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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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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22.10.31 20:07
최근연재일 :
2022.11.30 18: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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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7
추천수 :
969
글자수 :
132,411

작성
22.1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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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세 번째 아빠 2

DUMMY

<세 번째 아빠 2>


자유로운 영혼(사실은 반골)은 자유의지로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고, 자유를 찾아서 수없이 탈옥한 빠삐용을 진심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살리에리가 아니었고 ADX플로렌스는 세인트 조셉 격리 수용소가 아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모범수가 되기로 했다. 가석방을 기대하면서 착하게 살았다. 빌어먹을 묵언 수행과 참회 송도 그럭저럭 적응했다.


철컥-

3인치 두께의 철문이 열렸다. 곱슬머리를 닭벼슬처럼 세운 거구의 흑인이 성큼 들어섰다.

“Yellow, Good to see you! I'm going to fill up my quota today(노랭이, 반가워! 오늘 할당량을 채워야지.)”

“......”

강철협은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다. 저열한 인종주의자와 말을 섞어봐야 입만 오염된다. 웃기게도 아시안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놈들은 대부분 흑인과 히스패닉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완장을 차면 갑질에 미쳐 날뛰는 경향이 있다. 언더독의 아이러니다.


“Let's go with a seven-pound club today(오늘은 칠 파운드 몽둥이를 준비했거든).”

피터는 곡괭이 자루로 강철협의 배를 쿡쿡 찔렀다. 언터처블은 개뿔, 교도소의 왕은 교도관이다.


“Stupid nigga, do whatever you want.(닭대가리 깜둥이 새끼야, 니 꼴리는 대로 하셈!)”

강철협은 나지막이 으르릉거렸다. 턱도 없는 누명을 덮어쓰고 빌런 낙인이 찍힌 것도 모자라서 이딴 쓰레기에게 희롱당하는 현실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20년 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피 흘린 군인에게 이래도 되나!


“Cheeky Ching-Chaeng-chong(건방진 칭챙총)!”

빡-

7파운드 곡괭이 자루가 등을 찰지게 파고들었다. 강철협은 어금니를 꽉 물고 교도관을 노려보았다. 워리어도 아픈 건 아프다. 아니 감각이 예민한 만큼 일반인보다 더 아프다.


뻑- 뻐억-

피터는 죽을 힘을 다해서 곡괭이 자루를 휘둘렀다. 언터처블은 괜히 언터처블이 아니었다. 근육이 얼마나 단단하고 질긴지 트럭 타이어를 치는 느낌이다. 카운터 30에 손목이 저리고 카운터 50에 손바닥이 까졌다.

이건 뭐 자신이 고문당하는 기분이다. 기를 꺾어놓겠다고 했을 때 선배들이 피식거린 이유를 알겠다. 이놈은 사이보그거나 카말라 칸(마블의 고무 인간)이 분명했다.


“Yellow, beg for forgiveness. The elderly will show ercy(노랭이, 용서를 빌어라. 어르신이 자비를 베풀어주마).”

피터는 줄줄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쳤다. 100대를 채우면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고 어깨 관절이 빠질 것 같았다.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Damn, is that a girl's beating(제기랄, 소녀 구타냐)!”

강철협은 대놓고 이죽거렸다. 이딴 놈에게 자비를 바라느니 호랑이에게 가죽을 벗어달라고 하겠다.

“fuck you, Do you want to die(개새끼, 뒈지고 싶나?)!”

피터는 극대노했다. 범죄자 새끼가 감히 교도관을 씹다니. 참교육을 해주마.

피터 교도관은 블랙잭을 잡았다.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감싼 SM용이 아니라 물소 가죽 주머니에 쇳가루를 채운 오리지널이다. 징계를 받아도 좋다. 건방진 아시안의 비명을 뽑아내 주마.


“That's enough(그만둬)!”

권위에 찬 기름진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어떤 새끼가 감히! 피터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Yes Sir!”

피터는 곧바로 온순한 양이 되었다. ADX플로렌스의 갱생부장 하퍼 잭슨에게 대가리를 쳐들 놈은 아무도 없다.

“Untie it(풀어줘)!”

“Got it(알겠습니다)”

피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쇠사슬을 풀고 발목에 매달린 쇠공을 제거했다.

“Go ahead(가봐)!”

“Justice practice(정의 실천)!”

피터는 칼같이 경례를 붙이고 곧바로 나갔다. 피터가 선을 넘는 가혹 행위와 가학적인 취미에 불구하고 직을 유지해온 노하우는 만렙 눈치신공이었다.


“Body is useful(대단한 몸이군)!”

잭슨은 감정 없는 눈으로 강철협의 몸을 훑었다. 자잘한 근육으로 꽉 짜인 몸은 총알도 박히지 않을 것 같았다.

“So what are you going to use it for(그래서 어디에 쓰려고)?”

강철협은 한껏 이죽거렸다. 잭슨은 못 들은 척 브리프 케이스에서 금속 써클을 꺼냈다. 그는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이행할 뿐 아는 게 없다.


스칼렛 독 칼라! 강철협은 흠칫했다. 엣지있는 액세서리로 보이지만, 주홍색 아이템은 센스와 GPS가 장착된 워리어 전용 구속구다.

센스가 작동하면 내장된 옥타나이트로큐베인은 머리와 몸통을 분리하고 노비촉((Novichok, 러시아가 개발한 신경작용제)는 절단면을 세포단위로 파괴한다.


“What does it mean(무슨 뜻이지)?”

강철협은 잭슨을 노려보았다.

“Number 5888, Free for two hours(5888호, 두 시간 자유다).”

잭슨은 가타부타 설명 없이 개목걸이를 휙 던졌다.

“It's fun(재미있군)!”

강철협은 본인 손으로 독 칼라를 채웠다.

찰칵-

서늘한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거시기했다.


부웅-

강철협을 태운 지프가 ADX플로렌스 정문을 벗어났다.


***


유니온 하이랜드 묘지,


“It's a gift. You'll love it!(선물이다. 무척 마음에 들 거야)!”

잭슨은 가죽 파우치를 던져주고 지프를 돌렸다.

어쩌라고?!

강철협은 멀어지는 지프 꽁무니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뭔 도깨비놀음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후웅-

오클라호마 평원을 치달려온 바람이 흙먼지를 뿌렸다. 강철협은 잽싸게 바람을 등지고 얼굴을 가렸다.

쿨룩 쿨룩-

기관지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강철협은 재빨리 항콜린제를 코에 분사하고 숨을 멈췄다. 운석이 떨어진 늪에 빠지는 바람에 각성했지만, 한 번 망가진 폐와 기관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퍼큐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퍼큐 가브리엘! 참고로 가브리엘은 내게 누명을 씌운 제1트룹장이다.


묘지는 깊어가는 겨울만큼이나 황량했다. 인적도 없고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귀신 호곡하는 바람 소리와 비목을 점령한 까마귀 떼의 울부짖음이 황량함에 괴기로움을 더했다.


뭘 하지? 강철협은 주차장 입구의 표지석에 걸터앉았다. 까마귀가 비목에 싸지른 똥을 닦아야 하나. 굴토끼가 파헤친 땅을 메워야 하나. 그냥 튈까.

결정장애는 아니고 그냥 멍했다. 갇혀있을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일천일하고도 백일을 주야장천 불경과 주기도문을 암송하며 보낸 후유증이다.

하릴없이 교도소장이 던져준 파우치를 개봉했다. 1번 2번 3번 숫자를 붙인 박스 세 개가 나왔다. 강철협은 1번 상자를 뜯었다. 설마 마약이나 폭탄은 아니겠지 했는데 폭탄이 나왔다. 한식 도시락, 그것도 무려 18첩 반상이었다.


눈부신 쌀밥, 소고기 미역국, 전복찜, 갈비찜, 호박전, 잡채, 달래 된장국, 너비아니, 갓김치, 열무김치···. 주한 미군에 근무할 때 맛본 호텔 도시락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강철협은 멍하니 18첩 도시락을 응시했다. 오클라호마에는 LA나 뉴욕 같은 한인타운도 없고 한인 전용 마켓도 없다. LA의 본 도시락이나 엄마 키친 같은 한정식 레스토랑에 주문하고 공수했다는 소리다.


왜 이딴 짓을 하지? 의문도 잠시 강철협은 도시락에 코를 박았다. 먹고 죽어도 좋다. 푸석한 돈가스와 시리얼, 통조림 샐러드, 느끼한 콩스프, 눅눅한 감자 칩···. 다 죽어라. 죽어!


걸신들린 듯 쌀밥을 푹푹 퍼먹었다. 너비아니가 위장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갈비가 목구멍을 통과했다. 18첩 도시락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워리어의 신진대사량은 일반인의 2~3배다. 에너지 소비가 큰 만큼 많이 먹는다.

후식인가? 강철협은 2번 박스를 개봉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놋쇠 주발과 앙증맞은 놋쇠 숟가락이 나왔다. 주발 뚜껑을 열었다. 식혜나 수정과를 기대했는데 까만 젤리 같은 과일이 들어있다.


고욤!


강철협은 으깨진 작은 과일 덩어리를 응시했다. 무척이나 익숙한 형태와 달콤한 향기가 빛바랜 기억을 불러들였다.

장미 문양을 프린트한 양은 밥상, 고욤을 한가득 담은 종지, 빽빽한 씨를 일일이 빼내는 고운 손, 정수리에서 풍기는 케모마일 향···. 어머니!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차려준 밥상에 오른 고욤은 진하게 남았는데 정작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추억은 채색되기에 아름답다 했던가. 본인의 행복을 찾아서 떠났지만, 마지막까지 보여준 당신의 사랑은 진심이었다.


이 자식들이 뭘 바라고 이딴 짓을 하지? 강철협은 약간의 경계심과 흥미를 느꼈다. 무쌍의 한식 도시락과 고욤! 이만하면 완전 취향 저격이다. 과잉 친절엔 언제나 과잉 요구가 따른다. 잔치에 쓸 돼지는 잘 먹인다는데···.


강철협은 세 번째 박스를 뜯었다. 이번에도 익숙한 물건이 나왔다. 입감 때 압수당한 코히바지골로와 지포 라이터가 떡하니 나타났다.

이 자식들이 진짜! 강철협은 살짝 감동했다. 감방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여자도 술도 아닌 담배였다. 코히바지골로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피비린내와 PTSD를 씻어내는 중화제이자 영혼의 동반자였다.

놈들의 저의가 무엇이든 식후 땡은 과학이다. 생각 없이 한 개비 뽑아서 끝을 잘랐다. 질 좋은 쿠바산 담배 특유의 구수하고 쌉쌀한 맛이 코를 간질였다. 끽연을 부르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시발, 나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강철협은 나라 잃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끔찍한 고통과 질식사를 각오하면 모를까 COPD 환자에게 끽연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뜨거운 솥뚜껑에 올라간 개미처럼 애면글면하다 기어코 라이터를 잡았다.

나 워리어잖아! 한 꼬바리는 괜찮을 거야. 휴대용 구급 파우치에 들어있는 테르뷰탈린 앰플과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확인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찌질하고 모양 빠지지만 그만큼 간절했다.

흐읍~

조심스럽게 빨았다. 빈속에 소주잔을 탁 털어 넣을 때의 아찔한 목 넘김과 까베르네(Cabernet,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를 머금었을 때 뒤따라오는 은은한 고욤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좋네! 이 좋은 걸 못하다니 말이 돼? 조심은 개뿔, 불똥이 벌겋게 타오르도록 힘차게 빨았다. 기관지를 통과한 연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머리가 핑 돌았다. 영혼이 공중부양했다.


“컥 커허헉~”

격렬한 기침이 터졌다.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는 폐기종과 만성 폐색성 기관지염을 동반한다. 황화수소 증기에 찌든 기도와 허파가 담배 연기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내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시발, 내가 미쳤지! 강철협은 자신의 얕은 인내심을 저주했다. 떨리는 손으로 테르뷰탈린을 쇄골 정맥에 꽂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분말을 흡입했다. 과한 처치만큼이나 효과는 신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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