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빙과가게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회사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SF

공모전참가작

빙과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9
최근연재일 :
2024.05.13 10: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1
추천수 :
7
글자수 :
22,401

작성
24.05.13 10:00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업무 역량 평가

DUMMY

인무는 LED 전등이 깔린 고요한 복도를 걸었다. 복도의 끝에서 인무는 어떤 방 하나를 발견했다. 그 방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목에 초록색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인무도 그 사이의 빈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인무가 앉은 자리는 창가 쪽이었다. 그의 눈이 창문 너머를 향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인무는 그제야 이곳에 온 후로 바깥 구경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음을 상기시켰다.


“다 모인 것 같군요.”


그때, 강단 위에 군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군인들은 하얀 연구복을 입은 어떤 인물을 호위하고 있었다. 그의 목에 걸린 신분증의 테두리는 파란색이었다.


‘블루 등급 연구원이군.’


회사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다. 블루 등급은 인무가 속한 그린 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연구원 신분. 현장 책임자인 그린 등급과는 태생부터 다른 이들이다. 이들은 철저한 엘리트 집단으로 회사 전반의 핵심 업무를 담당한다.


“지금부터 기초 업무 역량 평가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연구원의 선언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주변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강당이었던 곳이 으쓱한 지하실로 변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강당이 있던 곳은 평지가 되었다. 대신 연구원의 뒤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그건 녹슨 철벽에 난 어떤 입구였다. 얼핏 보더라도 으시시한 느낌을 주는 게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요원들은 전부 각자 위치로.”


연구원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인들은 질서를 맞추어 나아갔다. 한 줄에 한 명씩. 인무의 옆에도 군인 한 무리가 자리했다.


“아시다시피, 관리자 여러분께서는 실험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을 총괄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게 됩니다. 오늘 하게 될 역량 평가란 바로 관리자로서의 상황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상황 대응 능력.

그것이 무엇인지는 연구원의 뒤따른 설명으로부터 알 수 있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이 구멍은 평범한 구멍이 아닙니다. 변칙 현상 566, 일명 ‘무저갱’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처음 발견된 이래로 신입 관리자의 기초 업무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변칙 현상. 회사에서 말하는 변칙(Anomaly)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변칙 개체, 변칙 현상, 그리고 변칙 장비. 그중 변칙 현상은 주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지칭한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회사의 평가관들이 무저갱 속에 아주 중요한 물건들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여러분은 저 무저갱 속에 있는 회사의 물건을 회수하여 나오시면 됩니다. 점수는 가장 먼저 회수해 온 순서대로 평가될 것이며, 이외에도 추가적인 가점 요인이 있습니다.”


그때, 인무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손을 들었다.


“회사의 물건이라는 표현이 너무 모호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들고 나오라는 말씀입니까?”


그는 진한 갈색 머리의 백인 남자였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연구원은 눈쌀을 찌푸렸다.


“하아,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이 있네요.”


연구원은 싸늘한 안색을 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가 권총을 꺼내어 이쪽을 향해 겨누자 그린 등급 관리자들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자, 잠깐만! 그냥 질문한 거잖아! 그렇게 애매하게 말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연구원은 총구가 남자의 이마에 맞닿을 때까지 권총을 들이밀었다.


“회사는 질문을 싫어합니다. 여러분은 질문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질문하는 것들의 답을 찾아오는 존재니까요. 정보는 필요한 만큼만 주어집니다.”


말을 끝마친 직후, 남자는 총구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총구가 군인의 머리를 향했다. 이윽고 폭음과 함께 붉은 피와 살덩이가 사방에 튀겼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이런 씨발! 씨발!”


연구원은 태연히 총을 넣었다. 이윽고 그는 원래의 위치로 복귀했다. 블루 등급 연구원은 선 상태로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불필요한 질문을 하셨으니 패널티를 드렸습니다. 남들보다 레드 등급 인원이 한 명 모자라졌으니 동선을 현명하게 짜셔야겠군요.”


인무는 이곳에 오기 전 사장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매튜는 자신과 대화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과연 진실이었다. 만일 매튜의 조언이 없었다면, 질문을 하고 패널티를 받은 건 인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여러분이 가져와야 할 물건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평가 대상입니다. 무엇을 가져와야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는 여러분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영역입니다.”


인무의 귀에는 그것이 살짝 다르게 들렸다.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을 선별해 가져오라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되는 것도 있다는 말 아닌가?


‘설마.’


인무의 시선은 무저갱을 향했다. 무저갱의 바깥은 인공 조명으로 환한데도 불구하고. 인공 조명이 내뿜는 빛은 그 속의 어둠을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빛알갱이조차도 말이다.


‘저 안에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있다.’


회사가 원하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회사가 진정 원하는 능력일지 모른다.


* * *


“자, 출발하세요.”


연구원의 허가가 떨어졌다. 직후 인무는 어두컴컴한 구멍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곳은 그야말로 빛 한 줌 없는 곳이었다. 빛이 없는 곳에서는 으레 그렇듯이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고출력의 써치라이트를 일행 전체가 하나씩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시거리는 5미터 남짓. 연구원이 속도전을 강조했음에도 일행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천천히 이동한다. 써치라이트를 계속 구석구석 비춰라. 그리고 너! 너는 뒷쪽을 비춰. 뒤에서도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역할을 할당한 후 일행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로였다. 아스팔트로 된 길은 약간의 기울기를 갖고 타원곡선을 그리며 계속해서 내려갔다.


이곳의 전반적인 구조는 원통형으로 된 어떤 탑과도 같았다. 좌측의 벽이 있고 벽을 따라 경사로가 나 있었다. 원의 중심부에는 아무것도 없는 구조였다. 중심부는 무저갱이라는 별칭이 퍽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측면 조심해. 잘못 디디면 죽는다.”

“벽에 붙어서 이동해라.”


그렇기 때문에 인무의 팀은 아예 그쪽으로는 가지도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가야하는 겁니까?”


군인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인무는 뭐라고 하는 대신 계속 걷도록 지시했다. 거의 30분 넘게 내려가고 있는데도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단순히 끝이 안 보이는 것을 넘어 여기가 어디인지조차 분간이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심적인 압박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관리자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11622번 군인이 인무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일행 중에서 가장 기강이 잡혀 있고 인무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이에 인무가 되물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우리 앞에 간 일행들 말입니다. 대략 5분 간격으로 출발했는데. 도저히 보이지가 않습니다.”


인무의 일행은 총 다섯 일행 중 세번째로 출발했다. 앞으로 간 팀이 두 팀. 뒤에 따라오는 팀이 두 팀. 모든 팀이 동일한 속도로 행군하는 것이 아닌 이상 만날 법도 한데. 앞에 간 팀도 뒤따라오는 팀도 보이지가 않았다.


“맞습니다.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이 정도면 뭔가 나오기라도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지 않습니까?”

“애초에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두려움이 팀을 조금씩 잠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인무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인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사측에서 제공하는 레드 등급 요원들은 모두 세뇌된 상태다. 그들은 인공적으로 그린 등급 관리자에게 충성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하지만 무저갱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그리하여 그들이 더욱 감정적으로 동요할수록. 관리자를 향한 그들의 충성심보다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생존 본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었다.


탕! 탕!


그때, 섬광과 함께 울려퍼진 총소리는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인무와 군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부대장 역할을 하던 11622번 요원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쏜 거야?!”

“우리가 아니야.”

“뭐라고?”

“저기···.”


32389번 군인이 저 아래를 가리켰다.


“저기서 쏘는 걸 봤어.”

“총구 화염을 본 거지?”


32389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무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써치라이트를 비추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이상하리만치 가시거리가 잘 확보되지 않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

“그것보다, 왜 총을 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충신 노릇을 하던 11622번 군인이었다.

인무는 그의 말에 가볍게 호응을 해주었다.


“맞는 말이야. 다들 좀 더 신중하게 이동한다. 화기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오면 망설이지 말고 발포···.”


바로 그때.


타당!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으아아아악!!!”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아래쪽에서 울려오는 연사 소리는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건 말할 필요도 없이 교전 상황이 발생했음을 뜻했다.


“이, 이런 개씨발!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해!”

“60991번, 진정해라.”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당신도 정신 차리고 위로 가야···!”


탕!


이번에는 가까이서 터져나온 총음이었다. 납탄은 적막을 깨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사람을 겨눈 사격은 아니었다.


“60991번, 한 번만 더 분위기를 씹창내면 네놈 머리통부터 터뜨려주마.”


인무가 쏜 권총탄이었다. 위협 사격은 분위기를 다시 냉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분위기가 냉각되자 레드 등급 요원들의 감정은 잦아들었다.


“기억해라. 임무 수행 중 현장 요원의 허가 없이 현장을 이탈하면 바로 사살 처리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상황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테스트 상황이지.”


인무는 주변을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도 회사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 말고 침착하게 상황에 임해라. 괜히 도망쳤다가 총살당하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60991번의 말투가 제법 겸손해졌다. 인무의 팀은 다시 아래를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아까보다도 더욱 벽에 의지해서 걷기 시작했다. 다들 오른쪽으로는 죽어도 가기 싫은 듯보였다.


바로 그때, 하단에서 무언가가 뛰어올라왔다.

얼굴을 피로 물들인 인간 형태의 무언가였다.


“뭐, 뭐야?!”

“쏴!”

“안 돼! 쏘지마!”

“우리 쏘지마! 쏘지말라고!”


인무의 팀은 본능적으로 사격을 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총구를 겨누었을 때. 가늠자 너머의 인간들은 두 손을 들어올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우리야! 우리라고!”

“제발 살려줘!”


인무는 총구를 내렸다.

그러자 다른 요원들도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인무와 11622번 요원이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레드 등급 요원들인가? 나머지 팀원들은 어디에 있지?”

“다, 다 죽었어.”

“다 죽었다고?”


인무가 놀라움을 드러내자 그가 말을 정정했다.


“저, 정확히 말하면 죽은 것 같아. 확실하지는 않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들은 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벽에서 전부 떨어져. 벽을 믿지 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친 회사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안내: 다음 회차 연재 월요일 오전 10시 24.05.11 5 0 -
공지 잠시동안 쌰따 내립니다 24.05.11 18 0 -
공지 연재 시간: 일요일 제외 매일 오전 10시 24.05.08 4 0 -
» 업무 역량 평가 24.05.13 6 0 12쪽
3 2화: 오싹오싹 신입 환영식 24.05.09 13 1 12쪽
2 1화: 두근두근 첫 출근 24.05.08 27 2 13쪽
1 프롤로그: 해외취업 지원 24.05.08 39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