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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사냥꾼 님의 서재입니다.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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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귀사냥꾼
작품등록일 :
2022.02.15 01:57
최근연재일 :
2022.04.24 13:14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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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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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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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밤잠을 설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그리고 후회했다. 버스는 언제나처럼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또 앞사람의 등이 하염없이 내 뺨을 짓누른다.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진짜 등교길의 버스는 지옥이다. 다시는, 다시는 타지 말자.


찌뿌둥하게 짓눌려진 몸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고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그 때,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예린이 있었다. 표정은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표정이 아니었다. 살짝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올렸고 나와 시선을 애써 피하며 내 옆을 쌩 지나갔다.


"어? 어어?"


심하게 당황해버렸다. 인사조차 안 할 정도로 어제 일이 충격이었던 거야? 아니, 그래도 헤어질 때까지 그런 낌새는 없었는데?


당황해서 걷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는 한 동안 오른손을 뻗은 채, 그곳에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나는 동상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진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진서? 뭐해?"


"어.....동상 연기?"


"김정X 이세요?"


"내래 주둥아리 닥치라우."


"어이고. 수령님이셨구나."


애써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내심 마음 속이 심란하다. 친구가 되고 나서 예린이 나를 무시한 적은 단 한도 없었는데.....


그렇게 충격이었나? 혹시 변태라고 생각했다던가?


"하아........"


"뭘 그리 한숨을 쉬어?"


"동무, 아오지 가고 싶니?"


"갑자기?"


"인생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법이지."


"어라? 수령님은 또 어디 가셨지?"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린과 눈이 딱 마주쳤다. 하지만 즉시 예린이 눈을 피해버렸다.


아, 아닌가? 내가 아니라 우진을 보고 피한 걸지도 모르겠다.


"야, 들어가. 뭐해?"


우진이 뒤에서 나를 밀었다. 예린의 시야에서는 우진이 보이지 않을 것이니.....


100% 나를 보고 눈을 피한거네.


우울해진다. 그대로 주저앉아서 훌쩍훌쩍 울고 싶다. 그 동안의 노력이 모두 사라진 거 같구만.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내 자리에 앉았다.


우진은 나의 변화를 전혀 눈치 못 챈 듯 신나게 떠들고 있다. 주 대화는 롤. 녀석은 며칠 전, 만렙을 찍고 나서 바로 골드까지 올려버렸다.


진짜 재능충 다 죽었으면......


뭐, 사실 별로 상관없다. 요즘 게임에는 별로 관심도 없으니까.


문제는.....


나는 예린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예린이 고개를 확 돌려 아연과 대화를 한다.


눈을 피한걸까? 아니, 그럴 리 없지. 나를 보고 있지도 않았을 게 뻔하다. 우진을 보고 있다가 내가 고개를 돌리니 나랑은 눈도 마주치기 싫으니까 고개를 돌린 것이 분명했다.


하아.......잠깐. 우진?


오호. 그러고보니 치트키가 있었지.


나는 캬톡을 열어 예린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나 - 오늘 우진이랑 피방 갈건데 오실?


이거면 답장을 안 할 수가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있었습니다.


무려 10분 동안 답장이 없다. 나 차단 당한걸까?


우울해진다......


우웅.


그때, 진동이 울렸다. 울림과 동시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예린 - ㅈㅅ 오늘은 좀.....


의외로 거절의 말이 돌아왔다.


허허......혹시 나 큐피트도 박탈된 거 아닐까?


우울하구만.......





하교 후까지 개선되지 않자, 나는 결국 아연에게 전화했다. 처음 받을 때부터 짜증을 냈던 아연은 중간부터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주었다.


- 예린이가.....흐음......"


흥미롭다는 어조였다. 하기야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녀석이 지 친구랑 사이가 나빠졌다는데 아주 재밌어할 거 같긴 하다.


혹시 나는 상담할 상대를 잘못 찾은 거 아닐까?


- 일단 알았어. 내가 한 번 전화해볼게.


"어? 해주는거야?"


- 너가 해달라며?


이번에는 어이 없어하는 목소리다.


"으, 응. 그랬긴 했지."


- 그래, 그럼.......와장창창!!!


통화 너머로 큰 굉음이 들렸다. 무언가가 넘어져 잔뜩 깨지는 소리다.


당황한 나는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뚝.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통화는 끊겼다.


.......뭐지? 신경쓰인다. 단순히 넘어져서 그릇을 깼다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잠시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그 뒤로 연락은 없다.


.......내일 물어봐야겠다.


다시 전화하기에도 좀 그렇다. 정말로 별일 아니면 며칠을 그걸로 놀릴 녀석이다.


괜한 걱정이길 바라며 나는 편의점 핫바를 먹었다.





아연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1시간 정도가 흐르고 알바를 갈 시간이어서 알바에 왔다. 당연하지만 학교보다 더 자주 예린을 마주하게 되리라.


여기서마저 외면을 받는다면 나는 조금 가슴이 아플 거 같다.


솔직히 그냥 도망치고 싶은 기분도 있긴 하다. 차라리 도망쳐서 결과를 못 보면 적어도 결과는 보지 못 하고 나온 것이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다. 알바를 그런 식으로 빠지는 놈이 어디 있더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안에는 역시 현지 누나와 상진 형이 있다. 고개를 두리번 거려도 예린은 보이지 않다.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조금은 그 사실에 안심하고 나는 웃으며 형, 누나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손님 많아요?"


월요일이니 웬만하면 잘 없을 걸 알고도 물었다. 그냥 인삿말 같은 느낌이다.


"어서와."


"뭐, 월요일이니까. 널널한 편이지."


현지 누나와 상진 형도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 때, 주방 쪽에서 한 명이 나왔다.


"언니, 오빠.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라는데.........요?"


예린과 눈이 마주쳤고 예린은 말을 하던 도중에 끝부분에 말을 끌었다.


현지 누나는 나와 예린의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눈썹을 살짝 올려서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봤고 상진 형은 그저 "아, 그래?" 라고 대답하고는 손님에게 가서 "저희가 국물이 여분이 없어서 힘들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사죄했다.


현지 누나는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내 팔을 잡고 끌었다. 조금 저항을 하자, 내 머리를 잡고 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도착지는 역시나 예린의 앞이다.


"자, 이제 무슨 일인지 들어볼까?"


아주 그냥 눈이 초롱초롱하다. 이 상황이 더럽게 재밌나보다.


그나저나 아연은 어떻게 조치를 취하지 못 한 걸까? 역시 아까 들었던 큰 소리하고 관련 있는 걸까?


하아......일단은 이 상황이 먼저다.


"어......제가 예린이한테 실수를 좀 해가지고......저한테 좀 화가 난 거 같아요."


"ㅇ....응? 내가?"


예린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 말에 내가 더 당황스럽다.


".......아냐?"


그럼 뭐 때문에 나를 피하고 있는건데?


현지 누나는 무슨 상황인지는 더 모를 게 분명한데 아주 그냥 좋아 죽으려 그런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 저 양반 드디어 맛이 갔나? 언젠간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조금 일렀구나.


"어......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예린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맞으면 맞는거고 틀리면 틀린거지 맞는 거 같은 건 뭔데?


"그, 그래! 나는 너에게 화가 났어!"


".......왜?"


"그, 그건......."


또 다시 말이 없어진다. 마치 급하게 변명을 준비하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가 갑자기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기 때문이야!"


"우와......"


"언젠가는 이럴 날이 올 줄 알았지.....경찰서가......"


현지 누나가 나를 완전히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거기에다 언제 왔는지 상진 형이 핸드폰을 꺼내고 있다.


아니, 포즈가 좀 그랬을 수는 있는데 끌어안지는 않았잖아! 그리고 거기! 진짜로 전화 걸지 말라고!


엉망진창이다. 뭐부터 해야할지도 망설여진다.


일단은 상진 형의 핸드폰을 빼앗아 전화를 끊고 말했다.


"진짜로 끌어안은 적 없어! 거기에다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환히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그래, 범죄자들도 다 나는 아니라고 부인을 하지. 너의 죄는 판사님께서 판단하실거야."


"개새끼니까 사식으로 사료 정도는 넣어줄게."


상진 형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고 현지 누나는 여전히 벌레 보듯이 말한다.


"아니, 진짜 다들 너무한 거 아냐?! 난 아니야! 아니라고!"


"이 자식! 저항하지 마! 너가 그럴수록 형벌은 더 높아질 뿐이야!"


"아하하하하하하!"


나랑 형이 몸다툼을 하는 것이 웃겼는지 예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에 조금 안도를 했다. 드디어 웃었다.


예린은 한껏 웃다가 눈에 눈물을 닦아내고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말했다.


"미안. 오늘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어. 이젠 괜찮아."


솔직히 뭐 때문에 나를 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괜찮은 거 같다. 애초에 피했다는 것도 내 피해망상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다행이다. 미움받은 건 아닌 거 같다.


"휴우....진짜 식겁했네. 하루종일 나 피하는 줄 알았잖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조금 말을 더듬는 게 맘에 걸리긴 했지만 괜찮다. 적어도 지금은 내 두 눈을 마주치면서 말해주고 있으니까.


"저기요~."


"네에~."


후련한 마음에 손님이 부르는 것에 반응하여 환하게 웃으며 달려나갔다.






알바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아까 통화가 이상하게 끊긴 것에 조금 걱정이 되어서 현황 보고나 할 생각으로 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뚜 달칵.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달칵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 라고 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


그러고보니 첫 말을 생각 안 해놨다. 뭐라고 말을 하지?


걱정되어서 전화했다? 이건 나와 아연의 관계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고.


그럼 심심해서 전화했다?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아까 넘어졌냐? 키키키킥. 이럴까? 이것도 좀......그러다 진짜 심각한 일이었으면 나는 완전 개쓰레기 되는 거 아니냐.


몇 번을 생각하다가 아연이 [......뭔데? 왜 말을 안 해?] 라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예린이랑 화해한 거 같아서......전화했어."


- 그래? 잘 됐네. 근데 왜 전화했어?


"그냥......아까 너한테 상담했으니까 후속 보고.....라는 느낌이랄까?


- 킥.


왠지 모르게 목소리의 톤이 낮아져 있던 아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조금 안도했다.


- 야, 너 한가하냐?


"알았어. 미안해. 시답잖은 걸로 전화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비꼴 필욘 없잖냐.


조금 풀 죽어 있는 내게 아연의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아, 아니. 비꼬는 게 아니라 지금 한가하냐고.


보니까 비꼬는 게 아니라 무언가 내게 할 말이라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애써 더욱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미안하다고. 그냥 아까 상담 받아준 거 고마워서 전화한건데......"


- 아니이이!


아연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가 커졌다.


- 지금 시간 되냐고.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어......알바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긴 해."


- 한가하다는 거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딱히 집에 가서 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 그럼 잠깐 얼굴이나 좀 보자.


"응? 어......그래."


무슨 용무라도 있는걸까? 아연과 단 둘이 만나는 건 되게 오랜만인 거 같다.


아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 어디 보자......지금 시간이면 카페도 닫을 시간이니까.......호수 공원으로 와.


"호수 공원 어디?"


호수 공원은 상당히 넓다. 단순히 호수 공원이라고 말했다가는 서로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입구 쪽으로 와.


"오케이."


나는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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