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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란] [리뷰 040] 동천 만물수리점

<패스트의 마흔 번째 리뷰>

동천 만물수리점

​(수리를 받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들어가기에 앞서,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네거티브 리뷰 시즌 3의 첫 작품이면서, 기념비 적인 리뷰가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취향에 맞는 글이었다고 먼저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1. 나는 누구인가?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설정 중에 하나가 바로 '기억 상실'이다. 왜냐하면 보통 이런 설정이 들어가면 가장 먼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다. 기억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문한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자신의 연인이 근처에 있거나, 다른 사람이 연인 행세를 하고 있다. 게다가 기억을 찾으면 항상 힘도 돌아온다. 두 번째는 기억은 잃었으나, 그냥 잃은대로 무대포 인생을 산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닥치는대로 살다보면 언젠가 기억이 돌아온다. 이런 경우 기억은 잃었으나, 능력은 잃지 않은 경우다.


동천 만물수리점(이하 동만)에서는 양쪽 경우를 조금씩 띈다. 일단 주인공은 힘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지만 쓰긴 쓴다. 기억이 돌아오며 그 힘은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사실은 대단한 사람이다. 기억을 찾기 위해 주변 탐방을 하거나 하지만, 의외로 무대포다.


왜 싫어하느냐면,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는 다 아는데 감추는 게 싫다. 물론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밝혀지는 진실이나, 그 외의 과정들 전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주인공이 싫어진다. 왜냐하면 기억을 잃었으면 그에 맞게 행동을 좀 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냥 멀쩡한 척 하다가, 또 아닌 척하다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싫다. 일관성이 없어보인다고나 할까. 물론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 모습 자체가 싫다.


'동만'은 이런 모습이 전부 들어가있다. 필자가 싫어하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모습이 전부 들어가 있단 말이다. 그런데 작품은 싫지가 않다. 심지어 초반에는 짜증이 확 올라왔지만, 점점 가면 갈 수록 밝혀지는 주인공의 과거와, 기억을 잃을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다 합치니 그동안 짜증났던 것들이 싹 사라진다고나 할까?


아니, 싹 사라지진 않았다. 중간에 한 번 또...




​2. 이곳은 어디인가?

배경은 현대. 도깨비와 요괴, 신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래동화 혹은 전설의 고향 현대판이다. '동만'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설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괴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필자가 이런 쪽에는 크게 알지 못하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여타 다른 만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도깨비들은 작가 나름대로 재해석한 부분이 많은데, 필자가 보기에 '동만'에서는 재해석이라고 하긴 어렵고, 그냥 작품에 녹여낸 느낌이었다.


이런 저런 설화나 동화 속 존재들이 현대에서도 오순도순 아주 잘 살고 있다. 제목이나 작품 소개에서 보는 것마냥 그렇게 가벼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인공 성격이 꽤 가벼워 보여서, 분위기도 그냥 가벼워 보인다. 그렇다. 보이기엔 그렇다. 그러나 내면은 상당히 무겁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점은 1인칭으로 딱 주인공이 보는 만큼만 보여준다. 여기서 대충 주인공의 성격을 비롯해 작가가 글을 어디까지 보여주는지 알 수가 있는데, '동만'의 작가는 정말 주인공이 보는만큼만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게 상당히 어렵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한데, 그 조절을 상당히 잘 한다고 밖에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1인칭인 만큼 서술에 독백이 상당히 들어가는 편이기에 대화도 별로 없는 편. 그러나 주인공이 주변 사물과 소리 등을 표현하는 묘사를 보고 있으면, 이것도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네거티븐데 왜 네거티브한 것들이 별로 없냐고 묻는다면 잠시만 기다리시라.


정말 주인공이 보는만큼만 보여주기 때문에, 주인공이 안 보면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일도 다 처리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훅 나와버려서는 그냥 끝난다. 도대체 저기 남은 애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죽겠단 말이다! 싸우다 말고 픽 쓰러지더니, 거기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그냥 눈 떠보니 수리점? 1인칭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너무 안 보여준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매 에피소드마다 미완결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 왜 여기에 있는가?


​'동만'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가 하나하나 짧고 간결한 느낌이다. 딱 그뿐이다. 이건 사실 구성에 조금 문제가 있어보인다. 보통 이야기의 구성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같이 5단계 혹은 '기승전결' 같이 4단계로 나뉜다. 그러나 '동만'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다. 물론 5단계나 4단계를 다 갖추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러나 많지 않다.


게다가 수리점 주인이다. 보통 옴니버스식 구성을 하고 있는 여타 작품들을 보면 항상 똑같다.


1. 의뢰가 들어온다.

2. 해결법을 모색한다.

3.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4. 해결하고 보수를 받는다.


이런 구성이다. 특히 가게 사장이다? 그럼 100프로다. 한마디로 전개 자체는 흔해빠진 구성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기승전결'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흔해 빠졌지만 흔치 않은 구성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게 좋은 쪽으로가 아니고 나쁜 쪽으로다. '전'이 없다보니 어어어? 하다가 그냥 끝난다. 그리고 끝나는 것도 되게 의미심장하게 끝나버린다. 열린결말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확실하게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야기가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은데다,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단서도 별로 없거니와, 큰 줄거리 조차도 별로 감이 안 잡힌다. 아니 애초에 큰 줄거리가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무려 80만자나 연재된 마당에, 이제야 앞이 조금 보이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또 얼마나 짜임새가 있느냐? 물론 짜임새는 있게 구성이 되어 있긴 한데, 해당 설화를 알면 예측이 쉽고, 모르면 어렵다. 가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찾아보면 해당 요괴나 도깨비와 연관이 어느 정도 되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런 설화를 모르면 그냥 보는 거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예상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주인공과 유화의 관계도 그렇고...




​4. 마치며


​뭔가 되게 많이 쓴 거 같은데, 사실은 별 거 없다. 그냥 생트집 좀 잡아봤다. 여태까지 리뷰했던 작품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필자의 스타일에 준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1일부터 읽을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시작한 연재도 있고 해서, 그걸 먼저 수습하느라 늦게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80만자나 되는 작품이라서 많이 힘들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다 읽고말았다... 으아아아...


옴니버스 방식은 사실 리뷰하기가 참 까다로운데다, 사실 점수도 잘 나오기 어려운데, 이건...

나머지는 점수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점수(79/100)


1. 캐릭터(16/20)

-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기억을 잃었으니까. 그런데 주변 인물들은 사실 그렇지 않지만, 주인공이 기억을 찾을 수록 변화한다. 따라서, 주인공이 변화하는 만큼 이야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2. 전개력(23/30)

- 전개 속도는 굉장히 적절한데 비해, 구성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이 이야기를 이해하거나 읽는데 '큰'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아니다.


​3. 문장력(14/15)

- 굉장히 뛰어나다. 읽는 데 막힘이 없다.


​4. 독창성(26/35)


​- 도깨비, 요괴 같은 것들은 그렇게 특이한 요소가 아니다. 그것이 현대로 넘어왔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작품 자체는 독특하며 충분히 독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


...리뷰 사상 최고점 찍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전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ㅠㅠ



댓글 2

  • 001. Personacon 마니

    15.10.17 00:36

    10월 중순이 다 되어가도 말씀이 없으셔서 혹시 ”도저히 취향에 안 맞아서 리뷰 안 해!”하시는 건가 하고 떨었어요. 오늘 댓글 보고 마음을 놓았다가 리뷰 완료라는 쪽지에 다시 떨었다가 읽고 나서 다시 안심한 저는 얼렸다 해동하기를 수차례 반복한 돼지고기가 된 기분입니다.(아…상한 고기다.)

    모집하실 때 엄청 겁을 주셔서 “리뷰를 읽어도 절대로 충격 받지 말자. 무시무시하고 엄청나고 끔찍한 말을 듣게 될 거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점잖게 써주셔서 데스레이지님 혹시 초심을 잃으셨나요? 라고 물을 여유가 있군요. (농담입니다.^^)

    리뷰에 지적하신 것들은 거의 스토리텔링에서의 문제점이군요. 저도 쓰면서 통감하는 부분입니다.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본인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고 있다가 그날 그날 써서 올리기 바쁘다 보니 에피소드 완결하고 나서 “앗, 그걸 빼먹었다!”라든가. “아아…이거 설명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읽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제대로 스토리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요. ;ㅁ;
    치밀한 구성을 위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반성합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온화한 리뷰에도 감사드립니다.

  • 002. Lv.43 패스트

    15.10.17 10:25

    구성만 손을 보시면 더 뛰어난 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제 취향이라 깔만한 것들이 잘 안 보이기도 했고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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