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작은 늘 그렇다. 그리하여 지금이 있다.

살 찌면 죽는 저주 걸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미스터주
작품등록일 :
2024.06.29 22: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1:3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63
추천수 :
14
글자수 :
38,008

작성
24.07.03 11:30
조회
28
추천
3
글자
12쪽

악마보다 악랄한 친구들

DUMMY




“야야, 저기 네 남친 지나간다.”

“어디? 어디? 아··· 이 미친년아!”

“캬하하하학!!”


외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삶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으니까.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것들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기도 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할 때면 주변의 시선이 모이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프리미엄 고급 보디.

그럴 때면 나만의 주문을 외운 후에 빠르게 볼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큰 사람도 있고 더 무거운 사람도 있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초고도 비만형 인간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자면.

말라깽이와 돼지가 있을 때, 난 후자에 속한다는 것.


그럼에도 나는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거다.

나만의 신체에 자부심을 느끼며 남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 * *


“이제 와 살을 빼라니··· 나 안 해!”

“아니, 왜 기회를 줘도 먹지를 못해? 존나 맛있는 저주잖아!”

“내, 내 살 탐내지 마! 지방도 모두 내 거야!”

“하··· 진짜 안 되겠네.”


강건하게 거절을 표하는 나와 질겁한 표정의 차무열.

그렇게 쉽게 살을 뺄 의지를 각성했으면 내가 진즉에 뺐지.

당장 돈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빚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살을 빼서 돈을 번다는 발상은 나에게 메리트가 없다.

없으므로··· 거절한다!


“언제까지 돼지로 살 거냐고!”

“내 맘이야! 자꾸 강요할 거면 꺼져!!”

“꺼져? 난 촛불이 아니니 꺼질 수 없다.”

“···진심 재미없네.”

“됐으니까 살 빼 보자고 친구야!”

“아- 싫다고···!”


엎치락뒤치락.

소파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데굴데굴.

완강하게 거절 의사를 표해도 차무열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씩- 씩- 콧김을 뿜더니 호흡을 고르며 자세를 정돈한다.

왜, 태권도로 사람 칠 생각인가? 그렇다면 친구고 뭐고 바로 신고다.

이 생각이 틀렸다는 건 다음에 보인 행동에서였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기다려!”


띠리릭.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밖으로 향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잘한 짓인지 못난 짓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의 난 비밀번호를 바꾸려 일어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는 것뿐.


* * *


늦은 저녁 시간.

피곤하고 허기져 숨만 겨우 쉬고 있던 때.


띠띠띠띠- 띠로롱.


도어락이 열리고 누군가 찾아왔다.

보나 마나 차무열이겠지. 애써 외면하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는데.


궁궁궁궁.


장판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심상치 않았다.

이를테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느낌.


‘설마···?’


엄습하는 불길함에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고.

기계처럼 돌아간 고개로 인해 내 눈은 보게 되었다.


“봐봐. 이 지랄하고 있다니까?”


차무열. 그리고.


“흠··· 드디어 인간의 삶을 포기한 건가?”


그 옆으로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서 있는.

몸에 착 달라붙는 저지에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한 머리카락을 꽁지처럼 묶어서.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는 한 명의 여자.


“차사범. 쟤는 왜 데려왔어?”

“네가 말로 하면 안 들어 처먹을 거 같아서.”

“그래도 저건 좀···.”


따지고 싶은 심정에 본격적으로 입을 열기도 전.


“안녕 모세. 오랜만이네?”


여자가 내 머리맡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 인사가 반갑게 느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


“사람한테 저거라고 하면 되겠어, 안 되겠어? 응? 오랜만에 초크 좀 걸어줘?”

“···안녕 보라야.”

“그래. 그래야지 후훗.”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건네자 생긋 웃으며 소파로 향해 안착한다.


저 여자의 이름은 도보라.

내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만 차무열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친구의 친구이기도 하다.

키도 크지 않고 체구도 작아 툭- 치면 날아갈 것 같은 신체이지만, 결코 얕보아서는 안 된다.


“아, 여기는 왜 이렇게 더워? 남쪽이라 그런가? 아니면 바이크를 타고 와서 그런가?”


지이익- 지퍼가 내려가고 드러나는 몸매를 보라.

검은 끈나시 하나만을 걸쳐서 에로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정신이 해이해진 것이다.


불끈! 두둑- 울끈!


도보라의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

작은 키에 옷을 입으면 왜소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벗으면 웬만한 남자는 허리를 꺾을 정도로 단련된 신체의 소유자다.


나에게는 거북스러운 존재.


어렸을 적에 셋이서 모이면 항상 내 볼살을 만지며 ‘만두다!’ 놀리고 뱃살을 만지며 ‘이 안에 아기 있어?’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쳐댄 존재.


그때는 그냥 넘어가기도 했는데 이게 나이를 먹으면서 변질되어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나 고백할 게 있는데··· 오늘 내 스파링 상대가 되어 줄래?’ 이라든가.

‘잠깐 눈 좀 감아줘. 펀치 머신이 눈 뜨고 있으면 이상하잖아?’ 이런 식으로.


‘내 맷집이 약했으면 벌써 절교했겠지···.’


그런 막돼먹은 여자가 찾아왔으니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된 거다.

하지만 저주의 힘으로 그것조차 귀찮아져 곧 몸에 힘을 풀게 되었다.


“사범한테 다 들었어. 모세 너 저주 걸렸다며?”

“···그래.”

“보아하니, 사람에서 돼지가 되는 저주에 걸린 거 같은데. 맞지?”

“아니거든···.”

“이상하네. 날 보고도 그렇게 널브러져 있는 너의 모습은 영락없는 돼지인데 말이야?”


대꾸하거나 반박할 힘이 없다. 눈을 마주칠 기운도 없고.

그렇다고 먹을 걸 입에 넣어달라 하기도 싫다.

지금은 씹는 행위조차도 하기 싫어 죽겠거든.


그러한데.

갑자기 왜 주변이 조용해진 걸까?

둘이서 작당모의라도 하는가 싶어 고개를 삐딱하게 옆으로 돌리는 순간.


“간다! 스플래시!!”

“미, 미친···!”


콰드득!!


“크허억!!”

“끼야호우~ 시원하다! 이 맛에 모세를 만나는 거지!”


도보라가 소파에서 날아올라 전신으로 내 몸을 강타하는 바람에 숨이 멈출 것만 같다.

안 그래도 힘이 없고 배고픈데 고통까지 더해지니 진심으로 죽을 맛을 느끼던 중.


“하하하! 나도 할래! 세준아 빨리 일어서 봐! 겨루기 한판 하자!”

“아 뭐야, 나 아직 안 끝났거든? 다음은 암바다!”


나의 친구들. 소중한 친구들.

내일모레면 나와 함께 앞자리가 바뀌는 그런 녀석들은.


“끄악··· 끄에엑!”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나를 좋아해 주고 함께 놀아준다.

너무도 기뻐서 눈물이 흐르니, 잠시 저주에 관한 것을 망각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끼에에엑!!”


* * *


늦은 저녁.


“배달이요.”

“네, 수고하세요!”


차무열은 마치 자기 집인 양 배달을 시켜서 테이블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난 퍽퍽살. 곧 있으면 여름이니까 관리해야지.”

“보라 너는 군살도 없으면서 먹는 거에 철저하다?”

“흥, 이게 다 관리를 하니까 없는 거야. 저기 누구처럼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고.”

“하긴. 그건 인정.”


죽인다. 진짜 죽인다.

크으, 치킨 냄새가 진짜로 죽여준다.


한차례 겨루기와 레슬링, 인간 샌드백 등등이 끝난 후.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배고프다며 밥이나 먹자는 도보라의 말에 차무열이 행동으로 보인 것이, 저기 펼쳐진 아름다운 치킨의 자태.


“나, 나도··· 으어어.”

“보라야 세준이 닭가슴살 하나 줘도 돼?”


도보라는 고개를 저었다.

양손을 보면 이미 닭가슴살 두 덩이를 쥔 상태였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음. 어쩌지? 다른 부위를 먹으면 칼로리가 높을 텐데.”

“다, 다리··· 다리!”

“응~ 안 돼.”


탐스러운 닭다리 하나를 손에 들고 내 눈앞으로 흔든다.

그 행동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밀어보았으나 역부족.

음식이 눈앞에 있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고!


“그건 그렇고 사범아. 아까 한 얘기가 구라가 아니라는 건 저기 목에 새겨진 문신으로 알겠는데, 그냥 병원 가면 되는 거 아니야?”

“프리스트가 운영하는 병원 말하는 거지? 나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이게 디메리트만 있는 게 아니거든.”

“저주가 저주지 뭐. 다른 장점이라도 있어?”

“흐흐흐 듣고 놀라지나 마.”


안 돼.

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차무열은 도보라에게 말해버렸다.

내 몸무게가 100kg 미만이 되면 발생하는 일들을.


이러면 안 된다. 절대 안 되지.

아직 확신도 없는 내용을 랄부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믿고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랬을 터인데.


“80kg 미만이면··· 100만원?”


저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들은 도보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하루에 PT를 빡세게 뛰어도 거기서 거긴데··· 100만원? 한 달이면 3천··· 1년이면······ 3억 이상?!”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조개 속에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다이아 원석을 발견한 것처럼.

아니다. 그냥 맹수가 먹잇감을 찾았다고 하자.

그런 눈빛을 띤 도보라는 내 앞으로 닭가슴살을 내밀며 말했다.


“세준아~ 이거 먹을래? 내가 특별히 양보해 주는 거야.”

“으읍! 읍!”

“그리고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이가 적지 않잖아? 어때, 살 한 번 쫙 빼면 이 누나가 결혼까지 생각해 볼게.”

“거, 거절! 한사코 거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내 복근 만져볼래?! 일은 내가 할 게 넌 집에서 운동만 해!!”

“끄에에엑!”


저돌적으로 들이대는 도보라를 밀어내고 있자.


“푸핫! 프하하하하하!!!!”


차무열이 폭소를 터트렸다.

어찌나 크게 웃는지 귀가 먹먹할 정도.

나도 그렇지만 아마 처음 볼 거다. 도보라가 남자를 향해 이렇게 들이대는 모습을.


물론.

반쯤 농담으로, 나머지 반도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기에 웃는 거겠지.


“쳇! 안 넘어오네. 이참에 내 헬스장에 처넣으려고 했는데.”

“그럼 그렇지···.”

“왜, 아쉬워? 그럼 진심으로 다이어트 한번 해보든가.”


이게 말이야? 방귀야?

마지막 말이 의아하여 시선을 마주하려 했지만, 이미 고개를 돌려 닭가슴살을 뜯어 먹느라 바빴다.

그때.


“자 세준아? 이거라도 먹어 볼래?”


치킨무 하나를 포크로 찍어 내 앞으로 내미는 차무열이 보였다.

이런 의리도 없는 배신자 새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시큼한 냄새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좋은지···.


“줘, 줘! 달라고!”

“어허. 안 되지. 음식은 똑바로 앉아서. 식사 예절 안 배웠어?”

“포크로 찍어버리기 전에 달라고···!”


요리 보고. 저리 보아도.

치킨무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낚싯대에 묶인 미끼로 고양이와 놀아주듯이 허우적거리기만을 반복.


이것도 하다 보니 금세 지쳐서 지면과 합체 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근데 생각해 보니 개빡치네.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냐? 여기는 내 집이라고···.”

“응? 근데 세준이 네가 오라고 했잖아.”

“그럼 악마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봐 주든가! 먹지만 말고!”


우걱우걱. 챱챱!

와구와구- 쪼옥!


약간의 서러움이 담긴 일갈을 내질렀는데도 둘은 도리어 먹는 행위에 집중했다.

먹고 또 먹고 계속 먹고.

점점 사라지는 치킨들, 줄어드는 치킨무, 꿀이 떨어지듯 흐르는 양념까지!


모두 먹어치운 후에야 둘은 나에게 시선을 모았다.

매우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면서.


“이미 하고 있잖아?”

“그래. 아주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왜.”


무엇을?


“지옥에서 돌아온 다이어트를.”

“황천의 뒤틀린 식단 조절을.”


둘의 대답을 들은 나는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뼈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사람인가? 이 악마보다 악랄한 새끼들!’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두었다는 것을.

그것이 비록 악마보다 더한 친구라 하더라도.

그로써 내 신념에 어긋나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래··· 한다. 한다고! 하면 되잖아!!!”


인생 첫 다이어트를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살 찌면 죽는 저주 걸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나홀로 무대 위에서 NEW 4시간 전 6 1 12쪽
6 그만해... 이러다 토끼되겠어 24.07.06 10 1 12쪽
5 셀러리는 맛이 없었다 24.07.05 15 1 12쪽
4 다이어트는 스트레칭부터 24.07.04 24 2 12쪽
» 악마보다 악랄한 친구들 +1 24.07.03 29 3 12쪽
2 친구야 도와줘 +1 24.07.02 31 3 12쪽
1 저주에 걸렸다 +2 24.07.01 4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