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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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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835

작성
24.0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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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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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2쪽

행복갈비 혼령(1)

DUMMY

“내릴 거요, 말 거요?”


택시기사는 그러면서 연신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표정을 보니 어떻게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모양.


“얼마 전에 너튜버 둘이 여기 촬영하러 왔다가 한 명은 넋이 나가서 정신과에 입원했고 다른 한 명은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요.”

“그런 사건이 있었나요?”


택시기사가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무슨 너튜브가 그런 조사도 안 해보고 와? 내가 진짜 댁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이런 곳엔 오는 게 아니야. 너튜브로 얼마나 돈을 버는지 모르겠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목숨 아니요? 나야 손님 태워다 주면 그만이지만 내가 태워다 준 손님이 죽거나 미쳤다는 소식을 듣고 싶진 않다는 말이오.”


택시기사는 날 완전히 너튜브로 단정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했다. 하긴 너튜브가 아니라면 이런 밤중에 이런 곳을 찾아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택시기사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겁이 났다. 되돌아가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이야기숲> 박주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로 선배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선배 이제 다른 일 찾아보는 거 어때? 솔직히 드라마 쓰기에 선배 감각이 너무 올드한 것 같아.’


다른 사람도 아닌 한때 날 좋아했던 후배한테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다른 일을 찾아보라니. 꼭 그렇게 심하게 말 했어야 했는지.


‘아니다. 그것도 찌질한 생각이지. 내 실력이 부족했으니 그런 소리를 들었던 거고.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질 수 있어. 영혼의 한을 풀어주면 나도 이제 좋은 대본 쓸 수 있다고.’


거기에 예지력까지 가지면 좋은 제작자와 감독, 배우까지 선택할 수 있다. 난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오지랖이 넓어서 누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 한다. 근데 그들 대부분은 부탁할 때만 간절하고 내가 부탁을 들어준 다음에는 언제 그랬냐 싶게 금방 태도가 변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위 사람한테 뒤통수를 맞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근데 예지력이 있다면 더는 그런 바보 같은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 예지력이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그런 능력인지는 경험해봐야 알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자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난 정말 간절하게 좋은 글을 쓰고 싶었고 그걸 위해서라면 무서운 귀신 아니라 더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너튜버가 아닙니다. 다만 저곳을 꼭 가봐야 할 사정이 있어서 요.”


택시기사가 마치 날 곧 죽을 사람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일 생길 수도 있으니 가족한테 미리 연락해 놓는 게 좋을 거요.”


내가 내리자마자 택시는 어둠 너머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와, 저런 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하네, 근데 어떻게 여긴 주위에 불빛이 한 점도 없냐? 하긴 환한 대낮에 귀신 나타나면 무섭겠냐고? 저쪽에 행복갈비 건물이 있다고 했지?’


휴대폰을 손전등으로 바꾸고 얼마쯤 걸어가자 컴컴한 어둠 속에서 시커먼 건물이 나타났다. 출입문은 거의 반쯤 부서졌고 그 위에 행복갈비라는 간판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출입문 너머에도 무시무시한 어둠이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와~ 분위기 죽이네. 여길 들어가라고?’


도무지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하루 전이라면 귀신을 봤다는 너튜브들의 얘기도 다 주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메시지가 뜬 걸 보면 저 안에 진짜 악귀가 있다는 얘기잖아. 악귀가 있으니까 퇴마를 하라는 거고. 근데 아까 조상 할아버지 퇴마사의 기억과 퇴마술을 전수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하자마자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몸 안으로 들어왔다.


[전설적인 퇴마사 살터님의 기억과 퇴마술을 전수받았습니다.]

‘엉? 뭔데? 왜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건데? 부적이나 무기 같은 게 나타나던가 아니면 퇴마술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던가.’


굳이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조금 전보다 겁이 좀 줄었다는 정도?


‘설마··· 아니겠지? 겁이 없어졌다고 악귀를 퇴마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어쨌든 겁이 줄어든 덕분인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식당 안으로 향했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왠지 발길이 저절로 움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안으로 들어가자 갈비집의 홀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손전등 불빛에 쓰레기와 부서진 의자 같은 것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는 모습. 재빨리 휙 둘러봤는데 딱히 움직이는 건 없고.


‘역시 주작이었나 보네. 악귀도 없고. 나갈까....’


어쩌면 도망치고 싶어 스스로 합리화를 하는 그 순간 타이밍에 맞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행복갈비 사장은 행복갈비 주방에서 주방장을 살해한 후 눈알을 빼서 숨겼습니다. 주방장의 원혼을 천도시켜주세요.]

‘뭐? 살인도 그냥 살인이 아니라 눈을 뺐다고? 잠깐만...’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행복갈비를 검색했다. 전국에 있는 온갖 행복갈비 집들이 줄줄이 검색됐다. 이번에는 ‘흉가 행복갈비’로 검색하자 뉴스 기사 몇 개가 나왔다. 2년 전 뉴스 기사였고 지금 들어와 있는 행복갈비 건물의 전경 사진이 전면에 떠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의처증이 심했던 행복갈비 사장이 아내와 주방장의 불륜을 의심해 두 사람을 살해한 후 자신은 자살했다는 내용. 기사에 의하면 눈이 없는 주방장의 시신은 주방에서 발견됐고 아내의 시신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3층에서 역시 눈이 뽑힌 채 발견됐다고 한다. 게다가 살해된 두 사람의 눈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


나는 악귀라고 해서 그냥 무서운 귀신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라니. 뉴스기사와 함께 너튜브 영상이 몇 개 떴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클릭했다. 택시기사가 말한 바로 그 너튜브들이 찍은 영상인듯. 한 명은 영상을 찍고 다른 한 명은 영상을 보며 멘트를 한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촐싹 맞은 스타일의 너튜브가 카메라를 보며.


“여러분, 여긴 행복갈비 사장이 아내를 살해한 행복갈비 3층 거실이에요. 당시 기사에 따르면 행복갈비 사장은 주방장을 먼저 살해한 후 자기 아내는 저쪽 안방에서 ··· 어? 이거 무슨 소리지?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누가 내 귀에 뭐라고 속삭인 것 같은데···”


너튜브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연기하는 건가?’


너튜브가 고개를 번쩍 드는데 눈에 흰자위가 가득했다.


‘헐~ 저건 연기로 커버되는 수준이 아닌데?’


너튜브가 카메라를 보며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촬영하던 너튜브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야이 미친 놈아, 장난하지 말라고 안 그래도 무서워 죽을 것 같은데!”


그리고 촬영하던 화면에 뭔가가 보였다. 안방 쪽에서 시커먼 구름 같은 형체가 카메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튜브의 비명과 함께 갑자기 카메라 불빛이 꺼졌다. 촬영하던 너튜브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소리가 암흑 속에서 들려왔다. 시커먼 화면인 데도 카메라 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진심 무서웠겠다!’


영상은 비명과 함께 카메라가 바닥에 퍽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끝났다. 너튜브가 바닥에 추락한 듯. 너튜브를 마냥 안타까워할 수 없는 이유는 영상 속 너튜브가 당한 일을 나도 곧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귀기를 얻어서 드라마 써야 하는 거야? 그러다가 언젠가는 저 너튜브처럼 비명 횡사할 것 같은데?’


평소 같으면 무조건 돌아서서 튀었을 텐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내 발이 내 발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오히려 내 발은 점점 주방을 향해 옮겨가고 있었다. 확실했다. 발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뭐야? 왜 발이 저절로 움직이냐고? 주방장의 시신이 주방에서 발견됐다는데 왜 그리로 가냐고? 멈추라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기이하게도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날 주방으로 이끌고 있었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대폰 불빛을 앞세워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게 뭐야?’


구석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보였다.


‘퇴마술도 모르고 무기도 없는데 악귀가 나타나면 어쩌라고!’


어두운 형체가 점점 더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으악!”


그것은 머리와 상반신만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남자의 형상이었다. 남자의 하반신은 원래 없는 건지 어둠 속에 묻힌 건지 보이질 않았다. 남자의 얼굴에서 동공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시커먼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남자의 상반신이 허공을 둥둥 떠서 다가왔다.


‘으으으. 오지 마! 도망쳐야 해... 근데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야?’


남자의 영혼이 팔을 휘두르며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악!]


바닥에 있던 물건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근데 왜 생각만큼 무섭지가 않지? 평소의 나라면 진즉 이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공기가 흔들리며 메시지가 떴다. 내용이 무엇이든 메시지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혼정보가 파악되었습니다]

이름 : 이영훈

성별 : 남성

이승 나이 : 44세(사망 당시)

영혼 나이 : 23개월 차

종류 : 지박령

사망보고서 : 행복갈비 주방장인 이영훈은 행복갈비 대표 박대만에게 그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억울한 의심을 받아 살해당함. 행복갈비 대표 박대만은 이영훈을 살해한 후 눈을 빼내 어딘가에 숨김. 그로 인해 이영훈은 승천을 못 하고 이곳 주방에 지박령으로 남게 됨.


‘개억울하겠네. 근데 눈을 왜 숨겨? 영혼이 돼서도 서로를 볼 수 없도록 눈을 빼서 숨긴 건가? 진짜 악독하네.’


정보를 알고 다시 영혼을 보니 확실히 이전처럼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한을 풀어준 한지선의 영혼처럼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억울한 영혼이라잖아.’


주방장은 지금도 괴성을 지르면서 바닥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딱 봐도 날 해칠 의도가 없는 게 보였다. 만약 그랬다면 더 위험한 것들을 던지겠지. 깨진 유리나 날카로운 나무토막 같은 것들이 바닥에 널려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건물에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저 영혼은 악귀가 아니니까 천도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천도는 어떻게 하는 거냐?’

[이영훈의 잃어버린 눈을 찾아준 다음 천도시켜주세요.]

‘하긴 잃어버린 눈을 찾아야 한을 풀고 하늘로 올라가겠지. 눈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장인 악귀 살인마가 알고 있을 테고... 그 말은 악귀 살인마를 만나야 한다는 얘기잖아. 휴우...’


그래도 가엾은 영혼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그리 무섭진 않았다.


‘기사의 내용과 너튜브들이 겪은 일들을 종합해보면 행복갈비 사장인 그 살인귀는 3층에 있겠지?’


그때 갑자기 흐느끼는 울음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집어 던지던 주방장 영혼이 울고 있었다. 울음에는 슬픔과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영혼이 됐어도 억울하게 한을 풀지 못해서 저렇게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모양이네. 귀기라는 보상이 없어도 저 영혼의 고통은 어떻게든 풀어줘야겠다!’


내가 영혼에게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승천할 수 있도록 이영훈씨를 이렇게 만든 악귀를 제령하고 잃어버린 눈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기하게도 영혼의 울음이 뚝 그쳤고 눈앞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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