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505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0.22 23:40
조회
256
추천
2
글자
10쪽

폭풍전야(2)

DUMMY

“플레임 버스트!”


강력한 폭염이 마법 위력 측정실을 감쌌다. 새빨간 불꽃으로 주변이 붉게 물들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마법 중에서는 가장 강했다. 위력 점수는 5537점. 5서클 마법의 평균적인 위력까지 끌어올렸다.


-오후 6시 34분


전자 수첩에 떠오른 시간이었다.


‘거의 8시간을 도서관에 틀어박혀있었던 건가..? 아우 몸 찌뿌듯해..’


점심을 거른 마당에 저녁까지 거를 수는 없어서 학교 식당에서 적당한 메뉴를 시켰다.


‘자인이는 뭐하려나, 아직도 토벌 중인가?’


전자 식권을 발급받고 가만히 앉아있는 동안의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나는 자인에게 톡을 보냈다.


[뭐해?]

[앗, 김서판 너야? 나 지금은 쉬고 있어. ㅎㅎ]


메신저를 보낸 지 1분도 안 돼서 답장이 왔다.


[다친 데는 없어?]

[걱정해주는 거야? 고마워. 다친 데는 없어. 그나저나 빨리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ㅠㅠ]

[지금 평택에 있어?]

[응.. 평택 1급 게이트. 그렇다고는 해도 요새 1급은 안 나오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못 오고 있다는 건, 몬스터가 많은 거려나.]

[계속 토벌해도 끝이 없어.. 넘 힘들어 ㅠ]

[밥은 먹었어?]

[응. 전투 식량이지만 ㅋㅋ 너는 먹었어?]

[지금 먹으려고. 아, 나왔다. 파이팅 해!]

[그랭! 오늘 빨리 끝내서 내일 학교가고 싶어..! 그럼, 내일 보자. 안녕! ㅋㅋ]


거기까지 메신저를 보내고 나는 들고 온 제육볶음밥을 열심히 먹었다.


‘아, 열라 맛있네.’


8시간의 공복은 그저 그런 식사도 꿀맛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밥 한 톨도 남김없이 제육볶음밥을 전부 먹어치웠다. 식기를 반납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5서클 마법서를 팔에 조심스럽게 끼고 기숙사로 향했다.


‘졸릴 때까지 또 마나배열이나 줄창 외워야겠군.’


기숙사에 들어서서 그저께 틀을 잡아 둔 마법별 마나배열표를 검토하고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클이 올라갈수록 마법의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함정은, 서클이 올라갈수록 마나 배열도 복잡해진다는 것. 결국 똑같았다.


‘으으, 싫어..’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렇게 해서라도 강해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


겁도 없이, 몬스터가 저를 향해 달려옵니다. 분명히 강해보이는 몬스터지만, 제가 더 강합니다.


“파이어 레인.”


5서클 광역 화염마법을 하나 날려줍니다. 몬스터들은 저마다 ‘키에엑’ 혹은 ‘꾸에엑’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코어라는 돌덩이만을 내놓고 산화됩니다.


3급 몬스터 하나가 선발대가 붕괴된 것을 보고 다른 쪽으로 이탈합니다. 본래라면 추적마법을 써서 잡아야겠지만, 오늘 너무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느라고 지쳤습니다. 저 정도는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처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아.. 아직도.. 있어..?”


오늘만 천 마리는 토벌한 것 같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개체 수는 처음입니다. 하지만 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서판이에게 내일 학교에 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리를 해야 합니다.


“야, 쉬라고 했잖아.”


마법 협회 지부장님 목소립니다. 제가 물론 8시간 동안 거의 쉬지도 않고 토벌해왔지만,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쉬는 마당에 6서클인 제가 쉴 명분 따위는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지부장님.”


애써 웃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를 안 지 10년은 된 지부장님은 못 속이나 봅니다.


“누굴 속이려고 들어..! 너 지금 다리 후들거리는 거 몰라?”


슬쩍 다리를 보니, 전투복 로브 사이로 제 다리가 보였습니다. 본래에 매끈한 다리는 온데간데 없고, 치덕치덕 묻은 몬스터의 피와 살점들이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클린 마법을 써 보았지만, 다리는 여전히 명확한 한계를 보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다리 근력 운동을 할 걸 그랬습니다.


“오늘 안에, 다 토벌하지 못하면 안 돼요.”

“무슨 소리야? 오늘 안에 절대 불가능 해. 이미 지원요청 보냈어. 인원 더 투입해 달라고.”


이럴 수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오늘 안에도 못 끝난다니. 언제 쯤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그럼.. 언제 쯤,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지금 학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너 몸부터 챙겨!”

“그래도.. 말해 주세요.”


지부장님은 한숨을 쉬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예의바르고 공손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신 분이지만, 동시에 제가 고집을 피우면 절대 못 말리겠다고도 해주신 분이기에, 한발 물러나. 이번에도 제 억지를 받아주셨습니다.


“한, 목요일 정도에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여기서 사흘을 더 고생하다 돌아가야한다니, 너무 절망스러웠습니다.


“그, 그런..”


서판이 보고 싶습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항상 저를 위해주는 그 따뜻한 행동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바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살짝 웃어주는 그의 훈훈한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부끄러워할 때, 귀엽다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3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저를 침울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마법학교에서 뭐 두고 온 거라도 있어? 오늘 왜 그래? 정 그러면 내가 사람 시켜서 가져오게 할까?”


‘두고 온 것? 가져 온다..?’


아, 깨달았습니다. 두고 왔으면 가져오는 게 맞는 해결책이죠. 제가 방긋 웃자, 지부장님도 한시름 놓은 듯, 작은 한숨을 내뱉습니다. 저는 입을 열었습니다.


“지부장님, 포브에 연락해서, 1,2,3학년 잔존 인원 없이 전부 오게 해주세요!”

“응? 포브는 이미 절반이나 와서 도와주고 있잖아? 근데 더 불러야하는 거야? 사실, 자인이 너 정도만 있으면 될 거 같아서 나머지는 잔류하게 한 거긴 한데..”

“사태가 사태니만큼, 충분히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그러라고 만든 마법학교 아닌가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알았어. 오늘 연락 넣어놓을게. 그러면, 내일 오전 중에는 올 거야.


앗싸, 지부장님은 제가 순수한 의도로 포브를 부른 줄 알겠지만, 제 속은 좀 달랐습니다. 전교생이 모두 온다면 그도 분명 올 테니까요.


“프로즌.”


기분이 좋아서 몬스터들을 마구 얼려버렸습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토벌되도록,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습니다.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조용해서 좋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몬스터 사체들이 파편으로 튀는 건 여전해서 한 가지 방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클린.”


서판이가 왔을 때, 제 냄새가 역겨우면 안 되니 지금부터라도 1시간 주기로 클린 마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지금도 상황판단 못하는 녀석 하나가 저에게 달려듭니다.


“실드.”


-콕, 콕


독수리부리 같이 생긴 입으로 실드를 쪼아대 보지만 실드는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제 행복한 상상을 방해하는 녀석에게는 조금 아픈 벌을 주었습니다.


“다크 플레임.”


농밀한 흑염이 녀석을 감쌉니다. 이건 제가 어느 만화영화를 보다가 생각이 나서 만든 마법인데, 대상이 완전히 타들어 갈 때까지 꺼지지 않는 화염입니다.


-끼에엑! 쿠익, 쿠익! 케르륵...


녀석이 비명을 몇 번 지르다 쓰러져 버립니다. 얼어 죽은 동료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죽은 듯 얼굴이 곤죽이 되었습니다. 불현듯, 불쌍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런 녀석들이 인류의 절반을 잔인하게 학살했다는 생각을 상기시키며 추호의 미련이나 후회도 갖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죽어야할 존재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앞으로, 12시간만 버티자..!”


12시간.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서 몬스터와 함께 놀기로 했습니다.


***


-똑똑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를 뒤적이며 수첩을 찾아보니, 시각은 오전 4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기 위해 다가갔다.


“누구세요?”

“지금 당장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집합해라. 오전 4시 30분까지다. 늦게 오면 마법사 법에 관한 법률 제 16조에 의거해 처벌 받을 수 있으니까 시간 엄수하고. 버스로 출발할 거다. 자세한 건 이따가 말해주지.”


내 방문을 노크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담당 교사였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기숙사실도 노크하기 시작했다. 이 시각에 나 뿐만이 아닌 다른 애들도 깨운다는 것은, 우리도 파견을 나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16조면, 그거네. 게이트의 폭주나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시에, 참여를 거부할 수 없는 법률.’


그것은 우리의 인권과는 무관한 법이었다. 법률임에도 헌법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는 아이러니한 법률, 그것이 ‘마법사 법’이었다. 교사가 이를 들먹인 것을 보니, 평택 게이트 몬스터 숫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뭐야, 우리랑은 상관없다고 했으면서. 하루도 안 돼서 다른 소리하네.’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나는 재빠르게 전투복을 찾아 입었다. 그것은 입학식 때, 각자 지급된, 파견 시에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평가전과 같은 대인 전투에서는 입을 수 없고, 오로지 대 몬스터용이었다.


‘첨단 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한 방어구, 거기에다 방어 강화 마법만 몇 번을 인챈트한 거야..?’


마나가 보이는 지금은 전투복을 입으면서도 여기에 어떤 마법이 걸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손상 복구 마법을 걸어놨네. 여기는 회복 마법.’


갖은 마법이 이 전투복 하나에 녹여져있었다. 학교가 마법학교 학생들을 최선으로 생각한 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만큼 또 학생들이 성과를 내야 하겠지만.’


나는 옷을 다 갖춰 입고, 든든한 마음으로 운동장을 향해 걸어갔다. 마법학교에서의 첫 파견이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긴장되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느낌의 전율이 내 마음을 적셨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토벌 여정 마무리(2) 20.11.06 214 3 12쪽
20 토벌 여정 마무리 20.11.05 236 3 12쪽
19 사라진 코어의 행방 20.11.01 232 3 14쪽
18 끝, 그러나 시작 20.11.01 235 3 12쪽
17 재해급 몬스터 출현 20.11.01 236 3 14쪽
16 점입가경 20.10.31 226 3 13쪽
15 1급 몬스터, 골리앗(2) 20.10.31 237 3 14쪽
14 1급 몬스터, 골리앗 20.10.25 241 3 11쪽
13 폭풍전야(3) 20.10.24 260 3 12쪽
» 폭풍전야(2) 20.10.22 257 2 10쪽
11 폭풍전야 20.10.22 261 3 12쪽
10 1급 코어 20.10.22 272 4 14쪽
9 데이트(2) 20.10.21 281 3 10쪽
8 데이트 20.10.21 327 3 10쪽
7 에세린과의 평가전(2) 20.10.20 308 4 11쪽
6 에세린과의 평가전 +2 20.10.13 356 5 12쪽
5 반말하기 힘든 그녀 +2 20.10.12 382 6 12쪽
4 모의 전투 20.10.11 377 5 13쪽
3 마법 능력 검정 20.10.10 417 7 15쪽
2 그녀와의 첫 만남 20.10.10 506 5 15쪽
1 프롤로그 20.10.10 694 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