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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득구 님의 서재입니다.

메시아 능력으로 역대급 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한과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27 01:56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2,639
추천수 :
761
글자수 :
352,628

작성
21.06.1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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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4화 오사카 테러(2)

DUMMY

44화 오사카 테러(2)


“수지야 이 손수건 절대 손에서 놓지 마. 이 손수건 바울의 손수건 조각이야. 알지 너도.”


바울의 손수건, 몸 위에 얹기만 해도 병이 떠나갔다는 일화는 교회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성경 내용이었다. 수지는 내 심각한 태도에 상황이 굉장히 심각함을 인지한 것 같았다.


“예, 알아요”

“이거 절대 손에서 놓지 말고 내 뒤만 따라다녀. 그럼 괜찮을 거야.”

“예”


그리고 환상에서 보았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말았다. 방독면 낀 테러범이 환상에서처럼 검은 봉지를 찢었다. 놈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져 사지를 떨었다. 마비 증상이었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에 사람들은 테러가 일어났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지병이 있는 사람이 쓰러진 줄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몇 초 사이에 같은 증상으로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이미 그들도 바닥에 쓰러져 사지를 떠는 반송장이 되었기에


감당할 수 없는 비극에도 비극 소리조차 없었다. 차량 내에 멀쩡한 사람은 테러범과 우리 둘뿐이었다. 놈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떻게 너희는 멀쩡할 수 있느냐는 듯.


현재 나는 사도의 격으로, 수지는 바울의 손수건 조각으로 보호되고 있다. 끔찍한 신경가스 조차 우리의 몸에는 침투하지 못했다. 지하철이 도착해 문이 열리며 그제야 비명이 우메다역 전체에 울렸다.


놈도 지하철 문이 열림과 동시에 다급히 도망쳤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턱을 돌려 버리고 싶지만, 놈을 잡아야 하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문이 열리자 일단 수지와 함께 재빨리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쾅하는 여러 번의 폭발음과 함께 역 곳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히 우메다역이 워낙 규모가 커서 검은 연기가 역전체에 자욱하게 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꺄아아악”


아마도 테러범들이 역을 빠져나가며 모든 입구를 파괴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탈출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아직 망가지지 않은 입구가 있을 테지만 우메다역이 워낙 크고 복잡해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더 큰 문제는 지하철 내에 퍼져 있던 사린 가스가 지하철 역사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너무 많아’


당장 한 명 한 명 치유하기에는 환자는 많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사린 가스는 몇 분 만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신경독이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어서 여기서 탈출하세요. 사린 가스입니다.”


한 일본인 남자가 방독면을 쓰고 달려와 우리를 향해 소리치다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다시 달려왔다.


“뭐하시는 겁니까. 어서 빨리 여기서 벗어나....세요?”


그의 두 눈에 경악이 어렸다. 신경가스가 사방으로 퍼지는 가운데 우리 두 사람만은 멀쩡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떻게 당신들은 멀쩡한 겁니까.”


[성령의 아우라가 발현됩니다.]

[신의 존재감이 당신을 통해 미약하게 드러납니다.]


그 순간 남자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이름이 뭡니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방독면을 쓰고 달려온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터. 나는 다정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으나 그의 표정에는 나를 향한 두려움이 어렸다.


“마츠자카 토리입니다.”

“토리씨는 당장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바깥으로 끌어내 주세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이건 분명 사린 가스입니다. 몇 분 안에 사람이 죽습니다. 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모두 죽을 겁니다.”

“저희는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아무도 죽지 않을 겁니다.”


토리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기대감이 일어나자 스스로도 황당해했다.


“도대체.....”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들어 기도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자’


내가 해볼 시도는 광범위 치유 은사.


‘치유까진 안 바란다. 다만 시간만 좀 벌어다오’


수 분 안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극독을 광범위 치유 은사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 시킬 수 있다면, 내가 치유 기도를 할 때 까지 버틸 시간만 벌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광범위 치유 은사(B랭크)가 우메다 역 전체에 발현됩니다.]

[광범위 치유 은사로는 치유할 수 없습니다.]

[광범위 치우 은사가 환자들의 증상을 일부 완화 시킵니다.]

[광범위 치유 은사가 환자들의 악화 속도를 20분 1로 저하시킵니다.]


마츠자카 토리는 기도를 하겠다는 한 남자를 지켜보았다.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 하지만 남자가 기도하는 모습은 마치 신이 내려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착각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재림 예수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남자가 말했다.


“이제 증상이 조금 완화될 겁니다.”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의 증상이 완화되고 있었다. 사지를 떨며 마비된 사람들의 움직임이 점차 멎고 거품을 물었던 사람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빨리 사람들을 차량 외부로 옮기세요.”

“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마츠자카 토리는 남자의 명령에 즉각 순종했다.


“우리도 움직이자.”

“예, 사도님”


수지는 잘 훈련된 여군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옮겼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방독면을 쓰고 탈출구만 찾아다니던 사람들도 다가와 우리를 돕기 시작했다.


차량에서 로비로 끌고 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에 이마를 얹고 기도를 시작했다.


[치유 은사가 발현됩니다.]

[사린 가스 중독이 치유되었습니다.]


[치유 은사가 발현됩니다.]

[사린 가스 중독이 치유되었습니다.]


사린 가스는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이미 상당 부분 환기구를 타고 날아가 버렸을 터. 혹 다시 중독된다 해도 증상은 미약할 것이다.


사린 가스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하나둘 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자 환자들을 옮기던 사람들이 너무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 중 한 사람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카미노 시토(神の使徒)”


카미노 시토. 일본어로 신의 사도라는 뜻으로 일본에서 나를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멈추지 말고 빨리 환자들이나 데려오세요.”

“하이”

“하이”


지금 이 사람들의 놀라움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나는 밀려오는 환자들을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기도했다.


[치유 은사가 발현됩니다.]

[사린 가스 중독이 치유되었습니다.]


[치유 은사가 발현됩니다.]

[사린 가스 중독이 치유되었습니다.]


몇 명인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족히 수 백 명은 족히 넘는 사람이었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기도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여도 막상 해보면 상당한 기력을 잡아먹는다. 신의 능력이 그냥 발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오 카미노 시토”

“카미노 시토”

“카미노 시토”


사린 가스 중독에서 벗어나 기력을 조금 회복한 환자들은 이수호 사도의 주변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카미노 시토를 읊조렸다. 그들의 눈에 이수호의 모습은 신의 사도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숭고한 신의 이적이 일어나는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기어코 모든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자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신의 사도를 경배했다. 인간의 상식을 뒤엎는 이적 앞에 사람들은 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허나 그는 경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광범위 치유 은사가 강화합니다.]

[광범위 치유 은사(A랭크)]

광범위 치유 은사는 치유 은사의 하위 은사입니다. 랭크가 상승할수록 은사 적용 인원이 많아집니다. 당신의 치유 기도를 들은 다수 인원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이 치유됩니다. 발현 시 조건이 제시되며 조건을 충족한 성도의 경우 조건을 충족한 강도에 따라 중증 질환(시한부 환자, 희귀병, 유전병 제외)이 치유될 수도 있습니다. 단, 조건이 충족하지 않을시 경미한 질병이라도 치유되지 않습니다.


기다렸던 메시지가 뜨며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이 와중에 최목사님은 어디 가신 거야?’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최대성 목사가 보이지 않았다.


&


오사카의 북항구 마리나. 고급 요트들이 즐비한 이곳에 한 남자가 대형 캐리를 끙끙대며 끌고 가고 있었다.


“이제 지긋지긋한 절 생활도 끝이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의 현(現) 교주 아사하라 쇼넨이었다.


“이 돈이면 평생 즐기며 살 수 있겠지. 필리핀에서라면 왕처럼 살 수 있을 거야. 고맙다. 멍청한 놈들”


옴진리교의 성도들을 이끌며 상당한 부를 축적한 그는 부를 독식하기 위해 그를 따르는 성도들을 떼어내 버리고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돈 때문이긴 했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전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옴진리교 내 강성파들이 복수를 맹렬히 부르짖었다.


“미친 새끼들. 아직도 교주가 해탈한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다니. 하여튼 사이비 광신도들이란.”


그는 애초에 아사하라 쇼코를 믿어서 옴진리교에 몸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백수 생활을 하다가 회계 직원으로 우연히 받아 준 곳이 어쩌다 보니 옴진리교 교단이었을 뿐. 광신도가 아닌 정상적인 그는 정상적으로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덧 임원 자리까지 올라간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본래라면 계속 옴진리교 성도들을 데리고 다니며 얇고 길게 살 생각이었지만 아사하라 쇼코의 사형이 집행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교내 강성파들은 피의 복수를 매일 부르짖었고 그로서도 더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대로 두었다가는 쿠데타라도 일으킬 기세였으니까.”


나날이 심해져 가는 강성파의 위협에 그는 강성파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다만 일본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을 뿐.


“그래도 덕분에 완벽하게 도망칠 수 있게 됐네”


테러 이행으로 성도들의 눈을 속이고 세간의 이목을 모두 테러 사건으로 쏠리게 했다. 지금 자신을 쫓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필리핀에 가서 평생 왕처럼 사는 거다.”


선선한 바람이 바다향을 몰고 코끝을 간지럽혔다.


“으음, 이 자유의 향기. 흐흐흐흐흐. 멍청한 광신도 놈들 평생 감옥에서 썩어라. 미친놈들”

“어이,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돌아본 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도 아는 얼굴이었다. 옴진리겨 내 강성파 임원인 가토 코지였다. 이 테러를 가장 맹렬히 주창할 만큼 호전적인 놈이었다.


아사하라 쇼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토 코지의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명백하게 보여주는 도구였다.


“네 녀석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이 쥐새끼 같은 놈.”


옴진리교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가토 코지는 아사하라 쇼넨이 옴진리교의 신도가 아닌 그저 직장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사하라 쇼넨은 혼란스러웠다. 테러 현장에 있었어야 할 놈이 왜 여기 나타난단 말인가? 테러에 대한 모든 계획을 세운 이가 그였을텐데.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이게 다 너 같은 미친 놈들 때문”




코지가 쇼넨의 다리를 후려쳤다.


“악”


쇼넨은 다리를 붙들고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 가토 코지는 현금다발이 잔뜩 든 대형 캐리어를 빼앗으려 하자 쇼넨이 바닥에 엎드린 채 캐리어에 매달렸다.


“이러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조금만 더 가면 도망칠 배가 있어. 그거 타고 나랑 필리핀으로 가자. 이 돈이면 우리 평생 먹고 살 수 있어. 왕처럼 살 수 있다고”

“꺼져. 쓰레기 같은 놈”

“이 미친놈. 테러범이 일본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평생 감옥에서 썩거나 운이 좋아도 평생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할 거다. 아니 아니지. 교주 그놈처럼 사형대에 올라 죽을 거다 분명”

“이놈이 죽건 말건 나와 무슨 상관이지.”


쇼넨은 가토 코지의 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남처럼 이야기하는 기이한 화법.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가토 코지의 발길질이 쇼넨의 턱에 꽂히자 그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


그 순간 가토 코지의 몸에


“뭐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분명 방금 전까지 우메다역에서”


가토 코지의 몸에 빙의해 있던 최대성 목사가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그는 혼란을 겪었다. 마치 치매라도 걸린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기억은 분명 우메다역 주변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각목을 든 노숙자가 그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그는 그대로 쓰러졌고 노숙자는 천천히 캐리어를 끌고 갔다. 최대성 목사가 빙의된 노숙자였다.


&


동경 대학 병원은 몰려든 환자와 취재진들로 인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우메다역에서 일어난 옴진리교의 테러 사건.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일어난 테러와 판박이였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환자들의 상태.


재중독으로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이 극소수 있기는 했으나 이미 가스가 대부분 휘발된 상태에서의 중독이라 증상히 극히 미미했다. 그 외의 대부분 환자들의 상태는 다소 피로함을 호소할 뿐 매우 정상적이었다.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극성 기자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환자들과 인터뷰를 하기에 무리한 시도를 했고 경찰과 관계자들에 의해 몸싸움까지 벌이며 저지되었다.


인터뷰에는 실패했지만 한 가지 단어만은 확실히 획득했다. 카미노 시토. 일본에서 최근 한국의 이수호 사도를 뜻하는 단어.


기자들이 알아낸 단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카미노 시토라 불리는 이수호 사도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었고 그에 의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어 조급했다. 단 한 언론사만 빼고.


일본 최대 언론사이자 세계 신문 1위 요미우리 신문사, 사회부 최연소 편집장 마츠자카 토리. 이수호, 한수지을 가장 처음 도운 방독면을 쓴 남자였다.


부하 직원에게 전달 받은 노트북으로 그는 내일 아침 실릴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조금의 과장 없이, 한 톨의 추측조차 없이, 명확한 사실만을 적어 내려갔다.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악의 구렁텅이에서 신의 사도를 만나다.]


&


나는 최근 영화 채널에서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의 리즈 시절이 담긴 스피드라는 영화였다. 몇 번이나 자주 틀어주던 영화였지만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두 남녀가 테러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액션 영화. 나는 영화 스피드에서처럼 지하철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지야, 몸은 괜찮아?”


저기 나의 키아누 리브스가 걸어온다. 185는 될 것 같은 훤칠한 키, 36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다부진 몸매와 샤프한 얼굴은 키아누 리브스를 똑 닮아있다.


마지막 엔딩씬이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마음을 고백한다.


나는 산드라 블록처럼 키아누에게 다가갔다.


“오빠!”


키아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오빠 저랑 결혼할래요.”


그의 눈동자에 지진이 난다.


“지금 말고 나중에요. 저 이제 다시 연예인 할거거든요. 유부녀는 성공하기 힘드니까 몇 년만 더 있다가. 지금은 일단 사귀는 것만”

“어....그...수지야. 이게 그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할 일이.”


나는 그의 마음을 안다. 그도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 지도. 너무나 반듯하고 올곧은 사람. 그래서 자기 마음도 억누를 만큼 스스로에게 잔인한 사람. 그렇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절대 신뢰를 저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기도한다.


‘주님 이 남자를 제게 주시면 제가 주의 뜻대로 하겠나이다.’


영화 속 산드라 블록이 그러했던 것처럼, 용기 있게 다가가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고 나도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느꼈다. 이제 길었던 우리의 썸을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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