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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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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비
작품등록일 :
2024.08.22 18:11
최근연재일 :
2024.09.11 15:0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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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35

작성
24.08.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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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2.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1

DUMMY

“백규(伯圭) 형님, 이 아우가 형님이 나오시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겁니다.”


용모가 수려하며 한눈에 보아도 사내다운 남자를 향해 말을 걸어온 어린 남자는, 사내답기보다는 조금은 능글맞은 얼굴에 귓불이 보통의 사람보다 긴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백규라 불린 남자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허허, 드디어 아우가 글공부에 재미를 붙이기라도 한 모양이구나? 이렇게 날씨도 좋은 날에 이곳에 다 남아있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어이쿠, 형님도 참∼. 제가 이리 보여도 15살의 어린 나이에 선생의 문하에 든 수재입니다.”


“그런 놈이 허구한 날 책 읽기를 등한시하며 고을의 마방(馬房, 마구간을 갖춘 객잔)에서 말을 보며 시간을 죽이는 것이냐? 아니면 너에게 있어 책이 말이라도 되느냐? 말 대신 책을 보았다면 한 고조(漢 高祖)의 장량(張良)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우를 걱정하는 마음에 조금은 꾸짖는 말을 하게 되었지만, 원체 목소리가 컸기에 크게 꾸짖는 것처럼 들렸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기가 죽을 만도 했겠지만, 이 어린 남자는 도리어 활짝 웃으며 백규를 안으며 말했다.


“그 덕에 이리 능력 있는 형님을 얻지 않았습니까? 저는 장량이고 한신(韓信)도 되지 않아도 되니, 부디 형님만 제 곁에 있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왕이면 형님께서 장량과 한신이 되어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넌 한 고조가 되겠다는 이 말이고?”


“하하하하하하하, 형님은 벌써 장량이 되기보다는 뛰어넘으신 것 같습니다. 이 아우의 마음을 어찌 그리 딱하고 알아맞히시는 겁니까?”


백규는 능글맞게 응답하는 아우의 모습이 그다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기에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이 명문 귀족 집안의 자제로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는 있었지만, 실은 평민들보다 더 가난한 것이 아우였다.


옷 한 겹만 벗겨낸다면 그 속으로는 넝마나 다름없을 만큼 해진 옷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만큼 아우는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선생으로 삼아 유학을 한다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민들에게 있어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과 같았다. 그렇기에 대부분 선생이 직접 제자로 삼아 데려온 경우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눈에 차고도 넘칠 만큼 재능이 있지 않다면 선생은 제자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 누가 재능도 없는 아이를 먹여주고 재워주며 가르치려고 하겠는가?


그런 아우의, 눈에 훤히 보이는 아부였어도 백규에게는 그저 아부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백규는 유주(幽州) 요서군(遼西郡) 영지현(令支縣) 사람으로 군(郡)의 문하서좌(門下書佐)라는 관직에 몸담고 있었기에 아우와는 달리 조금씩 시간을 내어 선생에게 배움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문하생과는 교분을 나눌 기회도 적었을뿐더러 나이 차이도 한몫했다.


선생은 현재 저술 활동과 후학을 양성하고자 어린 제자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백규는 모시는 상관의 추천으로 제자로 들어간 것이었기에 선생이 직접 받아들인 제자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었다.


형님이라 불리며 살갑게 대하는 아우조차 이곳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은 17살인데, 그런 아우보다 8살이나 더 나이가 많은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했다.


선생이 받아들인 어린 제자가 그를 어찌 어렵게 대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살갑게 대하는 이 아우가 이상한 쪽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아우 또한 밖으로 나돌아다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백규는 생각했다.


백규는 여전히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아우의 머리를 눌러 떨어뜨려 놓고서는 자못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나이도 이제 열일곱이다. 이제는 가야 할 길을 정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좌절에 쓰러져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도 용기이지만 길이 아니라고 여겨질 때는 돌아설 줄 아는 것도 용기다.”


백규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아우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말을 꺼낸 백규가 당황하였다.


“형님의 말이 옳습니다. 안 그래도 고향에 홀로 계실 어머니가 걱정되어···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대로 고향에 내려가게 된다면 형님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아, 내가 아우의 마음도 모르고 이런 실수를 저질렀구나.’


백규가 도리어 환하게 웃으며 아우에게 어깨동무했다. 그리고는 아우가 좋아할 만한 것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 형이 값을 치를 것이니, 아우는 그동안 눈여겨본 곳으로 안내하게.”


“···여자도?”


살며시 백규를 올려다보며 아우가 물었고 그런 아우의 모습에 백규는 껄껄 웃었다.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더니? 이 말은 아우를 위해 있는 말이겠구나.”


“아이구, 유주(幽州)의 미녀들이 하나같이 형님에게 안기고 싶어 하니 형님이야말로 영웅 중에 최고지요.”


“너 녀석도 참, 도대체 너의 말재주는 어느 경전에서 배운 것이냐? 나도 한 번 배워보자.”


“아마도 그것은 힘들 겁니다. 저야, 능력 있는 형님에 대해서 사실대로 말을 하면 되지만 세상에 어찌 형님과 같은 분이 또 있겠습니까? 그러니 형님은 어린 시절 헤어진 쌍둥이라도 있지 않은 한은 결코 배울 수 없을 겁니다. 암요.”


“흐흐흐흐흐.”


백규는 도무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우의 안내에 따라 찾아간 곳은 자신조차 몇 번 온 적 없는 주루(酒樓, 규모가 큰 술집)였다.


이런 곳은 기본적으로 기녀(妓女)가 있었다.


백규는 어머니가 기녀 출생이었기에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머니의 덕이었는지 빼어난 외모 덕에 아우의 말 그대로 굳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살 이유도 없었다.


아우와 이런 곳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우는 이런 곳으로 자신을 데려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아우는 주루의 입구에서 백규의 눈치를 살폈다.


“도대체 어떤 아이가 우리 아우의 마음을 홀려놓은 것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꾸나!”


백규는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 주루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아우가 해맑게 웃으며 뒤따랐다.


백규에게 이런 곳은 마음만 먹으면 밥 먹듯이 나다닐 수 있는 곳이었지만, 아우의 형편으로는 한 해에 한 번 오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이것을 알기에 자신이 오기만을 얼마나 애태웠을지를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백규였다.


백규는 방을 잡으려고 했지만 아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아우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온 것인 만큼 그의 뜻에 따랐다.


‘방에 들지 않는 기녀인가? 그렇다는 것은 낮은 급의 기녀라는 얘기인데······.’


상황을 짐작하여 여인의 정체를 파악한 백규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곳에 와보지 못한 아우의 경우 모든 기녀가 아름다워 보여서 기녀들이 모두 같은 기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녀들에게는 각자의 등급이 있었고 그 등급에 맞춰 손님을 가려 받기 때문이다.


그런 기녀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 바로 이처럼 공통된 장소에서 손님을 정하지 않고 상대하는 기녀였다.


음흉한 손님들에 의해 옷이라도 벗겨지는 날에는 그대로 수많은 사람에게 속살을 내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조금의 웃돈으로 값을 치르면 수시로 밤일을 치르는 것은 물론이며 일을 치르고 난 뒤임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치장하여 손님을 상대하기도 한다.


아무리 몸을 파는 것이 일이라고는 해도 조금 전 다른 사내를 품에 안은 여자를 안고 싶은 귀족 집 자제는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에 백규는 결심했다.


‘아우에게 어울릴만한 여자로 혼처를 구해봐야겠구나.’


백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그와 아우가 자리 잡은 둥근 탁자 위로 갖가지 음식들과 그 탁자 아래로 하인들이 술을 단지째로 가져다 놓았다.


그것을 본 기녀들은 서로가 앞다퉈 그들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백규의 빼어난 외모 덕에 들어왔을 때부터 눈여겨본 기녀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며 그가 시킨 음식들과 술의 값어치는 방을 잡고 노는 귀족 자제들이 치루는 술값과 같았다.


방에 드는 기녀조차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련님들께 저 애향(愛鄕)이가 한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선수필승(先手必勝)이라는 말은 싸움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 기녀들의 삶에서도 존재했다.


선수를 빼앗긴 기녀들은 옷소매를 쥐어 잡으며 백규와 그의 아우가 거절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방을 잡았을 때는 기녀들을 본 후 손님이 맘에 드는 기녀에게 술을 따르라고 권하지만, 이곳에서는 반대로 기녀가 먼저 손님에게 청을 하며 그 기녀가 맘에 들 경우 술을 받으면 된다.


하나의 손님에게 너무 많은 기녀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었다.


한 손님에게 한 명의 기녀.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었지만 어지간해서는 지켜지는 규칙이었다.


선택 받은 기녀는 손님의 오른쪽 자리에 앉으며 밤 시중을 들게 될 경우 객실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다음 날 조반(早飯, 아침밥)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며 다음번에 다시금 그 손님이 찾아왔을 때는 제일 첫 번째로 모실 수 있는 권리를 지니기도 한다.


모시는 손님이 새로운 기녀를 원한다면 그 기녀를 선택하고 치장하여 손님 앞으로 데려오는 것 또한 첫 번째 기녀의 권한이었다.


기녀들의 법도에 불가하지만 귀족 집안의 망나니가 아닌 이상은 대부분 따라주며 지켜주었다.


백규는 어머니로 인해 기녀의 삶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기방(妓房, 여자의 하룻밤을 사는 것이 목적인 가게)과 같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런 규칙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백규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애향은 기분이 들뜬 마음으로 백자로 된 술 주전자를 손에 쥐었다.


바로 그때였다.


애향이 막 술 주전자를 손에 쥐려는 것을 재빠르게 가로챈 아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아우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거절이었다.


“좋지.”


백규는 기녀가 따라주는 것보다 아우가 따라주는 것이 더 기분이 좋았다.


아우는 새 잔에 술을 따라 백규에게 공손하게 내밀었다.


백규는 아우가 건넨 술잔을 받고는 단숨에 비웠다.


그 모습에 애향이는 창피하여 얼굴을 붉혔고 그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기녀들은 옷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쿡쿡’하고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곧이어 이어지는 아우의 말에 싸늘하게 다물어지고 말았다.


“형님께서는 여자는 무릇 마음으로 얻는 것이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였다.”


애향을 바라보며 아우는 입을 열었고 그 모습에 그녀는 화가 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지 조곤조곤 말했다.


“그러하신 분께서 어찌 이곳으로 오신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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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2 24.08.31 61 0 11쪽
» 002. 서장, 황건적의 난 - 경국지색(傾國之色). -1 24.08.30 1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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