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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피쉬 님의 서재입니다.

가디언 : I Will Protect You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블루피쉬
그림/삽화
kugar
작품등록일 :
2020.12.06 09:07
최근연재일 :
2020.12.09 06: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822
추천수 :
320
글자수 :
34,988

작성
20.12.07 06:00
조회
554
추천
6
글자
16쪽

1. 그의 경호원이 되고 싶어!

DUMMY

“수혁 오빠. 나, 경호원 할래.”

“켁!”


‘내가 잘 못 들었나? 이게 무슨 맥락 없는 소리지?'


하리의 말에 당황한 수혁은 입안에 있는 커피를 뿜을 뻔했다.


단아하게 묶어 올린 까만 머리와 커다란 검은 눈동자, 소녀 같이 앳된 얼굴. 수혁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하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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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이 능력과 적성, 상관없이 아무나 막 할 수 있는 일이었어? 언제부터?”


수혁은 실소를 흘렸다.


초등학생이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20살 먹은 아가씨가 난데없이 경호원이라니 말도 안 될 일이었다.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아 진짜! 이래 봬도 어릴 때부터 태권도, 유도, 검도, 격투기를 10년 넘게 배운 유단자야. 그중 태권도는 5단이라고! 호신술 정도로 배웠다고 생각했겠지만, 난 진짜 진심으로 열심히 했어.”


하리는 팔짱을 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를 했다.


하리가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많이 섭렵하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리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진짜 호신술로 배운 정도가 아니네? 그럴 거면 체대를 가지 왜 무용과를 갔어? 가만, 발레 배울 시간도 빡빡했을 텐데······얘가 허언증이 있는 건가?’


“그래, 그렇다 치고. 경호원이 막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경호원 경험 있어. 그리고 웬만한 성인 남자 2, 3명은 제압할 수 있어.”


“네가? 성인 남자 2, 3명을 제압한다고?”

“응. 무도인 말고, 웬만한 성.인.남.자. 여기서 한번 붙어볼까?”


수혁은 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붙이는 하리에게 손사래를 쳤다. 저 하얗고 가는 팔로 누구를 제압한다는 건지 웃음이 절로 났다. 그에 비해, 하리는 그동안 봐 온 모습이 내숭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터프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래. 그것도 그렇다 치자. 근데, 누구를 경호하려고? 설마, 나?”

“아니, 수겸 오빠.”


수혁은 흥미로운 소식에 눈빛을 반짝였다. 수혁의 남동생인 수겸과 눈앞에 앉아있는 하리는 어린 시절 정혼을 한 사이다. 하지만, 하리는 15년 동안 수겸이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주변을 맴돌면서 몰래 짝사랑 중이었다.


수겸이 그녀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하리 역시도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었다. 그런 하리가 수겸을 경호하겠다고 한다.


“드디어! 수겸이 앞에 나서기로 결심한 거야? 어린 시절에 정혼한 강하리라고 밝히면서 짠 하고 등장하려고?”


“아니? 수겸 오빠 약혼녀라고 밝힐 생각은 없는데? 그냥 수겸 오빠의 경호원을 하겠다는 거지.”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말이 돼? 수겸이가 알아보면 어쩌려고?”

“유년시절 이후로 오랫동안 못 봤잖아. 절대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볼 사람이야.”


두통을 느낀 수혁은 입가를 잔뜩 말아 올리면서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현타가 찾아오네. 대화그룹 본부장인 내가 꼬맹이와 함께 이런 얘기나 하고 있다니······’


수혁은 회사에 찾아온 하리와 어이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냥 점심이나 사주고 보내는 건데, 괜히 차 한잔하자고 붙잡아서 이 사달이 났나 싶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꼬맹이 놀리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과연, 못 알아볼까?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에서 보고, 성당에서도 마주쳤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것도 봉사활동은 같은 센터에서 1년이나 함께 했잖아.”


“센터에서 봉사 활동했을 때가 벌써 3년 전 일이야. 그리고 그땐 여러 학교에서 애들이 엄청 많이 왔었어. 매일 본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이었는데 그걸 기억하겠어?”

“······!”


‘아주 천하태평한 스타일이구나. 세상이 다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네?’


“1년 동안 고작 48번 봤을 뿐이라고. 잠깐 스쳐 지나가듯이! 나 역시도 수겸 오빠 외에 같이 봉사 활동했던, 다른 학교 애들은 이름도 얼굴도 몰라. 그리고 이후에 성당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전혀 못 알아보고 지나쳤어.”


“그래? 그럼 그때 봤던 수겸이 여자 친구 얼굴도 기억 안 나?”


하리는 심술궂게 질문하는 수혁이를 흘겨봤다. 한참 나이 많은 오빠만 아니었으면, 머리끄덩이라도 잡아채고 싶었다.


“걔는 수겸 오빠도 기억 안 날 거라고!”

“첫사랑이 그리 쉽게 잊히나?”


“어어? 수겸 오빠 첫사랑은 나야!”

“코흘리개 때인데 무슨 첫사랑이야. 그냥 좋은 소꿉친구였겠지.”


“......!”

“그리고 수겸이가 런웨이에 설 때마다 패션쇼에도 찾아갔었고......요즘은 수겸이가 자주 가는 클럽에도 찾아간다며?”


“응. 3일 전에도 클럽에 갔다가 봤어.”

“근데도 너를 못 알아볼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데?”


“나만 수겸 오빠를 몰래 봤지. 후훗~. 오빠는 전혀 눈치 못 챘어.”


수혁은 눈앞의 하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서 10년이 넘도록 맴돌았는데, 수겸이가 진짜 못 알아봤다면······넌, 완전히 가망 없는 건데?’


***


3일 전. 불금이자 클럽 데이었다.


늦은 밤, 하리는 수겸이가 즐겨 찾는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에 갔다. 그녀는 한 달에 서너 번 수겸을 먼발치에서 보고자 방문을 했다.


취향에 안 맞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현란한 조명은 싫었지만, 쉽게 수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못 만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성공률이 높았다.


클럽 앞의 사람들은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 굽이굽이 줄을 서 있었다.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대기하는 사람들의 소음이 한데 뒤섞여 멀리 울려 퍼졌다. 하리 역시 그들과 함께 소음을 들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새끼, 따라 나와!”


클럽 안에서 욕설이 섞인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남자들이 시비가 붙었는지, 멱살잡이를 하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디든 따라갈 테니, 이 손 좀 놔줄래? 옷 구겨지잖아!”


“어쭈? 게이 같은 꼬락서니를 하고 옷에 더럽게 신경 쓰네. 니가 지금 그 옷에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게이?”

“하긴, 내 여친에게 집적댄 걸로 봐선 적어도 게이는 아니겠지.”


‘또야? 도대체 왜들 놀러 와서 싸우는 거야? 사실은 싸우려고 클럽에 오는 건가? 그럴 거면 그냥 파이팅 클럽으로 가라고. 이것들아!’


속으로 욕을 하며 시큰둥하게, 싸움 난 무리를 훑어보던 하리는 멈칫했다. 멱살 잡힌 채 끌려 나오는 베이지색 헤어의 키 큰 남자가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수겸 오빠?’


진한 눈썹과 반듯한 코, 선이 또렷한 도톰한 입술과 날렵한 턱 선을 가진 얼굴, 늘 하고 다니는 크로스 귀걸이와 목에 새겨진 커다란 타투까지, 영락없는 수겸이었다!


‘정신차려! 지금 수겸 오빠 얼굴 감상할 때가 아니라고! 무슨 일에 말려든 건지 알아봐야 돼!’


하리는 핸드백에서 검은색 볼 캡을 꺼내며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하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툼이 난 그들을 구경하러 뒤따르고 있었다.


하리는 겹겹이 둘러싼 인파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죄송해요. 좀 지나갈게요.”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수겸이의 멱살을 잡은 채, 심한 욕을 퍼붓고 있다.


“시X! 왜 내 여친한테 집적거렸냐? 꼴렸냐? 응?”

“그 반대겠지?”


“내 여친이 너한테 집적댔다고? 개소리하지 마!”

“열폭하기는.”


수겸의 비웃는 표정과 시니컬한 말투에 화가 난 남자의 얼굴이 점점 새빨개졌다.


“이 시X 새끼가 미쳤나? 정말 죽고 싶어서 이래?”

“도대체 네 여친이 누구냐? 아까 내 옆에서 막 들이대던,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이야?”


수겸은 상대의 거친 말에도 흥분하지 않고 비웃으며 대응 중이었다. 하지만 하리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더 위험천만하게 보였다.


‘저러다 선빵 맞으면 어쩔? 모델인데 몸을 다치거나,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안 되는데?’


하리는 여차하면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10시 방향 CCTV. 역시 사각지대가 아니네. 조심해야겠어.’


육군사관학교 입교를 앞둔, 하리는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괜히 큰 사건에 휘말리면,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


하리는 긴 머리를 틀어 올리고 그 위로 볼 캡을 눌러썼다. 그리고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허리에 동여맨 후, 핸드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상황을 증거로 남겨야 했다.


그때, 키가 큰 남자가 거만하게 다가와서 하리에게 소리쳤다.


“어이! 아가씨! 촬영하지 마요! 핸드폰 이리 내놔요.”


위협적인 태도의 남자는 거칠게 핸드폰을 뺏으려고 잡았다. 하리는 남자를 노려보며, 핸드폰을 짜증스러운 손길로 빼냈다.


“아저씨! 왜 여자의 손을 막 만지고 그래요? 이거 성추행. 벌금 삼천!”


하리가 핸드폰을 안 뺏기려고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수겸에게 욕설을 퍼붓던 남자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부우웅!


‘안돼! 오빠 얼굴만은 안돼! 제발!’


하리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주먹은 붕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가뿐하게 몸을 돌려 피한 수겸이는 긴 다리로 남자의 가슴을 걷어찼다.


퍼억!


가슴을 강타당한 남자가 뒤로 나자빠지는 순간, 구경꾼들 사이에 있던 남자 두 명이 수겸에게 달려들었다.


‘저것들은 또 뭐야? 비겁하게 지금 여러 명이 공격하는 거야?’


한 사람이 빠르게 수겸의 뒤에서 양팔을 제압했고, 다른 한 명은 붙잡힌 수겸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수겸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지만 쉽사리 결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거 안 놔? 놓으라고!”


분노에 가득 찬 수겸의 외침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하리는 눈앞에 있는 키가 큰 남자의 멱살을 잡고 메치기로 바닥에 쾅 때려눕혔다.


‘크~ 땅을 울리는 이 소리. 실제 유도 경기였으면 제대로 한판이네.’


하리는 수겸을 때리고 있는 상대에게 다가갔다. 하리의 기척을 느낀 남자는, 나이프를 꺼내 들고 휘둘렀다.


나이프가 허공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워. 아저씨 진정하세요. 칼을 빼들고 선량한 시민을 위협하시면 안 되죠? 정정당당하게 주먹으로 싸워야지. 칼이 뭐야? 안 창피해요?”


“염병하네!”


남자는 짧고 강렬한 욕을 내뱉으며, 나이프를 길게 뻗었다. 하리는 찌르며 다가오는 나이프를 피하기 위해 반보 옆으로 움직였다.


살짝 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수겸이가 남자를 길게 밀어 찼다.


남자가 휘청거리자 하리는 나이프를 든 손목을 잡아채, 등 뒤로 꺾어 비틀었다.


쨍그랑~!


꺾인 손에서 떨어진 나이프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하리는 그가 다시 줍지 못하도록 나이프를 멀리 걷어찼다.


‘휴......오빠 나이스 타이밍! 근데 이 자식, 왜 위험하게 칼을 들고 다녀?’


괘씸한 마음이 든 하리는 남자의 팔을 더 세게 비틀었다. 팔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한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미친 X......디지고......싶냐?”


“입이 걸레냐?”

“커헉!”


미간을 잔뜩 찡그린 수겸은 손날로 후두부를 내려쳤다. 수겸은 못마땅한 눈으로 침을 흘리고 쓰러진 남자를 노려봤다.


그사이, 수겸에게 맞고 쓰러졌던 체격 좋은 남자가 일어나, 하리의 등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앞으로 쭉 밀린 하리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 바람에 모자가 벗겨지며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아야, 아야.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구나.’


수겸은 체격 좋은 남자를 발뒤축으로 후려 차고 하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커다란 손을 마주한 하리는 가슴이 콩닥콩닥 사정없이 뛰었다.


“괜찮아요?”


수겸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실제로 눈앞에서 그의 육성을 듣다니. 꿈에서나 마주할 법한 순간이다.


그러나 수겸에게 얼굴을 들키기 일보직전이다.


하리는 후다닥 모자를 주워 눌러쓰고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섰다. 잠시 손이 부끄러워진 수겸은 머쓱한 표정으로 하리를 바라봤다.


‘내가 더 아쉬우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남자들은 프로 싸움꾼이었다.


맞을 때도 비껴 맞아가며 급소를 피했다. 그들과 계속 대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겸에게 후두부를 맞고 기절한 남자를 제외하고 세 명의 남자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오늘 같은 날, 삼단봉을 가져왔어야 했는데······무겁게 들고 다닐 땐 쓸모도 없더니, 없는 날 꼭 일이 터져요. 어쩐다? 발차기를 해야만 하나? 치마 입은 날 꼭······’


수겸과 하리는 서로 등을 마주하고 계속 공격해오는 남자들을 상대했다. 은근히 수겸과 하리는 합이 잘 맞았다. 수겸이 긴 리치로 견제타를 날리면, 하리가 힘찬 발차기를 날렸다.


하리의 현란한 발차기에 남자들은 얻어맞고 뒤로 물러섰다. 수겸은 싸움도중 하리를 상기된 얼굴로 바라봤다.


‘혹시 내 팬티를 본건가? 얼굴 표정이 왜 그래?’


잠시 수겸을 쳐다보는 사이, 키가 큰 남자가 몸을 풀며 하리에게 다가왔다. 수겸에게도 두 명의 남자가 달려들고 있었다.


‘역시, 일반인들은 아닌 것 같아. 몇 대 맞고 물러서지 않네? 저 남자는 키가 커서 내가 불리한데......’


하리는 남자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핸드백을 크게 휘둘렀다. 다가오면 휘두르고 뒤로 한걸음 물러나고 견제를 하다가 핸드백을 그를 향해 빠르게 던졌다.


핸드백을 피하려고 남자가 움직이는 순간, 뒤돌려차기로 그의 머리를 적중시켰다. 빠각! 묵직한 타격감이 전달되며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아. 정말 발차기는 안 하고 싶은데. 자꾸 하게 만드네. 집에 돌아가자마자 팬티 뭐 입었는지 확인부터 해야겠다. 제발 유치 찬란한 곰돌이 푸우 빤스만은 아니길......’


하리는 치마를 끌어내리며 주변을 살펴봤다.


수겸이 제압한 남자를 포함해서 모든 남자들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 일단락이 된 것이다.


급한 위기는 모면했지만, 구경꾼들이 점점 더 모여들었다.


CCTV도 신경 쓰이고,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빨리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리는 핸드백을 챙기며, 수겸에게 큰소리로 말을 했다.


“저 사람들, 다시 일어나기 전에 빨리 피해요!”


하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수겸은 남자들과 계속 대치 상태였다.


‘헐......흥분해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상태인가?’


하리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그에게 다가가 손을 부여잡았다.


“가자고!”


하리는 수겸의 손을 힘껏 당기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을 지나쳐 바람을 가르고 숨이 차도록 달렸다. 그렇게 달려 큰 대로로 들어서자 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저 사람들 속으로 숨는 게 좋겠네.’


하리는 몸을 옆으로 비틀면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뒤를 보니, 두리번거리며 쫓아오는 남자들이 저 멀리 보였다.


마음이 조급해진 하리는 수겸의 손을 더 강하게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사람들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쳤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불금을 맞아 이태원에 모여든 인파를 뚫고 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파도를 거스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점점 더 힘들어졌다. 손에 잡힌 수겸의 손도 점점 힘이 빠졌다.


‘이대로 계속 함께 도망칠 수는 없겠네. 더 이상 따라오는 것 같지 않고......아쉽지만, 여기서 그만 헤어져야겠어.’


“앞으로 조심하세요.”


하리는 짧게 한마디를 던진 후, 수겸이의 손을 놓고 인파 속으로 몸을 숨겼다.


수겸은 난데없이 나타나서 도와준 여자를 놓쳐버린 아쉬움 때문인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물끄러미 서 있었다.


베이지색 머리카락에 하얀 얼굴, 큰 키. 멀리서 봐도,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하리는 늘 그의 모습을 한눈에 찾아냈다. 그렇게 수겸은 언제나 하리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사람이었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널 지켜줄게.’


작가의말

가디언은 저의 첫 연재 글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근데,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이 어렵네요. 그래도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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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일로 만난 사이 20.12.09 167 4 16쪽
4 4. 그 여자의 정체 20.12.09 169 4 16쪽
3 3. 너의 경호원 +2 20.12.08 200 5 13쪽
2 2. 그녀의 사정 +2 20.12.08 276 6 16쪽
» 1. 그의 경호원이 되고 싶어! +2 20.12.07 555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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