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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프 먹은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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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ty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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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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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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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조급함과 여유

DUMMY

“아이고, 머리야.”


구속에서 풀린 데미셀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자 제카 역시 피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윽······생각해보니 몸 상태가 별로였는데.”


엔드라인 요새에서 무리하게 사용했던 몸이었기에 조금 전에 사용했던 힘의 피로가 배가 되었다.


피곤한 얼굴로 주저앉는 제카의 모습에 데미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가뜩이나 몸도 안 좋으면서, 이런 데에서 힘을 빼면 어떡해.”


“누가 아픈 형한테 깐족대래? 이러다가 싸우기도 전에 또 한 번 쓰러지겠네.”


“아프다고 하면서 힘은 장사네······.”


자리에 일어선 데미셀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제카 형, 그런데 우리끼리 이렇게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가 데모니아의 군대가 쳐들어오면 답이 없다고.”


“······그건 그렇지.”


현실을 자각한 두 사람은 나비 계곡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엔드라인 요새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적들이 왜 바로 추격해오지 않은 거지? 도주하던 우리의 뒤를 계속 쫓아왔으면, 아무리 이 나비 계곡이라도 뚫렸을 텐데.”


나비 계곡은 몹시 크고 험준한 두 개의 산 사이에 흐르는 계곡으로서, 산으로 올라오는 길은 무척이나 좁았으며 흐르는 계곡의 물살이 매우 거셌다.


엔드라인 요새가 인간의 힘으로 지은 철옹성이라면, 나비 계곡은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장소를 손쉽게 빼앗을 수 있었음에도 공격해오지 않는 데모니아의 군대에 제카가 의문을 가지자 옆에 있던 데미셀이 입을 열었다.


“저 녀석들도 잠시 군대를 재정비하는 거 아닐까? 우리가 워낙 완강하게 저항했잖아.”


“데미셀, 네 말도 일리는 있는데. 바다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온 데모니아가 추격조도 편성 안 했다고?”


바다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수많은 병사를 이끌고 쳐들어온 데모니아.


어젯밤의 싸움으로 지친 병력을 잠시 재정비한다고 쳐도, 병사가 남아도는 데모니아가 엔드라인 요새 밖으로는 추격을 안 했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그 점에 대해 제카가 말하자 데미셀은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며 말했다.


“음······듣고 보니 그러네. 그 정도 대군이었으면, 병사를 나눠서 충분히 추격할 만했을 텐데.”


“그렇지? 뭔가 이상하긴 하지?”


그 말을 듣던 데미셀이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데모니아가 우리를 추격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아.”


“오, 역시 다른 것 못해도 머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내 동생답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뭐야?”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


“칭찬 반, 욕 반.”


“······말 안 해준다.”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데미셀의 모습에 제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장난이야. 장난. 형이 사과할 테니까. 저들이 추격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줘.”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제카가 묻자 데미셀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아······제카 형. 우리가 아까부터 얘기하던 엔드라인 요새가 함락된 이유를 알면, 답은 그냥 나오게 되어있어. 데모니아는 우리를 추격할 필요가 없는 거야.”


“엔드라인 요새가 함락된 이유를 알면 추격할 필요가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카의 모습에 데미셀은 살짝 답답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카 형, 조금이라도 생각 좀 해봐. 엔드라인 요새가 비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광폭룡의 기습을 받았다는 서신이었잖아? 그 서신이 비록 국왕 폐하가 보낸 게 아니더라도, 찍혀있는 옥새는 진짜였어. 그 말은 곧 킹존에 큰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거고, 어젯밤에 갑작스럽게 쳐들어왔던 데모니아와 그 서신을 보낸 자들이 한패라는 사실이 성립되잖아.”


기나긴 데미셀의 설명을 들은 제카가 그제야 이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렇구나.”


“······그러면 이제 데모니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이미 엔드라인 요새를 함락시켰는데도, 우리를 왜 추격 안 했을까?”


그 말을 들은 제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거야······광폭룡이 킹존을 이미 휩쓸고 있어서?”


“그래! 바로 그거야! 이미 광폭룡이 내부에서 휩쓸고 있는 상황인데. 데모니아가 급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데모니아의 군대가 엔드라인 요새의 패잔병들을 급하게 추격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그들은 광폭룡의 손에 의해 괴멸당할 테니까.

그 사실을 깨달은 제카는 더욱더 난감한 표정으로 피난민들을 바라보았다.


“데미셀, 그렇다면 저분들을 프리지아 마을로 옮겨도 괜찮은 걸까? 우리가 오히려 사지로 내모는 거 아닐까?”


“아니, 그나마 그쪽에는 아직 스타우드 사령관님이 이끄는 군대는 건재하니까. 여기보다는 괜찮을 거야. 문제는 우리가 데모니아의 군대를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중요하지.”


현재는 비록 데모니아가 진군을 멈춘 상태지만, 그들이 언제까지 엔드라인 요새 안에서 멈춰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광폭룡과 협공하기 위해 진군을 시작한다면, 그들의 수많은 병력을 오백 명밖에 되지 않는 병사들로 막아야 한다.


“데미셀, 저 녀석들을 막을 방법 없겠어?”

“그래서 말했잖아. 이 깃발로 상대 속이자고.”


손에 들고 있는 스타우드의 깃발을 보여주며 말하자 제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그게 거짓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밖에 남지 않잖아.”


“나도 다른 전략을 짜고 싶은데, 애초에 병력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 답이 없어. 우리에게 현재 남은 건 적을 속이는 것. 혹은 방어하기 좋은 이 나비 계곡을 이용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 이 두 가지밖에 남아있지 않아.”


“음······그렇다면 내가 생각해 볼게.”


별로 남아있지 않은 선택지에 제카가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했다.


‘만약 스타우드 사령관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전공을 세운 스타우드.


그와 더불어 로열 가든의 국왕인 더반을 존경하던 제카는 자신에게 일어난 현재 일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대로 적을 기다리는 짓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뭔가 좋은 수를 떠올려야 해.’


오래간만에 진지한 고민에 빠진 제카의 귀에 거센 나비 계곡의 물살 소리만이 들려왔다.


***


데모니아의 마족들에 의해 점령된 엔드라인 요새.

그 요새의 중심에 세워진 성안에서 마족들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크하하하, 모두 수고 많았다. 오늘은 많이들 먹고 마셔라!”


마왕인 무스펠트가 술잔을 들며 외치자, 모여 있던 마족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술잔을 들었다.


“““마왕 폐하 만세! 데모니아 만세!”””


오랫동안 점령하지 못했던 엔드라인 요새를 함락했다는 사실에 모든 마족이 기뻐하며 즐기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사천왕인 볼케인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볼케인, 이 요새를 함락시킨 일등 공신이 왜 그렇게 표정이 좋지 못한가?”


옆에 있던 아수라가 술을 마시며 묻자, 볼케인은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젯밤에 나에게 굴욕을 안긴 벌레 녀석을 잡지 못한 것이 너무 화가 나서 그러네.”


2차 방벽 공성전 당시. 엔드라인 요새의 사령관이었던 제카에게 꼼짝도 못 하고 당한 볼케인.


그는 그때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제카를 추격했지만, 거도픈의 방해로 인해 잡는 것에 실패했다.


“그러게. 힘 조절을 하고 내려쳤어야지. 생각도 하지 않고 적을 내려찍어버렸으니. 건물까지 무너져버린 거 아닌가.”


먼 거리에서 볼케인의 추격전을 감상하고 있었던 아수라는 그때의 상황을 전부 보고 있었다.


자신을 막아서던 거도픈을 처리하다가 무너진 건물과 함께 떨어져 버린 볼케인의 모습을.


그때 있었던 일에 대해 아수라가 말하자 볼케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설마 고작 그 정도 공격에 무너질지 알았겠나? 이래서 허약한 벌레들이 만든 건물은 빈약하기 그지없다는 거야.”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볼케인의 말에 반박한 자는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사일런스였다.


귀족과도 같은 고귀한 풍채를 지닌 그가 자신의 말에 반박하자 볼케인은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앙? 내가 무슨 틀린 말이라도 했나?”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 엔드라인 요새 또한, 네 녀석이 벌레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지은 건물임을 잊은 거냐?”


무려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았던 엔드라인 요새.


철옹성이라 불리는 이 요새 역시 로열 가든의 사람들이 정성들 다해 만들어낸 요새였다.


그 점에 대해 사일런스가 지적하자 볼케인은 비열한 표정으로 웃었다.


“크흐흐흐······너야말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이 엔드라인 요새가 내 힘으로 뚫린 사실을 잊은 거냐?”


1차 방벽과 2차 방벽을 전부 자신만의 힘으로 열어버린 볼케인.

그가 자신의 공적을 말하며 거들먹거리자 사일런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뚫리긴 했지. 비어있는 요새를 함락시키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으니까.”


“······뭐야?”


그 말을 들은 볼케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올라섰지만, 사일런스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무슨 틀린 말이라도 했나? 적의 주력이 대부분 비어있는 상황에서 했던 기습이었잖아. 대군을 이끌고 온 우리가 이 요새를 함락 못 하면 비정상인 상황인데.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뭐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일런스의 말에 볼케인은 몸 전체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하고 싶은 말 다 지껄였냐?”


“아니, 아직 안 끝났는데? 게다가 네 녀석의 경솔한 행동 덕분에, 더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이 요새에서 쓸데없는 피해를 보았어. 그런 점에서 네 녀석은 사천왕 자격이 없는 거 아냐?”


“······이 자식이 진짜!”


계속되는 사일런스의 조롱에 결국 폭발한 볼케인은 커다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쾅!


주먹이 부딪힌 벽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지만, 정작 사일런스는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여유롭게 공중으로 피했다.


“이 정도 도발에 가볍게 넘어오는 점을 추가하면, 역시 너는 사천왕으로서 어울리지 않아.”


“저 녀석이 보자 보자 하니깐······.”


“볼케인, 그만두게. 마왕님이 지켜보고 계시지 않은가.”


사일런스를 붙잡으려던 볼케인을 아수라가 제지했다.

조금 전의 일로 성안에 있던 마족들은 물론 마왕 무스펠트까지 지켜보고 있었기에.


“대체 무슨 일인가?”


마왕 무스펠트가 천천히 다가오며 묻자, 볼케인과 아수라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송구스럽습니다. 파리를 잡는다는 것이 그만 벽을 치고 말았습니다.”

“음······파리라.”


그 말을 들은 무스펠트가 무너져버린 벽을 쳐다보고 있자, 사일런스가 공중에서 내려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마왕 폐하. 옆에 있는 이 근육뇌가 어젯밤일로 무척 피곤한 모양입니다. 저를 파리와 착각하다니 말이죠.”


“······너 정말로 죽고 싶은 거냐?”


“그만 됐다! 둘 다 싸움을 멈추어라. 이렇게 좋은 날 아군끼리 싸워서 뭐 하는 짓이냐.”


보다 못한 무스펠트가 싸움을 중재하자 두 사천왕은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두 사천왕의 싸움을 멈추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수라가 입을 열었다.


“마왕 폐하. 그것보다 다음 진군은 언제쯤 하실 생각입니까?”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진군을 개시한다.”


“마왕 폐하, 이미 광폭룡이 킹존을 급습하여 박살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엔드라인 요새를 점령한 시점에서 저희는 동맹군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했으니. 굳이 진군할 필요는 없지 않으시겠습니까?”


내일 다시 진군하겠다는 마왕의 말에 사일런스가 반대하자 볼케인이 불같이 화를 냈다.


“사일런스! 감히 마왕 폐하의 생각에 토를 다는 것이냐!”


“볼케인, 난 괜찮으니 진정해라. 사일런스. 네 말대로 광폭룡이 로열 가든을 휩쓰는 마당에 우리가 진군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마신 아베스타 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최대한 로열 가든의 많은 영토를 우리가 확보하라는 지시가 있었네.”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마신 아베스타.


그는 자신의 최측근 수하인 마왕에게 최대한 넓은 영토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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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 조급함과 여유 21.08.02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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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3. 반대쪽 길 21.07.23 27 0 13쪽
83 82. 존중 21.07.22 31 0 13쪽
82 81. 약혼 21.07.21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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