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최근연재일 :
2024.07.01 14:19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5,943
추천수 :
72
글자수 :
655,973

작성
24.03.02 00:07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64화. 탈출

DUMMY

아래에서 뭐라고 외치든 말든 상관없었다.

도플갱어는 쥐고 있던 인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비루한 몸뚱이가 헛숨을 집어삼키며 옥상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억! 야, 잠깐! 너···, 아니지? 이러면 진짜 다 죽는 거라니까?”


이제 깨달았겠지.

지금 저지른 테러는 아예 머리 깊숙한 곳부터 돌아버린 인간이 벌인 일이라고.

단순히 돈 몇 푼으로 협상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엄벌?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데 교육자가 할 말은 아니지. 너희가 그딴 소릴 하는 건 책임 회피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돌아버리기라도 했어?”

“그렇다고 너희가 진심으로 엄벌주의를 택했을까? ‘친구를 때리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겠다’는 게?”


돈도 통하지 않는다.

사과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해명해야 했다.


“아냐. 때린 애는 졸업하기 전까지 재판만 질질 끌면 되거든. 사실상 아무 효과도 없어.”

“잠깐! 우리도 해결하려고는 했어! 그냥 잘 안됐던 거라고···!”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을 한다? 굳이?”

“교육청은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하니까···! 최소한 보호 효과는···!”


도플갱어는 그 말에 냉소를 지었다.


“너네가 그럴 새X들이야?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그만하자고 할 것들이지.”

“아냐! 우리는 절대로···”

“정말? 너네가 이걸 시작으로 뭘 할 새X들이라고? 그렇게 부지런한 놈들이라고?”


그건 꼭 진부한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로 보였다.

그리고 인질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중얼댔다.


“‘지겨워.’, ‘할 만큼 했잖아.’, ‘죽은 애 팔아서 장사하면 좋아?’, ‘불쌍한 잠수부까지 죄다 죽여야겠어?’”


그건 어떤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 이번에는 ‘똑같이 애 인생 망쳐줬는데 뭘 더해야겠냐’고 하려나?”

“아니, 아···.”

“죽은 애랑 걔 부모를 총알받이로 세울 때 쓰는 레퍼토리잖아, 그거.”


피해자와 유가족을 돌팔매질 당하게 만들었던 사건.

도플갱어는 교육기관이 벌인 일를 입에 담았다.

인간을 팔아 제 안위를 챙긴 짓을.


“이, 이 미친놈이···!”


설득은 통하지 않을 터.

인질은 독기 서린 눈으로 도플갱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이미 개조를 마친 몸뚱이는 순식간에 그 빈약한 무릎에 발을 뻗었다.


콰지끈···!


“으아아아아악···!”

“그래, 너흰 해결이 아니라 ‘파란 약’을 던져준 거야. 다들 사적제재나 하면서 영웅 놀이에 취해 있으라면서, 애들이 죽어 나가는 문제에는 눈이나 돌리고 있으라고.”

“이, X발···! 개X끼가아아아···!”

“그 파란 약은 앞길 창창한 애들 미래로 만든 인육 캡슐이지. 너흰 교육자가 아니라 마약상이고, 그 누구보다 식인종인 어른들한테 팔아재낀 거야.”


인질은 핏발 선 눈을 치떴다.

하지만···,


“너 이 새···, 어?”

“역시 너네는 틈틈이 죽여둬야겠어. 워낙 역겨워서 숨도 못 쉴 지경이거든.”


도플갱어가 자신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마치 신이 선고라도 내리듯이.


“죄,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


화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루한 몸뚱이는 시뻘겋게 타들어 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기름먹은 불길은 꺼질 리 없었고 붉은 광채만 미친 듯이 춤을 췄다.

색깔을 모조리 뽑아내기라도 할 듯, 미친듯이 빛을 쏟아냈다.

한참이나 그렇게 나부꼈다.


“무슨 일입니까! 대답하십시오···!”

“······.”


아래가 요란했다.

무슨 일인지 짐작했기에 더욱 소리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건 끔찍한 일이며, 제발 벌어져서는 안 될 사건이라는 듯이.


도플갱어는 그런 고함을 듣고도 담담했다.

그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옥상 문을 다시 통과한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하도록.


“이, 이런! 소방관님, 어떻게 방법이···!”


건물 아래에서는 이제 다급하기만 했다.

두 사람은 각도 상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 인질이 내지른 비명은 불안한 상상을 자극했다.

그런 상황에서 소방관과 무전기가 내뱉는 말은 단비와 같았다.


“인원 파악 끝났습니다! 탈출해야 할 사람은 옥상에 둘 뿐입니다!”

-여기는 헬기 팀. 옥상에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인질은···, 홀로 남아있다.


경찰이 화색을 띠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범인이 인질을 놓고 물러섰다.

이제 조심히 움직일 필요는 없어졌다.


“여기는 지상팀! 당장 구출과 제압을 진행해주십시오!”


헬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옥상으로 접근하였다.

이제 거리낄 것도 없는 만큼 망설임이지도 않았다.

하늘 위에서는 당장 작전 지시가 오갔다.


“불길 때문에 착륙은 못 합니다!”

“알았다! 다들 사다리로 내려간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구조요원 셋이 줄과 함께 주르륵 내려온다.

발이 옥상에 닿은 순간, 당장 새까맣게 타버린 인질에게로 달려갔다.

사태는 심각했다.

피해자는 흰자만 또렷하게 남고, 나머지는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 살려···.”


새까만 인간이 애처로운 신음을 흘렸다.


“너는 응급조치 시작하고, 너는 나랑 범인 제압을 위해 움직인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대처는 빨랐다.

한 사람만 남겨둔 채, 둘은 범인을 잡기 위해 움직인다.

뜨거운 옥상 문을 열고 아래로 향했다.


“으윽! 이거 내려가도 되는 거 맞습니까!”


뜨거운 내부는 타오르는 이빨을 들이민다.

붉은 불빛과 연기가 타액처럼 줄줄 흘러 두 사람을 소화하려 든다.

방검복으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들 정도다.


“야, 임마! 범인을 잡아야 심문이든 뭐든 할 거 아냐!”

“누가 봐도, 자살 테러잖습니까! 이 불길에서 맨몸으로 갔으면 뻔한 것 아닙니까!”

“···안에 미리 방염 장비를 뒀을 수도 있잖아. 끝까지 살펴.”


교육청에 미리 숨겨두는 일도 한계가 있는 법.

소방관이나 입는 장비를 반입하고 감춰두긴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 건물로 꾸역꾸역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는다면?


콰아아아앙···!


코앞에서 터져나가는 화염은 의심을 더 확고히 만들었다.


“크윽···! 이대로면 다 죽습니다! 이건 소방복이 있어도 못 뚫습니다···!”

“알았다, 철수를···”

“살려주세요···!”


그때,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방금 여기서 있던 일과는 전혀 관련 없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지상팀 새끼들! 도대체 인원 체크를 어떻게 했길래 여자애가···!”


어린 여자아이가 화염을 뚫으며 다가왔다.

도대체 교육청에 왜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확실한 건, 지금 당장 구해내야 한다는 거겠지.

찾지도 못할 범인은 포기하고서.


“얘야! 아저씨 꽉 붙잡아···!”


요원은 가녀린 여자아이를 안아 들고선 당장 발길을 돌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옥상으로 달려가, 닫아두지 않은 문을 다급히 통과했다.

시원한 공기가 생명줄처럼 들이쳤다.

이제 어둑해진 하늘이 바깥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철수 준비해!”

“팀장님, 범인은···.”

“어차피 애가 있어서 수색도 더 못 해! 나갈 준비나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에 탄 인질은 비닐 가방에 안치시키고서 새롭게 내린 로프와 연결했다.

그리고 아이와 요원은 사다리를 통해 다시 헬기 안으로 들어갔다.



***


“빨리 환자를 응급실로!”


병원 복도가 요란했다.

당연했다.

거의 숯 더미가 되어 버린, 중증 화상 환자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너무 상처가 심각합니다!”

“화상 전문의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

“쇼크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여자아이도 있었다.

방화 사건에서 발견된 어린애였다.

소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은 어딘가 차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유, 그 험한 일을 겪어서 어째···.”


물론, 주변은 알아서 지레짐작해댔다.

괴롭고 혼란스러울 거라고 말이다.

하긴,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용의자라고 의심할 수 있을까?


작고 여린 여자아이가 흉악한 사건에 얽혔을 뿐이겠지.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보호해줄 방법도 없다.

더군다나 주변에 있는 건, 다정한 부모가 아니라 정복을 입고 있는 경찰이었다.


“얘야, 언니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

“아직 말이 안 나오니?”


부모는 보이지 않고, 충격을 받았는지 말도 못 하고 있다.

여러모로 가슴 아픈 상황이다.


“으응···.”

“왜?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이가 몸을 배배 꼬면서 일어났다.

그건 꼭 어딘가 불편하기라도 한 기색이다.


“화장실이라도 갈래?”


가녀리게 끄덕이는 머리.

경찰은 다급하게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두리번대면서 당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헤매긴 했지만, 금세 사람 모양 기호가 있는 입구를 찾아낸다.


“얼른 들어가자.”

“······.”

“왜 그래? 화장실 가고 싶은 거 아니었어?”


아이는 그 손에 마냥 이끌려가지 않았다.

꼭 고집이라도 부리듯이, 경찰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아···, 창피해서 그래? 괜찮아. 언닌데 뭐 어때?”

“······.”

“그래도 싫어? 이걸 어쩐다···.”


경찰이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시선을 낮추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언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혼자 해결할 수 있겠어?”


다소 너그러운 제안이 나왔다.

물론, 주요 관계자이기에 계속 감시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나이와 현재 상태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 양보는 합리적이었다.

오히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공권력의 과잉 행동이라고 비판받겠지.


아이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보고 있지는 않은가 확인하고서 발을 옮긴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후우.”


작게 내쉰 숨.

아이는 이어서 멈추지 않고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어딘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예리해진 눈빛은 혹여 발걸음이 있지는 않을까 확인하고 있었다.


“······.”


확인이 끝났다.

동시에 움직임도 빨라졌다.

여린 몸으로 힘겹게 변기 물받이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선 비닐로 포장된 가방이 나왔다.


작은 손이 젖은 물건을 물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포장을 뜯어냈다.

성급할 만큼 신속한 손놀림이다.

도대체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길래 이럴까?


“···시킨 대로 잘해놨네.”


아이는 중얼대면서 지퍼를 열었다.

소지품으로 옷가지, 여자 사진, 육포가 나온다.

무슨 목적으로 숨겨둔 물건인지, 누가 그랬는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여자아이가 들어갔던 칸막이에서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나왔다.

후드티를 입고 있고 가방을 멘 모습이 일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래, 평범한 여자.

아무런 의심도 할 거리도 없는 사람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경찰마저도 자연스레 지나쳐 병원 복도에 녹아들려고 한다.


“저기요!”


그때, 경찰이 여자를 갑자기 불러세웠다.

뭔가 눈치라도 챘을까?

분명한 위기였다.


“···왜요?”


작가의말

이 소설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완결이 납니다.

다만, 제가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서 쓰는 동안 괴로웠고 지쳤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가려면 체력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서 곤두선 신경을 쉬어야 회복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 알람은 꺼두고, 한 주는 휴식을 취하려고요.

미리 써둔 분량은 아래에 있는 일정대로 올라옵니다.


(별 차이는 없을 겁니다.

원래도 댓글은 딱히 다시는 분은 없으셨으니까요.

아무 말 안 하고 쉬어도 될 것 같긴 한데, 그냥 조금 찝찝해서 남깁니다.)



*이번에 오는 토, 일, 월, 화- 오전 10시 10분, 오후 3시 10분.

*이후 연재는, 그 다음주부터 주 4회로 변경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64화. 탈출 24.03.02 19 0 12쪽
63 63화. 테러리스트 24.02.29 17 0 12쪽
62 62화. 불 필요한 건물 24.02.28 19 0 12쪽
61 61화. 불가해한 잘생김 24.02.27 23 0 12쪽
60 60화. 숨막히는 잘생김 24.02.27 24 1 12쪽
59 59화. 아득한 잘생김 24.02.26 21 0 11쪽
58 58화. 압도적인 잘생김 24.02.26 20 0 12쪽
57 57화. 법인 관리 24.02.25 19 0 12쪽
56 56화. 장천선 24.02.25 18 0 11쪽
55 55화. 재회 24.02.24 20 0 12쪽
54 54화. 성역 24.02.24 17 0 11쪽
53 53화. 성범죄자 목사 24.02.23 21 0 12쪽
52 52화. 타투도 패션? 24.02.23 17 0 12쪽
51 51화. 역겨움 24.02.22 20 0 13쪽
50 50화. 밥 +2 24.02.22 18 1 12쪽
49 49화. 보수적인 남자, 진보적인 여자 +1 24.02.21 22 1 12쪽
48 48화. 게으른 자살 +1 24.02.21 23 1 12쪽
47 47화. 혁명 마렵네 +1 24.02.20 25 1 12쪽
46 46화. 따뜻한 자본주의 +1 24.02.19 25 1 12쪽
45 45화. 따돌림 +1 24.02.16 26 1 12쪽
44 44화. 여고 앞 +1 24.02.15 34 1 13쪽
43 43화. 미련과 후련 +1 24.02.14 31 1 12쪽
42 42화. 절연 +1 24.02.13 31 1 12쪽
41 41화. 이간질 +1 24.02.12 32 1 12쪽
40 40화. 고양이 +1 24.02.09 34 1 12쪽
39 39화. 동료가 되어라 +1 24.02.08 37 1 12쪽
38 38화. 한강 다리 +2 24.02.07 38 1 13쪽
37 37화. 정신 붕괴 +1 24.02.06 40 1 12쪽
36 36화. 끊긴 필름 +1 24.02.05 42 1 13쪽
35 35화. 선물 무더기 +1 24.02.02 4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