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506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0.21 08:05
조회
327
추천
3
글자
10쪽

데이트

DUMMY

“근데, 너 오늘 열 있어? 무리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자꾸 얼굴이랑 귀랑 빨개져? 추워?”

“아니야!”


그녀가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짤막하게 외쳤다.


“그럼 별 문제 없는 거네. 엇, 슬슬 가보도록 할까.”


수첩은 오후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에 슬슬 돌아가서 컵라면이나 한 젓가락하고 마법서를 볼 생각이었다.


“자, 잠깐. 너 아직 밥 안 먹었지?”

“응, 아직 안 먹었지. 기숙사 가서 가볍게 컵라면 먹으려고.”

“그, 그러면 나랑.. 같이 먹을래?”

“응? 그래. 컵라면 사다 놓은 거 많으니까, 원하는 거 알아서 골라먹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밖에서.. 같이.. 먹자는 의미였어.”

“그래? 그럼 지금까지 우리 스승님께 고생했다는 의미로, 내가 쏠게. 음, 근데 이 주변에서 뭘 먹은 적이 있어야지."


대화를 나누면서 밖으로 나오자, 여러 식당이 보였다. 하지만 선택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쉽사리 고르기가 어려웠다.


“자인아, 어디가 좋을까?”

“엣, 내가 골라도 되는 거야?”


내가 선뜻 결정하지 못해서 오히려 미안한데, 자인이 골라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너를 위해 가는 건데, 당연하지.”

“..나를 위해라니..”

“응? 어디가자고? 못 들었어.”


오늘 그녀가 많이 아픈 까닭인지 자꾸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게.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이동식 바람마법 함부로 쓰니까 감기오지 참. 그렇지만 그녀에게 ‘환자니까 쉬어.’라고 하는 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꾹 참고 활동한 걸로 봤을 때, 단순한 내 오지랖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스시는 어때..?”

“좋지, 근데 내가 이곳 초밥집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마법학교 내에는 편의시설이 참 많았다. 미래에 마법계에서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전부 모였기 때문에, 여러 회자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회사 로고를 한 번이라도 더 보게 하려고 애썼다. 그런 경쟁과잉은 마법학교 학생에게 있어, 최상의 행복함을 주었다. 오죽하면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마법학교는 졸업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퇴학당하지 않도록 하는 곳,’이라고 했겠는가.

문제는 내가 이런 편의시설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앞장설게.”


힘이 되는 그녀의 한마디였다. 뭐, 본인도 신난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내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였다.


‘어린 애 같이 신났네.’


이윽고, 그녀의 발걸음에 따라 초밥집에 도착한 우리는, 들어가서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은 많았지만, 학생보다는 교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듯했다.

여기 초밥집은 모니터를 통해 초밥을 주문하고, 회전 레일로 주문된 초밥을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시험삼아 점성어와 연어회를 두 개씩 주문했다. 맞은편의 자인을 모니, 그녀는 꽤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됐다..!”


마침내 만족할 만한 주문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자, 눈을 살금살금 피하는 게, 그녀의 성격상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뭐, 할 말 있어?”

“으, 응? 응. 그게,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그러니까.. 뭐하나 해서.”

“이번주 토요일? 그냥 기숙사에서 뒹굴거리면서 마법서나 볼까했지.”

“그, 그럼..! 나랑 같이 영화 볼래..?”


뜬금없는 그녀의 요청에


“데이트?”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그녀가 잠시 ‘어버버’하는 실어증에 걸리는 바람에, 나는 계속 사과하면서 다시는 그런 장난 안 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녀에게 정신적 충격이 큰 듯 했다. 정신이 혼미할 듯하게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귀여웠다.


‘아니, 내가 이상한 거야? 이 정도면 데이트 아니냐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친한 친구로서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그것을 내 맘대로 재단하여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지레짐작한 내 잘못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는 동안, 초밥 접시가 하나씩 우리의 앞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접시가 한 두 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너 진짜 그거 다 먹을 수 있어?”


그녀 앞에 놓인 열 개가 넘는 접시를 보고 내가 말했다.


“응!”


내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많이 시켜서 돈이 아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저걸 먹고도 그녀의 위장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도 먹어볼까.’


바로 앞에 있는 점성어 초밥을 간장에 살짝 묻혀 먹었다. 점성어의 쫄깃한 식감, 와사비의 알싸한 향, 단맛이 살짝 감도는 밥과, 간장의 감칠맛이 입에서 어우러졌다.


“우와.. 맛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접시를 보니 초밥에는 손도 안댄 거 같았다.


“..덜어 낼까..”

“왜 그래?”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부정하였다. 그러나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자꾸 초밥에 손대기를 주저했다.


‘혹시..?’


“와사비가 들어가 있어서 그래?”


가끔 초밥에 들어있는 와사비(고추 냉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가 간장에 와사비를 풀지 않은 것과 내가 먹은 초밥에 와사비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점으로, 대충 짐작했다. 나라면 와사비가 있는 부위를 걷어내고 먹겠지만 그녀의 성격상 내가 보는 앞에서 와사비를 걷어내기 눈치가 보이는 듯했다.


“응..? 어떻게?”

“얼굴에 써져있어.”


나는 그녀를 한 번 놀려주고는, 그녀의 젓가락을 뺏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잠깐 저항하다가 그대로 놔주었다.


“그냥, 이렇게 걷어 먹어. 그리고 다음부터 주문할 때는 왼쪽 상단에 있는 ‘고추냉이 빼기’에 체크하면 될 것 같은데?”

“아..”


젓가락으로 와사비를 밥 조금과 함께 걷어내고, 방금 모니터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뭔가 부끄러운 듯 손으로 자꾸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너, 너는 막 이런 식으로 먹으면 편식한다고 생각 안 해? 아니면 유난 떤다거나..”

“그런 생각을 왜 해.”


나는 그녀에게 젓가락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그치만,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난 싫어서. 음식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으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못 먹는 걸, 못 먹는다고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누구한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초밥에 있는 와사비를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네가 편식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덜어내는 거야? 난 편식 안 했어.”

“푸, 푸훗. 아, 알았어. 그래. 그렇게 맛있게 먹으면 좋잖아.”


그녀가 ‘나는 이러고 싶지 않지만, 네가 하라고 해서 하는 거야.’의 늬앙스로 말하는 것이 귀엽고, 웃겼다. 초밥을 먹는 그녀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오늘 하루에 정말 죽을 뻔 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녀는 결국 10접시가 넘어가는 초밥들을 전부 해치웠다. 그에 반해 이쪽은 한 6접시 정도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잘 먹었어.”

“나도 가끔 와야겠네, 여기 맛있어.”


이렇게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전부해서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확실히 마법학교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들은 자기들의 상호를 홍보하기 위해 상당히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실 그런 점이 좋아서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지.’


꽤 마법계에서 인지도를 쌓은 녀석들 중에서는 ‘집보다 편해서’ 학교에 간다는 애들도 많았다.


“아, 아까 제대로 이야기를 못했는데, 그러면 토요일 날 아침 10시에 시간 되는 거야?”


슬슬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한 순간에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10시? 뭐, 난 상관없는데.”

“그래..? 그러면 10시까지 정문 앞에서 보자.”


그녀와 약속을 하고서, 나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오늘 하루를 회상했다.


“힐.”


짤막한 외침을 끝으로 나는 씻지도 못한 채, 스르륵 잠에 들었다. 심장 고동 소리가 고요하게 들려왔다.


***



‘아..! 늦겠다.’


현재 시각은 9시 44분. 문제는 내가 막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


너무 지친 탓에, 거의 반나절을 자버린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궁극의 5분 샤워를 마쳤다.


‘아, 클린..’


마법으로 가볍게 해결하면 되는 것을 너무 급했는지 깜빡 잊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후에야 떠오른 생각이었다.


‘9시 50분. 밥 먹기는 글렀고, 옷, 뭐 입고 나가야 할까.’


아, 빨래. 어제 세탁기에 넣고 돌렸어야 했는데, 깜빡했었다. 사복은 없다. 결국 땀 냄새가 나는 트레이닝 복과 교복이 남았다. 딜레마의 순간이었다.


‘뭘 입어야 잘 입었다고 소문이 날까요..’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마법학교 학생들도 밖에서는 절대 입지 않는다는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아, 그냥 약속 취소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어제 자인과 약속했을 때, 그녀가 지었던 밝은 표정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5분이 흘렀다.


“헤이스트.”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마법을 걸고서 나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가까워 보였던 정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헉, 헉.”


마침내 정문에 도착하자, 한껏 꾸미고 온 자인이 눈에 보였다.


“1분 늦었네.”

“미, 미안. 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어. 헉, 헉.”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었다.


“근데, 왜 교복이야?”

“그, 그게. 옷이 없더라고.”

“뭐야. 그렇게 나가도 안 창피하겠어?”


그녀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잠깐 영화만 보는 건데. 뭐 어때.”


그렇게 자인과 나는 시내로 향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토벌 여정 마무리(2) 20.11.06 214 3 12쪽
20 토벌 여정 마무리 20.11.05 236 3 12쪽
19 사라진 코어의 행방 20.11.01 232 3 14쪽
18 끝, 그러나 시작 20.11.01 235 3 12쪽
17 재해급 몬스터 출현 20.11.01 236 3 14쪽
16 점입가경 20.10.31 226 3 13쪽
15 1급 몬스터, 골리앗(2) 20.10.31 237 3 14쪽
14 1급 몬스터, 골리앗 20.10.25 241 3 11쪽
13 폭풍전야(3) 20.10.24 260 3 12쪽
12 폭풍전야(2) 20.10.22 257 2 10쪽
11 폭풍전야 20.10.22 261 3 12쪽
10 1급 코어 20.10.22 272 4 14쪽
9 데이트(2) 20.10.21 281 3 10쪽
» 데이트 20.10.21 328 3 10쪽
7 에세린과의 평가전(2) 20.10.20 308 4 11쪽
6 에세린과의 평가전 +2 20.10.13 356 5 12쪽
5 반말하기 힘든 그녀 +2 20.10.12 382 6 12쪽
4 모의 전투 20.10.11 377 5 13쪽
3 마법 능력 검정 20.10.10 417 7 15쪽
2 그녀와의 첫 만남 20.10.10 506 5 15쪽
1 프롤로그 20.10.10 694 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