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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운검(別雲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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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협객
작품등록일 :
2016.04.29 02:52
최근연재일 :
2016.06.16 20:2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553
추천수 :
7
글자수 :
14,841

작성
16.06.16 20:25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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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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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유일한 이탈자 - 2

DUMMY

운령 대장과 연수는 해명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눈 다음 그의 집을 나섰다. 외부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연수의 출장 명령을 황실로부터 받아야함은 물론 그녀 개인의 물품도 챙겨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장님.”

연수가 부르자 운령 대장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음? 왜 그러나.”

“그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말했잖나, 별운검의 유일한 이탈자일세.”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운령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외에 사인검을 가진 이가 별운검 내에 몇이나 되는지 알고 있나?”

운령 대장의 물음에 연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열한 명입니다. 대장님까지 포함하면 열두 명이지요.”

“그래, 사인검을 수여받은 이는 고작 열둘에 불과하지. 하지만 열세 번째 사인검이 있다네.”

운령 대장의 말에 연수의 눈이 커졌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 다음은 분명했다.

“그래, 그가 열세 번째의 사인검을 가지고 있다네. 하지만······.”

연수는 운령 대장이 준 충격에 입을 딱 벌렸다.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줄여서 사인검이라 불리는 이 검은 특별한 것으로 사인검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도검장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최고의 주술사들이 동원된다. 이는 좌별운 중에서도 비[雨]의 이름을 부여받은 별운들만이 동원되는데 심지어 은퇴한 좌별운의 힘까지 동원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사인검인 것이다. 때문에 태조(太祖) 이래 현대까지 만들어진 진짜 사인참사검은 고작해야 열두 자루. 한데 그것과는 별개인 사인검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인 것이다.

“그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라가 앗아가 버렸지.”

“네?”

“말 그대로다. 그는 어떤 것으로도 붙잡을 수가 없어. 소중한 것은 모두 나라에 의해 잃어버렸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유일한 이탈자가 될 수 있었고 열세 번째 사인검을 맡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연수는 할 말을 잃었다. 별운검으로 훈련을 받을 때 가장 강조 받는 것은 나라와 황실에 대한 충성이다. 때문에 연수에게 있어서는 대한민국과 황실의 온존이 전부였으니 그녀가 충격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렇다면 그 사람의 실력은 어떻죠?”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운령 대장은 그녀의 질문에 정신이 돌아온 듯 말했다.

“아아, 실력이라면 확실하지. 그 녀석이 이탈할 때 녀석을 막아섰던 우별운과 좌별운 오십 명이 모조리 전투불능이 되었으니까.”

“!”

“그 녀석과 일대일로 겨뤄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서도 없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고.”

“하, 하지만 아무리 사인검의 결계가 있다 해도······.”

“말했잖은가, 그 녀석이 가진 사인검은 특별하다고.”

“특별하다니요?”

“그가 가진 사인검의 이름은 역린(逆鱗)일세. 다른 사인검들의 이름을 생각해보면 답은 나오겠지.”

운령 대장은 그것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수는 무거운 그의 표정을 보며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다음날. 연수는 짐을 챙겨들고 해명의 집으로 향했다. 딱 봐도 난봉꾼인 그와 짝패를 이룬다는 것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운령 대장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었고 뭣보다 열세 번째 사인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반발심을 억눌렀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잠시 후 부스스한 머리를 한 해명이 문틈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신문 안 봐.”

그런 해명의 태도를 보자니 연수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별운검에 있어서 운령 대장의 명령은 황실의 칙명 다음의 절대명제였기 때문에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거수경례와 함께 말했다.

“좌별운 연수, 운령 대장의 명령에 따라 오늘부터 살인사건이 해결될 때 까지 당신의 보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동안에는 잘 부탁드립니다.”

연수의 말에 해명은 그제야 기억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운령 대장한테 부탁받았었지. 근데 나는 보좌가 필요없거든. 그럼 이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명은 다시 문을 닫아버렸고 연수는 그런 해명의 태도에 한순간 벙찌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연수는 무서운 기세로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수십 번 초인종을 누르자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에 졸린 눈을 한 해명이 다시 나왔다.

“신문 안본다고!”

빠악!

해명의 머리가 튀어나오자마자 열을 받을 대로 받은 연수가 운검을 검집 째로 꺼내들고 그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해명은 그대로 운검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엎어졌고 연수는 한숨을 내쉰 다음 그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해명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구구······.”

식탁에 앉아 머리에 찬 물수건을 얹은 해명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연수는 자기가 좀 심했나 싶었지만 임무를 위해선 이 난봉꾼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보좌가 필요없다는 거죠?”

연수의 말에 해명은 따뜻해진 물수건을 말없이 그녀에게 건넸다. 연수의 눈이 샐쭉해졌지만 해명의 대답을 들으려면 물수건 따위를 식히는 일은 별일이 아니었다. 연수가 차가운 물에 적신 물수건을 건네자 해명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봐, 이름이 뭐랬지?”

“연수요.”

“운검의 이름을 물은 게 아니야. 별운검이 되기 이전의 네 본명을 물어보는 거라고.”

“기억나지 않아요. 철들 무렵엔 이미 별운검이 되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렇담 뭐 별수 없고. 한 가지 물어보지. 너는 이 세상이 아름답고 평온하다고 생각하나?”

뜬금없는 해명의 물음에 연수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요. 적어도 우리나라만큼은.”

그녀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해명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그의 웃음에 발끈한 연수가 한마디 하려하자 해명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아, 비웃는 게 아니야. 상당히 순진한 아가씨였군.”

“순진하다뇨?”

“이봐, 세상이 정말로 아름답고 평온하다면 왜 우리 같은 사람 잡는 백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

해명의 말에 연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말도 안 돼는 궤변 같기도 하고 무언가 심오한 뜻이 있는 듯도 한 말이었고 그런 연수를 지켜보던 해명은 피식거리며 말했다.

“이것만 알아둬. 나는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작자들보다 물리적인 힘을 쓰는 녀석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더 많고 뭣보다 내 옆에 있으면 더러운 꼴을 상당히 많이 보게 될 거야. 사람이란 짐승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볼 자신이 있나?”

해명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나은 편이지. 인종 간 차별도 없고 계층 간 갈등도 덜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것이 과연 깨끗한 일로만 만들어진 환경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덧붙여도 사람이란 이기적인 생물이고 힘든 것보다는 편한 것을 원한다. 연수도 별운검이 어둠속에서 행한 여러 가지 공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중에는 끔찍한 살인이 동반된 일도 여럿 있었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동아시아의 맹주나 마찬가지지. 서방국가들이 모두 식민지로 삼았던 지역을 잃었지만 특이하게도 이 나라는 식민지를 잃지도 않았고 아프리카 같은 경우엔 오히려 복속을 원하는 국가가 있을 정도니까.”

“당연한일 아닌가요? 수탈도 없고 강제연행 따위는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뭣보다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원형 그대로 유지시켜줬잖아요.”

“그렇다해도 이상한 일이지 미국이나 서방의 선진국들이 왜 그들의 해방을 요구하지 않을 까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그건······.”

연수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란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생물이다. 지배하던 곳의 주민들이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요구한다면 국제여론상 독립을 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이상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지배중인 아프리카 동부에 대한 독립요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답은 간단해. 그들이 별운검과 별기군(別技軍)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어째서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거죠?”

연수의 말에 해명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봐. 세상에 개개인이 맨손으로 열 명 이상의 무장군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집단이 있나? 그리고 그걸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 뭐, 지형지물의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별운검 열 명이면 완전무장한 보병 1개 연대를 전멸시킬 수 있어. 그것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맨손으로 하이재킹이나 핵발전소를 점거할 수 있지.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무섭지 않으면 이상한일 아닌가?”

“하지만 국제적으로 별운검이나 별기군이 나서는 건 극히 일부의 일 일텐데······.”

“거기다 오직 황실만이 명령을 내릴 수가 있지. 결국 전 세계가 황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거야.”

“그럼 당신의 정체는 뭐죠?”

“운령대장한테 못 들었나?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유일하게 황실에서 자유로운 별운검이야.”

“그럼 이 나라가 당신에게 빼앗은 건······.”

연수의 말이 흘러나오자 해명의 눈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누구에게나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하나쯤은 있는 법. 연수는 자신이 그것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현명한 편이군. 잘 들어둬. 내가 하는 일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지저분 한 경우가 많아. 아, 그리고 나한테 붙어있다간 너도 별운검 안한다고 설치다가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잘 생각해.”

“당신이 뭐라고 하던 내 충성심은 변하지 않아요. 당신이 별운검에서 이탈했다고 나까지 이탈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걸요?”

연수의 말에 해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맘대로 하라고. 그럼 이만.”

해명은 말이 끝나자마자 침대로 향했고 연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외쳤다.

“운령 대장의 부탁은요?”

“구린 일 하는 놈들이 대낮에 돌아다니겠어? 자둬, 이따 밤에 나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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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6.17 22:36
    No. 1

    재밌습니다 부터 올려놓고 이제 댓글 씁니다. 진짜 재밌군요.
    특히, 해명의 머리가 튀어나오자마자..... 그 단락, 아주 좋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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