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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SUN 님의 서재입니다.

귀문(鬼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드라마

성민SUN
작품등록일 :
2023.08.07 12:29
최근연재일 :
2024.04.12 17:00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8,554
추천수 :
917
글자수 :
838,629

작성
23.12.20 17:00
조회
31
추천
5
글자
11쪽

할아버지

DUMMY

“그럼 전화 좀 쓰겠습니다.”


“네 그냥 쓰십시요. 저는 일을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옆에 있는게 불편하시면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처음이랑 달리 믿음직하고 무거운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개인적인 통화도 괜찮을 거같다.


“네 저 그럼···”


전화 수화기를 들고 숨을 크게 쉰다.


다이얼을 누르고 통화음이 한참 울린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중년의 여자 목소리다.


“여보세요? 저 안드레아입니다. 어머니”


사무장님 어머니 소리에 놀란듯 하지만 이내 못들은 척 일에 몰두한다.


“여쭤 볼 게 있어서 한번 만나뵈야 될거 같습니다.”


침묵이 흐르고


“무슨 일에 얽혔구나. 니 옆에 뭔가 사람이라기에는 특별한 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또 뭐지 원한 보다 그리움이 사로잡힌 령도 있구나. 지금 어디냐 니가 있는 곳이 내가 가마.”


“와 주시면 저는 감사한데··· 이 곳이 아닌 밖에서 만나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 그러자꾸나.”


“그럼 주소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가리고


“사무장님 여기 주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번호랑···”


사무장은 얼른 메모지에 적어서 전달한다.


“어머니 적을 준비 되셨습니까?”


주소와 전화 번호를 불러준다.


“일단 지금 내가 바쁘니 약속을 적은 수첩을 보고 곧 가야할 거같다. 머물 곳이 필요하구나. 이 일은 조금 시간이 걸릴 일이다. 산자와 죽은자가 같이 해결해야 될 문제다. 성진아. 아가··· 미안하구나. 너를 보면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요.”


“신부님~”


해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맑은 소리는 뭐니? 샘물 같은 소리가 들리는 구나. 생전 처음 들어본 소리다. 내가 얼른 내려갈 터이니 자세한 일은 만나서 하자꾸나. 끊는다 성진아.”


어머니는 한번도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불러 주신 적이 없으시다. 성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신다. 보육원에 있을때는 멀리나마 지켜보셨지만 사제서품을 받고는 뵙기가 어려웠다. 간간히 편지나 전화로 연락을 하다. 구마사제를 하게 된 걸 아신 후 종교를 불사하고 성당에 와서 주임신부님의 멱살까지 잡으신 분이다.

가느다란 몸체와 고운 얼굴로 어떻게 그러셨는지 어미라는 마지막 발악이었으리라. 박수무당이라는 것땜에 남에게 손가락질 당하는게 싫어 사제를 시켰는데 무당 같은 구마의식을 한다고 해서 가슴을 두드리며 원망을 했더랬다.


“성진이가 누구에요?”


해수는 귀도 밝다.


“해수 목소리가 들렸어?”


“어떤 아줌마인데 조금 해인언니 같았어요. 근데 조금 무서운 해인언니? 크크크 근데 신부님보고 성진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안드레아 성진이에요?”


‘이 녀석 궁금한거도 많네’


“해수도 엄마 있지? 신부님도 낳아주신 엄마가 있단다.”


“아 진짜요? 하나님이 낳은게 아니고 엄마가 낳은 거에요? 진짜? 우와 나랑 같네”


“응 신부님 어머니야. 해수 보러 오신데···”


“우와 나 신부님 엄마 만나요? 우와 우리 엄마한테 이쁜 옷 사달라고 해야 겠어요.”


뭔지 신난 해수를 보니 방금 했던 걱정도 가셔지는 거 같다.


“해수야 잠이 안 오니? 그럼 같이 책을 볼까?”


“음··· 네···”


이때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 해수야 해수 있었네···”


무생이다. 땀을 흠뻑 흘리며 성당으로 뛰어왔다.


“신부님 저기 수녀님은요?”


“왜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해수가 집에 가야 할 거 같습니다. 아버지가··· 저희 아버지가···”


이때 로살리아 수녀님이 아이들은 재우고 나오신다.


“무슨 일입니까”


“수녀님 저희 아버지가 갑자기 위중하십니다. 해수를 마지막으로 봐야 할 거같은데···”


“며칠 사이 에요?”


무생 연신 땀을 흘린다. 이때 인애도 뒤따라온다.


“수녀님 아버님이 며칠사이 일어나지 못하시더니 왕진 온 의사 선생님도 안되겠다 하십니다. 마지막인데 해수를···”


로살리아 수녀님 알았다는 듯이 해수의 겉옷을 가지러 간다.


“저도 같이 가시지요. 마지막이시라면 편안히 보내 드려야 합니다.”


“무슨일입니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오셔서 해수를 봤는데···”


무생 이내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아빠 할아버지가 어디 아파요? 아닌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해수 잘 갔다오라고 했는데···”


“해수야 할아버지가 아프신데 해수 보고 싶다 하신다. 신부님 저희 아버지 마지막 가는길 잘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며칠사이다 이미 폐암말기라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며칠사이다. 큰아들 집 방문도 해수와 산책등 혼자서도 거동을 하셨다. 근데 갑자기 몸이 안좋아 지셨다니 안드레아 신부는 마지막 길이라 하늘이 허락해 주셨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로살리아 수녀님이 빠른걸음으로 해수의 옷과 가방을 챙겨서 나오시기 시작한다.

정신이 없는 무생과 인애를 진정 시키고 해수의 옷을 입힌다.


“루치아 자매님 먼저 집에 가시지요. 저는 준비를 하고 바로 뒤 따라 가겠습니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해수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바로 따라 갈겁니다. 시간이 조금은 있으실 겁니다. 얼른 가십시요. 해수는 제가 바로 데리고 갈 테니 걱정 마십시요.”


“해수야 엄마 먼저 갈 테니···”


인애 말을 잊지 못한다.


“루치아 얼른 가세요.”


로살리아 수녀가 얼른 다독이며 보낸다.

인애와 무생은 손을 잡고 나선다.

해수를 바라보니 어린 아이지만 뭔가 아는 것만 같다. 큰 눈에 눈물이 아른거린다.


“해수야 신부님 얼른 준비하고 올께 조금만 기다려라 알았지?”


고개만 끄덕이는 해수다.

로살리아 수녀는 얼마전 마른 몸으로 해수를 찾아 헤매는 조시모(해수 할아버지)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을 훔친다.


“수녀님”


해수가 로살리아 수녀의 옷을 당긴다.


“응 해수야 왜?”


“우리 할배는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한테 가는거에요.”


“할배 아픈거 해수 알고 있어요. 엄마랑 할매가 맨날 우는거 잠 자는척 눈 감고 다 듣고 있었어요. 할배한테 가서 자면 할배가 밤새도록 아파하는거 해수는 아는데 할배가 해수 못잘까봐 참고 있는거 알아서 자는척 했어요.”


어른스러운 해수다. 그 모든걸 다 알고있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지만 아이같지만 않은 해수가 안쓰럽기도 하다. 자기 운명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때, 안드레아 신부가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풀이 죽어 있는 해수를 바라보고 심란한 얼굴에서 이내 미소를 띄며 해수를 바라본다.


“해수야?”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수는 이름을 부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해수야 이제 신부님이랑 집으로 갈까?”


“네~”


사무실을 보니 사무장은 거의 울기직전이다. 신부님은 그런 사무장을 보고 고개를 흔든다. 해수에게 티를 내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그걸 알아듣고 사무장은 손수건을 꺼내 얼른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인다.

로살리아 수녀는 해수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해수야 우리 신발 신고 집에 가자. 할아버지 보러 가자.”


“네 얼른 할아버지한테 가요. 조금 있으면 해수 볼 수 없어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어린 해수에게 할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는 해인에게 충분히 들었다. 그리고 그 집안의 커다란 기둥이자 축이라는 것도 제발 해수가 자랄때까지만 계셔주기를 바란다는 해인의 바램을 들은터라 이 상황이 힘들기만하다.


‘아 맞다 해인씨.’


“해수야 잠시만···”


사무장을 바라보며,


“사무장님 저 전화 좀 쓰겠습니다.”


“네..네”


해인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다.

해수를 잠시 바라보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기다린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법사님이라도 전화를 받으실텐데···’


다시 한 번 더 전화번호를 눌러본다.

오래 신호가 울린 후 포기 하고 끊으려던 찰나.


“여보세요”


남자 목소리인거 보니 법사님이다.


“안녕하십니까 안드레아 신부입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지금 선녀님 안계신데···”


“아 그러십니까? 해수 일 때문에 아니 해수 할아버님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네 해수 할아버지께서 무슨 일 이십니까?”


“아··· 곧 소천하실거 같습니다.”


“···”


잠시 침묵이 흐른다. 법사도 당황한 듯 하다.


“신부님 선녀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불쌍한 해수 어쩌노. 어쩌노···”


“일단 전화 끊겠습니다. 제가 가봐야 될거 같아서요. 수고하십시요.”


“네 알겠습니다. 꼭 전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해수와 나설 준비를 하는 안드레아 신부···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테파노 신부다.


“같이 갑시다. 조시모 형제님 가시는 길 같이 보내드립시다.”


“로살리아 수녀님 오늘 신자 분들이랑 회의는 조금 미뤄 주십시요.”


종부성사(임박한 죽음을 압두고 영혼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의식)를 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스테파노 신부님도 급히 채비를 하고나오신 듯 하다.


서둘러 나서는 세사람 뒤로 로살리아 수녀는 눈물을 글썽거린다.


조금 후 해수 집 앞에 도착한 세 사람 대문이 열려 있어 바로 들어간다.


“루치아~ 루치아님~”


집 안에서 순자가 나온다. 이미 눈물이 범벅이다.


“안녕하십니까 신부님 지금 다들 방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세요. 지금 할아버지가··· “


순자 말을 잊지 못하고 해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해수도 이내 순자의 울음에 대답하듯 눈물을 터트린다.


“해수야 신부님이랑 들어가자.”


해수 눈물을 닦고 울먹거리며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가늘고 약한 기침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눈이 퉁퉁부은 인애가 나온다.


“어서오세요. 스테파노 신부님, 안드레아 신부님···”


조용히 방 안으로 안내하는 인애···

방 안은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무엇을 찾는 듯 힘겹게 숨을 이어가고 있는 해수 할아버지··· 힘든 고통 속에서도 해수를 기다린것만 같다.


해수 뛰어 들어가 할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할배 오늘 해수 유치원 잘 갔다오라고 했으면서 해수 갔다왔는데 할배는 왜 엄마 따라 갈라고 하노. 할매 밉다. 왜 우리 할배 데리고 갈라하고 나쁜 할매다.”


해수 눈에 뭐가 보이는 것 같다.


“아저씨들도 할매도 가라. 우리 할배 나두고 가라고···”


해수 할아버지 힘들게 눈을 뜨고 해수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우리해수 와 우노. 해수야 울지마라. 해수 울면 할아버지가 슬퍼서 더 아픈데···”


“할배 거짓말쟁이다. 할배가 해수 유치원에 갔다오면 같이 논다고했으면서··· 왜 저아저씨랑 할배엄마한테 갈라하는데···”


해수 할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해수의 울음소리에 신부님은 해수를 안아든다.

스테파노 신부 다가와 앉아 해수 할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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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家族(가족) 24.01.02 28 5 11쪽
101 집으로 가는길 24.01.01 28 5 11쪽
100 出喪(출상) 23.12.29 31 5 10쪽
99 신비한 힘 그리고 기도 23.12.28 29 5 10쪽
98 바램과 염원 23.12.27 32 5 10쪽
97 경고(2) 23.12.26 28 5 12쪽
96 경고(1) 23.12.25 32 5 10쪽
95 산자와 죽은자, 그리고... 23.12.22 34 5 10쪽
94 가는길 23.12.21 30 6 10쪽
» 할아버지 23.12.20 32 5 11쪽
92 23.12.19 28 5 11쪽
91 일기 23.12.18 29 5 11쪽
90 동행 23.12.15 32 5 10쪽
89 동희의 비밀 23.12.14 35 5 12쪽
88 찾았다 23.12.13 32 5 11쪽
87 다가오는 시간 23.12.12 35 5 12쪽
86 기다림 23.12.11 41 5 10쪽
85 정보 23.12.08 36 5 11쪽
84 그날 이야기 23.12.07 32 5 9쪽
83 운수 나쁜(?) 좋은(?) 날 23.12.06 34 5 9쪽
82 竊發之患(절발지환) 23.12.05 40 5 10쪽
81 離別(이별) 23.12.04 37 5 10쪽
80 水鬼(수귀) 23.12.01 3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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