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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훈

사일록(思日錄)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무협

덕훈
작품등록일 :
2019.02.05 10:01
최근연재일 :
2019.03.21 04:4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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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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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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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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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화. 사라진 선박 - 8 (끝)

DUMMY

“말했던대로 두창현의 업무는 전부 유소협의 몫이었지요. 큰 고을은 아니라고하나 현령이라는 자가 모든 일을 떠넘기는 판국이니 격무에 시달렸을 건 뻔한 노릇이고. 허나 나라에서 하급관리에게 주는 봉급이라는 건 없는 것보다 못한 수준이지 않소? 집안이 유지인 만큼 굶어죽을 걱정은 안해도 되었을 테지만. 적지않게 불만이 있었을겁니다. 그렇다고 현령과 맞붙을 순 없는 노릇이니 분을 삭이며 적당한 기회를 보고 있었겠지요.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으면서도 현령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를. 유석진이라는 친구, 앞에서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뒷춤에는 항상 칼을 숨겨다닌 부류의 인간이요. "


주홍은 별다른 호칭없이 직접적으로 그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평가였으나 주홍의 말을 들어보니 아예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허나 워낙 예상외의 상황에 라포두는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는 듯 했다.


“무슨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협. 아무리 현령에게 불만이 있다한 들 어떻게 국보급 보물을 훔칠 생각을 한단 말입니까? 까닥 잘못하다간 자기 목숨이 날아갈텐데요.”


“포두께서 그러지 않았습니까? 괜한 시비에 말려드는 걸 걱정해 보물을 실은 배는 대외적으로 세운선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제아무리 머리가 좋다한들 기밀을 알 순 없는 노릇이니 유소협도 처음엔 쌀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과연. 자네가 전에 말한 것처럼 쌀이라면 어디 숨겨두었다가 조금씩 팔 수 있으니 장물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고민하지 않았겠군.”


“그렇네 약선. 이자들을 문초해 보면 더 확실하게 알게될 일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네. 세운선이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유석진은 계획을 세웠지. 한몫 두둑히 벌 기회이기도 하고 세운선이 사라졌다고 하면 현령도 곤란해질테니 금상첨화 였을거야. 나름 지역 유지의 아들이다보니 패거리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을거야. 독을 구하는 것도 물론이고.”


“독이라니, 그럼 유소협이 세운선을 지키던 자들을 독살했단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네. 세운선이 지나갈 때 식수나 식량을 공급해 주는 것도 지방관리의 일이니까. 즉,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세운선은 실제로 두창현 까지 들어왔던거야. 지역 관리가 주는 밥이니 세운선의 선원들도 의심없이 받아먹었을테고, 독살을 당한거지.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던거지. 바로 이것 말일세.”


주홍은 괴한들이 가져온 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설프게 쳐져있는 천막을 걷어내자 육중한 자태의 용신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리국의 국보라고 불릴만하다는 물건답게, 어두운 밤임에도 그 위용을 뽐냈다. 사실 나는 ‘대리석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돌조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은은한 달빛을 받아 빛나는 대리석의 말끔하면서도 은은한 광택는 그 어떤 보석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적지않게 당황했을거야. 언뜻봐도 쌀보다 훨씬 더 값나가는 보물임은 분명하지만 이런걸 함부로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급한대로 이곳의 험한 지형을 이용해서 일단 배와 함께 용신좌를 숨기긴 했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게되고 수색작업이 진행될수록 피가 말라들어갔을 걸세. 여차하면 자기 목이 날아가는 건 물론이고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활 판이었으니. 그렇게 어떻게든 살 궁리를 하고 있는 유석진의 앞에 한줄기 빛이 짜잔 하고 나타나 준거지.”


“빛이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협? 이 사건에 숨겨진 조력자가 있었던 겁니까? 그럼 그 놈도 잡아들여야지 않겠습니다.”


정의봉을 허리춤에 차고 팔을 빙빙 돌리는 것이 라포두는 당장이라도 그 조력자를 추포하러 갈 기세였다. 그런 라포두의 모습에 주홍은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무슨 안될 말씀을. 바로 라포두님이 그 빛이었던 겁니다.”


“예? 제가요?”


주홍의 대답에 라포두의 두 눈은 저러다 눈이 튀어나오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더 휘둥그래졌다. 한 번도 주홍에게 물어본 적 없고 주홍역시 대답해줄 거라 기대하진 않으나 가끔씩 어쩌면 주홍도 라포두의 저런 반응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포두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현령이 일을 도맡겼는지라 각종 공문서에 대한 접근은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현령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라포두님께 도움을 청해보자는 의견을 낸 것도 이 친구였다구요. 아마도 자연재해였던 맹선 침몰사고와 이번 사건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발견하곤 우리를 부른 겁니다. 사람이란 예전의 성공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과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영악한 자라는 자네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


“그렇지. 천재지변으로 배가 사라졌다고 하면 사건이 묻힐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일이 그리되면 그리되면 담당 관리인 현령은 몰라도 자신에게까진 죄가 내려오지는 않을 거라는 것 역시 계산했을 걸세. 한 두 마디로 간단하게 표현될 정도의 영악함이 아니네, 약선"


주홍의 이야기에 라포두는 포승줄을 꺼내 유소협을 포박했다. 유소협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으나 주홍도 굳이 라포두를 말리지는 않았다. 라포두가 몇 겹으로 유소협의 사지를 포박하는 와중에도 주홍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나와 라포두를 이용해 먹기로 한 유석진은 우리가 의량현에서 여기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이용해 밑준비를 했네. 그 노래 기억하는가? 아이들이 부르던 용왕님이 어쩌구 하는 노래 말일세. 언뜻 듣기엔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노래 같지만 실제로는 이자가 급하게 퍼뜨린 거야. 아마 패거리들을 이용해서 어린아이들에게 먹을 것 같은 걸 나눠주는 식으로 노래를 가르쳤겠지. 가사가 재미있으니 노래를 배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면서 불러댔을 테고 말이야.”


“고작 며칠만에 아이들에게 노래를 전파했다니, 그게 가능한건가?”


“그럼, 어린아이들은 단순하니까. 내가 자네를 객잔에 버려둔 채 며칠간 자리를 비웠던 때, 나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네. 어린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같은 노래를 불렀지만 약관은 커녕 열다섯 정도만 된 아이들도 그런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 용왕에 대한 전설도 마찬가지야. 노야묘 지역에 용왕묘가 있었다는 건 맞지만, 유석진 말대로 뱃사람들 중에 용왕의 분노가 내리느니 하면서 겁에 질린이는 없었네. 유석진 저 친구가 어리석었어. 일을 빨리 끝내려고 수작을 부린 모양인데, 그 때문에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한 꼴이 되었어.”


주홍은 라포두의 포승줄에 의해 몇 겹으로 포박된 유소협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그의 음험함 눈치채고 있었던 주홍이야 어떨지 몰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지도 못했던 나로서는 주홍의 야이기 해준 유소협의 행동에 등골이 서늘해 지는 기분이었다.


“주홍.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마을에 조사를 하러가기 전부터 유소협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현령의 집무실에서 사건기록을 조사하던 순간부터일세.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공문서를 다 모으면 양이 많을 수 밖에 없거든. 그걸 찾고 분류하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닐세. 그런데 유석진 그자의 일처리는 빨라도 너무 빨랐어. 선박사고야 미리 준비해둬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십년도 더 전의 자연재해 기록을 그리 빨리 찾아올 수는 없거든. 거기에 본인 나름대로는 힘들게 용을 쓴 척 했지만 오래 전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 서고를 뒤졌는데 옷에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다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지.”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떠올려보니 과연 주홍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물론 그 때 나는 유소협을 의심하기는 커녕 참으로 착실하고 영민한 쳥년이라고 평가했었지만. 그리고 이어진 주홍의 이야기는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자가 우리앞에서 보여준 행동은 다 계산된 거였네. 우리를 밤에 노야묘 지역으로 이끈 것도, 노야묘 근처에서 용왕님 어쩌구 하며 쓰러진 것도 아마 연기였을거야. 기절한 것이 아니라 기절한 척 한 것일테고. 분위기를 살피다가 나와 라포두가 돌아오자 깨어난 척하며 마지막 단서를 슬쩍 던져준거고.”


그제서야 나는 그 때 당시 유소협의 맥이 혼절한 사람치고는 꽤나 정상적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맥이 불규칙 하거나 약하지도 않고 다만 빠르게 뛸 뿐이었는데 연극을 하고있어서 그랬다고 하면 설명할 수 있었다. 의원이 되어서 꾀병하나 못찾아내는 스스로의 우둔함을 자책하고 있는데, 포박을 끝낸 라포두가 손을털며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협, 바보같은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진상을 알고 계셨다면 왜 마을을 떠나 객잔에서 시간을 낭비하며 며칠씩이나 뜸을 들인 것입니까?”


“증거가 없었으니까요. 어차피 발각되면 목숨을 보존키는 힘들 터, 모르겠다고 잡아떼면 여러모로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놈의 계략에 넘어간 척 해 준 겁니다. 사건이 종결되어야 놈이 숨겨둔 배를 찾을테니 말입니다.”


“그럼 혹시 현령님에게 남겼다는 서신 내용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묵고 있을 객잔의 위치를 알려주며 며칠내로 유석진이 자리를 비울테니 그럼 지체없이 나에게 알려달라 한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유석진의 집과 같이 어울려다니는 패거리가 있는지도 조사해 달라고 하였지요.”


언제나 그렇듯 주홍의 설명엔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떡하니 놓여있는 용신좌를 보고 있음에도, 아니 그 용신좌 때문인지 주홍이 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라포두의 감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그는 조심스레 용신좌의 몸통 부분을 어루만지며 질문을 이었다.


“그런데, 유석진 이친구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고 했을까요? 대협께서 말씀하신대로 이 용신좌,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는 물건일텐데 말입니다.”


“몸통이야 그렇다고 할지라도 장식되어있는 보석이나 금조각들은 사정이 다르지요. 당장은 무리라도 시간이 지나 난 뒤 조금씩 내다 팔 요량이었을 겁니다. 오늘 배를 끌어낸 것도 용 조각에서 팔 수 있는 것들을 분리해낸 다음 증거를 인멸할 계획이었을 겁니다.”


“죄를 지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와중에도 이득을 볼 생각을 하다 이런 탐욕스런···”


라포두는 혀를 차며 유소협을 노려보았다.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라포두의 망치같은 주먹이 유소협의 어딘가에 내려꽂혔을 것이다.


“그 탐욕스러움 덕분에 범인을 잡은 겁니다. 만약 내가 범인이었다면 용신좌를 확인한 순간, 그러니까 계획이 틀어진 걸 확인한 순간 용신좌를 배와 함께 가라앉혀 증거를 인멸했을 겁니다. 손에 들어오는 건 없어도 잡히지는 않을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주홍의 말에 나도 라포두도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홍과 같은 두뇌를 가진자가 나쁜일에 뜻을 품지 않은 것은 의량현의, 아니 이 나라의 큰 다행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현령은 피떡이 되어있는 범인들의 모습과, 그 자들사이에 유소협이 끼어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에 세 번 놀랐다. 충격이 제법 컸는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입을 뻐끔거리며 손을 휘휘젓는 모습이 꽤나 꼴불견이었는데, 본인은 용신좌를 되찾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크게 만족한 듯 했다. 내가 주홍이었다면 그의 말대로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현령에게 일침을 놓았겠지만, 뒤의 일처리는 라포두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주홍은 말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일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연회를 열어주겠다, 산해진미를 대접하겠다 호들갑을 떠는 현령을 뒤로한 채 우리는 말에 올랐다. 말을 몰아 며칠동안 묵었던 객잔을 지나치고 고개 하나를 더 넘었을 무렵, 멀리서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파양호의 풍경에 갑자기 나의 머릿속에 하나의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런데 말이야 주홍, 문득 든 생각인데 유소협이 흉계를 꾸민 거라곤 하지만 결국 자연재해도, 선박사고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그런데 맹선 침몰 사건때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네 약선. 하나는 지극히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둔 건데, 바로 그렇게 많은 병력들이 파양호 인근을 뒤졌음에도 잔해하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일세. 맹선 침몰사건때는 배가 침몰한 곳의 해류가 빨라 잔해가 떠내려갔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지만 이번 사건처럼 물이 고여있는 환경이라면 배가 침몰한 후 잔해가 발견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강바닥이 큰 동굴이나 구멍이 있어 거기에라도 통째로 배가 끼어버린다면 모르겠지만 말일세. 그리고 두 번째는···”


주홍은 하던 말을 멈추고 파양호 쪽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의미를 알 순 없지만, 굉장히 드물게 그의 얼굴에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사건이 너무 쉽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네. 그래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걸세.”


“모를말이군. 사건이 쉽게 풀리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애초에 자네가 어려운 사건이라는게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라포두도 추임새를 넣으며 내 의견에 동의를 보냈다. 그러나 주홍은 우리의 질문에 말이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크게 웃어젖히더니, 그 답지 않게 한숨을 뱉었다.


“약선, 가끔보면 자네는 내가 신통력이 있어 쉽게 사건을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도 결국엔 사람일세.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 머릿속엔 수백개의 가설이 떠오르지. 나의 수사라는 건 발견된 단서들을 바탕으로 그 가설들 중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네. 말로는 이렇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야. 몇 번씩 실수를 하기도 하고, 진즉에 찾아낼 수 있었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탓에 거의 다 짜맞춰진 사건의 조각들을 다 갈아 엎을 때도 있지.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 우리가 두창현에 도착해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마치 잘 만들어진 하나의 그럴싸한 정답으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었어. 그래서 생각한거네. ‘이건 뭐가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다른 배후가 있다.’고 말이야.”


주홍답지 않은 대답에 앞에가던 라포두가 말머리까지 돌려가며 나와 주홍 사이로 끼어들어왔다.


“대협,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저는 대협이 틀린 걸 본 적이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이번만 해도 처음부터 유가놈의 머리위에서 놀고 계셨지 않습니까?”


이번엔 내가 라포두의 질문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총포두. 나는 틀리지 않는게 아닙니다. 확신이 들기전엔 섣불리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 않을 따름인거지요. 이것만 지키시면, 총포두께서도 조금은 똑똑하단 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겁니다.”


언제나처럼 라포두를 놀려먹은 주홍은 말 없이 길을 재촉했고 라포두는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주홍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주홍의 진의는 알길이 없으나 그의 대답은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이전부터 꽤나 오랫동안 주홍이 사건해결하는 걸 지켜봐왔으나 나가 보기에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건 마치 전설속에나 등장할법한 신선이 도술을 부리는 것과 같았다. 그런 주홍의 입에서 실수니 오류니 하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 나에겐 꽤나 큰 충격이자 울림이었다. 그 뒤로 나는 주홍의 활약을 논할 때 가능한 이성적이려 노력했고 비록 도움이 안될지라도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자 애쓰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아직까지 파양호에서의 사건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첫 번째 단편이 끝났습니다. 1화에서 말씀드렸듯 해당 사건은 실제 중국에서 있었던 미스터리 사건인 ‘파양호 선박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해당 사건 역시 다양한 가설들만 존재할 뿐,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파양호 일대는 ‘중국판 버뮤다 삼각지대’라고도 불린다고 하네요.


그럼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다음 단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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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6 담천우
    작성일
    19.03.06 13:49
    No. 1

    파양호 선박 실종사건은 아직도 안 풀렸다죠?
    정말 신기한 건 바닥에 구멍도 없고 선체 조각들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죠.
    그거 참...대체 어찌된 일인지...
    다음은 무슨 사건을 주시렵니까?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덕훈
    작성일
    19.03.07 01:10
    No. 2

    그렇습니다. 20세기에 일어났고 21세기에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니만큼 무협을 배경으로 쓰면 더 미스터리한 느낌이 강하겠다 싶어서 첫 단편의 소재로 써먹어 봤습니다 ㅎㅎ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0 마스터조인
    작성일
    19.04.30 20:46
    No. 3

    마지막만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덕훈
    작성일
    19.05.01 04:49
    No. 4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엔 기승전결 모두 좋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마스터조인
    작성일
    19.05.03 01:23
    No. 5

    너무 홈즈스러웠던 결까지 전 '이건 아주 홈즈네! 홈즈야!'하고 읽다가 마무리 글에서 이건 '홈즈보다 좋네'로 감상을 마무리 했습니다.

    언제나 작가님께 감사하며 더 많은 작품 쓰시길 기원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덕훈
    작성일
    19.05.09 07:46
    No. 6

    감사합니다. 요즘엔 생업이 바빠 글 쓸 시간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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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화. 은염(銀炎) - 6 (끝) +14 19.03.21 305 11 17쪽
14 2화. 은염(銀炎) - 5 19.03.16 165 6 14쪽
13 2화. 은염(銀炎) - 4 19.03.12 168 8 14쪽
12 2화. 은염(銀炎) - 3 +2 19.03.09 167 7 15쪽
11 2화. 은염(銀炎) - 2 +4 19.03.05 202 6 14쪽
10 2화. 은염(銀炎) - 1 +4 19.03.02 206 5 14쪽
» 1화. 사라진 선박 - 8 (끝) +6 19.02.24 277 12 16쪽
8 1화. 사라진 선박 - 7 +4 19.02.21 205 8 14쪽
7 1화. 사라진 선박 - 6 +6 19.02.17 210 8 14쪽
6 1화. 사라진 선박 - 5 +4 19.02.14 205 10 14쪽
5 1화. 사라진 선박 - 4 +2 19.02.10 216 8 14쪽
4 1화. 사라진 선박 - 3 +4 19.02.08 290 9 14쪽
3 1화. 사라진 선박 - 2 +2 19.02.06 275 8 14쪽
2 1화. 사라진 선박 - 1 +4 19.02.05 583 10 14쪽
1 序章 - 사일록(思日錄) +11 19.02.05 756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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