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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란] [리뷰 029] 변수의 굴레

< 패스트의 스물아홉 번째 리뷰 >

변수의 굴레

(방정식)

 

들어가기에 앞서,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문피아 작품 중에서는 첫 번째 리뷰이기도 하고, 리뷰 재개를 알리며 읽은 첫 작품이기도 하여 관심 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그것이 본 리뷰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하루 미룬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1. 인수


필자가 본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첫인상은 별로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본 작품에는 필자가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싫어하는 몇 가지 특색을 나타내기 때문이었다. 이전 리뷰에서도 상당히 많이 언급한 내용이기도 한데, 우선 따옴표 안에 기호만 단독으로 사용한다거나, 문단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되고 있다거나, 현재시제와 과거시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들 때문이었다.

애초에 프롤로그 자체만 가지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고, 오히려 왜 굳이 프롤로그를 써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프롤로그는 1인칭 시점인데 비해, 나머지 본문은 전부 3인칭 시점이다. 문단에도 문제가 많은데, 이건 무슨 초중생들이 원고지 쓰며 페이지 늘리기 하는 것 마냥 문장이 끝나면 바로 줄을 끊어버린다. 미리 써둔 공지에도 있지만, 필자는 책으로 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며 웹 브라우저 혹은 모바일 브라우저 연재에만 치중된 편집 방식은 모른다.

또 하나는 부연설명이다. 이게 무슨 극작도 아니고, 본문 중간 중간에 괄호가 들어가며 부연 설명 혹은 독백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이런 문제는 글이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아예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본 리뷰에서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필자가 리뷰를 하겠다는 약속이 없었다면 1막 중간에서 하차했을 법한 작품이다.

어쨌든 그저 첫인상이 그러하다는 이야기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2. 지수

지난 20여 작품을 리뷰하며 지적한 내용 중에는 문장오류에 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번 리뷰부터는 그런 자잘한 이야기들은 과감히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만 오류는 그렇다 하더라도 문장에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 작품은 대체로 문장이 편이다. 애초에 묘사라고 볼 수 있는 묘사가 없거니와, 대부분 말장난이나 시적 허용을 통해 묘사한다. 예전에도 여러 번 말 했는데, 글은 쓰는 것이지 그리는 게 아니다. 본 작품은 대화를 제외한다면 서술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대화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며, 필자의 생각으로는 작가 본인이 서술 자체에 자신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대화가 주가 되면 위험한 것이 대부분의 설명 혹은 설정을 대화로 풀어야 하며, 그러다보면 대화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나중에는 대화만 남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억지로 서술을 이어 붙여서 혼자 말만 줄창 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도록 장치를 풀어주지만, 그러면 뭘 하나. 어쨌든 주는 대화인데. 그러다보니 쓸모없어 보이는 대화는 점점 늘어나고 그만큼 서술은 간소해지니, 나중에는 내가 서술이 있는 대사집을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종종 들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대화 말고 다른 걸 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본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역시 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대화에 각종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이건 나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여태 리뷰 했던 대부분의 다른 작품들은 서술에 설정을 마구 구겨넣은 다음 대화가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본 작품은 그것들과는 아주 반대라서 일단 흥미로웠다.

문장이 보이는 또 다른 이유 역시 대화에 있다. 작가 나름대로는 현실의 대화와 비슷하게 쓰겠다고 주인공을 비롯해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평소대화처럼 맛깔나게 적어 놨다. 욕하는 것도 그렇고 대화만 보자면 평소 우리가 친구와 하는 대화랑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이들의 대화가 친숙해보이기는 해도 소설로 읽는 작품의 질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런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필자는 아니다.

대화가 일상적이다 보니 서술도 그만큼 간소화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서술에 의미가 별로 없다 보니 서술을 그만큼 중요하게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얘네들은 대전을 하거나 전쟁을 하거나 다 말로 하거든.

 

3. 함수

대략적인 내용 전개는 주인공인 줄 알았던 고도가 사실 활약이란 건 개뿔도 하지 않는 내용이며, 점점 잊히다가 나중에 나타나서 크게 한 건 할 것 같이 폼을 잡고 나서 다시 아무것도 안 하는 그런 내용이다. 물론 다른 주요 인물, 사실 벤과 로빈의 활약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는 얘네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벤과 로빈의 이야기다. 특히 로빈은 나라를 쉽게 얻고 여자도 쉽게 얻는다. 뭐 정식으로는 얻은 게 아니지만 어쨌든 마음은 얻었으니까. 그리고 전쟁.

필자가 로맨스를 상당히 꺼려하는데 비해 본 작품은 로맨스가 나오긴 해도 별로 로맨스 같지도 않고 해서 별 거부감 없이 읽히긴 했다. 벤은 그냥 답답한 편이고 고도도 마찬가지. 어쨌든 이런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별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이유는 전쟁 때문이기도 하다.

이놈의 공화국은 나라도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뭔놈의 전쟁을 그렇게 많이 하고 앉아있는지, 위에서 때리고 옆에서 때리고 내전도 한 번 치르고……. 검성의 존재 자체가 핵폭탄 급이라는 건 알겠지만, 이건 무슨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나라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공화국인데 왕이 있고 그 왕권은 신이 주는 왕권인데다 왕명은 절대적이고 반역은 멸족까지 시키는데, 이게 무슨 법치국가 공화국이냔 말이다. 물론 이런 의문을 표하는 게 필자뿐이 아니다. 작품에 달려있는 댓글들을 봐도 이런 내용들이 종종 있는데, 그걸 설명해주는 작가 본인도 정치 형태에 따른 국가관을 그리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전력에 자동차까지 돌아다니는데다 산업화를 겪고 있는 세계인 것으로 보아 대략적인 세계관은 1930년대 혹은 그 이후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이런 문명을 이룩하고도 전차나 대포가 없다는 것은 뭐랄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없다기 보다는 아직 작품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공성병기도 있던데 이건 뭔지 잘 모르겠고 말 그대로 성벽 때려 부수는 용도로 쓰는 투석기나 충차 같은 건지, 아니면 대포를 이런 용도로만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보기에 본 작품은 설정에 구멍이 꽤 많다. 전대 왕을 미친 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필자는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고 왕국이니 공화국이니 하는 경우도 그렇다. 마법 대학 역시 얘네들은 도대체 뭘 하는 집단인지, 고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벤은 도대체 뭐하는 앤지, 이 공화국 주요 인사들의 머리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말이다.

전쟁도 마찬가진데, 여기서 펑, 저기서 펑, 기사가 나왔어요. 쓱쓱 펑펑 하다보면 어느새 은 끝나있다. 물론 벤이 이리저리 뛰면서 펼지는 전략들이 종종 보이긴 하나, 글쎄 그게 그렇게 크게 와 닿지는 않고 대부분 그냥 기사들끼리 치고받는 게 전쟁의 메인이라 별 감흥이 없다.

 

4. 마치며

몇 마디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마무리로 들어가게 되었다. 본 작품은 군상극이긴 한데, 비중에 너무 로빈과 벤에게만 치중되어 있고 그나마 나오는 고도는 작중에서 크게 하는 역할이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장면이 지속적으로 전환되며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적국의 인물들이 가끔씩 나오는데, 필자는 이 장면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적들이 공화국을 우습게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인 것 같긴 한데, 어차피 대놓고 나와서 무시하다가 한방에 죽는 놈들인데 그렇게까지 부각시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문장력은 뒤로 갈수록 나아지고 있긴 하나, 이것이 어휘력이나 문체에도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문체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비슷하고 어휘력 부분에서는 오히려 연참에 참여하면서 거의 신경 쓰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필자와 비슷한 취향으로 글을 읽는 독자의 경우 1막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뒤로 갈수록 문장이 안정되며, 내용 역시 흥미 있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참고 4막까지라는 말은 솔직히 어불성설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기지 않는다면 필자와 비슷한 독자의 경우, 본인의 의지로는 1막에서 끝난다.

 

- 점수

 

1. 캐릭터(10/20)

- 캐릭터들 간 개성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나, 이들이 입체적 인물이라고는 도무지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성격이 바뀌는 과정이 너무 간소화되어 있다. 인물 간의 심리묘사 부재.

 

2. 전개력(21/30)

- 전개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다만 서술이 다소 부족한데다, 독자를 이해시키는 설정상 구멍이 종종 있어 저해요소로 꼽힌다.

 

3. 문장력(7/15)

- 문장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편. 그러나 연참 때문인지 최근 회차들은 너무 간소함.

 

4. 독창성(15/35)

-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잡은 것 같으나, 역시 이곳에서도 설정 구멍들이 보인다.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독창성은 독창성이라 볼 수 없다.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60만자 이상 연재된 작품은 처음이네요. 뭐... 200만자 넘는 작품도 기다리고 있어서 두렵긴 합니다만, 어쨌든 하루 늦어서 죄송합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5

  • 001. Lv.25 세스퍼

    14.11.22 13:28

    훌륭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읽으면서 저도모르게 실실 웃으며 공감의 고개를 끄덕였네요 ㅋㅋㅋ
    만약 퇴고, 혹은 리메이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주신 것 같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독창성은 독창성이라 볼 수 없다.
    라는 말씀이 가장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만 정리하고 만족하지말고, 독자분들께 배려할 수 있는 독창성과 설정으로 다잡아야겠습니다.
    빈약한 문장력은 영원한 숙제가 되겠지만 ㅠㅠ

    다시 한 번 큰 감사드립니다.
    웬지 첫 작품부터 일정에 무리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여담이지만 생각보다 최종점수를 후하게 받은 것 같아 힘이 되네요 :)

  • 002. Lv.43 패스트

    14.11.24 23:35

    리뷰에서 까는 것과 최종 점수는 별개라고 보심 됩니다. 리뷰는 까는 게 목적이니까요...

  • 003. Lv.25 세스퍼

    14.11.30 15:07

    깐다- 라기보단 저는 꼬집어준다- 라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좋았는데요 ㅋㅋ
    제가 선작한 작품들이 리뷰목록에 있으니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

  • 004. Personacon 대마왕k

    14.11.23 19:01

    변수의 굴레가 이렇게 난도질을 당할 정도면... 저는 영혼까지 조각날 각오를 해야 할지도... 큭.
    근데 점수는 상당히 좋게 나왔네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50점 넘는 것도 거의 없었는데 오오~
    좋은 비평 잘 읽고 가며, 지금 비평부담을 줄여드리고자 주 2회로 하고 있지만 이미 260만자를 돌파한 난제를 던져 드립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웰컴 투 헬)

  • 005. Lv.43 패스트

    14.11.24 23:35

    마왕님 작품 읽으려면 한 달은 잡아야겠는데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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