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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57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4:05
조회
684
추천
6
글자
10쪽

구씨네 막내공자

DUMMY

폭풍우를 견뎌내며 서국(西國)으로 향했던 지난달.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 어느덧 황국(黃國)으로 돌아온 거상의 배가 항구 부근에 근접했다. 선상위로 걸려있는 검은 깃대에는 구(九)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그것이 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형님, 지치지 않으십니까?”

“아, 안아, 난 괜찮다. 오래 떠난 것도 아닌데, 황국이 이렇게 그리울 줄 누가 알았겠느냐.”

“하하하, 아버지께서 보시면 좋아하실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왔으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지요. 아버지를 뵐 때 졸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값비싼 비단으로 몸을 두른 사내들이 항구로 몰려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구씨가의 장남인 구진명과 막내인 구안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날. 황국 뿐만 아니라 대륙 제일의 상인이라고 불리는 자제들은 늘 소문을 타고 다녔다. 그런 그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황국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를 맞이해줄 사람이 저 사람들 말고 또 누가 있을지 궁금하구나.”

“혹시, 형님께서 기다리시는 여인이라도?”


“내가 그럴일이 있겠느냐? 뭐, 우리 안이라면 또 모르지.. 그 분께서 나오셨을수도?”

“형님! 장난치지 마세요.”


서로 농담섞인 대화를 마칠 때 쯤 배가 드디어 황국땅에 정박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진명과 안이 배에서 내리자 구씨 가문의 둘째인 구방이 그들을 맞이했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보아하니 이번 교역은 꽤 성공적이신 거 같습니다.”

“그래, 나와 줘서 고맙구나. 아버지는 잘 계시지?”

“네, 형님이 언제 오나 늘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여긴 제가 이끌고 온 이들에게 정리를 시킬 테니, 형님은 어서 집으로 가보시지요.”


“그래 알았다. 자, 가자 안아.”


오랜만에 아우를 본 진명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 또한 오랜만에 가족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들뜬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얼마 못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방이, 너! 아직도 몹쓸 표정을 짓는구나.”


방의 원한섞인 표정이 안을 향하는 것을 알아차린 진명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형님, 저 아이는 저희와 형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방 또한 자신은 잘못 한 것이 없다는 듯 당당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못난 놈.”


둘의 만남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것을 바라본 안이 황급히 그들의 대화를 중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형님 저는 괜찮습니다, 방 형님 저는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의 재빠른 판단으로 말 다툼이 끝나자, 진명과 안이 준비된 마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출발한 모습을 보던 방이 무엇이 그렇게 분한지 자리에 서서 주먹만 부릅 쥔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출신도 모르는 천한 놈을 아들이라고 하는데, 분한 감정을 가진 내가 이상한 것인가?’


방의 눈에는 오로지 천한 모습을 한 안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진명과 비교당하면서

늘 구씨에게 혼쭐이 나던 그는 생각했다. 자신보다 형님이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그렇기에 나는 능력이 부족해 혼이 나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생각은 안이 구씨가로 오고 나서 산산히 부숴졌다.


“자, 여기가 이제부터 네가 지낼 곳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너의 아버지고, 다른 형제들도 있으니 그 아이들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 형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내 조만간 아이들은 따로 소개를 시켜 줄 터이니 일단은 저 노파를 따라가 몸부터 씻는 것이 좋겠구나.”


구씨가 집에 돌아온 것을 멀찍이 떨어져 보고있던 방은 당장이라도 후다닥 달려가 그에게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에 누군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다정하게 보이자, 한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찢어진 옷, 그리고 무엇이 묻은 건지 알 수 없는 검붉은 색의 자국들. 숯덩이 마냥 달라붙은 모습이 더럽다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도저히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모습을 한 어린아이. 그러나 곧 구씨가 자리를 먼저 떠나는 모습이 보이자, 밀려오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거기, 잠깐 멈추어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방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노파가 몸을 돌려 자리에 섰다.


“이 아이는 누구냐?”


방의 물음에 노파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 도련님. 이제 이 집에서 셋째 도련님으로 불리게 될 아이입니다.”

“뭐, 셋째?”


방은 마음속 한편에 있던 갈증이 해소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보다 못한 아우가 생기면 이제 아버지의 화살이 온전히 자신을 향하지 않을것이라고 느꼈다. 그 때문인지 처음에는 망설이던 모습은 어디가고 의외로 먼저 손을 뻗어 인사를 건넸다.


“내가 이제 너의 둘째 형님이 될 구방이라고 한다.”


“.....”


악수를 건넨 자신의 손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 아이가 이상했는지 방이 머리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왜, 내 손을 잡지 않는 것이냐?”


이번 물음에도 아이는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뻔히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방이 화를 낼 것 같았는지 얼굴에 점점 홍조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자, 옆에 있던 노파가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르신께서는 아직 이 아이, 아니 셋째 도련님이 말을 못하시는 거 같다고 하였습니다.”

“말을 못한다?”

“네, 어르신께서도 부모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파의 말을 들은 방은 자신도 모르게 히죽 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말조차도 할수 없는 아이라면 더더욱 자신이 원하던 그림이였다.


“그래 남은 인사는 시간도 많으니 차차 하도록 하고, 일단 이 녀석을 좀 씻겨야 되겠구나, 냄새가 영.”


방의 말을 들은 노파는 가볍게 인사를 올린 후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


그날 저녁, 처음으로 아이와 구씨, 그리고 그의 두 형제가 자리에 모였다.


“자, 소개하마. 내 왼쪽에 있는 아이가 둘째인 방,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이 집안의 장자인 진명이라고 한다.”


턱 밑으로 가지런히 내려온 검은색의 진한 수염이 그가 얼마나 인자한 사람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는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차례대로 자신의 아들들을 소개했다. 그러자 처음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아이가 그들을 바라봤다.


진한 홍색의 비단옷을 입은 아이, 귀티와 더불어 미묘한 느낌을 뿜어내던 아이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아니?”


제일 먼저 놀란 것은 진명이였다. 그리고 이어서 구씨 또한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왜 무릎을 꿇은 것이냐?”


영문 모를 행동을 보인 아이를 보며 순간 말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이 들었던지, 구씨가 상황을 다시 인지하고는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아이는 머리를 땅에 찧으며 절을 올렸다.


“이제, 제 아버지와 형님들이 되셨으니, 마땅히 절을 올려 예를 갖추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너, 네가 어떻게 말을!”


순간 자신이 실수 했다는 듯 말을 꺼낸 방이 재빨리 양손을 모아 입을 닫았다.


“방아, 너는 이 아이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 이곳에서 만났었구나?”


구씨의 물음에 방이 손으로 입을 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재밌는지 옆에 서 있던 진명이 구씨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출신도 모르고 이 아이를 아버지께서 왜 양자로 삼으시려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눈동자를 보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 아이가 제 아우가 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이 구씨 가문의 축복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진명의 말을 들은 구씨가 옳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툭툭 거리며 자신의 무릎을 살며시 쳤다. 구씨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맞다, 나도 이 아이의 눈동자를 보며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그래서 집에 들여 아들로 삼은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총명한 아이가 아니더냐?”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구씨와 진명은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는지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혼란스러운 감정이 복받쳐 왔는지 방은 닭똥 같은 눈물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비교 당하는 인생이 지속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태껏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 것이냐?”


구씨가 약간은 궁금해 하며 안에게 물었다.


“예, 송구스럽지만 그러합니다.”

“왜 그랬던 것이냐?”


구씨는 아이의 대답을 듣고는 약간 서운한 감정을 가졌다. 아직 이 아이가 자신들을 가족으로 받아 들이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닐까한 생각이 든 탓이였다.


“마음은 깨끗하여도 몸이 더러운 상태라면, 부모가 될 분에게 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러운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보다는 깨끗한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큰 결례를 범했다면 사죄드립니다.”

“옳거니!”


구씨는 자신이 서운한 감정을 느꼈던 것을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아이의 언변에 무릎을 쳤다.


이 아이라면 자신의 가문을 빛낼 아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저 놈이 말만 번지르하게!’


방은 그때부터 안을 향한 증오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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