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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사냥꾼 님의 서재입니다.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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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귀사냥꾼
작품등록일 :
2022.02.15 01:57
최근연재일 :
2022.04.24 13:14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38
추천수 :
5
글자수 :
193,712

작성
22.03.13 15:37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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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화

DUMMY

삐빅. 삐비빅. 삐리리~.


현관문의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이내 문이 열렸다. 거실에서 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곧이어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빠, 늦었네?"


진아가 졸린지 하품을 하며 나왔다. 옷은 분홍색 잠옷을 입고 있다. 곧 잠에 들 예정이었던 거 같다.


그러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고 곧이어 내 뒤의 두 명하고도 눈이 마주치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진아가 낯가림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한 사람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꼬맹이여서 그런지 딱히 낯가림이 있어보이진 않아보였다.


"음.....?"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에 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네 언니되실 분이다."


".........아하."


진아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뭘 알아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 알아먹은 건 틀림없으리라.


빡.


아연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그러고는 나를 째려보는 것이 똑바로 설명하라는 듯하다.


나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흠흠,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우리집에서 지내게 하려고 해."


"응, 괜찮아. 다만 할 때는 조용히 해줘."


"안 해!"


진아의 대답에 아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응? 뭔소리야? 하긴 뭘 한다는거야?


영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옆의 아연을 쳐다보자, 아연의 귓볼이 토마토마냥 새빨개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다.....한다......설마.......?


이 음란 여동생이!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거냐!? 나랑 얘는 그런 관계 아니야! 그리고 애초에 그런 관계라도 옆방에 떡하니 사람이 있는데 하겠냐!"


"어? 그치만 사정이 있다고......아, 그 쪽 사정이구나."


그제서야 제대로 이해했다는 듯 손뼉을 친다.


"그 쪽 사정은 무슨 그 쪽 사정이야! 문맥만 봐도 딱 알잖아! 머릿속에 뭐가 든거야 대체!"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도대체 뭘 보길래 애가 저 모양이 된거야?


"에헤이. 말을 똑바로 안 한 오빠 잘못이지. 처음에 언니되실 분이라고 해서 오해했잖아."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응응."


얘 앞에서는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무슨 반응을 듣게 될 지 무섭네.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


"어쨌든 며칠 우리집에서 지내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아?"


"응. 난 괜찮아."


진아가 낯가림이 있어서 싫어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괜찮은 모양이다. 거절당했을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의 뇌물 지출은 각오했지만 다행이다.


그 때, 작게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졌다. 출처는 꼬맹이의 배였다.


냉장고에 뭐라도 있으려나?


냉장고를 뒤져보니 마땅히 애들이 맛있어할만한 음식은 못 만들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핸드폰을 열어 배달앱으로 들어갔다.


"아준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 물음에 꼬맹이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작게 "짜장면....." 라고 대답했다.


"짜장면 오케이."


늦게까지 하는 중국집이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짜장면 하나를 주문하고 앱을 닫았다.


아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곧 올거야. 좀만 기다려줄래?"


아준은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연이 입을 열었다.


"너 의외로 애들 잘 다루네."


"뭐......나도 여동생이 하나 있으니까."


"나한테는 저렇게 상냥히 안 하잖아."


진아가 볼을 빵빵 부풀리고 항의한다. 그 항의를 가볍게 딱밤으로 물리치고는 남매를 방으로 안내했다.


우리집은 방이 총 4개가 있다. 하나는 서재 겸 창고로 사용중이고 하나는 내 방, 다른 하나는 진아방, 마지막으로 손님방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오실 때, 빈 방에서 주무시곤 한다. 내 침대를 쓰라고해도 자기는 이제 푹신한 곳에서 못 잔다면서 손님방을 고수하고는 했다. 말이 손님방이지 그냥 빈 방이다.


내가 안내하려는 방은 당연하지만 손님방이었다. 기본적인 이부자리는 준비되어 있어서 자기엔 충분하리라. 솔직히 내 방을 내주고 내가 손님방을 쓰려고 했는데 아연이 질색하면서 거절했다. 너무 부담스럽다나 뭐래나. 어쨌든 강한 반발에 나는 손님방을 안내해주었다.


아연은 간단히 가져온 짐들을 풀었고 이부자리를 깔았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벌써 시간이 10시 반이 다 되어갔다.


진아한테는 무슨 상황인지 말을 안 해주었음에도 진아 나름대로 생각했는지 꼬맹이를 데리고 거실에 가서 아동 채널을 틀어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착한 동생이다. 반대 입장에서 갑자기 여동생이 친구들을 데리고 갑자기 재워달라고 한다면 나는 조금 싫을 거 같은데 말이다. 물론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방문을 닫고 아연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야기를 들어도 될까?"


"그러게. 말해야겠지."


아연은 한 동안 천장을 보다가 이내 결심했는지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알단 말해두는데 내가 폭력을 당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야. 그 전까진 엄마가 있었거든. 엄마가 나랑 동생을 보호해줬거든."


"그런데 올해 1월쯤인가? 결국 못 버티고 도망쳐버렸어."


"원망은 안 해. 무려 10년 가까이 폭력에 시달렸는데 더 빨리 도망쳤어도 이상하지 않아.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하지만........그렇네."


"도망칠거였으면 나와 아준이를 데리고 도망쳤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연은 씁쓸하게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 새끼가 자식한테는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아서 그런지 몇 달 간은 그냥 가만히 있더라고."


"그러다가 4월달쯤부터 나도 때리기 시작하더라."


"마음의 준비는 이전부터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냥 그랬어."


"언젠간 맞을 걸 알고 있었고 애초에 그런 인간이었으니 실망도 뭣도 없었고."


아연은 후련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끝이야. 별 다른 건 없어."


"그러니까 그....."


내 시선을 회피하며 아연이 쑥쓰럽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고마워. 도와줘서."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풋."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건 꽤나 보기 귀한 장면이다. 그 아연이 쑥쓰러워하면서 감사를 표하고 있다.


평소와의 그 갭이 상당히 커서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온다.


"푸흐흐흐흐."


"웃지마!"


"흐흐흐......아핳...미안."


진중한 이야기 도중이었는데 아무리 아연이라도 웃는 건 실례긴 하다.


나는 서서히 웃음을 멈추고 빙그레 웃으며 아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혼자서 힘들었지?"


내 말에 아연은 멍하니 나를 보다가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윽고 눈에 물이 조금씩 차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언제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시달려야 했을 것이고 맞을 때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그걸 꾹 참고 견딘 것이다. 그 기간이 짧건 길건 말이다.


어릴 때부터 계속 엄마가 맞는 걸 봐왔다면 더욱 무서웠을 것이다.


그 인간으로부터 맞기 시작했을 때는 누구에게도 상담을 감히 하기 힘들었겠지. 동생도 있으니 함부로 도망을 치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계속해서 고민했을 것이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아연의 표정이 무표정이 많은 것도 아마 어릴 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겠지.


아연은 울지 않으려는 듯 눈 사이를 누르며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로워 가슴이 아팠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뿐이었다.







아연의 눈물이 서서히 그치고 내가 휴지를 갖다주자, 그걸로 팽 하고 코를 풀었다. 눈물을 있는 힘껏 참아서 그런지 눈물은 별로 많이 쏟아내지는 않았다. 다만 눈은 엄청나게 충열됐다.


자기도 운 것이 어색한지 내 눈을 회피한다. 억지로라도 나가있어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조금은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나는 헛기침을 두어번하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고보니 짜장면은 왔으려나."


말 돌리기 좋은 주제로 입을 먼저 열었다.


"그, 그러게. 이미 도착했으려나?"


아연도 그에 받아주며 마주 일어섰고 나는 방문을 열었다.


"근데 누나는 어디 갔어?"


대화소리가 들린다. 아준의 목소리다.


자리를 오래 비우긴 했나보다. 그래도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진아가 애를 잘 돌본 거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쉬잇. 누나랑 형은 지금 거사를 치루고 있거든."


"거사아? 그게 모야?"


"그, 그건 말이야......어른이 되면 남녀가 아기를 낳기 위해......."


"낳긴 뭘 낳아?"


빡.


재빨리 달려나가서 진아의 머리를 후려쳤다. 진아는 그에 뒤돌아보며 볼을 빵빵 부풀린다.


이게 뭘 잘했다고 볼을 부풀려?


그대로 볼을 잡아 쭈욱 늘린다. 열심히 저항하다가 안 되겠는지 진아는 두 손을 번쩍 들며 말한다.


"자, 자모해서요!"


"좋아. 뭐를 잘못했지?"


네 죄를 네가 고하라 라는 느낌으로 손에 살짝 힘을 풀었다. 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어.......성교육을 너무 일찍한 점.....?"


"네녀석의 죄는 허위사실유포 죄다."


틀린 대가로 볼 쥐어짜기 형에 처했다. 여동생은 상당히 억울해보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볼을 이리저리 쥐어짰다.


어느새 아연도 옆에 와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진아의 뺨을 한 쪽 나눠받았다.


꽤나 보들보들한 것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촉감이다.


식탁에는 짜장면이 와있었다. 배달을 진아가 받은 모양이다. 짜장면을 잘 비벼주기도 했는지 아준이 방실방실 웃으며 맛있게 포크로 먹고 있었다. 애들의 양을 생각해서 센스 있게 양을 덜어놓기까지. 방금 발언만 아니었으면 완벽했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잘한 것도 있으니 뺨에서 손을 떼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가볍게 머리를 두드렸다.


냉장고에 다가가서 음료수를 꺼냈다. 사과맛 음료수다. 애들이 싫어할만한 음료수는 아닐 거 같다는 생각에 나는 컵을 꺼내서 따랐다.


그리고 음료수가 든 컵을 들고 식탁으로 다시 갔을 때, 나는 벙쪘다.


"오아, 이 어니 조 떼어줘......"


아연이 진아의 양 볼을 쥐어짜고 있었다. 진아는 이제 고통스럽다는 듯이 눈물까지 살짝 내비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원한이 깊었나?


음료수를 아준의 앞에 두고 아연의 팔을 내리니 그제서야 멍했던 아연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뭐, 뭐하니.....?"


"어.....그게 촉감이 너무 좋아서 그만."


그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만.....좀 불쌍하지 않냐?


진아가 완전히 볼이 새빨개져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아연을 노려보고 있다. 아연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마치 마약같은 느낌이었어." 라고 중얼거렸다.


그 정도였나? 확실히 볼이 마치 찹쌀떡같아서 부드럽기는 했다만. 고양이 발에 있는 젤리가 그런 느낌이려나?


아연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뒤늦게 진아한테 사과를 했다.


"미안.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근데 한 번만 더 만져봐도 될까?"


"안돼요!"


아쉽다는 듯 아연이 손을 내린다.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도 깨져서는 시무룩해하는 것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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