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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61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4:00
조회
700
추천
5
글자
9쪽

백정장군(2)

DUMMY

“헉, 헉.”


몸 전체가 이미 걸레짝이 된 상태로 낙원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갔다. 차가운 공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 과 호흡 증상이 찾아온 탓이었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더욱더 바둥쳤고, 노인의 공격을 한 끝 차이로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도 이상하리만큼 죽음의 문턱을 건너고 있지는 않았다.


“그만, 이제 그만해도 좋다. 내가, 너를 빨리 고통에서 구원해주마.”


의외로 낙원이 오래 버티자 노인 또한 성가셨는지 자신의 힘을 최대한 모으기 시작했다.


‘왜 내 공격은 전혀 닿질 않는거지, 정말 이 사람은 천인의 사람인가?’


생각은 끊이 없이 터져 나왔으나, 몸은 이미 망신창이였다. 결국, 그가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체 앞만 바라보는 것이였다.


투웅.


생각의 흐름이 멈춰 질 쯤, 어디선가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동시에 온기가 한기로 가득했던 낙원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이 이상해졌군. 이젠 정말로 죽음을 맛보는구나.’


낙원은 이제 됐다는 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응? 뭐지?’


눈을 감은지 꽤 오래됐지만 오히려 따뜻함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자 낙원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이, 무슨!”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공격하려는 노인의 모습. 낙원의 몸을 감싼 황금빛 기둥이 노인의 손에서 뻗어나오는 공격을 모두 막아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지?’


낙원은 어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재빨리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저 노인의 능력으로는 적어도 이 기둥을 어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 당장 죽는건 아닌건가?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으나 큰 상관은 없었다.

‘... 그런데 이 느낌 낯설지가 않네.’


몸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자 낙원이 손을 뻗어 기둥에 가져다 댔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뭐라고 말하는 거지?’


손을 뻗는 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낙원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노인의 치켜 올라간 눈썹만이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신경질 적으로 변한 노인과는 반대로 낙원은 이제 행복감 마저 드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얼마나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낙원이 당황한 듯 고개를 저었다.


“뭐, 뭐야, 몸이 뜨잖아?”


짧은 외침도 잠시, 알아차리기가 무섭게 낙원의 몸이 기둥과 함께 사라졌다.


“설마, 이번에도 나를 방해 하는 겁니까!”


낙원이 사라진 직후, 그제야 누군가 생각이 났는지 노인이 길게 소리를 내뱉었다. 낙원은 이미 사라졌고, 성을 이기지 못한 그는 눈보라만 휘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


천산 근처에 자리잡은 성국의 도성. 그안으로 향긋함을 뽐내는 꽃들이 생기 있게 피어났다. 그냥 보면 이상함을 찾을 수 없지만, 하늘의 기운이 강한 천산의 아래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폐하, 무엇을 그리 생각하십니까.”

“오, 승상 어서 오시오.”

“전장에 나가있는 자들 때문에 걱정이신 겁니까.”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천산을 바라보던 황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백성들은 나라를 위해 북방의 추위를 견디며 싸우고 있는데, 짐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저 꽃들과 천산만 바라보는 게 다이니 어찌 걱정이 없겠는가.”

“폐하, 성국은 선왕이신 태조께서 하늘의 뜻으로 세우신 국가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늘이 폐하를 시험을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시험?”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는지 비릿한 맛을 느꼈다.


“예, 선왕의 뒤를 이은 폐하께서 과연 하늘의 자손임을 천명할 수 있는지 시험을 하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즉위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들이 연합을 하여 어찌 공격을 하겠습니까.”

“맘에 들지 않은 시험이구려.”


황제는 답답한 듯 손을 두 번 휘저었다. 그러자 승상이 예를 갖춰 인사를 한 뒤 종종 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승상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늘의 자손임을 자처한 성국이 이런 시련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늘 생각하고 있었다. 황제는 다시 한 번 천산을 바라보았다.


“응?”


하늘에서 이상한빛과 함께 내려오는 누군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 저. 여봐라, 지금 당장 천산으로 병력을 보내 저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게 하라.”


황제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그것을 들은 근위군 들이 황급히 다가와 명을 받는 자세를 취했다.


“폐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짧게 대답을 마친 군위군들이 잽싸게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콜록, 콜록. 이곳은?”


안개 속에서 낙원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오직 생각나는 것이라곤 자신을 죽이려던 노인과 황금빛 기둥뿐이었다.


“살, 살았구나.”


낙원은 안도감의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러 고비를 넘어왔지만 이번만큼 죽음이 두려웠던 적이 없었던 그였다.


“윽.”


아직 폐에 남아있는 한기가 생생한 고통을 일깨워주듯 쿡쿡 찔러댔다. 낙원은 눈동자를 굴리며 조심스럽게 몸을 추스린 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긴, 대체 어디지? 친숙한 기분이 드는데.”

“이쪽 부근인거 같습니다.”

“빨리 움직여!”


잠시 상황을 정리하던 낙원을 향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희미한 소리였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가 그들이 꽤 단련된 사람들임을 알려주었다.


“군사들인가?”


낙원은 재빨리 몸을 숨겨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둥이 사라지고 나서 아직 회복이 덜된 상처들이 그의 신경을 자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이 연합국 중 한곳의 영토라면 자신의 몸 상태로는 그들에게 대항을 할 수 없었다. 만약 저들에게 걸리는 순간 낙원은 그대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곳이 살짝 파여 있습니다.”

“피도 보이는 구나, 얼마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라!”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낙원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들이 누구인지는 상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저 이곳에서 최대한 빨리 도망치길 원했다.


“이곳으로 오라.”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낀 낙원이 발걸음 멈췄다. 누가 들어도 힘이 실린 듣기 좋은 소리.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빛은?”


자신을 감싸던 기둥과 같은 색을 띠는 빛이 나무들 사이로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으로 오라.”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자신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목소리를 따라 달렸다.


“이곳인 것 같은데...”

격한 숨을 내쉬며 도착한 장소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있었다.


“저건 뭐지?”


겉으로 봤을 때 누가봐도 이상함을 느낄만한 공간이 보이자, 낙원이 천천히 걸어나갔다.


“제대로 도착했구나.”

“당신은 누구십니까!”

“내가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장 이 공간으로 넘어 오거라.”



작은 구멍처럼 생긴 공간. 그곳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계속해서 낙원에게 넘어오라 손짓하듯 말을 꺼냈다.


“제가, 왜 넘어가야 합니까?”

“넘어 오지 않으면, 저들은 너를 죽일 테니깐.”


“제가, 저들보다 당신을 믿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너를 노인으로부터 구해주지 않았느냐.”


생명의 은인이라고 주장하는 소리를 듣고는 낙원이 멈칫거렸다. 정말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를 쫒던 병사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보다 가까워진 소리. 이번에는 제대로 위치를 알고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그래, 어차피 죽을 뻔했던 목숨 당신을 한번 믿겠습니다.”


낙원이 생각을 마치고 몸을 숙여 구멍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동시에 미묘한 일렁거림이 느꼈졌다. 몸에 있는 뼈들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고통도 함께 전달되기 시작했다.


좋지 않은 울렁거림과 엄청난 고통 덕분에 낙원이 중간 중간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게 속았다고 생각이 들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이대로 쓰러지면 안 된다는 정신력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커헉.”


악을 쓰며 정신을 붙잡던 낙원이었지만 결국 힘이 풀리며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근위대장 이곳입니다!”

“이런 아무도 없지 않느냐.”


“방금까지 이곳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분명, 이곳에 있을 것이다 찾아라!”


낙원이 공간으로 몸을 던진 직 후 그가 사라진 구멍은 이미 닫히고 없어진 상태였다. 그 덕분에 도착한 병사들은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그저 같은 자리만 멤돌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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