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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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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22 18:11
최근연재일 :
2024.09.11 15: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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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35

작성
24.08.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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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3

DUMMY

-쪼로로로로로로로로로록.


물 따르는 소리가 애향의 귀에 들려왔고 감았던 눈을 뜬 그녀의 앞에 보인 것은 두 손에 쥐어진 술잔이었다.


“이, 이것은······.”


애향은 의문에 찬 얼굴로 공손찬을 보았고 그는 미소가 담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상체를 굽혔다.


공손찬은 양손에 든 잔을 내밀었다.


“진심으로 예인의 재주에 탄복하였습니다. 어찌 한 잔의 술로 예인의 재주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자리를 청하고자 하니, 부디 사양하지 말아 주십시오.”


애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대인.”


눈물이 한가득 글썽거리는 애향의 두 눈은 공손찬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애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아우가 있는 자리에 합석했다.


공손찬은 자신의 오른쪽 빈자리를 차지한 애향을 바라보며 아우의 안색을 살폈다.


아우는 애향을 보고 있지 않았다.


마음이 있는 여인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얼굴은 바보처럼 변하고 그 여인이 다른 남자와 말을 섞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악귀로 변할 수 있는 게 남자다.


‘그녀가 아니구나.’


공손찬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럼 도대체 이 소동을 일으킨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도무지 아우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는 공손찬이었지만 그 덕에 두 개의 글자를 떠올릴 수 있었다.


현덕(玄德,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현묘한 이치).


자신의 하나뿐인 아우인 유비(劉備)의 자(字).


평범하게 애향이 공손찬의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이곳의 순리(順理)이며 이치(理致)였다.


그런 도리(道理)에 어긋나지 않았으면서 결과적으로 이 주루의 모든 사람에게 공손찬과 유비의 존재를 알렸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업신여겨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사람의 가치를 드높였다.


이곳에서 가장 천한 기녀까지도 말이다.


다들 사람들 앞에서는 쉬쉬했었지만 그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애향이 부른 시를 외웠고 혹시라도 잊을까 옷소매의 안에다가 적어놓는 자들도 있었다.


비록 이 주루에서 제일 하품(下品)의 자리라고는 하지만 그곳에 모인 이들이 이 주루에서 가장 유명하며 대단한 이들이니, 이 자리야말로 진정한 상품(上品)의 자리이지 않겠는가?


동전의 앞과 뒤가 바뀐 것처럼 상황이 바뀌어버렸으니, 기존의 상품에 있는 이들이 어찌 반응할까?


공손찬은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애향이 채워준 술잔을 술을 음미하며 속으로 즐거워했다.


이것만 보아도 유비의 재능이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진정 장자방(張子房, 子房은 장량의 자)이 될 수도 있거늘······.’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유비는 공부에 뜻이 없어 보였다.


유비는 맹자(孟子)가 아니었다.


오늘날 맹자라 불리는 맹가(孟軻)는 어린 시절 공동묘지 근처에서 살았는데, 주변에서 평소 보았던 대로 상여(喪輿, 시체를 실어 묘지까지 나르는 도구)를 옮기는 흉내를 내며 곡하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이것을 본 맹가의 어머니는 자식이 걱정되어 이사를 하게 된다.


시장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자, 맹가는 장사치 흉내를 내며 놀기 시작했다.


이에 맹가의 어머니는 한 번 더 이사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공자(孔子)를 모시는 사당(祠堂, 죽은 사람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는 집)의 근처로 이사를 한다.


맹가는 이번에도 제사를 지내는 사람을 흉내를 내며 그들의 예절을 배웠고 공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학문을 갈고닦게 된다.


유비는 맹가가 아니었기에 이 유학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공손찬은 유비가 큰일을 할 자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대인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애향은 공손찬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물었고 그 또한 그런 유혹이 그다지 싫지만은 않았다.


거기에다가 자신을 숨길 이유 또한 없었다는 것이 한몫했다.


“부족한 몸이지만 군(郡)의 문하서좌(門下書佐)을 맡고 있습니다.”


문하서좌의 일은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로 현대의 비서와 같은 역할로 말단(末端)관리직이다.


낮은 자리라는 것은 자신감에 차 있는 남자라도 때로는 움츠러들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을 소개하는 공손찬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애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인께서는 반드시 크게 성공하실 겁니다.”


“그거 보십시오. 형님.”


애향의 말을 받아 공손찬을 띄워주는 유비였고 그런 두 사람의 칭찬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술과 분위기 그리고 주변의 칭찬은 사내 특유의 허세를 부리게 했다.


“내 크게 성공하여 이 땅을 넘보는 오랑캐를 모두 처단하여, 그대가 마음 편히 재주를 부릴 수 있게 해주리다. 나 공손찬의 이름을 내걸고 약조(約條) 하리다.”


“······.”


애향의 눈은 눈물로 글썽거렸다.


그런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며 몸을 기대오자, 공손찬은 자신도 모르게 애향을 품으로 안았다.


입을 맞추는 것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유비의 말만 아니었더라면 몸이 달아오른 애향이 먼저 공손찬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을 것이다.


설사 이 약조가 빈말이라도 애향은 좋았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士爲知己者死),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女爲悅己者容)고 했다.


지금 애향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의 재주를 알아주었으며 자신을 기쁘게 해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다보는 애향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는 남자가 또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헌데, 공손찬은 혼례(婚禮)를 올린 몸이었다.


어머니가 기녀 출신의 첩의 신분이었기에 그의 신분 또한 비천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가 출세하여 신분을 바꿀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그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좋은 가문의 혼처를 얻는 것이었다.


그 방법은 공손찬에게 있어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빼어난 외모를 물려받은 그였기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웠다.


그 중 한 명이 요서군 태수의 딸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정략결혼(政略結婚)이라고 하여도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배경이 있기에 공손찬은 애향에게 당당하게 약조를 한 것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출셋길이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일로 인해 기녀라는 것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던 공손찬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니 오히려 애향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여인의 미모가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진시황(秦始皇)이 불로불사(不老不死)하는 꿈일 것이다.


그렇기에 첩으로 받아들여진 기녀의 미모가 다하는 그 순간.


그 말로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아버지를 바라던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 어머니의 꿈.


그것을 공손찬은 이루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진시황이 끝내 불로불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처럼 그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뽐내보아도 아버지의 자식이 아닌 뒷방 주인의 아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자랑이 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을 그녀를 통해 이뤄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어떤 의미에서 어머니를 대신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감정은 분명 애정이었다.


그리고 정략결혼에 대한 반발심도 크게 한몫했다.


자신의 품에 안긴 가련한 여인의 손을 지긋이 그리고 강하게 공손찬은 잡았다.


비록 입을 맞추며 사랑의 속사임을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그 하나의 동작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애향은 그의 품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는 것으로 답했다.


그래서일까?


먼 훗날 공손찬은 선비족의 기마병들과 여러 차례 싸워 이겨내어 갈고 닦은 기마술(騎馬術)로 북평태수(北平太守)의 자리에 오르게 되며 이후 백마의종(白馬義從)이라 불리며 이민족(異民族)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세상에 오로지 두 사람만이 있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가벼운 애정행각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훼방을 놓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루주이지 않은가?


한쪽에서는 기녀의 드러난 젖가슴을 따라 손을 집어넣어 만지는 이도 있고 자신의 허벅지 위로 기녀를 앉혀 그녀의 입에 담긴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공손찬과 애향의 작은 몸짓은 조금의 이목도 끌지 못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모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일은 흔치가 않다.


유비처럼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루주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전염병이 퍼지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이목을 훔친 그곳에는 한 여인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저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아무런 소란도 소동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들 그녀에게서부터 시선을 떼어낼 수 없었다.


눈앞의 기녀 젖가슴을 탐내던 사내도, 기녀가 입으로 먹여주는 술을 음미하던 사내조차도 넋을 잃고 그녀의 행동, 몸짓,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먹으며 바라보았다.


그것은 사내뿐만이 아니었다.


사내만큼은 아니었지만 기녀들조차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몇 명은 홍조를 띠기도 했고 반대로 콧바람을 내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기녀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한결같았다.


그녀의 걸음이 향한 곳은 공손찬이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녀가 관심을 보인 이는 그의 아우인 유비였다.


그녀는 부모를 여의고 그길로 세상에 나온 각(角)이었다.


세상을 나온 각이 본 것은 탐욕(貪慾)의 화신(化身)들이었다.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사내들도 자신의 앞에서는 사내의 본색을 드러내며 추악한 욕망과 욕정을 감추지 않았다.


거짓으로 얼룩진 세상.


차라리 그 욕망의 세상에서 살아가리라.


그럼······.


최소한 거짓은 없지 않겠는가?


슬픔이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았고 실망감에 눈물을 잊고 좌절감에 아무런 표정도 지을 수 없게 되었다.


각의 얼굴은 얼음장만큼이나 차갑기에 그지없었다.


하지만 사내들의 눈에는 그런 그녀의 얼굴조차도 도도하며 기품있다 여겼다.


헛된 희망인지도 모른다.


걸음을 옮기는 각은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품고 있는 희망에 그녀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각은 세 사람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각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애향은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누구인지, 이 주루의 기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한 정인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내조차도 돌아서게 만든 것이 그녀였다.


그 어떤 유혹의 손길도 유혹의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을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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