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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가게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회사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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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빙과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9
최근연재일 :
2024.05.13 10:0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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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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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22,401

작성
24.05.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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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프롤로그: 해외취업 지원

DUMMY

한 점 부끄럼 없는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았다. 벌레도 이보다는 부지런한 삶을 살겠지. 천구의 저 수많은 별들조차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있건만. 그는 삶의 목적을 알지 못했다. 그저 무한히 공허하게 겉돌 뿐이었다.


완전히 변해버린 시대였다. 일찍이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 정체불명의 초능력 테러집단이 놀랍지도 않은 시대. 그런 시대에도 개백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비명은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으니.


“제발 좀 나가! 취업이라도 해!”


서울 사는 개백수 고인무는 오늘도 고개를 떨구고 집밖을 나섰다.


“씨발.”


우리는 평범한 주인공이 이능을 얻어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를 즐긴다. 고대 그리스 신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신화와 이야기들이 이런 욕망을 반영했던가.


사실 인무도 이 이야기에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역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의 능력은 전혀 쓸모 없다는 데에 있었다.


#####


【변칙 현상 도감】

[상태]: 아직 공개되지 않음


-회사가 아직 당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


초능력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권력이었다.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은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어디 그뿐인가? 그 정도 급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쓸 만한 능력이 있다면 밥벌이 하나 쯤은 평생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러나 모든 초능력자들이 그런 명예로운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인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냐고...."


그에게는 소설 같은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은 더욱 평범해지고 특별한 사람은 더욱 특별해지는 시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무는 특출나지 않은, 그렇다고 하여 평범하지도 못한, 애매하게 끼어있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인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취업을 포기하는 대신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세계를 부유했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음모론이었다. 음모론에서 말하는 몇가지 이야기가 자신의 삶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인무는 주로 영어권 사이트를 둘러보곤 했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했다. 그들에 따르면, 초능력자와 빌런 외에도 '변칙 개체'라는 존재가 존재한다고 한다.


변칙 개체들은 극도로 위험한 존재들이지만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어떤 정체불명의 집단이 이들이 발견되는 즉시 포획하기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설명한다.


인무는 이들의 음모론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 자신의 영달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글쎄, 그 질문에 인무는 스스로도 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무는 하루의 대부분을 이 음모론에 쏟아붇고 있었다. 나머지 일은 그에게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의 모친이 그를 두고 골방 백수라고 부르는 것도 일견 납득이 되는 일이다.


그런 인무가 제 등껍질과도 같았던 방구석에서 쫓겨나왔다.

그가 어려운 걸음을 거행한 이유는 바로 취업지원금 때문이었다.


바야흐로 개백수의 시대라 할 만하다. 단군 이래 개백수가 가장 많은 시대. 그리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유래 없는 대규모 취업지원 정책을 펼쳤다. 정책의 요지는, 장기 미취업자에게 구직 활동 내역만 있어도 현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것을 두고 그 옛날 진대법에 맞먹는 위대한 정책이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인무가 보기엔 세금 타먹는 데 요긴한 제도일 뿐이었다. 당장 그가 지원서를 넣은 것도 진짜 취업의 목적이 아니라 지원금을 타먹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무는 자신이 지원한 모든 회사에서 서류탈락 당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아주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나 기묘해서, 기적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일 말이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고?”

“그렇다니까!?”


미국계 대기업 미시건 웰링턴 테크놀로지스. 그의 스펙으로는 결코 붙을 수 없는 대기업이다. 소위 SKY라 불리는 한국의 명문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곳이니까. 그런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직접 전화까지 했다.


“전산 오류겠지 병신아. 그걸 또 좋다고 헬렐레··· 빠가사리냐? 떡밥 하나 던져주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네.”

“이 씨발, 그런 거였으면 전화까지는 안 했겠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무 말도 없다고.”


인무의 친구 규성은 지금의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저 스펙을 그런 대기업에서 통과시켜 준다니.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저놈이 되면 자신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자라났다.


“야, 그게 진짜면 다음에 나도 넣어봐야겠는데?”

“왜? 거기 어렵지 않냐?”

“씨발아, 니 스펙으로도 붙었으면 나는 당연히 되야지. 무슨 개백수 전형이 있어서 가점 준 게 아니면.”


규성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개백수 전형이 있는 게 아니고서는 그의 서류 통과는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은 최종 합격 상태는 아니었다. 그저 서류 통과만 한 상태니까.


“설마, 진짜 최종 합격하지는 못 하겠지.”


규성이 혹시나 하는 듯한 말투로 작게 말했다. 사실 인무의 생각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설마 이런 스펙의 자신을 최종 합격시키지는 않겠지. 그것이 상식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고인무 씨 맞으십니까?”

“넵! 그렇습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렀고 마침내 면접 당일이 되었다. 인무는 다섯 명의 면접관 앞에 섰다. 3명의 한국인과 2명의 코카서스인. 서류 통과를 해본 적이 없는 인무였다. 때문에 이것이 그의 생애 처음 보는 면접이었다. 인무는 저도 모르게 공벌레처럼 움추러 들었다.


“자,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확인하겠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던 한국인 여자가 말했다.


“고인무 씨, 나이는 28살. 대학 졸업 이후로 취직 경력은 없으시고. 거주지는 기재된 곳 맞죠?”

“아, 넵.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인무는 어쩐지 그녀의 질문에서 면접보다는 취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언가 오싹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쯤, 그녀가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조근조근하게 말했다.


“제출하신 서류에서는 건강하다고 하셨는데 혹시 지병 같은 건 없으시죠?”

“네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참, 가장 중요한 질문을 빼먹었네요.”


가장 중요한 질문. 인무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자신의 스펙과 관련된 내용이리라 생각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담담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혹시 종교는 어떻게 되시나요?”

“조, 종교요?”

“네. 인적사항에는 무종교라고 기재되어 있던데. 혹시 주류종교가 아닌 사이비 종교를 믿으시는 건 아닌가 해서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종교 관련이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침착하게 답변했다.


“아뇨, 저는 믿는 종교가 없습니다.”

“정말 없으신 거 맞죠?”

“네네. 없습니다.”


직후 면접관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했다. 전부 영어를 썼기 때문에 일자무식인 인무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이윽고 여자가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희 회사에서는 귀하를 채용하고 싶습니다.”

“···?”


인무는 즉답하는 대신 머리 위로 거대한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이게 맞냐?’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웰링턴 테크놀로지스는 전세계 시총 순위를 다투는 첨단 IT기업이다. 게다가 인무가 지원한 분야는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SKY출신들에게도 입사하기가 꿈과 같은 곳이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이 새끼들 사이비 아니야?’


그러나 이내 그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으니까. 지금 면접을 보는 장소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이다.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장소였다.


그러나 인무가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상황이 이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인무는 더는 미룰 수 없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저, 저기 죄송한데, 혹시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착각을 하다니요?”

“네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서요. 제 스펙이 이곳에 올 만한 스펙은 아니거든요. 그쪽에서 서류 통과를 해주신 것도 이상하고요. 서류 심사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죠?”


그녀의 눈에 한기가 감돌았다. 이윽고 그녀는 시선을 책상으로 내렸다. 그녀는 인무가 제출한 인적사항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학력, 나이, 이름, 거주지까지. 그가 제출한 정보 그대로였다.


“혹시 제출한 사항 중에서 허위로 기재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허위 기재요?”

“네. 예를 들면 병력이라던가. 아니면 종교 관련해서 숨기는 게 있다거나···.”


당황한 인무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 아니요. 다 맞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그게, 제 출신 대학교도 영 별로고. 저는 토익이나 수상 경력 같은 스펙도 없고.”

“그래서요?”

“네?”


여자가 말했다.


“귀하께서는 저희가 원하는 모든 요구조건을 갖추고 계십니다.”

“제 스펙이 이 회사에 충분한 스펙이라구요? 심지어 외국계 회사인데?”

“아,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오해가 있으신가 보군요.”


여자가 자세를 다잡았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볼펜을 굴렸다. 그 모습이 상당히 위압감 있게 느껴졌다.


“물론, 수상 경력. 토익. 학벌. 전부 중요하죠. 그렇지만 본사가 요구하는 업무 역량과는 거리가 있는 스펙입니다. 혹시 이번에 본사에 원서를 넣으실 때 어떤 경로로 원서를 넣게 되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 그게···.”

“부끄러워 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주세요.”

“장기 미취업자 구직 활동 지원 관련 사업에서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구직 활동 이력 인정 목록에 이 회사 이름이 있어서···.”


그때, 그녀의 눈동자가 뱀처럼 번뜩였다.


“그곳에 있는 링크를 타고 접속하신 거. 맞으시죠?”

“아, 네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시는지.”

“귀하께서 누르신 홈페이지를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채용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책 사업입니다.”

“아, 그래서 저 같은 사람도···.”


인무는 그제야 안색을 좀 필 수 있었다. 여자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혹시 ESG경영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아, 새우월드에서 들어본 것 같기도···.”


여자는 손가락 세 개를 들어올려 보이며 말했다.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본사는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사익집단을 넘어서서 인류의 보편적 공익 증진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거듭나고자 합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 사업이 본사의 이러한 이념과도 잘 합치되기 때문에, 귀사는 이번 채용을 실시하게 된 것입니다. 장기 미취업자에게 고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본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 뿐만 아니라 경험 또한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져야 하니까요.”


그녀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인무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미국 기업이다. 속으로 그렇게 탄식했다. 전근대적인 족벌 경영, 세습 경영에 찌들은 한국 기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이래서 다들 미국 미국 하는구나.’


경탄과는 별개로, 인무는 지금의 상황이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세계적인 대기업 웰링턴 테크놀로지스에 입사한다는 건가?


임종 직전의 사람은 자신의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인무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좀 떳떳하게 어깨를 피고 살 수 있게 되겠구나. 그 생각을 하니 눈앞이 뿌옇게 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건 기적이었다.


“어흐흐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다섯 명의 면접관들은 그에게 오묘한, 그리고 차가운 미소를 보냈다. 오직 인무만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되도 않는 눈물에 질린 여자가 재촉하듯 말했다.


“혹시 비자는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저희 측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엥 비자요?”

“네, 비자. 있으시죠?”

“아, 네. 그런데 비자가 왜 필요하죠?”

“취직 하셨으니까 이제 미국 가셔야죠.”

“네?”

“앞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하게 되실 겁니다.”

“미, 미국에 가서요? 저 영어도 못 하는데···.”

“연봉은 미화 5만 5천 달러이구요. 혹시 불만이시다면 저희는 다음 순번에 있는 분을 채용···.”

“하겠습니다!”


인무는 쫓기듯 다급히 서류에 싸인을 했다.


그날 밤, 인무의 집에서는 전례 없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작가의말

변칙 현상 수사대를 연재하게 된 신입 작가 빙과가게입니다.

연재 주기는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오전 12시에 연재하겠습니다!




5/14일 수정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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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두근두근 첫 출근 24.05.08 27 2 13쪽
» 프롤로그: 해외취업 지원 24.05.08 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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