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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녹시에탄 님의 서재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근육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에이아이
작품등록일 :
2023.06.03 04:54
최근연재일 :
2023.06.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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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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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66

작성
23.06.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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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행운의 검사

DUMMY

노을이 질 무렵 조별 경기 대부분이 지나갔다.

하지만 지원자가 워낙 많아 경기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물론 조명마법을 걸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태양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다음날도 토너먼트의 입장권을 팔아먹기 위해서였다.


“오오! 하타카! 난 자네에게 걸었네! 부디 힘내시게!”

“꺄악! 멋있어! 오빠 사랑해요!”

“힘내 타이탄! 내 전재산이 너에게 걸려있어! 제발!”


숙소로 오는 도중 여러 군중이 달려들며 그의 팬을 자처했다.

아힌은 생전 처음 얻은 인기에 어떤 반응을 할지 몰랐다.


‘특히 멋있다는 말은.... 마법사 시절엔 절대 못 들어본 말이지.’


아힌은 수없이 괴롭힘 당하던 마법학교 시절을 떠올리다 말았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었다.

그렇게 덤덤하게 인파를 지나쳐 숙소에 들어온 순간.

한 무리의 사내들이 아힌을 맞이했다.


지나간 것이 가끔은 되돌아 온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데로시 램브란트?...’


왕립 마법학교 시절 동기였던 자다.

전형적인 귀족 열등생이었는데, 실력의 형편없음을 아힌을 괴롭히는 것으로 풀던 녀석이었다.


“오호 하타카라고 했나? 제법 야만족답게 잘 싸우더군?”


데로시는 아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히 그 허수아비 아힌과 지금의 하타카를 보며 같은 이라 떠올릴 자는 몇 없다.

피골이 상접하던 얼굴과 지금의 흉포한 얼굴은 너무 달랐으니까.


“무슨 일이오?”


아힌은 떨림을 감추고 말했다.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혹여 그가 목소리로 아힌을 떠올릴까 싶은 강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내기를 좀 세게 했거든. 평생 만지지도 못할 대가를 주지. 대신 내일 경기에서 패하도록 해라.”


데로시는 역시 아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한명의 귀족이 천한 타이탄을 대하듯 말했을 뿐이다.

아힌은 묘한 실망감과 함께 그에게 되물었다.


“얼마나 줄 수 있소?”

“하! 당돌한 놈이구나... 그래 얘기가 빨라서 좋군. 백금석 두 개다. 무려 금화 만닢의 가치지.”


데로시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짓하자 옆에 있던 타이탄 하나가 비단주머니를 펼쳐 보여주었다.

아힌은 역시나 실망감과 함께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 정도는 나도 있는데.”


데로시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그는 한참을 의심하며 주머니 속을 세세히 살핀 뒤, 애써 웃었다.


“어디 성이라도 하나 털고 온 게냐?... 젠장! 어쨌든 백금석 두 개면 나쁜 장사는 아니지 않느냐!”

“글쎄... 내가 열성적인 태양교도라 꼭 태양성기사단이 되고 싶을 수도 있잖소?”

“지랄! 천둥의 신이 전사의 혼을 천국에 데려다 준다 믿는 걸 모를 줄 알고? 니들은 거기에 미친 놈들이잖아!”


마법공부는 안했어도 기초적인 신학 공부는 했는지, 데로시가 따지고 들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아힌의 목적으 륜의 행방이었으니까.


“싫소. 우승해서 태양성기사단이 될 거요.”

“에이! 이 미친 거인새끼같으니! 내가 좋은 말로 해주니 귀족이 우스운 게냐?”

“개소리만 해대는데 뭐 울기라도 해야 하오?”


데로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아힌의 예상과 한 치의 빗나감 없는 그 대사를 뱉었다.


“말로는 안 되겠군! 당장 저 놈을 혼쭐 내주거라!”


그의 호위는 타이탄 하나와 인간 둘, 그리고 다크엘프 하나.

놈들은 이 짓이 꽤 익숙한 듯 곧바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콰당탕!


아힌은 달려드는 타이탄을 옆으로 피해 놈의 뒷목을 가격했다.

놈이 엎어지며 숙소 중앙의 식탁이 박살났다.

그 와중 놈이 쥐고있던 주머니를 놓치며 백금석이 공중에 튀어올랐다.


탁!


두 개의 백금석을 양손으로 잡아챈 아힌이 즉시 두명의 인간에게 던져버렸다.


따악!


고위주문을 준비 중인 마법사의 영창이 방해되며 마법이 무효화됐다.

아니 백금석의 단단한 강도가 그들의 의식 자체를 무효화 시켰다.

둘은 즉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이런 개같은...”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뒤를 노리던 다크엘프가 줄행랑 쳤다.

아힌은 그의 빠른 판단에 감탄했다.

그가 상처 없이 이곳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 괴물같은 놈이!...”


데로시가 아힌을 올려다보며 눈을 치켜떴다.

허나 그 만용은 이미 오줌을 지린 쪽팔림을 지우기 위한 헛된 행동에 불과했다.


“좋게 보내줄 때 가거라. 데로시 램브란트.”

“두..두고보... 잠깐... 내가 이름을 밝혔던가?..”


아힌은 푸른고래 투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제국은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


아힌은 공신가문인 램브란트 가문을 물리기 위해 황제의 이름을 빌렸다.

데로시는 병신이었지만, 어쨌든 램브란트같은 명문가를 적으로 두는 건 피곤했다.


“히..히익! 자네... 친위대였나? 젠장! 이 모든 건 내 묻어둘 테니 자네도 제발 비밀로 해주게!”


공신가문 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딸리는 램브란트가는 황제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귀족의 체면을 내려놓고 아힌 앞에서 싹싹 빌었다.

아힌은 관대한 미소를 연기하며 손을 내밀었다.


“주워 오게.”

“뭐...뭐를 말인가?”

“저거 말일세.”


아힌이 가리킨 곳엔 기절한 마법사들 앞에 떨궈진 백금석 두 개가 있었다.

아힌이 더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는 내 잘 얘기해보지. 램브란트 가문에 대해.”

“여...여기있네! 아니 이것도 받게!”


데로시는 백금석을 주워옴과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열 개의 백금석도 더 아힌에게 건넸다.


“음... 성의표시는 되는 군. 그럼 걱정 말고 가시게.”

“아... 알겠네 잘 부탁함세!”


데로시는 슬픔과 미소가 공존하는 표정으로 아힌의 숙소를 빠져나갔다.

아힌은 백금석에 대한 서비스로 쓰러진 마법사 둘과 타이탄 하나를 밖으로 던져주었다.


“데로시... 여전히 멍청하군.”


아무리 공포에 마비됐다 해도 그는 생각이 너무 짧았다.

일개 친위대가 황제에게 조언을 할 리 없으니 말이다.


업무상 안전이나 경호에 관해서라면 모를까, 집지키는 개가 공신가문을 들먹거리는 건 농담거리도 안 되는 소리다.


“뭐... 그래도 반가웠다.”


아힌은 방으로 들어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을 괴롭힌 자들을 미워한 적이 없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궁금했을 뿐.


허나 그는 평소보다 더 감정적으로 행동했음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


태양성기사단 모집의 둘 째 날.

투기장의 도박 배당금은 다섯 참가자에게 몰린 상태였다.

1조의 하타카, 2조의 요나프 3조의 우지타이 4조의 루멜, 5조의 시스틀리.

애초에 모집기간이 3일로 짧았던 관계로 어중이떠중이들이 많았던 탓이다.


아힌 스스로도 자신을 포함한 다섯이 남보다 우위라 여겼다.

4조의 루멜은 인간 용병이었는데 기본기가 탄탄하고 정석적이만 빈틈이 없었다.

5조의 시스틀리는 드워프 전사였는데 방패를 매우 잘 다뤄 공방의 일체가 눈에 띄는 자였다.


‘그리고 한 놈 더...‘


배당금은 안 몰렸지만 자신의 이목을 끄는 사내가 있었다.

행운의 루크라 불리는 3조의 인간 검사였다.

그는 유독 상대가 넘어진다던지, 실수로 검을 놓친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마다 멋쩍게 웃으며 승리를 따내 어느새 군중들에게 행운의 루크라 불렸다.


‘행운이 아니다. 마검사지.’


마법과 검을 둘 다 잘 다루기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말처럼 쉬웠다면 기사들은 개나 소나 화염구를 날렸을 테고, 마법사들은 죄다 지팡이 대신 검이나 창을 들고 설쳤을 것이다.


‘보통 실력이 아닌 걸 보니 저놈이 태양교 측 인물이다.’


특히 뛰어난 마검사일수록 자신이 마법을 쓴다는 자체를 철저히 숨기는 편이다.

검을 휘둘러 방어와 공격을 하며 동시에 남몰래 마법을 행하는 것은 재능의 영역이었다.

이는 노력으로 이뤄지는 범위 밖이었기 때문이다.


아힌이 알던 이중, 대표적으론 에카릴이 그러했다.

정통적인 마검사라 부르긴 애매했지만, 어쨌든 마력과 단검을 모두 잘 다룬다는 면에서 그녀는 특출난 편이다.


“죽어라!”


아힌이 다시 하타카로 돌아와 잡념을 지웠다.

그는 달겨드는 다크엘프의 창을 기둥으로 내리찍었다.


콰직!


무기가 박살난 다크엘프 여인이 양손을 높이 들었다.


“졌다. 무기 부러진 걸로 족해.”

“그러지.”


그녀의 항복선언과 함께 1조의 우승자가 정해졌다.

기실 땀 한방울 안 나는 싱거운 우승이었다.

어쨌든 마법사 사회자가 목소리를 드높이며 흥을 돋궜다.


“1조의 우승자가 정해졌습니다! 역사적인 최초의 이종족 태양성기사단의 단원은 바로~ 푸른고래부족의 하타카!”


콜로세움이 떠나가라 환성이 폭발했다.

물론 대부분은 금전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경기 자체는 솔직히 싱거웠다.


“씨발! 먹었다! 먹었어! 나도 이제 부자다!”

“하타카 만세! 타이탄 만세! 300닢 만세!”

“예미럴! 다크엘프 저 썅년은 대체 왜 나온거여?”

“역배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야 이 년아! 다 꼴았잖아!”

“응 난 땄어 븅신! 크크큭!”


아힌이 대충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러자 옆에 스쳐지나가던 다크엘프 여자가 착 달라붙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힌이 내려다보자 딱 달라붙는 상의 덕에 잘록한 허리와 그에 맞지않는 커다란 가슴이 도드라보였다.


“자기야. 나 꽤 잘하는데... 이따 따로 좀 볼까?”

“아니. 내 취향이 아니군.”


딱히 성욕에 무관심했던 아힌은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취향이 뭔데? 내가 다 맞춰볼게. 드워프 분장이라도 해줄까? 아니면 내 친구년 한 명 더 데려와? 걔는 체형이 좀 작으니 노움녀 역할 하면 될 거 같은데?”

“.....”


역시 쾌락주의자들인 흑요정다웠다.

그들은 평화와 온건, 자연과 조화라는 요정의 특성에 신물이 나 스스로 타락한 종족이다.

먼 옛날 자유주의자 엘프들이 모여 독립했는데, 미궁의 저주받은 보석을 만져 흑요정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의 기원이 진실과 전설 사이에 걸쳐진 이유는 저주받은 보석이 있는 미궁의 위치가 현재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크엘프는 왕성한 성욕으로 소수임에도 대륙에 많은 씨를 퍼트렸다.

그렇게 불어난 그들은 성욕 외에도 자신만의 쾌락을 찾아 떠도는 여행자들이었다.


하지만 아힌은 지금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있었어도 안했겠지만.


“둘 다 취향이 아니다.”

“뭐야? 동성애자였어? 그럼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까? 걔넨 남자들인데 엄청 잘해! 난 슬쩍 끼기만 할게. 아니 관전만 할 게 그럼!”

“.....”


아힌은 끈덕지게 달라붙는 그녀를 때내느라 식은 땀이 흘렀다.

땀 한 방울 안 나는 쉬운 우승이란 소감을 속으로 정정했다.


“후...”


아힌은 집요한 흑요정을 겨우 물리며 한숨을 돌렸다.

승자대기실에서 밖을 보니 벌써 다음 조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다.

요나프가 상대를 넘어트리며 손을 번쩍 들었다.


“와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방금 전 자신이 받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컸다.


“2조 우승은 바로~~ 맨 손의 천하장사! 강철의 드워프 요나프!”


그러자 관중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씨름최고!”

“씨름최고!”


요나프는 주최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활 한자루와 촉없는 화살, 그리고 방어구도 없이 전투를 치뤘다.

딱 보니 그 정도로 충분하다는 장담과 함께.


“크하하 살다 살다 태양성기사단이 다 됐구만. 물론 안할 거지만!”


그는 결국 상처하나 없이 상대들을 물리치고 돌아왔다.

애초에 격이 달랐다.

맨손으로 상대를 넘어트리며 항복을 이끌어내는 그에게 관중들은 환호로 답했다.

그런 요나프에게 아힌보다 높은 배당금이 걸려있음은 당연했다.


“곧 최종우승자 시합이군! 어디... 이런 난 부전승이구만! 자네는 아마 우지타이랑 붙게 되겠지?”


요나프가 긴장을 풀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는 허접한 놈들에게 예선에서 진다면 수치라며, 며칠간 말을 아끼며 훈련을 해왔다.

그 한을 풀기라도 하듯 입술을 부르를 풀며 시동을 걸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법사 사회자의 탄성이 울려퍼졌다.


“3조 우승은 바로~ 기적의 남자! 행운의 검사!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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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콜로세움 23.06.13 30 0 12쪽
18 정보의 가격 23.06.12 34 1 12쪽
17 물에서 태어난 불 23.06.11 41 0 11쪽
16 가짜 동생 23.06.10 41 1 16쪽
15 근육과 마법 23.06.10 56 1 15쪽
14 뒷골목의 또다른 법칙 23.06.09 41 0 15쪽
13 주먹과 주먹 23.06.09 47 0 16쪽
12 뒷골목의 법칙 23.06.08 42 0 11쪽
11 장사 접는 날 23.06.08 51 0 14쪽
10 기둥을 든 푸른 고래 23.06.07 55 1 23쪽
9 불과 쇠의 격렬한 짝짓기 23.06.07 60 1 15쪽
8 부모마저 몰라보는 주정뱅이들 23.06.06 74 1 16쪽
7 늑대 가죽의 값어치 23.06.06 77 1 13쪽
6 절규는 두 번 울려 퍼진다 23.06.05 84 0 17쪽
5 마법사의 영혼 23.06.04 81 1 14쪽
4 술독에 빠진 돼지들 23.06.04 96 1 17쪽
3 설원늑대부족의 방식 23.06.04 96 1 19쪽
2 단련의 시간 +1 23.06.03 112 2 12쪽
1 배신의 계절 23.06.03 20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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