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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가게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회사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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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빙과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9
최근연재일 :
2024.05.13 10: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2
추천수 :
7
글자수 :
22,401

작성
24.05.09 12:0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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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화: 오싹오싹 신입 환영식

DUMMY

“···네?”


인무는 너무나 황당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러나 매튜의 다음 발언은 더욱 가관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고작 사람 하나가 죽었을 뿐입니다. 십만명, 백만명이 죽은 것도 아니고. 고작 하나. 매일, 아니 매초마다 일어나는 일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아니 그렇지만···.”

“미스터 고, 이 사람은 당신과 인연이 있던 사람입니까?”

“아, 아니요. 그렇지만···.”

“그럼 이 사람은 중요한 사람입니까?”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매튜가 말했다.


“그럼 정리해보죠. 이 사람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고, 이 사회에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입니다. 제가 아는 몇가지 정보를 더하죠. 이 남자, 그러니까 저는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 남자는 아주 형편 없는 삶을 살았을 겁니다. 지금 그가 우리 회사에서 레드 등급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죠.”


할 말이 없었다. 인무는 속에서 오만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펄펄 끓는 것 같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인무를 관찰하던 매튜가 약간의 미소를 머금었다.


“흥미롭군요.”

“흥미롭다구요?”

“네. 그 표정. 모든 신입사원들이 항상 그 표정을 짓거든요.”


매튜는 어디론가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큐브 모양의 백색 방 한 구석을 향해서 걸었다. 바로 그때, 인무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야, 왠 커피머신?’


매튜가 걸어간 곳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건 작은 주방과도 같았다. 커피머신, 정수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컵과 그릇들까지.


‘저것들 원래 있었나?’


혼란스러웠다. 인무의 기억에 분명 저것들은 없던 것이었다. 그러는동안, 매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컵에 커피를 담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는 커피를 들고 인무에게로 왔다.


“드세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매튜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스터 고, 상급자가 베푸는 호의는 사실 호의가 아닙니다. 그것의 진짜 의미는 상급자와 하급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도록 해주는 트리거입니다. 그러니까, 가벼운 커피 타임 한 번이 아주 효과적인 대화 창구라는 것이지요.”


남자는 다시 한 번 커피를 권했다. 인무는 꺼림직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받아마셨다. 매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커피잔을 들어보였다.


“어때요, 맛이 참 깔끔하죠? 제가 가진 몇 안되는 재주 중 하나랍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맛본 커피 중 최고입니다.”

“오우 그런가요? 하하하.”


시체를 두고서 웃는 꼴이라니. 인무는 그것이 꺼림직했지만 그래도 대화가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 아부를 해대는 꼴이 조금은 비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상대는 총을 들고 있는데.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며 합리화했다.


모든 것이 조금씩 순항하는 듯했던 그때.


탕!


매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총을 꺼내서 남은 한 명의 머리통까지 박살내버렸다.


“어···.”


이전과는 달리 어떠한 단서도 주지 않고 벌인 일이었다. 인무는 너무나도 황당해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터진 뇌에서 흘러나온 뇌수를 응시할 뿐이었다.


인무는 그렇게 한참을 시체만 바라보았다. 인무는 그때 어떤 무력감 같은 것을 느꼈다. 절망을 넘어서는 무기력감. 그것은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매튜가 인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 그의 시선 역시 갓 주검이 된 따끈따끈한 시체를 향했다. 그러나 멍한 인무와는 달리 그는 너무나도 친절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과학··· 이었던 것 같은데.”


인무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말했다.

매튜는 가볍게 호응했다.


“그렇군요. 과학.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 두려움. 우리는 그 주제를 논하고 있었죠.”


그가 인무의 손을 잡고 총을 쥐도록 했다.


“두렵습니까? 내가 왜 저들을 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해서?”



두 사람이 하고 있던 대화의 주제였다. 무지에 대한 두려움. 지금 인무는 그것을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왜? 왜 이들은 죽어야만 했는가? 그리고 그 이유 없는 폭력이 자신을 향하면 어떡할까 하는 바로 그 두려움!


“지금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바로 본사가 탄생하게 된 원동력입니다.”


변칙 현상. 10년 전 일어난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괴현상을 말한다. 일부는 대중에게 ‘초능력’이라는 형태로 공개가 되었지만 그것의 실체는 더욱 깊고 거대하다.


“변칙 현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침팬지에게 핵폭탄 발사 버튼을 쥐어준 것과 유사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죠.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파괴적일 것입니다.”


매튜는 느린 발걸음으로 시체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인들을 발로 툭툭 건드리고 뒤집었다.


“변칙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많은 희생을 요구로 하죠. 그러나 우리가 변칙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큰 파멸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이 대신 죽게 하면 어떨까? 그것이 더 유익한 방향이 아닐까?”


매튜가 인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스터 고, 이것 하나는 기억하세요. 이곳에서 명령 불복종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오늘 당신은 두 번 죽었어야 했고, 당신보다는 이 쓰레기들이 죽는 것이 회사에게 더 이익이었기 때문에, 당신이 교훈을 얻는 것이 이 쓰레기들의 목숨보다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당신을 대신해서 대가를 치뤘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생각해 두세요.”


구둣발로 시체를 갖고 장난치던 매튜는 이내 질린 듯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다시 인무의 앞에 와서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첫번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방금 보신 저 레드 등급 인원들은 인류 전체를 위해서 던져진 희생양입니다.

마약 중독자, 부랑아, 거지, 범죄자, 정신병자, 장애인 등.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소비만 이어갈 뿐인 존재들. 우리는 그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이 더욱 이롭다고 판단했습니다.”


세계를 위하여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 인무는 그 문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그는 항상 필요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을 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로군요. 이렇게 말씀드려 볼까요?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존재들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이들을 위하여 대신 죽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저들에게 어떠한 연민의 감정도 가지지 마세요. 우리는 공공선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이곳 전체가 제단이라면, 쓸모 없지만 저들보다는 덜 쓰레기였기 때문에 조금 더 살려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제단에 제물을 바치고 피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칼을 잡기를 꺼린다면. 가장 쓸모없는 인간에게 그 일을 강제로 맡기게 하면 될 터였다.


“두번째 조언은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실수하지 마세요. 당신의 그 실수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간일지라도, 타인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마십시오. 우리는 결코 인명을 경시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인명을 경시하지 않는다고? 아무 이유도 없이 두 명의 머리통을 터뜨려 놓고서?


톡톡.


매튜가 인무가 가진 총을 툭툭 건드렸다.


“이 방에서 총을 든 것은 사실 내가 아니라 처음부터 당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총구는 항상 저 두 사람을 겨누고 있었지요. 납득이 안 되실지도 모릅니다. 화려한 언변으로 지루한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이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오늘 당신이 얻은 그 더러운 경험 덕분에 더 많은 레드 등급 인원들은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이것은 충분히 유익한 거래입니다. 기억하세요. 회사는 항상 그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두 명의 죽음. 그 피로 얻은 교훈. 인무는 그 기분 나쁜 경험 덕분에 더욱 주의를 쏟을 것이고, 어쭙잖은 정의감에 휩싸여 명령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목숨을 살리게 될 것이었다.


“이제 끝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남자가 하얀 방의 끝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피로 쓰여진 발자국이 남았다. 방의 문 앞에 섰을 때. 매튜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기억하십시오. 이곳에 정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회사일 것입니다.”


쿠웅!


문이 닫힘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인무의 눈이 감겼다.


* * *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마치 짙은 안개가 낀 날의 강변을 걷는 것과도 같았다. 인무는 두 명의 죽음을 뒤로하고 조용히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이동했다.


“신분증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군인들은 인무에게 신분증 하나를 내밀었다. 테두리가 초록색인 신분증이었다. 군인들이 목에 건 신분증은 테두리가 붉은색이었다. 군인들의 어투가 공손해진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날 이후 인무는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하여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 세계에 웰링턴 테크놀로지스는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IT 기업이다. 경쟁 업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기술 발전으로 업종을 장악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웰링턴 사의 대담한 투자를 성공의 비결로 뽑았다. 경영학자들은 경영 혁신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다.


“본사의 기술 혁신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인무에게 보여준 것은 심연의 괴물들이었다. 그것들은 변칙 현상이라고 불리는 초자연적 현상을 발생시켰다. 그것들 중 몇몇은 기적과도 같은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본사의 제일의 목적은 세계를 종말의 위협에서 지키는 것입니다. 부가적인 목적으로 우리는 이윤을 추구합니다.”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회사의 임원은 자사는 절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것이 꽤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사업임을 인정했다.


인무는 그 임원과 함께 대략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변칙 개체들을 보았다. 귀엽고 깜찍한 변칙 개체도 있었지만 악마와도 같은 개체도 있었다.


처음에 이것은 인무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무는 괴물들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것은 마치 동물원 우리 속 호랑이를 보는 것과 비슷했다.


“처음 봤을 때에 비해 훨씬 무덤덤해졌군요. 좋아요,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인무 또한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인무가 어떤 지식 따위를 배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회사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임원은 인무에게 이제 그가 특별한 역할을 맡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회사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확실히 아셨스리라 믿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대해 배워도 좋을 듯하군요.”




작가의말

5/14일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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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해외취업 지원 24.05.08 3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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