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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사냥꾼 님의 서재입니다.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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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귀사냥꾼
작품등록일 :
2022.02.15 01:57
최근연재일 :
2022.04.24 13:14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36
추천수 :
5
글자수 :
193,712

작성
22.04.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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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아직 조례 시간 전이었음에도 교실 내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웠고 정적이 흘렀다. 다들 책을 펴서 하나라도 더 보고 있었다. 어떤 애들은 작게 소리를 반복하며 외우고 있었으며 어떤 애들은 필기해놓은 것들을 연신 훑어보고 있었다. 공부를 그리 하지 않던 녀석들도 분위기에 맞춰서 떠들지 않고 교과서를 보고 있다. 칠판에는 커다랗게 '중간고사' 라고 써져있다.


오늘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총 3일 동안 진행되는 긴 중간고사 시험의 시작이다. 자리는 그에 맞춰서 번호대로 앉게 되었고 1번인 나는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준비를 많이 했느냐 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모로 일이 있었다보니 작년 시험 때보다 집중을 못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탓에 어제는 정말로 밤을 새다시피 공부를 해서 3시간 쯤 잔 거 같다. 지금도 눈꺼풀이 너무나도 무겁다. 눈을 잠시만 감고 있으면 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그건 나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옆 분단의 아연도 고개를 연신 꾸벅꾸벅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뺨을 두어번 세게 치고는 잠을 깬다. 아연의 말로는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따로 말은 안 했지만 아마 그 집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앞자리의 예린은 그런 아연이 대견했는지 초콜릿을 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뭔가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다. 초콜릿을 받아서 까먹는 모습이 햄스터가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모습 같다.


시간이 지나서 시험 시작 시간이 다가왔고 담당 선생님이 들어왔다. 담당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으로 꽤 기계적인 성격의 선생님으로 유명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교탁에서 조용히 시험지랑 OMR카드를 분류하더니 종이 땡 치자마자 각 분단에 나눠주었다.


계속 몰려오던 졸음기도 시험지가 내 앞으로 오자 싹 달아났다. 눈이 피곤한 것은 여전했지만 정신은 꽤나 말짱해졌다. 문제들도 다행히 공부했던 것들 위주로 나왔다.


학교 종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선생님의 "그만." 소리와 함께 시험이 종료되었다. 의례 그렇듯 맨 뒷자리의 학생들이 일어나서 OMR카드를 회수해나갔다.


선생님은 잠시 동안 OMR카드를 확인하고는 번호 순서대로 맞추고는 이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갔다.


그와 함께 긴장이 살짝 풀린다. 조금 뻐근해진 몸을 기지개를 펴서 푼다.


"후우......"


나름대로 아는대로 다 풀긴 했는데 역시 불안하다. 아리송한 문제들도 꽤 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때는 역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진의 자리로 향했다. 우진의 앞자리 애는 어디 갔는지 자리를 비웠기에 나는 거기에 앉았다.


"야, 잘 봤어?"


"쓰읍.....그럭저럭 다 푼 거 같기는 한데."


"왜? 못 봤어?"


"아리까리한 문제가 2개 정도?"


나머지는 다 풀었다는 얘기냐. 역시 최상위권 애들은 다르네. 나는 6문제 정도 애매했고 2문제는 그냥 찍었는데.


그 차이에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녀석의 시험지를 뺏었다.


"어?"


"답 좀 맞춰보게."


"아, 그래."


자기도 궁금했는지 내가 두 시험지를 비교하는 걸 쳐다본다. 답이 다른 것들만 내 시험지에 v표시로 체크해두었다. 체크한 v표시를 세어보니 5개다.


기분이 갑작스럽게 다운이 된다.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끄응.......5개나 다르네. 시험 망한 거 같은데?"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애써 위로를 하지만 내가 다른 걸 체크할 때마다 우진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내 시험지의 답을 본 것을 보아서는 아마 내가 확실하게 틀렸다고 봐도 좋으리라.


"잘 봤어?"


아연이 예린과 같이 와서는 내 머리 맡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예린은 나와 우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완전 망한듯?"


"나보다는 잘 봤겠지."


"너보다 못 보면 사람이냐?"


"뭐라고?"


아연이 내 머리를 지긋이 누른다. 점점 가해지는 압력에 나는 두손을 들고 항복했다.


그 모습을 예린이 쿡쿡 웃으며 지켜보다가 양 손을 주먹 쥔 상태로 나와 우진에게 내밀고는 말했다.


"골라봐!"


"뭔가 보상이라도 있는거야?"


예린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진서가 고른 반대쪽으로 할게 그럼."


간단하게 우진이 기권해버리고는 다음 과목의 참고서를 펼쳤다.


"오른쪽?"


"진짜? 바꿀 기회를 줄게."


"그럼 왼쪽."


"너무 쉽게 바꾸는 거 아냐? 내 말이 페이크 였을 수도 있다구?"


"그럼 오른쪽."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예린이 나를 쳐다본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양 손을 폈다. 예린의 양 손바닥에는 초콜릿이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BCD 초콜릿이다.


"정답은 양 쪽 다 였습니다!"


"와아아."


"너무 반응이 국어책인데."


"우와아아아아!!!!"


"아니, 그렇게 야단스럽게 반응하란 말은 아닌데....."


예린이 웃으면서 나하고 우진에게 초콜릿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오, 땡큐. 잠만 나도 줄게."


우진은 잠시 가방을 뒤적거리고는 초콜릿바를 꺼내서 작은 조각을 하나 예린에게 건네주었다. 예린은 수줍게 웃으며 입에 넣었다.


"너네 답 맞춰봤어?"


"엉. 우진이랑 맞춰봤는데 나는 글른 거 같아. 너넨?"


"나도 망한 거 같아......"


"난 잘 본 거 같아."


상반된 대답이다. 다만 그 주체가 뒤바뀐 느낌이다. 공부를 잘하는 예린이 망했다고 하고 공부를 못하는 아연이 잘봤다고 한다.


하긴 전체적으로 그런 경향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한다. 꼭 공부 잘하는 애들이 자기는 늘 망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줘봐. 비교나 해보게."


"너껄로?"


감히 니 까짓 게? 라고 말하는 듯한 어조다.


"아연아. 공부는 딱 두 개만 기억해."


"뭐?"


"국어는 주제 파악. 수학은 분수를 알면 돼."


"그.....래?"


아연은 이해를 못한 듯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서는 예린이 숨죽여 웃고 있다. 아연은 그런 예린을 보더니 다시 한 번 내 말을 곱씹어보다가 이내 이해했는지 눈썹을 찡그리고는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나도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예린은 서서히 웃음을 멈추고는 우진에게 다가갔다.


"우진아, 너꺼 시험지랑 맞춰봐도 돼?"


"아, 응. 한 번 맞춰보자."


둘은 각자의 시험지를 펼쳤다. 공부를 잘하는 둘이다보니 나보다 맞는 답의 갯수가 더 많았다. 그렇게 맞춰보다보니 자연스레 거리는 좁혀졌고 얼굴이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시험지를 넘기고 있었다.


우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예린은 눈치를 챈 듯 시선이 가만 있질 못했고 볼에는 살짝 홍조가 내비쳤다.


둘의 연애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좋은 징조다.


나는 둘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일어났다. 쉬는 시간이니 얼른 화장실이나 다녀올 셈이었다.


"어디 가?"


"화장실."


"그래."


아연은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관심 없다는 듯 예린과 우진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교실을 나갔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손을 씻었다. 시험 때문일까?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빨리 시험 끝나고 실컷 놀면 이 기분도 빨리 풀릴텐데.


"에휴....."


한숨을 내쉬며 교실 뒷문을 열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반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는 조용하다. 친구들끼리 답을 맞춰보는 애들도 조용히 답을 맞출 뿐으로 다른 공부하는 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하고 있다. 흔한 시험날의 풍경이다.


우진의 자리 주위에는 아까 그 멤버에 더해서 재민과 원규도 합류해 있었다. 아연은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살짝 눈썹이 내려가 있었고 예린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둘을 꺼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딱 봐도 우진하고 같이 있는 걸 기회로 삼아 억지로라도 말을 붙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우진은 그런 걸 모르는지 참고서를 보면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아연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연은 내게 바디랭귀지를 시도했다.


일단은 손을 까닥까닥거렸고 그 다음엔 검지로 재민과 원규를 둘을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손을 휙 내치는 모션까지.


즉, 얘네 둘 쫓아버리라는 뜻같다. 단번에 이해해버리는 내가 좀 싫다. 저번에 알바에서 살짝 싸운 뒤로 괜히 얘네랑 계속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해보았다. 표정은 최대한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봤다.


아연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서는 주먹을 쥔 손을 내게 보인다.


안 오면 죽는다는 뜻이려나? 그나저나 어떻게 눈치챈거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애들에게 다가갔다. 들리는 대화 내용을 보아하니 롤 얘기인 듯했다. 아연과 예린도 롤을 하니 좋은 공통 주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 때......"


"아, 새끼야. 시험날인데 뭔 롤 얘기야. 공부나 해. 다음 교시 준비나 하세요~."


열심히 말하고 있는 원규의 등을 살짝 치며 끼어들었다.


원규는 살짝 인상을 쓰며 나를 보며 말했다.


"시끄러. 애들도 좋아하는구만. 괜히 너가 왜 그러냐."


"좋아하긴 뭘 좋아해. 딱 봐도 표정 썩었구만. 서아연은 괜찮아도 예린은 공부 잘하니까 공부하라 그래."


"뭐? 나는 왜 괜찮냐?"


"어.......그건......말해도 돼?"


"아니, 그냥 말하지마."


"그건 너가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른........"


퍽.


"내가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했지? 분명 말했어."


아연은 근사한 미소를 짓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깨를 펀치기계 마냥 후려쳤다. 내 뒤의 말을 알고 있는 예린은 숨죽여 웃는다.


아야야야야.....살살 좀 치지. 지가 도와달래놓고.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아연은 나를 노려보며 웃음을 참고 있는 예린의 팔을 잡았다.


"시험 끝나고 보자. 나보다 못 봤으면 넌 죽는거야."


"다행이다. 죽을 일은 없겠네."


"아이씨!"


그러고는 아연은 발을 쿵쿵거리며 예린을 데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재민은 자리로 돌아가는 둘에게 "공부 열심히 해~." 라고 외쳤고 원규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어떻게든 된 거 같기는 하다. 대충 내 말에 적당히 호응하려고 한 말인 거 같기는 한데 만약에 아연보다 못 보게 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없겠지? 없을거야.


조금 불안한 마음을 두고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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