어휴··· 뭔 말을 못 하겠네!

“흐하하! 농담이야 엄마. 근데 왜?”


이다음에 나올 말은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들어줘야 하는 것도 아들의 도리.


-세준이 네가 어렸을 적부터 대기만성하여 성인이 되고 자수성가하니 부모로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과유불급이라 자화자찬에 빠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엄마 잠깐. 제발 사자성어 좀 남발하지 말아줘··· 귀에서 피 나올 거 같아.”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악마랑 할 생각은 아니지?


세상은 평화롭다.

전쟁도 일어나지 않고 서로 힘을 합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다.


‘악마라···.’


10년 전의 어느 날.

멀쩡했던 거리에 차원의 틈이라 불리는 균열이 발생하고 악마들이 튀어나왔다는 점.

한때는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떠들썩하던 세상이 잠잠해진 것은 악마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프리스트’라는 존재였다.


[DH] 데빌 헌터 협회.


언제부터 있었지? 언제부터 준비한 거고?

마치 악마들이 균열을 통해 이 세상에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전세계의 프리스트들은 악마를 소탕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때때로 균열이 발생하지만, 데빌 헌터 지부가 곳곳에 자리하면서 인명 피해는 확연히 줄어들게 되었고.

이미 출몰한 악마들도 프리스트의 힘을 두려워해 어둠에 숨어들어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사회가 붕괴하지 않고 유지된 것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요즘 결혼 적정 시기가 서른 중후반이야. 즉, 난 아직 멀었고 당장은 생각도 없다는 거지.”

-어휴, 또 그 대답. 인물은 잘났는데 살만 조금 빼면···.

“그 얘기는 하지 마!!!”

-······.

“아, 미안해요. 소리쳐서.”

-아니다. 너 알아서 하겠지. 그래, 항상 건강하고···.

“응. 엄마도···.”


전화는 끊겼다. 그렇지만 내 안에 남은 감정은 아직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나뿐만이 아니라 살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듣기 싫어하는 말.

듣자마자 분노 조절에 장애가 생기는 바로 그 말.


“후우~ 나의 프리미엄 고급 보디. 함부로 뺄 수 없지.”


난 내 몸에 자부심이 있다.

말라 비틀어진 놈들보다 훨씬 풍족해 보이며 어디 가서도 굶어 죽지 않을 인상은 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바꾼다? 그건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저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삐딱선으로 가게 된다.


“어디 보자, 아침으로 뭘 먹을까? 가볍게 라면 5봉지 해치울까나?”


왜, 있지 않나.

살이 찌고 싶어도 찌지 않는 체질. 아무리 먹어도 마른 체질의 사람들. 많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축복받은 체질이다.

먹어서 신체를 찌우고 얼굴에 윤택함이 가득할 수 있는데 축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방송이나 킬까? 아니, 라면 먹방은 너무 많이 했지. 다음에 킹크랩 먹방이나 찍기로 하고 일단 끓이자.”


먹어야 산다. 살기 위해 먹는다.

먹고 싶으니까 산다. 살고 싶으니까 먹는다.


행위에 대한 까닭이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난 먹을 것을 즐기고 앞으로 즐길 거니까.

그런 내가 냄비에 물을 받고 가스레인지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띠롱.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에 손목을 흔들려다가 직접 확인에 나섰다.


[666-6666]


이게 뭐야? 장난 문자인가?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장난질을 하는 건지.

쯧, 혀를 차며 스팸으로 처리하려다가 틱- 터치를 잘못해 내용을 눌러버렸다.

손가락이 두툼하다는 게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네.

어차피 불법 광고 비슷한 거겠지, 대충 보고 다시 터치하려는데.


[그대의 육체. 매우 탐스럽다. 어떤가? 나와 거래하면 더욱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야.]


광고 맞나? 그렇다기에는 내용이 너무도 생소하다.

아니, 생소함을 넘어 괴상망측할 정도.


‘아··· 이거 설마 그건가?’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자.

숫자 666은 악마나 사탄, 마귀와 같은 불길한 숫자를 뜻한다.

거기에 6666이 더 있지만 어찌 되었건 6으로 숫자를 맞추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건 악마 놀이에 푹 빠진 또라이들이 벌인 수작이라는 것을.


잘 걸렸다. 아침부터 기분이 다운되려던 나에게 이딴 장난을 건 것 자체가 실수.

영혼까지 털어주지!


[심심하냐? 인생 그렇게 살면 즐거워? 방구석에서 워리어인 양 키보드 두들기면 좋냐고 씹탱아. 집 주소 불러, 엉아가 몽둥이라는 약 들고 찾아갈게. 아니면 폴리스 형님들하고 같이 갈까??]


너무 약한데? 내가 이렇게 입이 바른 놈이었나?

좀 더 강하게 나가보자.


[선생님 살아계시는가요? 천고마비의 계절처럼 손가락에 마비와서 아무고토 모타죠? 피유우웅신 새끼. ㅋㅋㅋ 나가 뒈지···.]

[그게 질문에 대한 대답인가? 매우 실망스럽군.]

[응. 안 들림. 장난 문자로 님 신고할거임. ㅅㄱ]


여기까지.

저런 놈들은 한 번 반응해주면 좋다고 더 달려드니 이쯤에서 끝내고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나의 거래에 응하라··· 인간.]


미친 건가? 차단했는데 왜 이래?

나는 너무도 놀라서 스마트폰을 소파에 던져버렸다.

오죽했으면 등줄기에서 주르륵- 식은땀이 흐를 정도.


띠롱.

뭔데 또, 크게 뜨여진 눈으로 스마트 워치를 확인.


[666-6666!]

[666-1818!!]

[1818-1818181818!!!]


“으, 으아악!!”


저리 꺼져 귀신 들린 스마트 워치 새끼야!

거의 뜯어버리듯이 손목에 채워진 것을 소파에 던지고서 뒷걸음질 쳤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몰려오는 두려움.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다.


‘설마··· 진짜 악마라고?!’


악마에도 등급이 있다.

세간에 알려진 정보로는 작은 곤충이나 새 등의 D급 악마. 작은 짐승의 형태를 띤 C급 악마.


이런 것들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프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신앙심이 깊거나 성수, 축복이 깃든 십자가를 집에 놔두면 집에 침입하지 못하기 때문.

저기 소파 위에 걸린 십자가처럼.


그렇지 않고 직접 관여해왔다는 건 최소 B급 악마라는 건데, 이처럼 전자 기기를 악마가 직접 이용한다는 건 금시초문.

그야말로 전례에 없던 일이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던 중이었다.


푸스스스슷.


스마트폰과 워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눈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불길한 연기가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내놔··· 너의 지방··· 너의 육신··· 어서!!!]


저 문구를 보임과 동시에 내 목을 급습해버렸다.


“끄, 끄에엑!”


돼지 살려 아니, 사람 살려!

0.1톤이 넘는 내 몸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숨이 막힘에 죽음이 문턱으로 다가옴을 알렸다.


당장 악마 신고 번호인 1129번을 눌러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주변에 프리스트가 순찰 중이라면 눈치챌 정도로 강한 악마인데 어째서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이곳이 도심과 떨어진 전원주택이라서? 일리 있네.


그때.

내 눈으로 재차 검고 칙칙한 문구가 떠올랐다.


[악마의 거래는 공정해야 한다. 고로 내기를 하지.]

“내··· 내기···??”

[나의 저주를 받고 생존하라. 그리하면 나 폭식의 악마는 깔끔하게 물러설 것이니···.]


목이 아프고 숨이 막혀오는 와중에도 난 이 불공평한 내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저, 전혀··· 공정하지 않잖아···!!”

[쳇. 이래서 눈치 빠른 인간은 싫다니깐.]


방금 악마가 혀를 찬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던 때.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악마의 거래라는 것은 모두 공정함에 의의를 둔 것이니···.]


마지막 문구를 확인하면서 내 시야는 흐릿해졌다.


* * *


“허억···!”


꿈인가? 눈을 뜬 나는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꿈 치고는 너무도 생생한 조금 전 상황들.

지금도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한 이질감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꿈이라고만 넘길까?

몸이 막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아도 이질감이 신경 쓰여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666


“어···?”


마치 문신처럼 목에 남겨진 숫자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끝이었다면 좋았을걸.


<폭식의 저주>


수상한 홀로그램 창이 뜨면서.


<섭취하는 1kcal만큼 몸무게 1g이 증가한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문구들이 떠올랐다.


[70kg 미만 : 매일 용돈 100만원과 행운이 찾아옴]

[80kg 미만 : 매일 용돈 100만원]

[90kg 미만 : 매일 용돈 50만원]

[100kg 미만 : 매일 용돈 10만원]

[100kg 이상 : 용돈 0원, 매일 얼굴이 부어있음]

[110kg 이상 : 근력 저하, 소화 능력 저하]

[120kg 이상 : 만성 피로, 뛰지 못함]

[130kg 이상 : 무기력증, 폭식 확률 증가]

[140kg 이상 : 호흡곤란, 다리 골절]

[150kg 이상 : 돌연사]


작가의말

여름이라서 쓰게 된 글입니다!

다 같이 다이어트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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