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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가게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회사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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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빙과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9
최근연재일 :
2024.05.13 10: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7
글자수 :
22,401

작성
24.05.08 11:0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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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화: 두근두근 첫 출근

DUMMY


“미시건 웰링턴 테크놀로지스라고!?”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기대감 하나 없던 부모의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은근히 하대하는 친구들의 눈동자는 부러움으로 물들었다. 자연히 인무의 자신감도 크게 상승했다.


참으로 복잡한 시대였다. 기술 발전은 끝을 모르고 폭주하여 수많은 낙오자들을 양산했다. 이와 더불어, 10년 전 발생한 의문의 대폭발 이후 세계 곳곳에 나타난 초능력자들은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다.


어떤 초능력자는 테러집단으로 변절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들의 대척점에 서서 모든 영광과 부귀를 누렸다. 그들은 시대의 별이 되었고 역사상 가장 선망 받는 존재가 되었다.


인무도 그런 우연함에서 주어지는 특별함을 꿈꾸었다. 초능력 말이다. 그것 외에는 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성공할 방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대부분의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런 행운은 인무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시대는 변해도 인무는 여전히 평범했으니까.


그러나 이 시대는 평범함이 죄악시되는 시대 아닌가. 인무는 항상 안정보다는 불안을, 희망보다는 비관을 보았다.


그랬던 인무가 난생 처음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지를 않았다.


“도착하면 전화할게!”


떠나기 직전, 그가 부모에게 손을 흔들며 남긴 말이다. 그는 이 간단한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공항에서 온 고인무 씨 되시죠?”

“아, 네네. 그런데 무슨 일로···?”

“잠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도착과 동시에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를 찾아온 제복경찰들이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그들이 제시한 혐의는 바로 위조된 비자로 입국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태를 점점 더 심각하게 부풀렸고 인무는 결국 경찰차에 쑤셔넣어졌다.


“잠깐만! 대사관에 전화 좀 하게 해줘요!”


경찰 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경찰이 있었다. 인무는 그에게 호소했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경찰차를 타고 이동하던 그때, 인무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저기요, 여기 경찰서로 가는 것 맞아요?”


상식적으로 경찰서는 시내에 있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가면 갈수록 도시의 외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마침내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인무는 무언가 잘못되어감을 깨닫기 시작했다.


“What did he say?”

“He seems to have noticed.”

“Clever than he looks.”


그때, 두 경찰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당황한 인무가 소리질렀다.


“이런 씨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바로 그때, 인무는 혼란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


【변칙 현상 도감】

[상태]: 공개됨


-회사가 당신을 부릅니다-


#####


쾅!


폭음과 함께 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모든 것이 흑암 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 * *


어릴 적에 중랑천 강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때는 물고기들이 참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저항도 못하는 먹잇감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어떻게 저런 것에 속을 수가 있지?


그때의 인무는 스스로를 물고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간이나 물고기나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달랐던 것은 본질이 아니라 상황이었을 뿐이다.


『Michigan Wellington Technologies』


미시건 웰링턴 테크놀로지스.


국내 최고의 인재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갈 수 있는 대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인무를 채용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는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그 기적의 당사자가 인무가 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씨발!!! 이 사기꾼 새끼들아!!!”


인무는 뒤늦게 발버둥쳤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그들은 인무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이제 인무에게 남은 것은 회백색의 우울한 콘크리트와 차갑게 식은 강철 격벽의 조합. 온갖 언어가 뒤섞인 비명의 연주. 그리고 절망을 속삭이는 구닥다리 백열 전등 뿐이었다. 수술실 복도도 이것보다는 음산하지 못할 것이다.


강철 철문이 증기를 뿜으며 좌우로 열렸다. 남자들은 이동식 침대를 앞으로 밀었다. 침대에는 인무가 돌돌 묶여 있었다. 그 시설 내부는 그야말로 음모론자들의 낙원이었다.


“웁웁!!!”


‘씨발! 여기 무슨 51구역 같은 곳이야!?’


인무도 들어본 바 있다. 일루미나티니 저커버그가 사실 랩틸리언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최근 버전으로는 백신에 무슨 유전자 조작하는 뭔가를 탔니 어쩌니 하는 것도 나왔다.


인무는 그런 음모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냥 단순한 군사 시설이고 어떤 오해로 중국 간첩으로 몰려 이곳에 온 것은 아닐까. 그런 거라면 어떻게 잘 말해서 대사관과 연락만 닿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 따위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격리실 너머로 보이는 괴수들은 그런 낙관론에 불을 질렀다.


‘이런 씨발! 저게 다 뭐야!?’


유리관 안에서 기괴하게 눈알을 굴리는 사각형의 광대. 움직이는 그리스 동상. 그리고 사악하게 미소짓는 3단 눈사람까지. 모두 살아있었으며 분명히 정상은 아니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낚시바늘을 깨문 물고기는 누구인가? 그건 인무였다. 그렇다면 그 운명은 이미 예정된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그때, 마침내 이동식 침대가 멈췄다. 총을 든 남자들이 인무의 주변을 감쌌다. 그들은 특수부대 출신인지 온갖 개인장비로 몸을 꽉꽉 둘렀다.


군인들은 인무에 몸에 갖가지 기계들을 들이밀고 바늘을 쑤셨다. 무언가를 테스트하는 것이 분명했다. 직후 지휘자로 보이는 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른 병사가 그의 귀에 체온계처럼 생긴 것을 양쪽 귀에 갖다댔다.


“끄으으읍!!!”


살갗을 꿰뚫는 고통에 인무는 몸부림쳤다. 그들이 인무의 귀에 무언가를 박아넣었다. 직후 지휘관 군인이 인무의 앞에 섰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나?”


그때 인무는 아주 기묘한 경험을 했다. 상대방은 분명 영어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인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뀌었다. 정말 기묘한 경험이었다.


“이해했다면 고개를 끄덕여라.”


인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무언가를 적은 후 다시 인무에게 수면제를 투여했다. 인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온 사방이 하얀 색인 어느 방 안에서였다.


“굿모닝!”


그때, 군인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어떤 흑인 남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했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웃는 인상이 보기 좋은 남자. 배운 티가 아주 진하게 나는 그는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테오 프란시스코입니다. 편하게 ‘매튜’라고 부르세요.”

“저기 그··· 일단 풀어주셔야.”

“오, 이런. 그렇군요. 물론 그래야죠.”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옆에 선 군인에게로 향했다.


“풀어줘.”

“죄송하지만 사장님, 보안 규칙상 그건···.”

“풀어줘.”


오른편에 선 군인이 말대답을 하자 그 흑인 남자는 이전에 보여준 따뜻한 미소와는 정반대의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그 흑인의 안경에서 예리한 빛이 번뜩이는 듯했다. 결국 군인은 조용히 명령을 수행했다.


매튜와 인무는 가벼운 악수를 했다.

그가 인무에게 말했다.


“미시건 웰링턴 테크놀로지스에 입사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네?”

“이곳에 오면서 당신의 지원서를 읽어봤습니다.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아주 흥미롭더군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 잠깐만요.”


인무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여기가 웰링턴 테크놀로지스라구요?”

“오, 물론이죠.”

“군사시설이 아니고?”


이내 매튜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오해를 자주 듣곤 합니다. 뭐, 특히 신입사원들에게서요. 그들은 인터넷에 나오는, 대학 캠퍼스 같은 본사 건물을 보며 실제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인터넷이 항상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죠.”


사장님이라고 불린 그 흑인 남자는 모든 것에 여유와 미소가 넘쳐났다. 바로 옆에서, 경직된 얼굴로 차렷 자세를 하고 있는 군인들과는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미스터 고,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정말 웰링턴 테크놀로지스가 맞는 건가. 내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끝에 이르러, 그 깊이는 심연에 닿았다.


“무엇보다도, 왜 나 같은 쓰레기 인생에게 직업을 주었을까.”


그 말을 마친 직후, 남자는 다시 평소와 같은 평온함과 부드러움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너무 자기비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사는 당신에게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지요.”

“자, 잠깐만. 그럼 도대체 여기는 어디···.”

“내가 말할 때는 끼어들지 마세요.”

“아··· 넵.”


매튜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권총이었다. 인무는 긴장했다. 그럴 수밖에. 매튜가 그것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고, 당신은 과학에 흥미가 있나요?”

“흐, 흥미는 있는데 잘 하지는 못합니다.”


매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말해보세요. 인간은 왜 과학에 흥미를 갖는 걸까요?”


너무나도 뜬금 없는 물음에 인무 대충 둘러댔다.


“그건··· 신기해서가 아닐까요···?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아는 즐거움? 뭐 그런 거?”

“즐거움!”


매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바로 그겁니다. 세계를 이해한다는 즐거움!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은 바로 그것입니다. 무지를 정복해 나가는 것. 바로 그것에서 인간은 안도감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과학의 본질은, 무지에 대한 투쟁입니다.”


다시 한 번, 남자의 목소리가 일변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 그야 당연히···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인무가 말한 직후 매튜는 인무에게서 등진 채로 멈춰섰다. 그 흑인은 그 상태에서 수초간 아무런 말도,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 인무는 식은땀을 흘렸다.


바로 그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신입사원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인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보더라도 병신 같은, 일차원적인 답변을 했는데. 이런 것을 두고 기뻐한다고?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인무가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매튜는 계속해서 말했다.


“맞습니다. 두려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죠. 과거에 질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가해한 현상이었지만 문명화된 오늘날에는 원인과 치료법 모두 잘 알려져 있죠. 일상 생활에서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불가해한 현상은 이제 없습니다.”


바로 그때, 매튜가 갑자기 군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지금까지는 말이죠.”


매튜는 정확히 군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아까 말대답을 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각도.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직후 인무의 목청에서 폭발과도 같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아악!!!”


인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추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 군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마주한 상황은 인무에게 반전 따위는 없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시체를 짓밟으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 공간의 완전한 지배자임을 보였다. 그가 시종일관 보여주었던 여유는 바로 그의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인무에게는 그저 충격이었다.

그러나, 인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그 다음의 발언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나요? 고작 사람 하나가 죽었을 뿐입니다.”




작가의말

많은 추천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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