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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토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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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세토끼
작품등록일 :
2017.06.26 10:52
최근연재일 :
2017.08.04 21:55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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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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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글자수 :
164,976

작성
17.07.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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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4-

DUMMY

“이, 일단 사실대로···.”

이네스는 곧바로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기에 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아서?”

난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방법이 있어. 넌 지켜보기만 해.”

“하지만 내가···.”

이네스의 모습은 전장을 누비던 기사의 모습이 아닌, 이제 막 살인을 처음 저지른 여자 같았다.

“넌 아까까지만 해도 피세어들을 학살해놓고 이제 와서 한명 죽였다고 그래?”

내가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따지자 이네스는 풀이 죽었다.

“하지만 그 놈들은 귀족이 아니잖아.”

나는 화를 내려다가 겨우 화를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귀족은 죽으면 안 되고 나머지는 죽어도 된다는 소리처럼 들리네.”

화를 억누르긴 했지만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눈치 챈 이네스의 눈이 커졌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됐고, 고귀한 기사님께서는 평민의 일처리 방식이나 잘 지켜보도록 해.”

나는 포로를 바라본 다음, 아드리안이 여전히 실신해 있는지 손을 흔들어 확인했다.

“좋아. 그대로 조금만 더 자고 있어줘.”

나는 아드리안의 포박을 풀었다.

“아서?”

이네스가 놀랐지만 나는 ‘쉿’ 소리를 내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그다음 영주의 몸을 관통한 검을 빼내어 아드리안의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그를 천천히 일으켜 영주 앞에 세운 다음, 한 발자국 물러나 포로를 들어올렸다.

[찰칵!]

포로가 그 모습을 기록하는 순간, 아드리안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쿵!]

“으, 뭐야?”

아드리안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일어났고, 그 순간을 마치 기다린 것처럼 사람들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 중에는 기사도 있었고, 영주를 보좌하는 자들도 있었는데, 확실한 건 전부 나보다 계급이 높은 자들이었고, 심지어 이네스보다 계급이 높은 자도 있었다.

“저놈이 칼을 가지고 있다!”

그자들은 곧바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아드리안을 발견했고 소리쳤다.

“칼? 무슨 칼?”

아드리안은 아직도 상황판단이 안 된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손에 들린 피 묻은 칼을 보고 깜짝 놀라며 검을 떨어트렸다.

“으악! 뭐야 이거!?”

“잡아라!”

누군가가 외치자 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검을 뽑아 들어 아드리안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뭔데!?”

그리고 그 외침은 아드리안의 유언이 되었다.

“세상에···이게 무슨 일입니까!?”

“영주님!”

사람들은 상황이 정리 되자, 강도는 다르지만 각각 영주의 죽음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사람들은 관심은 여전히 얼굴이 하얘진 채 서 있는 이네스를 바라봤지만 이네스는 대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네스님?”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이네스에게로 몰렸다.

“아? 그게···.”

이네스는 입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내가 나서야 했다.

“제가 대신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갑자기 끼어든 나를 훑기 시작했다. 내 모습은 아무리 봐도 평민으로 보였는지, 사람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너, 평민이냐?”

말투에서 예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맞습니다.”

내가 사실대로 말하자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더 험악해졌다.

“감히 평민 따위가 앞을 막은 것도 모자라 엎드리지도 않다니! 네 이놈! 죽고 싶은 것이냐!”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이 아닌, 일반적인 평민이 영주의 저택을 몇 초라도 응시한다면 모욕죄로 처형당할 수 있는 나라에서 감히 저택에 발을 들이다니, 몇 번을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뭐, 저는 그럴 수 있는 남자입니다.”

하지만 내가 겁먹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고 당당히 나오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당황했다. 이런 평민은 본인들도 처음일 것이다.

“무슨 궤변이냐!?”

“잠깐···그러고 보니 너는 이곳 출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누군가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맞아. 이 영지에 오래 있었지만 저런 놈을 본 적은 없어.”

다른 사람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국법을 어기고 거주지를 이탈한 거냐? 사실대로 말해!”

나는 다급하게 외치는 높은 분들과는 정반대로 여유롭게 이네스가 준 통행증을 꺼내 보여줬다.

“여기 폐하가 주신 여행 허가증이고, 저는 이네스님의 요청에 따라 이네스님을 보좌하기 위해 같이 다니고 있지요.”

내가 허가증을 보여주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민 따위에게 허가증을 준다고!?”

“그런 전례는 없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제가 죽음을 각오하고 말씀을 올리는 거지만 말입니다···혹시 폐하의 결정에 반대를 하시는 건···.”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큼···그래서 네 놈이 뭐기에 폐하께 그런 엄청난 물건을 받은 것이냐?”

나는 천천히 포로를 들어올렸다.

“아, 저는 마법사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마법사? 이놈이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네. 인간이 어떻게 마법사가···.”

하지만 그들은 얼마 안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나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 소문의 마법사!”

나는 삿대질을 받았지만 예의 있게 허리까지 숙이며 그들에게 호응해줬다.

“맞습니다. 접니다.”

그제야 나를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자네가 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지?”

‘너’에서 ‘자네’까지 호칭이 올라갔으니까 말이다.

“저는 소문대로, 제가 보는 것을 기록할 수 있는 최초의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기록했습니다. 저놈이 영주님을 찌른 다음 순간을.”

나는 여전히 멍하니 있는 이네스를 힐끔 보고 종이를 팔랑거렸다.

“이게, 그 기록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는 종이를 빤히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영주와 칼을 든 채로 서 있는 아드리안의 모습이 확실히 기록되어 있었다.

“진짜군.”

내가 이렇게 증거까지 만들었으니 더 이상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살인범까지 죽었으니 더 이상 따질 것도 없군. 영주님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책사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말꼬리를 흐리며 묘한표정으로 얼어붙어 있는 이네스를 힐끔 바라봤다.

“뭐, 자네들도 힘들었을 터이니, 오늘 하루를 이곳에서 묶고 가도록 하게.”

사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사들이 마치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다가왔기에 그러지도 못했다.


“들어가시죠.”

기사들은 우리를 방 하나에 같이 들어가라고 했다. 아니, 그냥 밀어 넣어버렸다.

“잠깐만, 방은 두 개로 잡아줘야지.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방에서 어떻게 지내?”

내가 따졌지만 그들은 내 말을 무시하고 살짝 목례를 하고 문을 닫았다.

[달칵.]

“밖에서 잠가주는 손님방이라, 매우 좋은 방이네.”

나는 그런 기사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네스를 돌아봤다. 아니, 돌아보려고 했다.

“아서!”

이네스가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나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호흡은 거칠었고, 눈빛은 살기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내가 놀려대도 저 정도로 화를 내지 않았으니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난 상태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

이네스는 나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이, 이네스! 그 놈은 어차피 나쁜놈이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놈이 나쁜 놈이라고 그놈하고 똑같이 되면 안 된다고 아서!”

“그리고 그놈은 곧 죽을 놈이었다고.”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억울한 죽음은 안 돼! 그놈은 피세어의 두목으로서 죽어야 되는 것이지, 영주살인의 누명을 쓰고 죽을 놈이 아니란 말이야!”

“이네스 너···.”

이네스는 격렬하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내 말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기사로서 그런 비겁하고 명예롭지 못한 짓은 용납 못해!”

“하지만···.”

내가 뭐라 더 항변하려고 했지만 이네스의 고함소리가 먼저였기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아서! 맹세해! 다시는 그런 짓 안하겠다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까지 고일정도였다.

“이네스···.”

“그리고 포로는 좋은 일에만 쓰겠다고. 아까같이 나쁜 일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나는 천천히 양팔을 들어 내 멱살을 잡은 이네스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 좋은 일이라는 게 너의 멋진 모습을 기록하는 거를 말하는 거지?”

난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지만 이네스는 입을 다문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알았어. 맹세할게. 기사님.”

그제야 이네스의 눈이 다시 둥그렇게 변했다.

“좋아.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진짜 너를 베어버리겠어.”

이네스는 내 손을 홱 내치고는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래도 나 덕분에 이렇게 살아 있잖아?”

내가 옷깃을 정리하며 투덜거리자 이네스는 다시 도끼눈이 되었다.

“전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부끄럽고 불명예스러운 짓이었어.”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더 이상 이거에 대해 이야기 하면 겨우 풀었던 이네스의 기분도 기분이었지만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었다.

“이네스, 침대에 누울 시간 없어. 빨리 일어나.”

나는 해가 저물어 밤이 된 밖을 살피며 눈치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이네스를 다시 일으켰다.

“좀 쉬면 안 돼? 나 환자야.”

이네스가 침대의 푹신함에 매료되었는지 베개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미쳤어? 지금 쉬면 영원히 땅속에서 쉬게 될 거야.”

내 말을 들은 이네스가 베개에서 얼굴을 떼고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뭔 소리야?”

나는 그런 이네스가 처음으로 한심하게 보였다.

“너, 진짜 우리가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

“하지만 그 분들은···.”

“그래. 아드리안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우리가 거기 있던 게 문제야.”

“아.”

이네스도 이제야 이해했던 게 분명했다. 아드리안을 데리고 영주를 만나러 간 것도 우리였고 그런 아드리안을 막지 못했던 것도 우리였다. 아니 다 제치더라도 영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했으니 외부인인 우리가 제격이었다. 이건 왕조차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니, 서둘러야 돼. 조금이라도 늦으면 도망칠 시간이 없어.”

나는 창문 밖 저택 근처에 횃불들이 점점 하나 둘 씩 타오르며 우리가 있는 저택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며 이네스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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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4장 마법사, 기사를 기록하다 -5- +1 17.08.01 119 3 10쪽
33 4장 마법사, 기사를 기록하다 -4- +1 17.07.31 150 5 17쪽
32 4장 마법사, 기사를 기록하다 -3- +2 17.07.30 124 3 8쪽
31 4장 마법사, 기사를 기록하다 -2- +2 17.07.30 118 3 10쪽
30 4장 마법사, 기사를 기록하다 -1- +2 17.07.29 134 4 7쪽
29 3장 기사 갑옷을 벗다 -5- +2 17.07.28 184 6 12쪽
28 3장 기사 갑옷을 벗다 -4- 17.07.27 133 3 18쪽
27 3장 기사 갑옷을 벗다 -3- 17.07.25 130 5 14쪽
26 3장 기사 갑옷을 벗다 -2- 17.07.23 132 4 8쪽
25 3장 기사 갑옷을 벗다 -1- 17.07.20 147 3 14쪽
24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5- 17.07.19 129 4 12쪽
»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4- 17.07.16 149 4 11쪽
22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3- 17.07.15 145 4 12쪽
21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2- +2 17.07.14 138 4 12쪽
20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1- 17.07.13 132 4 10쪽
19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0- +5 17.07.12 179 4 11쪽
18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9- +2 17.07.11 170 5 12쪽
17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8- +1 17.07.10 204 4 9쪽
16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7- +2 17.07.08 183 2 7쪽
15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6- +3 17.07.07 173 4 8쪽
14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5- +1 17.07.07 187 3 8쪽
13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4- +1 17.07.06 213 5 8쪽
12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3- +4 17.07.05 228 3 12쪽
11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2- +2 17.07.04 231 4 8쪽
10 2장 기사 라인슈르트로 -1- 17.07.03 279 4 10쪽
9 1장 마법사, 기사를 만나다 -8- 17.07.02 32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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