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58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3:55
조회
1,221
추천
5
글자
16쪽

백정장군(1)

DUMMY

“장군, 왜 그러십니까?”

“응? 방금 뭐라 했는가?”


“예? 갑자기 저에게 존칭을 사용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랬는가? 아무래도 조금 지쳤나 보군.”


태양빛이 내리 쬐던 초원이 어느덧 식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열기가 조금은 남아 있던터라 말들이 발을 몇 번 구르는 것이 보였다.


낙원은 잠시 정신이 나갔다 들었는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본 보호는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낙원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보는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낙원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붉은 갑옷을 입은 젋은이의 표정 변화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향했다.


“분명히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는데, 혹시 갑자기 나이 차가 느껴지신 겁니까?”


중년 남성이 가진 특유의 농이 약 올리듯 간지럽게 날아들었다.


“이 사람이 장난을 치는건가? 됐고, 이제 그만 막사로 돌아가지.”

“예예, 알겠습니다. 이제 곧 날도 저무니 이동해야겠군요. 장군이 먼저 앞장서시지요.”


보호는 낙원의 눈동자를 보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런 그의 미소를 확인한 뒤에야 낙원이 막사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성국에는 백정이 산다네.’


오늘은 무엇을 베어낼까.


성국에는 장군이 있다네.


붉은 갑옷은 피로 물들었지.


성국에는 백정장군이 있다네.


세상의 그가 벨 수 없는 것은 없다지.’


어느덧 짙게 깔린 어둠속에서 역한 냄새와 함께 큰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군인들이 불길 속으로 묵직한 것을 던지며 백정장군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놈들! 그 노래는 왜 또 부르는 것이야!”

“이크! 장군님들 오셨습니까.”


노래를 흥얼거리던 병사들 뒤로 낙원과 보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모습의 당황한 듯 보이던 병사들이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고 그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됐네,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는데 왜 막아서는가.”

“듣기 좋은 노래라니요, 장군을 백정장군이라고 칭하는 노래가 어디가 좋습니까? 더군다나, 장군께서는 이 노래만 들으시면 자신감이 넘쳐 흘러서...”


“쉿, 알았네, 알았어. 그만하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 천을 둘렀는데도 한기가 몰려드는군.”

“...알겠습니다. 네놈들도 적당히 하고 교대로 일하도록 해라.”


낙원과 보호의 모습이 사라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병사들이 그제야 한숨을 돌릴수 있게됐다.


“후, 하마터면 큰일날뻔했군.”

“그러게 말일세, 그나저나, 왜 대장군께서 백정장군이라는 호칭이 붙었는가?”

“아니 이 사람, 그것도 모르고 노래를 따라 부른거였어? 그게 말이지..”


수많은 적군들을 단신으로 베어내는 모습이 마치 도축을 하는 백정과 같다 하여 붙여진 별명 백정장군.


낙원도 처음에는 그런 별명이 붙은 것에 꺼림칙함을 느꼈다. 사람과 동물을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이 약간의 거부감을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륙으로 뻗어나간 소문은 아직 젊은 소년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고작 열 다섯에 대장군이 된것도 모자라, 그의 명성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백정장군이라는 표식이 명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 이후로는 그 또한 노래를 이따끔 즐겨불렀다.


“... 한기가 생각보다 강하군.”


안으로 들어온 낙원이 아직 차갑게 놓여있는 의자에 그대로 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잔에 올려져 있던 차를 따라냈다.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며 올라오는 온기가 그의 얼굴을 자극했다.


“음.”


낙원이 차의 향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평소에 하던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행동이였다.


떠오르지 않는 기억, 그가 오로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과, 몇 번의 죽을 고비에서도 죽지 않았던 좋지 못한 기억뿐이었다.



“어휴,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습니다.”

“아, 왔는가.”


눈을 감고 있던 낙원이 뒷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보호로 인해 정신을 차렸다.


“또, 명상을 하고 계셨습니까?”


보호가 슬그머니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맞네, 이상하게 이 차향을 맡으면 무언가 떠오를 듯 싶거든.”

“그 뭐냐, 토수초? 그것이 맞습니까?”


낙원은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것 좀 아껴 마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전쟁이 터지면서 초국과의 교역이 끊기는 바람에 이제 구하지도 못합니다.”

“그래, 맞네. 그런데 끊을 수가 없어.”


낙원이 말끝에 장난을 묻혔다.


“또 그러신다. 이럴 때 보면 꼭 아들을 보는 것 같단 말입니다.”


보호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아들도 나랑 비슷한 나이가 아니던가?”

“네, 그놈은 집에서 서책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행이지 않는가? 사람을 죽여 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 저 하늘위에 있는 천인이 보호한다고 생각하게.”


낙원이 식기 전에 차를 목으로 넘기며 말했다.


“장군,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비록 태조께서 하늘의 문을 열고 개국을 하셨다고는 하지만 저는 천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허, 천인은 존재하시네.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으셨지만.”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천인이 있다면 이런 전쟁을 그냥 놔두겠습니까?”

“하늘의 뜻을 사람이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네.”


낙원과 보호가 천인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를 마무리 할 때마다 그들이 늘 하는 토론이었다.


‘꼭 말하는것만 보면 수천년을 살아온 사람같이 말하네.’


속으로 보호가 답답하다는 듯 푸념을 내뱉고 있을 때, 막사 밖에서는 이상한 소란이 들끓고 있었다.


“어? 이봐, 이것 좀 보게.”


주위를 경계 하던 병사 한명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을 꺼냈다. 그의 손에 먼지처럼 날아온 작은 눈이 그대로 사스륵 녹아내렸다.


“눈? 눈이 아닌가?”


“맞네, 눈일세. 아니 눈이 어떻게 내린단 말인가?”


겨울이 찾아오려면 한참은 멀었지만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일단, 장군께 보고 드리세.”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병사 한명이 그대로 낙원에게 달려갔다.


“장군, 밖을 좀 나와 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무슨 일이냐.”


보호가 낙원의 갑옷을 벗겨주며 대신 답했다.


“그것이, 지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 헛소리 하지 말거라.”


“정말입니다. 나와서 보시지요.”


낙원과 보호의 눈빛이 잠시 공중에서 부딪혔다.


“병사들이 거짓을 말할리는 없고, 한번 나가보세.”


벗고 있던 갑옷을 그대로 입고는 그들이 막사 밖으로 빠져나왔다.


“보십시오.”

“정말 눈입니다!”


보호가 병사를 따라 밖으로 나와 보고는 이내 하늘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도 천인의 뜻인가?”

“그놈의 천인 소리 그만하시고, 이렇게 되면 내일 있을 전투의 방향을 바꿔야 됩니다.”


보호가 또 헛소리를 하는 낙원의 엉뚱함을 잘라냈다.


“그런데, 어째 점점 눈발이 강해지는 것 같은데?”


낙원이 자신을 얼굴을 강하게 때리는 눈발을 막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한 겨울에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휘잉.


“윽.”


이상할 만큼 차가운 바람. 태어나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한기가 그들을 덮쳤다.


“장, 장군 저기 좀 보십시오.”


병사 한명이 막사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보호와 낙원이 눈을 찡그리며 그대로 그곳을응시했다.


“이, 무슨.”


순식간에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해가며 가까운 거리도 인식을 하기 매우 힘들정도가 됐다.


“윽, 일단 병사들은 더 이상 작업을 멈추고 모두 막사로 들어가라 말하게.”


“예, 장군.”


보호가 더 늦기 전에 병사들을 이끌고 낙원의 말을 전달하러 달려 나갔다.


‘천인께서 또 다른 시험을 보시는 겐가?’


이번 전쟁을 천인의 시험이라고 생각하던 낙원이 속으로 생각을 곱씹었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막사로 들어가라!”


보호의 목소리에 서로가 말을 전달하자, 병사들이 하던 일을 멈추기 시작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크게 타오르던 불길은 눈발에 식은 지 오래였다.


“장군의 명이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막사로 복귀하라!”

“모두, 막사.”


휘잉.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를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소리라고 하기에는 날카로운 소리. 그렇다고 해서 칼을 휘두를 때 나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적의 침입인가?’


보호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황급히 낙원에게 달려갔다. 만약 적이 기습을 했다고 하면 가장 먼저 노릴 것은 낙원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헉, 장군.”

“오, 그래. 말은 전부 전달했는가?”


보호는 낙원에게 달려오면서 생명이 꺼져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칼의 소리가 아니었고, 낙원이 무사한 모습을 본 지금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말은 다 전달했습니다. 저는 무슨 소리가 들리길레 적이 기습을 한 줄 알았습니다.”

“이런 눈발이 내리는 것은 적들도 같을 텐데 무슨 기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막사로 들어가세.”


“알겠습니다. 장군.”


낙원이 먼저 몸을 돌리고 보호가 뒤 따라 발을 옮겼다. 그리고 낙원이 막사의 천막을 살짝 걷어낼 때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그의 등뒤로 들렸다.


퍼억!


천막으로 붉은 액체가 흩뿌려졌다. 그러나 그것을 보기도 전에 낙원은 그 소리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고 있었다. 익숙한 소리.


수많은 적군을 베어낼 때 그가 항상 듣는 소리였다. 특히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갈 때는 조금 더 둔탁한 소리가 났는데, 지금이 그러했다.


“...무슨?”


낙원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인 것은 어쩔줄 몰라하며 목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보호였다.


“보호!”


낙원이 소리치며 그에게 달려갔다.


“장, 장군.”


그는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피가 세어 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두 손만으로는 막을 수는 없었다.


“도, 도망치십시오.”


보호는 결국 끓어오르는 피를 막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손바닥에는 아직 따뜻한 피가 묻어 있었으나, 그의 몸은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이냐!”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이 주위를 향해 던져졌다. 자신을 상관으로 모시면서도 아들처럼 대했던 보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누구 없느냐? 적군이 기습했다!”


보호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전에 낙원은 재빨리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그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심지어, 흰 눈의 폭풍은 점차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식으로 기습을 하면 나도 그에 응해주마.”


낙원은 보호의 시신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매끄럽게 베인 상처가 칼의 흔적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툭.


또 다시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은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자신의 병사들이 공격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낙원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는지 보호의 시신을 그대로 들쳐 업고는 막사로 그를 옮겼다.


막사로 들어온 낙원이 조심스럽게 보호의 손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는 보호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빼어들었다. 생전 그가 사용하던 검에는 하늘을 벤다는 뜻의 참천(斬天) 이라는 단어가 작게 적혀있었다.


‘참천. 그렇게도 하늘을 거부하고 싶었는가.’


낙원이 검을 들고 막사 밖으로 발을 옮겼다. 불행중 다행인지 눈발이 조금 약해졌는지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달빛이 땅을 비추기 시작했고, 그 틈 사이로 순백의 옷을 입은 누군가가 어렴풋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가 걸어올 때마다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놀랍게도 여전히 순백 그 자체였다.


“이곳은 달빛마저 어두우니, 앞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알 수 없는 자의 알 수 없는 말 이였다. 무엇을 노리고 이곳에 왔는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낙원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느끼며 부여잡고 있던 검을 강하게 쥐었다.


“호오, 네놈이 이곳의 대장인가 보구나.”


“네놈은 연합국에서 보냈는가?”


“하하하, 난 이곳에 혼자 왔다네.”


“뭐?”


낙원이 그의 말을 의심하기도 전에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느끼고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촤악.


땋아놓은 머리카락이 잘리며 긴 생머리가 나풀거렸다.


“호오, 용케 피했구나.”


순백의 남자가 놀랐는지 박수를 쳐댔다.


‘무엇이냐, 도대체 방금 무엇이 날아 온 거지.’


여유를 부리는 자와는 다르게 낙원의 눈동자는 매섭게 흔들렸다. 처음으로 느껴본 아찔한 경험. 무기가 날아 든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바람만이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간 것만 같았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힐 때마다 방금 전 상황이 머리를 심하게 울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지금 휘날리는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자신의 목이 분명했다.


‘괴물이로군!’


“괴물?”


“...어떻게?”


낙원은 손을 떨기 시작했다. 속으로 생각한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읽혔다.


‘착각이다. 그래 내가 긴장한 탓이야.’


공포라는 감정이 그에게 새겨졌다. 그러나 그는 전 대륙이 알아주는 백정장군. 깊이 호흡을 들이 마쉰 그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켜나갔다.


“자, 간다.”


짧은 대답을 내뱉고는 낙원이 그대로 정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에게는 앞에 있는 자를 베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자에게 도달한 낙원의 검이 그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흰 눈썹과 턱까지 내려온 수염이 그가 노인이었음을 알려주었다.


“후우!”


대수롭지 않게 공격을 막은 노인은 입김을 살짝 불었다. 정말 짧은 행동 이였지만 낙원을 뒤로 나가떨어지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컥.”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았는지 낙원의 입으로 피를 쏟아져 나왔다.


“이곳에도 네놈 같은 놈이 존재하는구나.”

“도대체 정체가 뭐냐 이 괴물!”


낙원이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달려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그의 가슴은 분노로 가득 찼지만 머리는 주변 공기보다도 차갑고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곳을 노리면 되겠구나.’


노인의 손에 뭉쳐지던 공기의 흐름이 낙원의 눈에 들어왔다. 손을 응시하는 척 하며 노인의 옆구리를 노릴 생각이었다.


‘이놈 봐라?’


그러나 노인은 낙원의 생각을 이미 읽었는지 제자리에서 짧게 발을 굴렀다. 매섭게 날아드는 낙원의 검을 그대로 피하며 노인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오른 것이 낙원의 눈에 들어왔다.


“말도 안 돼!”


낙원이 탄식을 내뱉었다.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 떠있는 노인을 보며 그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노인과 자신의 차이는 이미 무예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죽이기는 아쉬운 놈이지만, 이제 그만 죽어줬으면 좋겠구나.”


노인이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잠잠해 졌던 눈보라가 다시 휘날리기 시작했다.


‘설마?’


낙원의 머릿속으로 짧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눈을 움직이는 것이 노인이였음을 뒤늦게 알아 차린것이다.


‘도망가야 한다.’


낙원은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뒤로 달려 나갔다.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병사들의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딜 도망가느냐!”


노인의 호통 소리가 낙원의 뒤쪽으로 들려왔다. 노인은 자신의 행동을 멈추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낙원이 도망가는 것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노인을 뒤로 하고 도망치던 낙원이 생각을하기 시작했다. 저 노인은 연합국 소속의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저런 괴물 같은 능력을 쓰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꺼져가는 불꽃을 애처롭게 붙잡으려는 구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적어도 2 리는 떨어져 있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리듯 낙원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리고 곧 그가 다시 낙원의 앞에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몽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왕화원 23.05.19 524 4 13쪽
5 천호 23.05.19 583 4 10쪽
4 구씨네 막내공자 23.05.19 685 6 10쪽
3 백정장군(2) 23.05.19 700 5 9쪽
» 백정장군(1) 23.05.19 1,222 5 16쪽
1 천세 23.05.19 1,607 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