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오셨소?”
“그게... 동궁전 상궁이 보내서 왔습니다요.”
“아...”
“혹, 일전에 저희 상궁마마님을 찾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맞소. 내가 가서 찾아뵈었소.”
“아아, 그렇군요. 상궁마마님이 아씨께 전하라는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렇소?”
역시 시녀상궁의 일처리는 틀림이 없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자와 관련된 일인데 모른 척 할 수가 있나. 드디어 궐내에서 세자인 척 하는 서임에게 나의 존재가 알려진 모양이다.
“저하와는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그것이 왜 궁금한 것이오?”
해야 할 말은 안하고 쓸 데 없는 것만 묻는 남자가 심기에 거슬렸다. 세자의 머릿속에 어쩌면 이 사람이 나를 데려가려 온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순간, 세자는 등골에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이 곳을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시녀상궁이 궁금한 것이 많은가 보오.”
“죄송합니다. 저도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
아까까지 서글서글하던 남자의 눈빛이 휙 변했다. 그리고 옷 속에 숨겼던 단도를 꺼내들었다.
“이제 누구도 아씨를 봐선 안 되는 구만요.”
남자가 한 걸음 한 걸음 세자에게 다가왔다. 세자는 잔뜩 긴장하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예 수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데다가 실력도 꽤나 좋았던 세자였지만, 지금 세자에게는 칼도 그 무엇도 없었다. 거기다 서임의 몸이 얼마나 따라줄 지도 의문이었다.
“그러게... 백정의 딸년이 감히 귀한 분의 앞길을 막으려 하셨을까?”
백정의 딸년? 세자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백정의 딸이라.. 내가 말이냐?”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았으면 됐을 것을 왜 상궁에게 입을 놀려 목숨을 재촉하느냐고... 그러게 사람은 지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려선 안 되는 법이여.”
“네가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 알고 있구나.”
“그냥 여기까지나 네년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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