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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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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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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507

작성
17.11.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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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22. 다섯 개의 싸움 1

DUMMY

개방도들의 개입으로 인해 완전한 혼전으로 치달은 전장은 다섯 개의 싸움으로 오히려 차분해지고 열기를 잃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싸움이 만들어 내는 열기와 웅장함이 나머지 혼전의 열기를 모두 흡수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검을 휘두르기 보다는 다섯 개의 싸움을 곁눈질 하고픈 욕구가 더 커졌고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임을 점차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명 두 명씩 싸움을 멈추고 다섯 빈객과 삼마존, 남궁이현, 허세학의 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보단 다섯 싸움의 승패가 오늘 전투의 승부를 결정하리라 짐작한 때문이기도 했다.

“저게 이현이 맞습니까?”

남궁식호가 함께 파견나온 남궁식연에게 놀라 묻는다. 물으면서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남궁이현과 등지윤의 싸움에 고정되어 있었다.

남궁식연의 동생뻘인 남궁식호는 남궁이현이 영웅대회 참관을 위해 합비에서 무한으로 떠날 때 보곤 그 뒤에는 못 봤던 것이다. 그가 아는 남궁이현은 비록 그 항렬에서는 출중한 무재였지만 저리 대단한 고수는 아니었다.

“이현이 맞네.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을 아는가? 앞으로는 더욱 눈을 비비고 이현이를 봐야 할 것이야. 허허.”

남궁식연이 흐뭇한 웃음으로 남궁이현을 본다. 현무당 특수조로서 정주로 파견나와 무악산에서 남궁이현과 죽을 위기를 겪은 그였다. 그때 남궁이현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이미 보아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모습은 그때보다 더욱 발전한 것이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덮친다 했던가? 남궁이현의 발전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임을 익히 알 수 있었다.


다섯 개의 싸움 중 가장 치열한 듯 보이는 싸움은 도刀와 도刀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승부가 가장 빨리 난 싸움이기도 했다.

귀혼귀도歸魂鬼刀 엄위연嚴威然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조금씩 수세로 변하는 전세를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에서도 밀리기 시작하자 속도와 변화에서 더욱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자신의 이마에 솟는 땀방울이 굵어질수록 상대의 입가에 어리는 여유는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자니 더욱 울분이 치솟아 이마의 땀방울을 굵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한번에 승부를 보자’

엄위연은 크게 도를 한번 휘두른 후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재정비를 위한 것이다. 상대인 도마존도 그것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애써 공격해오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를 볼 텐가?”

도마존이 엄위연에게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엄위연도 삼마존의 위명은 익히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장년줄에 있는 그들의 호기가 소문을 부풀렸다 생각했다. 그런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비록 빈객청내에서 최상위급에 속한 자신이었지만 역부족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도마존의 질문에 엄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조금 민망했고 부정하기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엄위연이 대답대신 자신의 짧지만 동근 도를 한번 흔들었다. 마치 도에 난 땀방울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오라.”

도마존이 다시 한마디를 내뱉었다.

엄위연에게 도마존의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입가의 여유대신 어금니를 꽉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엄위연은 가슴 속의 울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상대로부터 인정받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엄위연이 허공을 박차며 짧고 폭넓은 둥근 도를 하늘을 향해 곧추세우더니 도마존에게로 쏘아져갔다. 날아가는 엄위연과 그의 둥근 도는 이미 하나가 되었다. 방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몸짓이었다.

도마존이 자신의 커다란 도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도의 회전에 따라 먼저 바람이 뭉치기 시작하고 이어 바람과 도강刀剛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섞이기 시작한 바람과 도강은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은 회전에 따라 계속 응축되었고 응축될수록 은은한 빛은 밝은 빛으로 변해갔다. 그리곤 날아오는 엄위연을 향해 폭사하듯 쏘아져 갔다. 도마존 절기 중 하나인 회류관廻流貫이었다. 회오리 치는 물이 상대를 꿰뚫어 버린다는 절기였다.


쩍, 컥~

커다란 폭음이 생길듯한 분위기였지만 의외로 폭음은 들리지 않았고 경쾌한 파열음 하나와 격하지만 짧은 비명성 하나만이 들렸다. 그리곤 허공에 뜬 채 도마존을 향해 날아가고 있던 엄위연이 허공중에 정지한 채 잠시 머물더니 이내 수직으로 땅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쿵···

엄위연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였고 이어서 그의 둥근 도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아직은 뜨거운 사 엄위연의 체死體 위에 떨어져 내렸다. 엄위연은 짧은 비명성 한토막과 함께 절명絶命한 것이었다.


팡. 파파파팡~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파공성破空聲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파륜권破輪拳 맹공위孟攻圍와 권마존이 내뿜고 있는 권풍拳風 소리였다.

둘의 싸움은 근접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싸움도 싸움이지만 둘의 체구가 볼만했다. 맹공위의 체격이 권마존의 두 배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뻗는 주먹의 양상도 매우 달랐다. 맹공위가 커다란 주먹을 한 번 내뻗을 때, 권마존의 주먹은 두 번 나갔고 게다가 발까지 한 번 뻗었다.

둘의 공방은 체구와 주먹의 횟수가 달랐지만 그런대로 팽팽했고 어디로 기울지 않았다.

상대방의 주먹이 날아오면 피하거나 팔꿈치 등으로 막으면서 이내 자신의 주먹을 뻗었고 상대도 역시 피하거나 막으면서 숨 한번 돌릴 여유도 없이 근접 박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권마존의 주먹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거세진 반면 맹공위의 주먹은 그대로였기에 점점 팽팽하던 기울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얘기가 있고, 가랑비에 옷 젓는다는 말이 있으며, 잔매에 골병 든다고 했다. 그렇게 권마존의 주먹이 점점 맹공위의 몸에 닿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쐐애애액~

공기를 찢듯이 허공을 가르며 뱀처럼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날아오는 요화의 하얀 손은 일견 요란한 춤사위 같았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것이 극독劇毒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알고 당하는 것이 요화의 손톱이었다.

요란하고 화려한 요화의 춤사위 같은 손짓에도 불구하고 요화의 상태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연분홍 무복은 짙은 핏빛으로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고 몇 군데는 검에 잘려 나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몸매나 속살만 본다는 아직 촌놈 서넛 후리기는 예사일 쯤으로 보이는 요화였다.

요화의 손짓이 요란하고 화려한 춤사위 같다면 맞서고 있는 검마존의 보법 역시 현란하고 신묘했다. 이리 저리 전후좌우로 발걸음을 옮기며 요화의 손톱을 피하면서 절묘한 시점에 검을 찌르거나 베어가는 검마존의 몸짓도 그런 의미로 또 하나의 춤사위라 할 만했다.

요화가 한 손으로 검마존의 가슴을 할퀴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몸을 빙글 돌면서 다른 손을 쭉 뻗어 검마존의 얼굴을 할퀴려 했다.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고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런 줄 알면서도 구경을 하다가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연속적인 몸짓이었다.

고수들일수록 원거리 싸움을 즐긴다. 자신의 검기나 강기, 장풍 등을 화려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초식도 크고 화려하다. 공격의 반경도 넓어 어느 면에선 효율적이기도 하다. 하나 상대가 피하기 쉽고 공력의 소모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절정 고수 이상의 고수들 중에도 상당수는 여전히 근거리 싸움을 선호한다. 심지어 단순 박투처럼 보이는 손짓발짓으로 승부하는 묘미를 깊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러했고 조爪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그러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독도 즐기는 사람이 있었으니 요화가 그런 인물들 중 하나였다.

요화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손짓에, 독이 묻은 손톱이 검마존의 얼굴과 닿을 듯했다. 하지만 손톱이 검마존의 얼굴에 닿기 직전에 손톱이 멈췄다. 아니 요화의 팔이 멈추었다. 요화가 자신의 손으로 향하고 있던 시선을 내리더니 자신의 복부를 가만히 쳐다봤다. 신경을 거슬러는 이물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컥~

검마존의 검이 자신의 복부를 완전히 관통하고 있음을 본 요화가 그제서야 단발마의 비명을 토해냈다.

요화가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손으로 검마존의 검을 잡아 빼려고 했지만 검마존이 한발 앞서 요화의 복부에서 검을 뽑았다.


컥~

요화의 비명이 다시 한번 토해졌다. 그리곤 검마존이 검으로 요화의 목을 쳐버리자 깔끔하게 요화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번에는 단말마의 비명도 없었다. 검마존이 요화의 고통을 덜어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시대를 풍미해던 요부妖婦 은독조 요화의 삶은 깔끔하게 마감되었다.


요화의 목이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파륜권 맹공위의 신형도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자발적인 상승은 아니었다. 목은 한참 뒤로 젖혀진 채 양팔은 땅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절대 자발적 도약의 자세는 아니었다.

맹공위는 권마존의 올려치는 주먹에 턱을 받아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는 중이었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순간에는 생명이 붙어 있었으나 아마 땅으로 하강할 때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처럼 보였다. 솟구치는 맹공위의 코와 입으로 선혈이 분수처럼 뻗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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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215. 도수陶輸 +2 17.11.06 1,948 45 10쪽
215 214. 첫 격돌 +2 17.11.01 1,974 42 10쪽
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29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6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7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5 46 10쪽
210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5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79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1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6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5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5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8 44 9쪽
195 194. 충격衝擊 +3 17.08.26 2,285 48 10쪽
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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