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귀사냥꾼 님의 서재입니다.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나귀사냥꾼
작품등록일 :
2022.02.15 01:57
최근연재일 :
2022.04.24 13:14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39
추천수 :
5
글자수 :
193,712

작성
22.02.15 15:33
조회
48
추천
0
글자
12쪽

5화

DUMMY

대략 일주일가량 지났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연은 그 뒤로 지나칠 때마다 나를 째려봤고 나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지나갔다. 좀 지나쳤던 거 같기는 하다.


여전히 우진이랑은 잘 지내고 있고 예린과도 가끔 카톡을 주고받긴 했다. 주로 우진이에 대한 얘기지만 말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닭다리를 집었다.


"야, 그거 내려놔라. 어디 건방지게 두 개를 먹으려 그래?"


"아니, 남의 기프티콘으로 먹으면서 말이 많다?"


"허어? 상담해주라며 불러놓고 선심 쓰듯 사주는 척 하지마 이 새끼야."


나는 쩝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셨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나는 얌전히 내려놓.


"하앗!"


는 척을 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녀석도 방심하지 않았는지 즉시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내 벌어진 입을 막는다.


쳇.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닭다리를 내려놓았다. 녀석은 코웃음을 치며 "내가 너를 모르겠냐?" 라면서 당당히 닭다리를 가져갔다.


눈앞에 있는 녀석의 이름은 한지상으로 소꿉친구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기 시작해서 꽤나 긴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성격도 나와 워낙 잘 맞는 탓에 계속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베스트 프렌드다.


다만 이 녀석은 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기껏 해야 주말에나 만날 수 있다. 평일에는 알바하고 나면 시간이 이미 10시가 넘고 그 전의 시간이라고 해 봐야 기껏 해야 1시간 정도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침 토요일인 오늘 최근 갖고 있는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녀석은 닭다리를 한 번 뜯고는 말했다.


"그래서 서아연이 도와주기로 했다고?"


"엉."


"근데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


"그게....."


해당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들려주니 녀석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는 "에라이, 새끼야." 라면서 뼈만 남은 닭다리를 던졌다.


"아니......솔직히 못 참잖아. 그걸 어케 참어!"


"뭘 못 참어. 그냥 니가 등신인 거지."


"아니, 넌 복종물 좋아하면서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아, 그런 느낌인가? 그럼 못 참긴 하지."


나의 적절한 예시에 바로 말을 바꾸는 그 녀석을 보고 한심하게 바라보자, 녀석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말했다.


"흠흠, 그건 됐고. 지금이라도 당장 연락해 봐. 이전에는 제가 정말 경솔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쇼 라고."


"누가?"


"너가."


"언제?"


"지금."


"어디에서?"


"하지 마! 하지 마 이 새끼야! 내가 안 좋냐? 너가 안 좋지!"


육하원칙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하고 있자, 이번에는 날개뼈가 날라왔다.


"크흠흠. 선생님 진정하시고요."


"에휴, 너 지금도 쓸데없는 거 생각하고 있지?"


"응? 뭐?"


"딱 봐도 지금 묘하게 양심에 걸려서 소극적인 거 같구만."


그 말에 나는 뜨끔 했다.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정말로 그래도 되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린이는 나를 믿고 부탁했고 내가 하려는 짓은 결국 그 믿음을 완전히 배신하는 행위이지 않은가.


아마 이 감정이 걸려 아연과의 대화에서도 부정적인 대답을 하고 괜한 짓을 요구한 게 아닌가 싶다.


굳은 내 얼굴을 보고 지상은 "에휴, 착해빠져가지고는." 라고 중얼거리며 치킨을 뜯었다.


"너는 평소 말투는 개또라이면서 왜 정작 나서지를 못하냐. 보는 내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한 지 알아?"


"그건 뭐.....아, 어떡하라고! 내 성격이 이런 걸!"


"고치라고 이 새끼야! 아, 화딱지 나네. 너 말 안 들을 거면 왜 부른 거야? 니 ㅈ대로 할 거면 그냥 혼자 해결하세요 그냥~."


"아, 말을 또 왜 그렇게 하냐. 섭섭하게."


지상은 한숨을 푹 내리쉬더니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너 벌써 2년이 다 되어가.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긴 건 아닐 수도 있긴 한데. 너 전우진이랑 사이 멀어질 생각 있어?"


"어.....딱히?"


"그 알바형이 말했다며 친구 사이만 유지하면 언젠간 기회가 올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전남친이랑 친구인 놈한테 기회가 올 거 같냐? 아, 뭐. 올 수야 있긴 하겠네. 사람 관계라는 게 언제 어떻게 바뀔 지도 모르니까. 근데 그 상황이 되면 넌 지금 보다 떳떳하게 굴 수 있어?"


진지하게 묻는 그 눈빛에 나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 상황이 오면 나는 예린에게 대쉬를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이렇게 버벅거리는데?


답은......알고 있다.


지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거 봐. 내가 솔직히 말할게. 넌 지금 아니면 기회 없어. 네 그 성격은 나도 좋아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고. 근데 그렇게 우물쭈물 하다가는 지금 너가 원하는 걸 절대 못 이룬다니까?"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아, 지금 먹고 있는 닭뼈 말고.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 이 감정이나 미래에 겪을 감정을 생각해서 적절한 타협선을 내린다.


대놓고 대시는 안 하고 아연이 지원해주는 건 받는 걸로 한다.


조금 머리가 개운해졌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눈을 뜨자, 내 눈앞에 닥친 상황은 처참했다.


"...................."


끔찍하게도 뼈만 남은 닭뼈들이 나를 반겼다. 살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게 깔끔하게도 먹었다.


나는 가만히 지상을 바라봤다. 지상도 자신의 죄는 아는지 입을 뻐끔뻐끔하고 있다.


"꺼어어어억."


아, 단순히 트림하려고 그런 거 였구나. 그럼 그렇지. 한때나마 양심 있는 놈으로 볼 뻔했네.


계속되는 나의 시선에 지상은 당당하게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뭐."


나는 가만히 치킨통을 들어서 뼈밖에 남지 않은 닭을 녀석에게 보여 주었다.


"어, 그래. 맛있게 먹었다. 상담비로 참 적절했어. 다음에도 꼭 상담해주라."


히죽거리며 웃는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만히 일어서서 서랍을 뒤적거려 망치를 꺼냈다.


주여, 오늘 한 명 올라갑니다.





다음날, 근처 카페에서 아연을 만났다. 아연은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를 째려보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앉은지 5분은 된 거 같은데 그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등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호출기로 커피를 받아와서 조심스럽게 아연의 앞에 놓았다.


"........."


"........."


아무 말이 없이 또 정적만 흘러 갔다. 아무래도 내가 말을 하기 전에는 절대 아무 말도 안 할 생각인 듯했다.


"그......지난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지난번이라면?"


말투가 마치 네 죄를 고하라 라는 느낌이다.


"제가 건방을 떨며 감히 서아영님에게 하기 어려운 일들을 시킨 것입니다......"


"시켜? 오, 내가 하수인인가 봐?"


"아, 아닙니다. 소인의 요청을 관대하게 들어 주신 것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네?"


"죄송하면 끝이야?"


저번 일이 상당히 마음에 남은 듯 아연은 쉽게 용서해주지 않았다.


"아, 물론 아니지요. 예. 제가 소정의 진상품을 준비했습니다."


그러고는 나는 가지고 온 화장품 세트를 꺼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화장품이라고 한다. 출처는 한지상의 여동생이다.


아연은 도도하게 눈만 살짝 아래로 해서 물품을 보고는 말했다.


"겨우 이것뿐?"


야! 그래도 그거 8만원 가량 하는 건데! 내가 알바비 쥐어 짜낸건데!


잘 보니 아연의 입가가 씰룩씰룩 하고 있다. 이 자식 속으론 좋으면서 더 뜯어내려는 속셈인가.


그때, 나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나는 화장품 세트에 손을 대며 말했다.


"무, 물론 아니지요. 이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거 같으니 가져가겠......"


"아니, 이건 됐고. 어쩔 수 없이 받아줄게."


바로 화장품 세트에 손을 대서 내가 가져가려는 걸 막는다.


"아뇨아뇨. 이런 하찮은 진상품을 드리는 거 자체가 수치입니다. 부디 다른 걸로 받으시지요."


"....으흠. 좋은 마음으로 주는 걸 받지 않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꽤 강한 힘으로 내가 당기자, 아연은 한 손으로는 안 되겠는지 두 손으로 그걸 막는다. 손에 잔뜩 힘을 주면서도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는 게 좀 웃긴다.


"제가 너무 부끄러워 그렇습니다. 아영님께 마음에도 들지 않는 상품을 바친다는 건 제게 너무나도 큰 수치입니다."


나도 한 손을 더 올려놓으려 하자, 아영의 차가운 표정은 그제서야 깨졌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이걸로 만족할게."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손을 떼자, 아영은 마치 가보라도 되는 듯 소중하게 화장품 세트를 품에 끌어안았다.


좋은지 연신 화장품 세트를 보면서 입가를 씰룩이고 있다. 그러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흠흠. 나도 미안 했어. 큐피트 해주겠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 줘서. 근데 뭐야? 난 너가 은근히 꺼리는 줄 알았는데."


"아, 그게......"


나는 지상과의 상담 내역을 말해주었다. 내 얘기를 다 듣고는 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똑똑하네. 맞는 말이지. 전남친의 친구하고 어떻게 사귀냐? 넌 몰라도 예린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야."


아무래도 내가 한 선택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근데 은근슬쩍 나를 까는 게 아직 다 풀린 건 아닌 모양이다.


아닌가? 쟨 원래 저랬어가지고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도와줄게. 그리고 너도 큐피트 하는 거 최소한으로 줄여. 아예 안 하겠다고 하면 편하긴 한데 그러면 말 거는 거조차 힘들어질 테니까 됐고. 내가 아무리 도와줘봤자, 니가 큐피트를 열심히 해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는 거니까."


"아, 응. 그건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다행이네. 잠시만."


아영은 핸드폰을 들고 잠깐 만지작거리다가 통화하는 듯 귀에 가져갔다.


"어. 지금 시간 돼?"


내게는 통화 내용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지금 전화를 건 거 보면 예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전혀 들리지 않을 게 뻔하지만 자연스레 귀가 쫑긋 해졌다.


그야 내가 좋아하는 애랑 통화하는데 괜히 대화 내용을 듣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아니, 뭐. 별 건 아니고. 좀 나눠줄 거 있어서. 안 바쁘면 나올래?"


"지금 별벅스! 학교에서 가까운 데 있잖아."


"어어. 거기. 빨리 와~."


그러고는 통화가 끝났는지 핸드폰을 내려놓고 커피를 들어 한 입 마시고는 말했다.


"나랑 너는 이게 달라. 너, 전우진이랑 친해진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못 불러낼 거 아냐. 나는 근데 예린이랑 되게 오래 봐서 가능해."


"오오오......이것이 아영's 파워......."


내가 선망하는 눈빛으로 아영을 바라보자, 우쭐해한다.


콧대가 높아진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다. 평소에는 무표정하면서 이럴 때는 또 표정이 잘 드러난다.


"후후. 더 존경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의 차이다."


뭐래는 거야 쪼끄만 게.


물론 이런 속마음은 감추고 "오오오오! 존경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대충 맞춰줬다. 그러다가 "예쁘다! 아름답다! 미모 원탑! 우리 초현고의 자랑! 초현중의 전설의 레전드! 연예인 xx를 넘어서는 엄청난 미모! 방구조차 향기로 느껴지는 마성의 여자!" 등등 계속해서 찬양을 이어가자, 조금씩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 그만.....내가 잘못했어." 라고 항복선언했다.


신선한 반응에 피식 웃으며 나는 커피를 마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그만하려고 합니다. 22.04.29 65 0 -
33 32화 22.04.24 28 0 10쪽
32 31화 22.04.17 19 0 11쪽
31 30화 22.04.10 20 0 11쪽
30 29화 22.04.03 27 0 13쪽
29 28화 22.03.27 24 0 13쪽
28 27화 22.03.20 25 0 11쪽
27 26화 22.03.13 30 0 12쪽
26 25화 22.03.06 33 0 15쪽
25 24화 22.03.04 24 0 12쪽
24 23화 22.03.03 19 0 13쪽
23 22화 22.03.02 24 0 13쪽
22 21화 22.03.01 20 0 14쪽
21 20화 22.02.28 21 0 12쪽
20 19화 22.02.27 21 0 13쪽
19 18화 22.02.26 27 0 11쪽
18 17화 22.02.25 26 0 20쪽
17 16화 22.02.24 24 0 13쪽
16 15화 22.02.23 24 0 14쪽
15 14화 22.02.22 27 0 19쪽
14 13화 22.02.21 32 0 10쪽
13 12화 22.02.20 26 0 14쪽
12 11화 22.02.19 24 0 13쪽
11 10화 22.02.18 38 0 14쪽
10 9화 22.02.17 38 0 15쪽
9 8화 22.02.16 29 0 12쪽
8 7화 22.02.15 33 0 15쪽
7 6화 22.02.15 31 0 15쪽
» 5화 22.02.15 49 0 12쪽
5 4화 22.02.15 64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