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도망자
* * *
기차 안.
강민이 휴대폰을 껐다.
“안 받네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겠죠?”
“워낙 강한 분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래도 슈퍼캅 호칭으로 불리는 분인데요.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던 분이라...
그 말에 윤희가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강민이 시계를 보더니,
”자, 이제 우리도 움직일까요?”
윤희가 글썽이는 눈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과 윤희가, ‘목소리’라고 말한 택시기사가 준 작은 가방을 하나씩 들고 화장실로 갔다.
쳐다보던 여자 요원이 자신의 가방에서 ‘음파총’을 꺼내 속주머니에 넣었다.
* * *
강민과 윤희가 몇 십 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여자 요원이 화장실 쪽을 쳐다봤다.
강민이 ‘목소리’의 지시대로 할아버지로 변장하고, 윤희도 아줌마로 변장하고.
‘목소리’가 준 다른 칸 좌석 표를 들고 이동했다.
[이번 역은 대전, 대전역입니다.]
방송이 나오자, 여자 요원이 강민과 윤희가 앉았던 좌석을 봤다.
자리가 비어있자, 여자 요원이 가방과 음파총을 챙겨서 기차에서 내렸다.
하차하는 사람들 속에서 강민과 윤희를 찾았다.
두 사람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차가 출발하려 하자,
부랴부랴 다시 기차에 올라타는 여자 요원.
방송에서,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말과 함께 이윽고 기차가 출발하고.
할아버지로 변장한 강민과 아줌마로 변장한 윤희가 서로 다른 칸에서 내리며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내려 따로 걸어가고 있었다.
강민과 윤희는 사람들 틈에서 어느덧 역 출구로 향하고.
* * *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고.
강민과 윤희가 자리로 돌아오지 않자, 문득 여자 요원이 ‘놓쳤구나’ 표정으로 창 밖을 봤다.
휴대폰을 드는 여자 요원.
* * *
< 대전역 >
주변 군데군데 설치된 CCTV를 피하며 출구로 향하는 강민과 윤희, 기차가 출발하자 기차를 쳐다봤다.
* * *
시골 동네 폐가(대전). 새벽
요원2가 한얀 밴에서 내려 허물어져가는 폐가 안을 들여다봤다.
“이거 우리가 속은 거 같은데요?”
요원 2가 열받는 듯 발로 판자때기를 찼다.
요원들을 미행했던 천 기자 차가 멀리서 라이트를 끈 채로 조용히 들어오더니 주변에 주차했다.
사진 셔터를 누르는 천 기자.
요원1이 전화를 받으면서 사이드 미러로 천 기자의 차를 슬쩍 쳐다봤다.
“네, 네... 알겠습니다. 여기서 가까우니까 지금 즉시 가겠습니다.”
요원1이 전화를 끊고 요원1에게 외쳤다.
“귀신 나오기 전에 빨리 타!”
요원2가 여기저기 사진을 다 찍고 차에 타자 요원2가 즉시 출발했다.
근처 야산에 비석이 없는 무덤 두 개가 보이고.
그 옆을 지나가는 요원들의 밴.
천 기자가 라이트를 끈 채 요원들의 하얀 밴을 서서히 미행하기 시작했다.
따라가다가 사거리에서 하얀 밴이 빠른 속도로 좌측으로 사라지자, 천 기자가 라이트를 켜고 좌회전하려는데 순간,
‘꽝’
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요란하게 천 기자 차를 들이받는 요원들의 밴.
천 기자가 사고 난 차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자, 요원들이 끈을 들고 다가갔다.
“이 새끼 언제부터 달라붙었던 거야? 차 번호 조회해서 박스 기계로 돌려봐!”
“네!”
* * *
대전역 앞 식당 안. 새벽.
할아버지 변장의 강민과 아줌마 변장의 윤희가 서로 따로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TV 뉴스 화면에 강민과 윤희가, 윤희 이모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 화면을 통해 보도됐다.]
뉴스 방송 나오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행방불명인 신경정신과 의사인 강민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강민은 작년에도 정신과치료를 받았던 여성 10여 명을 성추행했으며 피해 여성들이 고발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5년 전, 뇌 수술 전문의로 활동했던 때, 불화가 잦았던 아내의 뇌수술을 무리하게 집도해 아내 사망 후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밥 먹는 것을 멈추고 쳐다보는 강민과 윤희.
뉴스 방송
[그와 내연관계에 있을 것으로 알려진 서울 모 대학 미대생 출신 송윤희는, 이모 내외를 살해한 협의를 받고 있습니다. 방에서 강민의 지문이 발견됨에 따라 사주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살로 위장된 이 부부 역시 거액의 보험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숨을 쉬는 강민과 눈물을 흘리는 윤희.
뉴스 방송
[최근까지 이 두 사람과 접촉한 사람은 어젯밤 죽은 서울 **서 강력반 원동기 팀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원 팀장님 소식을 듣자, 강민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멍하니 TV만 쳐다봤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이 사람’에선 정보 보안법과 방송법 관련하여 어제 낮에 있었던,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란 주제로 방송언론 정화 위원장의 말씀을...]
그때 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목소리
[오느라 수고했소. 이제부턴 서두르시오.]
강민이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계산하고 나가자 윤희도 계산을 한 후 강민과 거리를 두고 뒤따라갔다.
목소리
[첫 번째 만화방으로 오시오.]
강만 앞으로 웬 아이가 쥐잡이 연막탄을 들고 다가왔다.
“할아버지 쥐잡이 연막탄 사세요.”
강민이 아이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목소리
[아이에게서 새 연막탄과 뜯겨진 연막탄 모두 달라고 하시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가려고 하자, 강민이 급히 다가가며
“얘야, 새것 하나랑 뜯겨진 거 하나 다오.”
“네, 만원이에요.”
강민이 만원을 주자 아이가 새 것과 뜯겨진 연막탄을 줬다.
아이가 사라진 후, 강민이 새 연막탄 안을 보니 열쇠가 있었다.
이어폰으로 여전히 휴대폰을 받으며 신호등 건너는 강민과 뒤를 따라가는 윤희.
강민이 허름한 만화방으로 들어가자 윤희도 자연스레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 * *
대전역 주차장.
주차장에 주차하는 요원1,2의 밴.
요원1이 주차를 하며 요원2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찾아봐! 본부에서 원 팀장 복제 휴대폰으로 걸려온 그 전화 이제 추적 가능하다고 하니까... 분명 이 근방인 거 같으니.”
요원2가 금속 가방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띠띠!]
그러자 강민의 휴대폰 위치가 떴다.
“근방에 휴대폰 신호가 강하게 잡힙니다.”
요원1이 차에서 내리며 전파총을 옷 속에 넣었다.
“포켓 추적기로 바꿔! 서두르자고!”
요원2가 또 다른 가방에서 손바닥만한 기계를 꺼내 전원을 켰다.
휴대용 위치 추적기를 따라서 요원들이 움직였다.
뒤쪽 트렁크에, 천 기자가 의식을 잃고 묶여있었다.
얼굴에 핏자국이 범벅이다.
요원들이 대전역 광장을 급한 걸음으로 지나갔다.
* * *
강민과 윤희는 허름한 건물의 지하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깜깜한 만화방에 불을 켜고 문을 잠갔다.
강민은 뒤따라왔던 윤희가 오자 먼저 들어가라고 한 후 주변을 살폈다.
윤희가 고맙다며 안으로 들어가자 검색대처럼 만든 장비가 보였다.
윤희가 지나가고 이윽고 강민이 통과하자 사이렌 불빛이 번쩍였다.
그러자 강민 휴대폰으로 ‘목소리’의 화난 음성이 들렸다.
목소리
[모두 버리라고 했는데 왜 지시대로 안 했소!]
“모두 버렸어요!”
[누군가 당신들을 미행하고 있소. 혹시 휴대폰 사용했소?]
강민이 잠시 기억하다가 문득 기차에서 원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게 생각났다.
“... 네...”
[거기서 당장 나오시오! 요원들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소!]
그때, 문 밖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쥐잡이 연막탄을 피우고 뒷문으로 탈출하시오. 지금 배터리를 빼서 휴대폰도 버리시오.]
“그 다음 어떻게 합니까?”
[택시가 있으니, 대덕특구에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는 조 박사를 찾아가시오.]
강민이 배터리를 빼서 휴대폰을 버리자 휴대폰이 서서히 불타기 시작했다.
변장도구와 겉옷도 벗어던지고, 쥐잡이 연막탄을 피우기 시작했다.
문을 부수는지,
[쿵쿵]
소리는 더해가고.
* * *
만화방 밖 도로 맞은편, 공중전화부스에서 ‘목소리’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수화기를 놓더니 곧바로 119 번호 버튼을 눌렀다.
[소방서입니다.]
* * *
지하 만화방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요원들.
안으로 들어오자 연기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강민과 윤희는 ‘목소리’가 알려준 뒷문으로 탈출하고 있었다.
요원2가 추적기를 보며 외쳤다.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뒷문이 있는 거 같으니까 빨리 찾아봐!”
요원2가 추적기를 보며 콜록거렸다.
“젠장, 앞이 안 보이니까 어디가 어딘지...”
갑자기 요원1이 화를 내며,
“어딜 만져! 입구 찾으랬더니!”
건물 밖에서 소방차 싸이렌 가까워지며 요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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