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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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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22 18:11
최근연재일 :
2024.09.11 15:0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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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35

작성
24.09.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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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5.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4

DUMMY

강변에 비췬 아름다운 모습에 취한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강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들어 침어(浸魚)라는 칭호를 얻은 서시(西施)와 연주하는 금(琴,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소리를 들은 한 무리의 기러기가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바닥에 떨어져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은 왕소군(王昭君) 두 사람이 살아온다고 하여도 그녀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서시와 왕소군이 각각 침어와 낙안이라 부른다면 그녀를 부를 때는 침어낙안(浸魚落雁)이라 불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은 그녀를 천향국색(國色天香,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이르는 말)이라 칭하였다.


꽃이 아닌데 사람에게서 어찌 향기가 날까?


거짓말처럼 그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은 너무나도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았다고 말했다.


애향은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가볍게 떨었다.


차마 공손찬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도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닐까?


이미 그녀에게 빠져든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말이다.


그러나 애향의 걱정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손찬은 떨리는 애향의 손을 꽉 잡았고 그것을 신호로 애향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나, 나를··· 나를 보고 있어.’


공손찬은 애향이 갖은 불안감을 떨쳐주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여주었다.


어머니로 인해 애향에게 애정을 품게 되었다면 반대로 어머니 때문에 공손찬은 각의 유혹에서 견뎌낼 수 있었다.


애향은 어머니와 같은 애정을 느끼게 해주는 여자였다면 조금 전 나타난 각은 어머니의 애정이 아닌 단순한 여자로의 애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머니는 늘 기녀로 살았던 과거를 후회하며 슬퍼했다.


그것을 그 누구보다도 곁에서 지켜보며 자라왔던 공손찬이었다.


만일 각이 기녀가 아니었다면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공손찬은 그녀의 신분이 기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어머니 같은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결심과 그것을 지키며 살아온 인생이 공손찬을 지탱한 것이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살 수 있는 세상이며 그것이 조금의 흠도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공손찬은 단 한 번도 돈을 주고 여자를 사지 않았으며 여자에게 강요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여자의 마음을 얻고 허락하였을 때만 여자를 품었다.


각은 공손찬이 보이는 반응에 조금은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빛에 담긴 것은 결코 애정의 눈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혐오의 눈빛이었다.


처음이었다.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을 줄이야.


아무런 이유조차 없이 사내의 뺨을 때려도 남자는 자신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만 했지, 저렇게 혐오의 눈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저런 눈빛이 처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남자 중에서는 처음이었지만 여자들은 제법 많은 이가 자신을 그렇게 보았다.


그리고 그런 자들과는 결코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각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들처럼 나와 어울리지 않겠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려는 마음에 공손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현덕아. 먼저 일어나마. 값은 모두 치르고 돌아갈 터이니. 마음 편히 있다 가거라. 조금의 부담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늘 아우라 칭하는 공손찬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보여준 변화에 대해 유비는 알아차렸다.


이 사실을 유비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공손찬에게 읍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따라 나오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게는 훌륭한 동반자가 있으니 말이다.”


“······.”


공손찬의 말에 애향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더욱 밀착했다.


하지만 공손찬의 속내는 달랐다.


유비가 따라나서게 된다면 그녀 또한 따라나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공손찬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에게서부터 떨어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형님.”


유비는 공손히 예를 올렸고 공손찬은 돌아보지 않고 그저 손을 올렸다 내리는 것으로 답했다.


그 와중에 이미 각은 유비의 왼쪽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섬섬옥수(纖纖玉手)로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신 각은 원래의 자리에 앉지 않고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버린 유비를 향해 말했다.


“거기가 아니라 여기가 당신 자리에요.”


자신의 오른쪽 자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각은 말했다.


“이제는 이곳이 내 자리라오.”


유비의 응수에 각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공손찬의 혐오하는 눈빛으로 조금의 기대를 품었던 각이었지만 자신을 스쳐 지나가며 보인 그의 눈이 흔들린 것을 각은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똑같은 것이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벗어나지 못한 사내들과는 달리 도망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신도 그자처럼 도망치려는 건가요?”


“마치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려.”


“도망이나 치는 비겁자들을 향해 잘했다고 칭찬을 해줄 수는 없잖아요?”


“병법(兵法)에는 주위상(走爲上, 도망도 상책)이라는 말이 있소. 오히려 이기지 못하는 싸움에 응하여 목숨을 잃는 것이 더 그릇된 일이지 않소? 그러니 도망을 치는 것을 어찌 비겁하다고 말할 수 있소이까? 오히려 칭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것이 아니지요. 공자(公子, 신분 높은 집안의 아들). 일승일패병가지상사(一勝一敗兵家之常事, 이기고 지는 일은 전쟁에서 흔한 일이다)라 하였습니다. 비록 패할지언정 싸우는 것이 옳은 일이고 도망을 치는 것은 그른 일입니다. 삶도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고 싸움도 해보지 않고서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각에게 있어서 유비는 이상한 남자였다.


자신에게 거리를 둘지언정 그의 형이라 칭하는 공손찬처럼 도망을 치는 것도 아니었고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남자들처럼 자신에게 빠져든 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양쪽의 경계선에 서 있는 남자.


무시하는 것도 아니며 정면에서 받아쳐 온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과 반하는 행동이 옳다고 주장을 내세운다.


이상해도 너무나도 이상하다.


하지만 조금은 즐겁다.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남자도 눈앞의 유비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저 하늘의 해를 가리켜 달이라고 한다면 남자들은 그것을 달이라 불렀고 해라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성을 냈었다.


다시금 해라고 말하게 되면 남자들은 자기 귀가 잘못되어 오해한 것이고 해가 옳다고 답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라면 자기 말에 무조건 ‘옳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려고 한다.


고분고분하지 않을 거라는 각의 생각처럼 유비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그것을 알면서 왜 계속 도망을 다니시오?”


“!!!”


표정을 잃었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었지만 각은 심하게 동요했다.


“제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다는 말씀인지요? 제가 생각할 때는 도망치고 있는 것은 공자이시지 않습니까?


“······.”


유비는 말없이 하늘을 향해 검지로 가리켰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담긴 뜻을 읽은 각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게 있어 푸른 하늘은 죽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새장 속에 가둬버린 겁니까? 죽은 하늘을 보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도망을 친다는 겁니다.”


유비의 말은 비수처럼 각의 마음을 헤집어놓았고 각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당신은 고작 계집에게 빠질 것이 두려워 도망을 치고 있지 않습니까!”


“소저의 말이 맞소. 나는 당신에게 빠질 것이 두렵소. 당신의 치마폭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당신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울 것이 두렵소. 그렇기에 나는 지금 물러선 것이오. 하지만 나는 도망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오.”


“기회라고요?”


“당신이 나에게 빠질 때까지 말이오.”


“······.”


각은 유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가 앉았다.


마주 보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있던 유비였지만 거리가 조금 가까워진 것만으로 그는 ‘꿀꺽’하고 침을 삼키며 얼굴을 붉혔다.


유비는 곧장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은 제법 귀엽기까지 했다.


“이미 공자께서 저에게 푹 빠진 것 같은데요?”


“아, 아니오. 나는 소저에게 아직 빠지지 않았소이다.”


“그런가요? 그런 것 치고 아랫도리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공자.”


“······.”


유비의 잔뜩 성이 난 아랫도리는 무엇을 찌르려는 것인지 바지 천을 팽팽하게 늘어뜨릴 만큼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유비는 서둘러 양손으로 아랫도리를 짓눌렀고 그런 그에게 각은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저를 안고 싶은가요? 그럼 그렇다고 말해요. 전 기녀예요.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저를 안을 수 있다고요.”


-꿀꺽.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결코 가볍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런 자신의 삶이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유비는 느끼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삶이었지만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말을 사러 마방에 들린 공손찬에게 말에 대해 알려주고 좋은 말을 살 수 있게 도와주며 친분을 맺었던 과거의 그의 모습은 어느덧 각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선생을 따라 집을 떠나는 자신을 마중 나오는 어머니의 모습도 그녀로 바뀌어 있었다.


하다못해 집 앞에 있는 뽕나무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던 어린 시절의 자신은 각의 등에 업혀 마을을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늘이 죽었다는 그녀의 절망에 대해서 유비는 알게 되었고 그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자신의 하늘도 죽어버렸다.


유비는 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유비의 모습을 본 각은 다시금 실망과 좌절에 빠져들었다.


꺼져가는 의식과 사라져가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끝자락을 붙잡으며 버티던 유비는 후회했다.


‘내가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구나.’


유비, 그는 15살의 나이에 노식(盧植)의 문하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그는 학문에 전진하였고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드러내 선생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단 하나의 이야기를 접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것은 바로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項羽)에 관한 이야기였다.


백성들은 최후의 승자가 된 한 고조(漢 高祖) 유방(劉邦)을 칭송하였지만, 정작 어찌 천하통일(統一天下) 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한고조를 본받아 학문에 매진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은 유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실을 알게 된 유비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너무나도 다른 상황, 압도적인 전력 차이는 누가 보아도 항우의 승리를 의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유방이 차지하게 되었다.


승리의 비밀은 ‘인재’였다.


인재가 많으면 나라가 흥하고 인재가 적으면 나라가 망한다.


자신을 갈고닦으면 천하에 이름을 알릴 수는 있지만 인재를 얻게 된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때부터였다.


유비는 노식의 거처에서 뛰쳐나가 마을을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 말이다.


그 결과 두 아우와 공손찬을 만나게 되었으며 사람을 두루 사귀게 되니, 그의 좁았던 세상이 푸른 하늘처럼 넓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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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6 24.09.11 15 0 12쪽
6 006.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5 24.09.10 31 0 12쪽
» 005.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4 24.09.01 39 0 12쪽
4 004.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3 24.08.31 44 0 12쪽
3 003.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2 24.08.31 61 0 11쪽
2 002.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1 24.08.30 113 0 12쪽
1 001. 서장, 황건적의 난 - 각(角). 24.08.22 25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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