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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503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1.06 15:39
조회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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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토벌 여정 마무리(2)

DUMMY

잠에서 깨자, 상당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왜 누워있는 거지?’


아무리 봐도 지금 내 위를 덮은 것은 기숙사 침대 이불이었다.


‘설마..?’


이불을 힘껏 박찼다. 그와 동시에 선명한 시계 소리가 귀에 들려오며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알세닉, 자인. 어차피 아싸인 내가 아는 애들이 이 둘밖에 더 있는가. 나는 생각을 마치고 방 안을 살펴보았다.


방 안에 있는 카펫이 조금 흐트러진 것만 빼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다른 곳은 내가 토벌하러 가기 전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상태였다. 맥이 빠진 내가 침대에 걸터앉을 무렵이었다.


-우당탕!

“흐익..!”


욕실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났다. 그 뒤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누구야!”

“아으으..”


눈을 돌려 아래를 보자, 자인이 파자마 차림으로 엎어져 있었다.


“비누 밟았어..”

“괘, 괜찮아? 아니, 그 전에 왜 여기 들어와 있었던 거야!?”

“그, 그게..”


우물쭈물 거리던 그녀가 나에게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네가 나 깨워도 안 일어나서, 일단 여자 기숙사까지 끌고 갔다가, 사감 선생님한테 걸려서 남자 기숙사로 왔다는 거지? 그것도 내 기숙사로.”

“응..”

“근데, 내 기숙사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혹시 저번에 내가 기절했을 때, 여기로 데려다 준 것도 너야?”


그 날의 진실이 풀리려는 참이었다.


“그, 그거야! ...사람 생일 정도는 기억하니까!”

“응..? 비밀번호가 내 생일인 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술술 앞서나가며 자신이 범인임을 시인하고 있었다.


“그, 그게..”


그녀가 말을 얼버무렸다.


“아, 됐다. 귀찮아.”

“..스토커 짓 했다고 생각 안 하는 거야?”

“응, 하긴 하는데, 어차피 너 같은 애가 뭐가 아쉬워서 나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


반쯤은 진심이었다. 그녀와 어울리기에는 내가 초라해 보이는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내 말에 반발했다.


“충분히 매력있다고 생각하는데? 강하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그리고.. 잘생겼고.”

“네, 네.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진짠데..”


내가 대충 툭툭 던진 말에 그녀가 일희일비하며 반응해주었다. 어쩌면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워 그녀를 말로 괴롭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근데, 왜 여기서 잔거야? 나를 데려다 준 것 까지는 이해했는데..”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얼굴을 보다보니, 잠이 와서.”

“뼈 때리는 거야..? 내 얼굴이 그렇게 잠이 오는 얼굴인가..? 좀 슬픈데.”

“그, 그런 의미가 아니고.”

“아, 진짜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화 표출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인에게로 쏟는 화가 아니라, 답답한 내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분노였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묘한 분위기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미, 미안. 화 많이 났어?”


그녀가 오히려 나에게 사과한다. 아마도 그녀는 당황스러웠으리라. 지금까지 내가 화낸 적을 거의 못 봤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들려 줄 수 있지?”

“뭐, 뭘?”


자인이 당황한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고, 고백 말이야. 잊은 거야?”

“아..”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미, 미안해..!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 이런 상황이 맞는 거지. 항상 여자에게 배척받으면서 살아온 주제에, 또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니, 나름대로 자인이 나를 좋아한다고 오해한 것이었다.


“자신이.. 없어.”


그녀가 말을 되풀이했다. 확인 사살당한 나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있는 힘껏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감히, 너랑 사귀어도 될 지! 자신이 없다고..!”


전생에 태어났으면 그녀는 분명히 고문관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기분을 양극으로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이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너, 일부러 그랬지? 나 놀릴라고?”


그녀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감추려해도 내 환한 미소는 그녀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아니야..! 진짜 내 생각이야.”

“좋아한다고 말한 건 내가 먼저인데?”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같은 건 재미도 별로 없는 걸.. 사람들이랑 말도 많이 안 섞어봐서 말솜씨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성격이 밝은 것도 아니고.. 나는 너랑 사귀는 게 당연히 좋지만, 네가 그 지루함을 버틸 수 있을까 싶은데?”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 재밌는데? 음, 그래! 그리스.”


(미끌)


그녀가 내 마법에 미끄러져 허우적거렸다. 무게중심을 완전히 잃을 때 쯤,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후앗! 뭐하는 거야!”

“이렇게 장난칠 때, 당황하는 얼굴 보는 게 재밌으니까.”

“아, 진짜..!”


그렇게 우리는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서로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미소를 보며, 상쾌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 오늘부터 1일 인거네?”

“그, 그렇지?”


‘뭔가, 굉장한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거 아니구나.’


오늘은 일요일, 그녀와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솔로에서 탈출한 영예로운 날이기도 했다.


***


“이거야?”

“넵. 형님.”

“이게 뭐야.. 진짜 100개는 넘겠잖아?”


코어가 사무실 바닥을 가득 채웠다. 진우가 굴러다니는 코어를 발로 차서 한곳에 모으면서 말했다. 약간의 흥분이 감도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고, 준수는 점점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진우야, 얼마 생각하냐. 최대한 맞춰줄게.”

“형님이 가능한 한에서 말해주십시오.”

“아, 짜식. 재미없게. 으음, 코어 세봐야 알겠지만 대충 100개라고 했지? 그러면 개당 3천씩 잡아서 30억. 30억에서 세탁이랑 *사탕이 절반. 15억. 내가 여기서 얼마를 먹을까?”


준수는 그 말에 답을 할 수는 없었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답을 내놓다가는 거래 자체가 무산 될 수 있었다. 적어도, 탐욕에 물든 진우의 눈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끼, 하여간 입 놀릴 때랑 아닐 때랑 잘 구별한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좋아했고.”


침묵은 예상한대로 정답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우리 준수 좋아하니까 딱 5억만 먹을게. 그러면 10억? 충분해?”


딱 예상한 금액이었다. 이 정도면 진우 또한 자신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리라.


“충분합니다.”

“좋아, 좋아. 아 근데, 준수야, 바꿀 이름은 뭐가 좋을까?”

“예?”


준수는 예상치 못한 말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너 한국에 계속 남아있겠다며, 그럼 적어도 신분은 바꿔야 될 거 아니야, 유성 뒤통수 치고 아무것도 안하면 무사할 것 같아?”

“아, 그 얘기였습니까?”

“하여간, 어쩔 때는 심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먹어.”


순간,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간 이름 하나가 있었다.


“박.. 수현으로 어떻습니까?”

“수..연? 그건 너무 가시나 이름이잖아.”


진우가 얼굴을 찌뿌렸다.


“아니, 수‘현’ 말입니다.”

“흠.. 그래. 알았어. 만들어 볼게.”


수현이란 이름은, 준수의 딸이 그토록 좋아하던 연예인의 이름이었다. 아프기 전까지 딸을 싫어했어도, 한창 TV를 보면서 입이 닳도록 말했기 때문에, 어느새 준수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이름이었다.


‘딸이, 좋아해주려나.’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했다. 준수는 항상 그랬다.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이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무엇인가 자신을 옭아매고 나서야, 자유롭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굳은 결심을 한 후에야, 그는 진우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신분세탁은 그냥 서비스로 해줄게. 까는 거 없으니까. 걱정 말고. 여기, 일단 선금으로 2억 줄 테니까. 딸이랑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여러 가지 해라. 일단 너 그 전화기 나 주고. 당분간 이거 쓰고. 이제 가라. 일 할란다.”


진우는 준수에게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형님, 감사합니다. 연서 상태 좋아지면 꼭 데리고 오겠습니다. 형님이 너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됐다. 가라. 낯간지럽게 무슨.”


2억. 5만원권으로 채운 이 상자는 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사과박스 크기는 될 줄 알았는데, 책 두 권이 들어갈 수준의 작은 크기. 이 작은 크기의 돈을, 내가 몇 년간 일을 해도 모으지 못한다는 것이 우습고도, 절망적이었다.


준수는 곧바로 딸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제 3금융권에서 빌린 돈조차 다 써버린 그에게는, 딸의 치료비가 너무도 절실했다. 원내 간호사가 ‘이번 주까지 제대로 입금하시지 못하면, 죄송하지만 퇴원해주셔야겠습니다.’라는 말을 상기한 준수의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


“에라이, 이 새끼 왜 연락이 안 돼?”


신 과장, 신주환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신경질을 냈다.


“짬찌주제에, 내 전화를 씹어? 이 새끼 돌아오면 보자.”

“에이, 과장님. 게이트 안에서는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좀 진정하시고 기다렸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신 과장 앞으로 커피를 내오던 한 대리가 오히려 성화를 당했다. 대리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우리 팀 일로 끌어들이느라고, 내가, 어?, 얼마나, 개지랄을 했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서류 뭉치를 말아 만든 봉으로 한 대리의 가슴팍을 여러 번 찌르는 신 과장이었다.


“하기만 하면, 인센티브만 억대라고. 알아? 우리 영업 3팀 작년 하반기 실적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고. 시발, 내가 진짜.”


한 대리는 속으로, ‘그러면 당신이 갔다 오시지 그랬어요? 제 목숨은 소중한 줄 아나보네.’라는 말을 삼켰다.


“근데 진짜 뭔 일 있는 거 아닙니까? 준수, 과장님이랑 부장님 전화만큼은 부재중으로 만든 적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미치겠는 거야! 이 자식 물건 받고, 그냥 튄 거 아니야?”

“설마, 그러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한 대리는 알았다. 어쩌면 그가 정말로 ‘유성’을 상대로 빼돌리는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첫 만남에서, 독기에 가득 찬 눈빛을 보며 준수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마저 생겼다.


‘딸이.. 아픕니다.’


회사 사람 중에서 오직 한 대리에게만 털어놓은 말이었다.


‘이거 하는 입장에서 내가 말하기는 좀 그런데, 어차피 목숨이 달린 거면, 좀 더 벌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뒷 세계 말이야..’

‘..딸이 싫어합니다.’

‘딸이 아니라, 거의 법이네. 푸하핫..’

‘하하.. 제가 지금까지 못해준 게 많아서 말입니다. 넵, 피고 들어가십쇼. 저는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후우..”


사무실을 나와 밤공기를 한 모금, 입에 물은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의 담배는 조금 텁텁했다.


‘..죽지만 마라.’


그가 바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이후에는 어디까지나, 그와 ‘유성’으로 대면해야했기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안 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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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토벌 여정 마무리(2) 20.11.06 214 3 12쪽
20 토벌 여정 마무리 20.11.05 236 3 12쪽
19 사라진 코어의 행방 20.11.01 232 3 14쪽
18 끝, 그러나 시작 20.11.01 235 3 12쪽
17 재해급 몬스터 출현 20.11.01 236 3 14쪽
16 점입가경 20.10.31 226 3 13쪽
15 1급 몬스터, 골리앗(2) 20.10.31 237 3 14쪽
14 1급 몬스터, 골리앗 20.10.25 241 3 11쪽
13 폭풍전야(3) 20.10.24 260 3 12쪽
12 폭풍전야(2) 20.10.22 256 2 10쪽
11 폭풍전야 20.10.22 261 3 12쪽
10 1급 코어 20.10.22 272 4 14쪽
9 데이트(2) 20.10.21 281 3 10쪽
8 데이트 20.10.21 327 3 10쪽
7 에세린과의 평가전(2) 20.10.20 307 4 11쪽
6 에세린과의 평가전 +2 20.10.13 356 5 12쪽
5 반말하기 힘든 그녀 +2 20.10.12 382 6 12쪽
4 모의 전투 20.10.11 377 5 13쪽
3 마법 능력 검정 20.10.10 417 7 15쪽
2 그녀와의 첫 만남 20.10.10 506 5 15쪽
1 프롤로그 20.10.10 694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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