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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피쉬 님의 서재입니다.

가디언 : I Will Protec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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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블루피쉬
그림/삽화
kugar
작품등록일 :
2020.12.06 09:07
최근연재일 :
2020.12.09 06: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820
추천수 :
320
글자수 :
34,988

작성
20.12.08 06:00
조회
275
추천
6
글자
16쪽

2. 그녀의 사정

DUMMY

수혁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하리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하리야 자는 거 아니지? 잘 거면 집에 가서 자. 오빠 일해야지?”


눈을 뜬, 하리는 비장하게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수혁에게 보여줬다.


“화면은 엉망이지만 상황에 대한 증거로 보여주는 거야.”


화면에는 덩치 큰 남자에게 멱살 잡혀있는 수겸이의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뭐하고 다니길래 멱살이나 잡히고 그러냐?”


수혁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미운 동생이라도 내가 때리는 건 괜찮아도 남이 때리는 건 안 괜찮다고 했던가? 수혁의 기분이 지금 딱 그랬다.


“이거 봐봐. 수겸 오빠가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 났어. 나까지 싸움에 휘말리는 바람에 제대로 찍힌 거는 앞부분뿐이지만,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었는지 느껴질 거야.”


핸드폰을 손에 들고 동영상을 자세히 본 수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수겸의 모습이 많이 못마땅해서다. 수혁의 기준에선 완전 양아치 그 자체였다.


‘세상에······고등학생 때보다 더하네? 이 머리는 가발이 아니고 진짜야? 탈색을 얼마나 했길래 이런 색이 될 수 있는 거지? 문신은 또 왜 이리 커? 또, 옷 입은 꼬락서니는 저게 뭐야? 이수겸, 제대로 미쳤네.’


독립하겠다고 집에서 나간 순간부터, 집에 한 번을 안 찾아오더니 방탕하게 살고 있었다. 모델을 한다고 해서 어느 정도 멋 부리는 것은 용인했지만 도를 넘어섰다.


“이게 일상 모습이라고? 평소 이러고 다닌단 말이야? 미디어 매체를 통해 본 것보다 훨씬 심각하네. 넌 이런 남자가 아직도 좋아? 완전 양아치잖아?”


“오빠! 수겸 오빠를 욕하라고 보여준 거 아니거든? 싸움이 나서 오빠 동생이 크게 다칠 뻔했다고! 사업하는 사람이 숲은 안 보고 왜 나무를 봐?”


“얘가 싸움을 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또 술 먹고 싸움이 났겠지.”


수혁은 하리에게 핀잔을 듣고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사건을 일축했다.


“아니야! 그냥 술 먹고 싸움 난 게 아니라고. 일반인이 아니었단 말이야.”

“일반인이 아니라니?”


“백퍼 프로였어! 수겸 오빠는 모델이니까. 업계의 라이벌들이 수겸 오빠를 해치우려고.......”


하리의 말을 듣던 수혁은 코웃음을 치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리야 소설과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니?”


“그래, 그건 농담이고. 아무튼 이 사람들은 싸움으로 단련된 사람들이었어. 손을 딱 마주하는 순간 느껴지는 게 있단 말이야. 그리고 한 놈은 나이프도 꺼내 들더라고.”


“나이프? 그럼 경찰을 불렀어야지!”


“말도 안 돼! 대치하다 말고 잠깐만요? 저 경찰 좀 부를게요. 그래? 그리고 경찰 출동하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수겸 오빠가 다치면 어떡해?”


수혁은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꼬맹이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수겸이의 안전이네. 제 몸이나 챙길 것이지.’


“솔직하게 말할게. 나 다니던 학교 그만 둔지 오래야. 다른 걸 공부하고 싶어서 준비 중이거든. 그래서 1월 말이 되면 수겸 오빠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어질 거야. 그전에 잠시라도 수겸 오빠 경호원을 하고······”


이야기를 듣던 수혁은 황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을 꺼냈다.


“잠깐, 잠깐만 하리야. 학교를 그만뒀어?”

“응. 엄마 모르게.”


“야! 오여진관장님이 아시면 난리 날 텐데. 어쩌려고 그래?”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할래.”


요조숙녀인 줄 알았는데 정말 대책 없는 아가씨였다. 조신한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여자들을 많이 봐온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발, 너마저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만들지 말아주라.’


“너······발레리나가 꿈 아니었어? 아주 오래 발레를 배웠잖아?”


“내 꿈이 발레리나였던 적은 한번도 없어.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아무리 그래도······진짜 자퇴를 한 거야?”


“응. 자퇴했어. 오빠, 난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왜 이래? 시한부인 사람마냥? 나 무서워지려고 한다?”


“그만큼 간절해. 꼭 수겸 오빠 경호원을 할 수 있게 도와줘.”

“뭘? 어떻게?”


“우선 나에 대한 건, 오빠 엄마에겐 비밀이야. 약속해 줘. 우리 엄마가 일찍 알게 되면, 내 계획은 모두 수포가 될 거야. 최대한 우리 엄마는 늦게 알아야 해.”


하리의 엄마, 오여진 관장과 수혁의 엄마, 김지혜 여사는 여대 동기동창이자 가까운 친구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알게 되면 모두 알게 되는 상황이다.


‘하긴, 두 분 사이에 비밀 따윈 없긴 하지.’


“······약속할게.”


“수겸 오빠에게 개인 경호원을 붙이겠다고 설득해 줘.”

“그리고?”


하리는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명함을 꺼내 수혁에게 건넸다. 심플한 하얀색 명함에는 GUARDIANS라고 회색 영문이 각인되어 있었다.


“여긴, 내가 인턴으로 있는 경호회사야. 돌아가신 아빠 친구분이 운영하는 곳이니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여기로 전화해서 의뢰하고 나를 지명해 줘.”


“의뢰? 지명?”


“응. 오빠가 직접 개인 의뢰해도 되고 오빠 회사에서 정식 의뢰 신청을 해도 돼. 그리고 경호원으로 고용한 나를 수겸 오빠에게 파견 보내줘. 정리하자면 의뢰인은 오빠, 신변보호 대상자는 이수겸, 경호원은 강하리. 이해됐어?”


하리의 브리핑을 들으며, 수혁이는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경호원 하려고 학교를 그만둔 거니?”

“아니? 그냥 이젠, 답답하게 엄마가 시키는 대로 살기 싫어졌어.”


하리의 답을 들은 수혁이의 눈썹이 꿈틀댔다. 엘리트 코스를 꾸준하게 밟더니, 막무가내로 역행 중이었다. 철없이 반항하는 수겸이와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두 녀석이 똑같았다.


‘이것들이 진짜 천생연분이네? 하는 짓이 아주 똑같아.’


“수겸 오빠를 잘 설득해서 허락받아주면, 계약서랑 필요한 서류는 내가 준비할게. 오빠는 계약서에 사인만 해줘. 갑은 오빠, 난 을~ 깔끔하지?”


“분명, 수겸이는 거절할 텐데.......”

“히잉~. 그러니 오라버니에게 부탁하는 거죠. 잘 설득해 달라고 용.”

“......”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탁하는 하리를 보며 수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철딱서니 없는 꼬맹이의 계획에 동참을 하는 것이 맞나? 그러다 괜히 사고라도 나면······.’


갖은 걱정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 속내를 꿰뚫어 본 듯, 하리는 수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자신을 믿어달라는 듯.


“괜찮아.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문제 생기면 다 내가 책임질게. 이게 다 수겸 오빠와 나를 위한 거다~라고 생각하고 승인해 줘.”


“그럼 약속해. 메일로 일일 업무보고를 해.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빼먹지 말고 보내도록 해. 그리고 위험한 일은 절대로 하지 말고, 경찰 불러.”


“넵! 본부장님. 승인만 해주신다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는 거지?”


“응. 체력도 충분하고 멘탈도 충분해. 이참에 수겸 오빠에게 달라붙는 여자들도 전부 없애버리겠어!”


하리는 뒤돌아서며 수도로 날렵하게 휘둘렀다. 수혁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하리의 진짜 속셈은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계약금과 모든 부대비용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이지?”


“내 재력을 뭘로 보는 거야? 돈 빼면 시체인 거 몰라? 그나저나 너도 참 지극 정성이다. 이런 걸 수겸이도 알아야 하는데.......”


“아니지. 수겸 오빠가 알면 오히려 더 싫어하지. 36계 줄행랑을 칠 거야.”


수혁은 쓸쓸하게 이야기하는 하리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이 고집 센 꼬맹이가 고달픈 짝사랑을 언제까지 하려는지 알 수 없지만, 꼬맹이가 원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 그 날의 죄책감이 사라질 때까지.......’


***


경호회사 GUARDIANS, CEO 사무실.


커다란 통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따갑게 들어오고 있었다. 초겨울이었지만, 정오가 막 지난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햇빛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은 고경호 대표는 자신의 앞에 있는 하리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하리의 부친인 고 강민구 대위와 고경호 대표는 막역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함께 육군사관학교를 임관했고, 군 생활도 함께 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호는 하리가 성장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았다.


“······다음 주부터 파견을 나간다고? 최소 2인 1조로 움직여야 활동에 제약이 없는데, 혼자서는 힘들 거다.”


하리는 수겸의 신변보호 요청에 대한 처리 건으로 고경호 대표와 대화 중이었다. 수혁은 빠른 일처리 능력을 발휘했고, 남은 건 하리 회사의 오케이 사인 뿐이었다.


‘왠지 기분이 싸한 게. 불안하다.’


“제가 잘 아는 분이라 힘들지 않을 거예요. 딱히 경호할 일도 없어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절대로 사고 안 나도록, 조심, 또 조심할게요.”

“네가 할 수 있다고 고집 피워서 될 일이 아니다.”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리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반대를 하는 고경호 대표가 야속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기다려라.”


고경호 대표는 하리와의 대화를 멈추고 인터폰을 눌렀다. 그의 비서가 빠른 대답을 했다.


“네. 대표님”

“이한석 팀장 들여보내.”

“네, 알겠습니다.”


‘에이, 팀장은 왜 불러? 좋은 말을 할리 없는데······’


시큐리티 1팀 팀장이자, 하리의 사수인 이한석 팀장.


그는 유도 유단자로 큰 키에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멋진 황금비율을 가진 남자였다. 그러나 하리에게 그는 훈훈한 외모 빼고는 다 별로였다.


한석은 융통성이 없는데다 언제나 엄격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완벽을 추구했다.


게다가 인턴인 하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처럼 무섭게 다그쳤다. 낙천적인 하리와는 완전한 상극이었다.


똑. 똑. 똑.

“들어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한석 팀장이 절도 있는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스포츠에 가깝게 짧은 머리와 방금 닦은 듯한 반짝이는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분명 팀장님은 결벽증일거야. 너무 깔끔해!”


“강하리 경호원의 파견 요청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자 해서 불렀네. 자세한 내용 검토는 되었나?”


“네. 내용 검토는 완료되었습니다.”


“이한석 팀장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사수로서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네.”


‘제발, 잘 좀 부탁드려요. 팀장님!’


“6개월 동안 강하리 경호원을 지켜본 결과, 무도 능력이 뛰어나고, 인성도 좋습니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의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어라? 웬일이지?’


“다만, 서비스 마인드 부족으로 인한 의뢰인과의 마찰이 우려됩니다. 또, 집중력 유지 능력의 편차가 커서 장기적인 업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럼 그렇지······저 융통성 없는 인간. 내 이럴 줄 알았어. 팀장님아, 팩트 폭력 자제 좀!’


“2개월가량의 경호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네. 혼자 의뢰인을 마크하면서 장시간 경호하는 것은 베테랑 경호원도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의뢰인을 직접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해서 어려울 것입니다.”


팀장의 냉정한 평가에 다급해진 하리는 급하게 말을 꺼냈다. 그의 평가가 정확하긴 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꼭, 수겸의 경호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꼭 해야만 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의뢰인의 태도에 따라서 집중력과 서비스 마인드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네. 어린 여자 경호원이라고 반말하면서 신체 접촉을 일삼던 그 의뢰인은 몇 차례의 클레임에도 반복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찰은 불가피했던 상황입니다.”


하리가 처음 배치되었던 의뢰인의 무례함에 대해서 어필을 했다. 그때 당시, 2명의 베테랑과 인턴 하리는 팀으로 배치됐었다.


대기업 간부였던 의뢰인은 주주총회를 앞둔 1주간의 신변보호를 원했다. 의뢰인은 나이 어린 여성 경호원이라는 이유로 하리에게 잔심부름과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았다. 게다가 대화 중, 잦은 신체 접촉으로 하리가 몇 번의 클레임을 걸었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하리는 의뢰인과 크게 다퉜다.


“그땐, 처음 배치받은 업무였고 경호 업무에 대해 미숙했었습니다. 현재는 업무 파악도 많이 됐고 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는 없을 겁니다. 그 이후에 배치된 행사 경호와 성폭력, 가정폭력 의뢰인 때는 성실하게 잘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자신의 입장을 변호한 하리는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도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하리를 바라보던 한석이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머금었다.


‘왜 웃지? 비웃는 건가?’


“강하리 경호원의 말이 맞나?”


경호의 질문에 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정말······6개월간 가르친 보람이 느껴질 만큼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상태를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이젠, 의뢰인에게 상황 전달도 제대로 못하고 바보처럼 흥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왠지 대표와 팀장이 둘이 짜고 자신을 테스트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은 것 같지만, 허락만 해준다면 뭐든 상관없다.


“화랑 기초훈련이 언제부터 시작이었지?”

“1월 말입니다.”


“어차피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허락 하마. 다만 문제 발생 시, 즉각 보고를 해야 한다. 가급적 선 조치, 후 보고는 지양해라.”


“네 알겠습니다.”

“강하리 경호원, 방검복과 삼단봉 지참은 필수입니다. 미지참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말 안 해도 알거라 믿습니다.”


하리의 신변을 걱정한 한석은 무뚝뚝하게 주의를 줬다. 하리를 훈련시키는 동안, 한석은 방검복과 삼단봉을 지참하지 않을 시 열외 시킨다고 협박했었다.


하리는 처음으로 한석이 표현은 친절하지 않지만 마음은 따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싸움에서 크게 깨달은 바에 의하면, 한석의 말대로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팀장님.”


***


작은 나무 그늘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온통 핑크색으로 치장한 어린 여자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곰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갈색곰 인형은 여자아이의 손과 남자아이의 손으로 옮겨지며 흔들리고 있다.


“으르르”


따뜻한 풍경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위협적으로 낮게 울리는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공포심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공간이 바뀌었다.


커다란 철창을 마주한 하리는 철창문을 마구 흔들었다. 아무리 세게 흔들어도 철창문은 굳게 닫혀있다.


고사리처럼 작은 손? 이런 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리의 뒤로 철컹철컹 쇠를 긁는 소리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진다.


하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웅크렸다.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작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하리와 함께 놀던 남자아이다.


그 순간, 어두운 형제가 남자아이에게 달려들었다. 하리의 앞을 지키고 있던 작은 남자아이의 실루엣이 서서히······아주 서서히 스러졌다.

000_가디언 표지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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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너의 경호원 +2 20.12.08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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