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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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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22.10.31 20:07
최근연재일 :
2022.11.30 18: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3,805
추천수 :
969
글자수 :
132,411

작성
22.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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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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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장고의 위기 3

DUMMY

<장고의 위기 3>


“살려줘! 제발 살려줘!”

반새기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몸부림쳤다.

“대장, 어떡해?”

땜통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새꺄, 어떡하기 뭘 어떡해. 119 호출하고 떡을 꺼내야지.”

문치국은 버럭 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진짜 잡았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난장판이 벌어졌다. 목구멍에 생수를 쏟아붓고, 손가락을 쑤셔 넣고, 배가 터지라 누르고, 거꾸로 들어서 탈탈 털고···. 그 모든 노력에 불구하고 시루떡은 튀어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흡- 흡흡-

반새기의 호흡이 툭툭 끊어졌다. 청산가리는 속효성 독극물이다. 분리된 시안 이온과 헤모글로빈의 철분자가 결합하면 숨이 막히고 근육이 마비된다. 버둥대던 팔다리가 힘을 잃고 늘어졌다. 문치국 일당은 죽어가는 반새기를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죽여버려! 아니 숨만 붙여놔.”

문치국은 이를 갈았다. 외삼촌에게 반새기와 개잡종의 시체를 들고갔다간 복날 개 맞듯이 처맞을 게 뻔했다. 분노의 불길에 타죽지 않으려면 개잡종을 산채로 바쳐야 한다.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니들이 먼저 선을 넘었거든. 장고는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착하게 살고 싶지 않다. 억울함으로 부들부들 떨지 않겠다.

키익-

반쪽이 칠점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팔목을 덥석 깨물었다. 거칠고 독한 기운이 혈관을 타고 돌았다. 스팀 팩에 독이 더해지자 감각이 예민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빡 들어간다. 전투력이 급상승했다.


“좃밥들아, 덤벼라!”

장고는 꼬리를 움켜쥐고 반쪽이를 끌어냈다. 독낭을 탈탈 털었지만, 사람 몇 죽이기는 여반장이다.

“으악, 저게 뭐야!”

“변종 독사닷!”

5m에 달하는 긴 몸체가 자루에서 빠져나오자 문치국 패거리는 경기를 일으켰다. 장고는 꼬리를 잡고 사정없이 휘둘렀다. 싸우기로 마음먹었으면 문답 무용이다.

“아악, 물렸어!”

삐딱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독사가 표적을 물고 독을 주입하는 데는 0.15초면 충분하다. 사람의 위험회피 반응은 0.3초다. 알고도 못 피한다는 소리다.

삐딱이는 비명도 못 지르고 부들부들 떨다가 픽 쓰러졌다. 오공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혼비백산한 똘마니들은 빗방울 맞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쫄, 버텨라!”

장고는 맛이 간 쫄따구를 번쩍 들어서 공소 안으로 집어 던졌다. 벅샷 한 방에 죽을 쫄따구가 아니다. 장고는 삐딱이를 힐끗 보고는 산으로 튀었다.

의리도 없는 양아치 새끼들! 문치국 패거리와 싸워보아야 얻을 것도 없고 승산도 없다. 반쪽이 독을 충전했으니 한 시간은 뛸 수 있겠지.

“저 새끼 죽여!”

“어른들과 형들도 불러!”

문치국과 똘마니들이 고함을 지르며 추격했다. 몇몇은 마을 향해 뛰어갔다. 반새기와 삐딱이의 호흡이 잦아들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방동 약수터에서 가칠봉으로 향하는 통제구간,

“쏘지 마. 생포하면 천만 원이여!”

“호아준벽쪽 막아. 계곡을 넘어가면 끝이여!”

“쏴, 다리를 쏘라고”

고함과 어지러운 발걸음이 적막한 산중을 흔들었다. 반새기와 삐딱이의 죽음에 격분한 청장년이 추격에 합세했다. 반새기와 삐딱이의 부모가 현상금 1천만 원씩을 걸면서 비틀린 보상심리에 불이 붙었다.

그들은 장고가 목숨을 걸고 채집해온 장생경 덕분에 잘 먹고 잘살았다는 사실 따위는 까맣게 잊었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도망기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려 했다는 사실도 생각지 못했다.


언더독의 아이러니! 사회적 지위가 낮고 억압받는 사람일수록 본인들의 불행을 더 불행한 약자에게 풀려고 한다. 그래서 인심은 쌀독에서 나고 자비는 귀인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서라, 안 서면 쏴 버릴 거야!”

반 씨는 산탄총을 견착하고 숨을 골랐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들의 얼굴 앞에서 맹세했다. 개잡종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청산가리를 아가리에 처넣겠다고. 그래서 벅샷대신 9번 버드샷(지름 2.03mm)을 챙겼다. 한 방에 죽이는 것은 너무 자비로우니까.


“지랄하네. 당신 같으면 서겠냐!”

장고는 힐끔 뒤돌아보고 속도를 높였다. 살려고 도망치는 놈에게 서라는 놈이 병신이다. 산탄을 덮어써도 안 죽지만, 잡히면 확실히 죽을 각이다.


탕-

총성이 울렸다. 장딴지를 불로 지지는 듯한 작열감, 장고는 중심을 잃고 나둥그러졌다. 머리가 조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 땅바닥에 몸을 던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피지컬은 감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굿 샷!”

“반씨가 잡았어!”

환호성이 울렸다.

“조까!”

장고는 환호성을 비웃듯이 벌떡 일어났다. 대량으로 펌핑된 아드레날린이 통증을 먹어치웠다.

휭휭-

장고는 슬링을 맹렬히 돌렸다. 거리를 확보한 지금이 아니면 슬링을 써먹을 기회가 없다. 표적은 반씨다.

“조심, 수구리!”

눈이 좋은 반씨는 잽싸게 엄폐했다. 장고는 쓴웃음을 짓고 표적을 바꾸었다. 석궁을 겨냥하는 이장 최 씨다. 언젠가는 참교육을 하리라 했는데 딱 걸렸다.


빠악-

박 터지는 소리가 났다.

“아악!”

최 씨는 손으로 눈을 감싸고 몸부림쳤다.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피가 줄줄 쏟아졌다.

휭휭휭-

슬링이 맹렬히 돌았다. 추격자들은 어마 뜨거라 하고 납작 엎드렸다. 그 와중에도 이장의 석궁을 챙겨서 볼트를 장전하는 사람이 있다.

막 슬링을 날리려던 장고가 움찔했다. 홍시아의 아빠다. 시발, 당신은 왜 거기에 있느냐고!


퍽-

어깨가 불에 덴 듯 화끈했다. 석궁 볼트가 두꺼운 파카 솜을 뚫고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와우, 내가 맞췄어!”

홍 씨가 환호했다.

“이 양반아, 다리를 쏴야지.”

누군가 타박했다.

“씨발, 다리를 맞출 실력이면 올림픽에 나갔지.”

“하여튼 죽이면 안 되네.”

“그러다 놓치면 자네가 책임질 거야. 현상금이 이천만 원이란 말이여.”

“저것은 인간이 아니여. 산탄을 덮어쓰는 정도로는 안 죽어.”

홍씨가 누군가와 투덕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족같네! 장고는 이를 갈았다. 이래서 인정에 끌리면 피를 본다. 마음 같아서는 홍 씨의 골통을 부수고 싶지만, 아빠가 죽으면 시아가 슬퍼하겠지. 장고는 볼트를 뽑아서 팽개치고 도주했다.


***


징글징글한 것들! 장고는 이를 갈았다. 스팀팩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 종아리에 박힌 쇠 구슬과 어깨 구멍으로 생명력과 체력이 줄줄 새나갔다. 이런 몸 상태로는 포위망을 역으로 뚫을 수도 없고 추적을 포기할 만큼 거리를 벌릴 수도 없다.


장고는 이를 악물고 1060고지로 방향을 바꾸었다. 마지막 희망은 4부 능선의 습지평전에 깔아둔 덫과 부비트랩이다. 덫으로 짐승만 잡으란 법이 있나. 이왕 막 보기로 했으니 발목 한 개쯤은 망가져도 할 말 없겠지.


빙고! 장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참나무 가지에 걸린 빨간 겨우살이 열매, 멧돼지 덫을 설치한 지점이다. 장고는 겨우살이 열매가 걸린 나무를 피해서 바람같이 참나무 군락지를 통과했다.


“아악, 씨발 씨바알~”

뒤쪽에서 비명이 터졌다. 누군가 멧돼지 덫에 걸렸다. 덫도 덫 나름이다. 강철 이빨에 물리면 발목뼈가 부서진다. 추격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으악, 조심해!”

“아악, 빌어먹을!”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비명이 연속 터졌다. 발바닥에 못이 박히고 올가미에 목이 졸리고 죽창에 찔리고, 낭아박에 머리통이 깨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크크크, 쌤통이닷”

장고는 너럭바위에 올라서서 사악한 미소를 흘렸다. 덫 주변의 부비트랩은 직접 만들어서 설치했지만, 멧돼지 덫은 비봉리 주민들이 산기슭에 설치한 것들을 걷어다 재설치 했다. 가이사의 것을 가이사에게로 돌려준 셈이다.

이젠 포기하겠지. 장고는 희망 회로를 돌렸다. 덫과 부비트랩에 당한 사람은 다섯 명, 부상자를 돌볼 인원을 더하면 최소 열 명은 전력이탈이다. 하지만 상황은 장고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저거 내 덫이잖아. 왜 여기 있는 거야.”

“개잡종 짓이여. 이놈이 우리 밥그릇을 빼돌렸구먼.”

“어쩐지 멧돼지와 고라니가 무시로 내려오더라고. 이 새끼가 농사를 망친 주범이여.”“천하의 악종일세. 저것을 그냥뒀다간 동네가 절딴 날거여.”

추적자들은 분기탱천했다. 내 밥그릇을 강탈당했다는 피해의식이 적개심을 불렀다. 추격에 소극적이던 사람들까지 격분해서 앞장섰다.


저것들이 미쳤나! 식겁한 장고는 백팩을 벗어던지고 튀었다. 빠루와 서바이벌 아이템, 비상식량이 아깝지만, 세상에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


삑- 삐익- 삑삑삑-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울렸다.

“헉헉, 징하다 징해!”

장고는 잔뜩 썩은 얼굴로 방향을 바꾸었다. 똥개도 제집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은 틀렸다. 역시 최고의 스킬은 쪽수였다.

방태산 지리를 잘 아는 약초꾼과 사냥꾼들이 길목을 차단하고 애새끼들이 몰이하는 바람에 마경으로 튀려던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읔!”

땅 위로 솟은 소나무 뿌리에 발이 걸렸다.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엎어졌다. 보고도 피하지 못할 만큼 지쳐버렸다. 그냥 드러눕고 싶지만, 살려면 한 걸음이라도 거리를 벌려야 한다. 벌떡 일어나려다 다시 땅바닥에 코를 박았다.

슁-

둔기가 머리카락을 날리고 지나갔다. 살기를 느끼고 재차 엎어지지 않았으면 머리통이 깨졌다. 엎어지는 서슬을 거스르지 않고 공벌레처럼 데굴데굴 굴러서 거리를 벌렸다.


“새꺄, 제발 뒈져라!”

문치국은 빠루를 창처럼 투척했다. 그는 빠루가 아버지의 연장이고 아버지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조까!”

장고는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옆으로 굴렀다. 생존본능만큼은 지존 급인 장고다.

캉-

빠루는 애꿎은 바위에 흠집을 남겼다.


“빌어먹을 쥐새끼!”

문치국은 이를 갈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놓쳤다. 이건 뭐 손바닥에 참기름을 바르고 진흙탕에서 미꾸라지 잡기다. 약이 빠짝 오른 그는 여우가 토끼를 덮치듯이 몸을 날렸다.


나야 댕큐지! 장고는 엎드린 채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홍시아가 선물한 잭나이프 칼날을 뽑아서 슬그머니 겨드랑이에 끼웠다.


“헉!”

문치국은 눈을 부릅떴다. 반사광이 반짝하는 순간 머리털이 곤두섰다. 안간힘을 다해서 몸을 비틀었지만, 사람은 날개가 없다. 10cm 남짓한 칼날이 손잡이만 남기고 옆구리에 푹 박혔다.

“아악!”

비명이 1060고지 능선을 흔들었다. 장고는 미련없이 칼날을 비틀어 뽑고 거리를 벌렸다. 상처 입은 맹수를 괜히 끝장내겠다고 덤볐다간 역공당한다.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격에 질긴 악연을 끝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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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버로드 1 +8 22.11.15 429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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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는 죽지 않았다 8 +13 22.11.12 466 35 12쪽
10 나는 죽지 않았다 7(수정) +10 22.11.11 479 37 11쪽
9 나는 죽지 않았다 6 +5 22.11.10 493 36 11쪽
8 나는 죽지 않았다 5 +5 22.11.09 491 44 11쪽
7 나는 죽지 않았다 4 +4 22.11.08 536 38 11쪽
6 나는 죽지 않았다 3 +5 22.11.07 601 41 12쪽
5 나는 죽지 않았다 2 +6 22.11.05 754 40 11쪽
4 나는 죽지 않았다 1 +8 22.11.04 903 42 12쪽
3 귀환병 아발란 032 +7 22.11.03 1,040 59 12쪽
2 우주 로또 2 +3 22.11.02 1,155 60 11쪽
1 우주 로또 1 +27 22.11.01 1,946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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