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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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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8.19 10:00
연재수 :
1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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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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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글자수 :
901,069

작성
24.03.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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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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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DUMMY

사내들이 야비하게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부명화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부명화는 절대고수였다.

세옥은 부명화의 몸놀림을 눈여겨보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무공을 훔쳐 배울 생각을 하지 마라. 내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명화가 세옥에게 눈을 흘겼다. 세옥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렇겠지.’

세옥은 속으로 부명화의 말을 인정했다. 아무리 구결을 외거나 초식을 안다고 해도 내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얼굴에 면사는 왜 썼냐?”

“오죽 못생겼으면 얼굴을 면사로 가렸나? 오늘 내가 못생긴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지. 흐흐······.”

사내들이 부명화를 향해 조롱의 말을 날렸다. 낄낄대고 웃으면서 다가왔다.

세옥은 얼굴을 찡그렸다.


사내 하나가 강제로 부명화의 면사를 벗기려고 손을 뻗었다.

“하오문의 잡배들이 감히······.”

부명화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턱수염 사내의 눈이 크게 떠지고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턱수염 사내의 가슴팍을 내지른 것이다.

“억!”

사내가 그대로 날아가 처박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세옥은 눈이 크게 떠졌다. 가볍게 손을 움직인 것 같은데 가공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이 계집이··· 죽어랏!”

사내 하나가 도(刀)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도를 내리치지도 못했다.

부명화가 언제 검을 뽑았는지 백광이 번쩍하자 크억!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4, 5장이나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입에서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검에 내력이 실렸다!’


세옥은 부명화의 일검을 보고 경악했다. 다른 두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공격할 자세를 취한 순간 막강한 백광이 번쩍했다.

“크억!”

두 사내도 피를 뿜으면서 날아가 탁자와 부딪쳤다.

와장창 탁자들이 부서졌다.

‘칼등으로 쳤는데도 무서운 위력이 있구나.’

세옥의 눈이 번쩍 하고 빛을 뿌렸다.


그때 적의군이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객잔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들은 부명화를 보자 일제히 군례를 바쳤다.

“저 쓰레기들을 노역장으로 끌고 가서 평생 일을 시켜라.”

부명화가 명령을 내렸다.

“예!”

적의군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은 빠르게 비틀대는 사내들을 끌고 나갔다.


객잔에 있던 손님들이 부명화를 보면서 수군거렸다.

“자비의 검이네요.”

세옥이 미소를 지었다.

‘뭐야? 이 아이가 내 검의 진수를 파악한 거야?’

부명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스승인 장지상은 항상 칼끝에 자비를 두지 말라고 했다.

검을 뽑은 뒤에 자비를 베풀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당하니 손속에 인정을 두지 말라고 가르쳤었다. 그러나 부명화는 항상 손끝에 인정을 두었다.

부명화는 세옥을 가만히 살폈다.


선황제의 둘째 아들 유세옥.


선황제가 병으로 죽었을 때 그는 불과 여덟 살이었다.

조정대신들과 황족들은 황제로 누구를 추대하느냐로 논쟁을 벌이다가 세옥보다 나이가 많은 은제를 추대했다. 그러나 그는 폭군이 되었고, 군대의 반란이 일어나 왕조가 붕괴되었다.


이 아이가 황제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이가 어려도 선정을 베풀지 않았을까?


선정을 베풀었다면 군대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늘이 내린 신동.


서책을 줄줄이 외고, 한 번 읽은 글자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부명화는 세옥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반란군, 특히 시진국은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세옥을 죽여야 한다고 했다.


해씨세가의 유일한 혈육.


사람들은 그가 황제의 아들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

부명화는 그가 해씨세가의 일점혈육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해씨세가의 비급을 얻으면 천하제일의 무림인이 된다.

무림인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세옥은 해씨의 혈손이고, 해씨보전의 행방을 알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명화가 세옥을 돕는 것은 다른 일 때문이다.

세옥의 어머니 해귀비, 그녀에게 목숨을 빚졌다.

“우리도 나갈까?”

부명화가 세옥에게 물었다.

“음식은 먹고 나가야지요.”

세옥은 음식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부명화는 세옥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침착하기도 하고··· 무림인의 자질이 있어.’

세옥의 얼굴은 계집에처럼 하얗다. 얼핏 보면 귀티가 나지만 혈색이 창백하다.


부명화는 슬며시 손을 뻗어 세옥의 근골을 만져보았다.

세옥이 미간을 접었다. 그러나 거부하지는 않는다.

“근골이 약한가요?”

부명화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세옥이 물었다.

“기연을 얻어야 할 것 같다.”

“기연을 어떻게 얻습니까?”

“기연은 하늘의 뜻이니······.”

기연을 어떻게 얻는가? 부명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세옥의 눈에 실망하는 빛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사천(四川) 당가촌(唐家村)에 천문(天門)이라는 강이 있는데 용이 산다는 전설이 있어.”

“용이요?”

“용은 100년에 한 번씩 승천한다는데······.”

부명화가 말끝을 흐렸다. <수신기(搜神記)>라는 서책에 그 내용이 실려 있으나 언제 용이 나타날지 아무도 몰랐다.

“용의 내단을 취하라는 말씀이군요.”

“수신기를 읽었어?”

부명화는 깜짝 놀랐다.

“예.”

수신기는 진(晉)나라 시대에 중국의 전설이나 신비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귀신, 신선, 흉사, 길흉 등에 대한 30권짜리 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이 소실되고 지금은 몇 권 남아 있지 않다.

당가촌의 용 이야기는 수신기에 일부가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수신기를 읽었다고?

세옥이 식사를 마쳤다.

부명화는 세옥을 데리고 나루에 갔다. 나루에 거대한 조운선이 정박해 있었다.

부명화는 부하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하음으로 가는 조운선에 올라탔다.


*


조운선은 강을 따라 유유히 앞으로 나아갔다.

세옥은 뱃전에서 강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배에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비들, 무림인들, 장사치들······.

부명화는 같은 침상에서 세옥을 데리고 잤다.

열 살이라고 해도 아직 어리다. 여장을 하고 있으니 따로 재우는 것도 의심을 받는 일이다.

부명화는 선실에서 책을 읽었다.


부명화는 배가 중간에 쉴 때 배에서 내려 세옥에게 옷을 사주었다.

배를 탄지 이틀이 되었을 때였다.

걸인의 모습으로 계속 다니게 할 수없었다. 그래도 남자의 옷을 입힐 수없어서 여자의 옷을 사 입혔다.

아직은 안전하지 않았다.

세옥은 서점에서 책을 몇 권 샀다.


이런 형편에 무슨 책을 사?


부명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가 다시 출발했다.

부명화는 뱃전에서 강변을 바라보다가 선실로 돌아와 서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북해기(北海記)>.

북해빙궁에 다녀왔다는 어떤 사내의 기록이다.

고문으로 되어 있어서 부명화는 읽지 못했다. 모르는 글자들이 너무 많았다.

“무슨 책입니까?”

세옥이 옆에 와서 물었다. 부명화가 책을 보여주었다.

“고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어렵네.”

부명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번역해 드릴까요?”

세옥이 생긋 웃었다.

“읽을 수 있어요?”

부명화가 눈을 크게 떴다. 세옥이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옥이 책을 읽으면서 붓을 청하여 옮겨 적기 시작했다.


어떻게 고문을 읽어?


부명화는 믿어지지 않았다. 황궁에서 배운 것인가. 북해기는 단순한 고문이 아니다. 대막쪽의 문자도 섞여 있다.

고서는 북해빙궁으로 가는 길을 기록한 책이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북해빙궁에 갔다가 돌아와 가는 길을 기록해 두었다.

부명화는 황궁서고에서 그 책을 손에 넣었으나 해독하지 못했다.


북해빙궁.


무림 전설의 신비문파다.

빙궁에는 여자들만 살고 있다.

빙극진기를 비롯해 빙백공이 그들의 무공이다.


빙궁의 보물 빙백검은 검기에 스치기만 해도 얼어버리고 빙백장은 얼음을 만들어 산산조각을 내는 가공할 장법이다.

중원의 무림인들이 열망하는 무공이지만 좀처럼 강호에 출현하지 않았다.

북해빙궁은 여자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명화도 가고 싶었다.


세옥이 북해기의 번역을 모두 마친 것은 사흘이 걸렸다.

“수고했어.”

부명화는 감격하여 세옥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이고 예뻐라.”

부명화가 세옥의 입에 입까지 맞추면서 좋아했다.

세옥은 선실에서 나와 뱃전으로 갔다.

그녀가 입을 맞추자 쑥쓰러웠다.


조운선 세창호다.

화물과 여객을 운반하는 배다.

쌀이며 콩 같은 식량과 소금을 선적하기도 하고 부자들의 이삿짐을 나르기도 한다.

인구 1백만에 이르는 대량성이 필요한 곡식과 물자를 대부분 조운선이 운반한다.

일부는 육로로 물자가 오가기도 하지만.

밤이다.

배는 어둠속을 미끄러져 나가고 강파도는 끝없이 철썩거렸다.


내일은 하음에 도착하게 된다.

열흘이 넘게 조운선에서 시달려 왔다.

세옥은 보검을 한 자루 갖고 있었다.

부명화가 세옥의 검을 살피자 녹이 슬어 있어서 고철 덩어리 같았다.


어장검(魚腸劍).


춘추전국시대에 자객 전제가 월나라 왕을 암살할 때 사용했다는 검이다.

검신이 한 자가 채 못 되고 겉보기에는 고철처럼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무공을 모르는 세옥에게는 소용이 없는 검이지만.

밖에서는 운하를 오르내리는 조운선의 사공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득한 옛날의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천고의 미인은 어디에 있는가.

강은 오늘도 흐르고 산들바람이 좋구나.

야후헤이 야후헤이


노랫소리가 서정적이다.

가슴으로 파고든다.


밖에는 비까지 오고 있다.


부명화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잠이 들었다.

밖이 어수선하여 부명화는 눈을 떴다.

날이 밝아 있다.

배가 하음의 선착장에 도착하여 사람들이 물건을 하역하느라고 어수선했다.

부명화가 일어나자 세옥도 눈을 떴다.

“하음에 도착했구나.”

부명화는 빠르게 행장을 수습했다.


하음의 선착장은 물건을 내리는 인부들로 떠들썩했다.

햇살이 쨍쨍하다.


부명화는 세옥과 함께 하음객잔을 찾아갔다.

아향과 완아가 육로를 통해 객잔에 도착해 있었다.

아향과 적의군 군사들이 일제히 군례를 바쳤다.

완아는 몸이 완치되어 있었다.

아향이 완아를 치료한 이야기며 그 동안의 경과에 대해서 보고했다.

“내 일은 끝났어요. 몸 보중하세요.”

부명화가 정색을 하고 세옥에게 포권례를 올렸다. 완아도 치료해 주었고, 세옥도 하음까지 데려다가 주었다.

부명화가 정중하게 예를 올린 것은 전 왕조의 황자에 대한 예우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세옥도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부명화는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객잔 앞에 적의군들이 마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부명화는 빠르게 마차에 올라탔다.

“이랴!”

적의군들이 마차를 몰아 관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세옥은 얼굴이 붉어져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가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완아가 세옥의 팔을 꼬집었다.

“왜?”

세옥이 완아를 살폈다.

완아가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몸은 다 나은 거냐?”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요?”

완아가 눈을 흘겼다.

세옥이 완아의 손을 잡고 하음객잔을 나왔다.


하음현은 대촌이다.

인구가 수십만에 이른다.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멀리서 이충이 마차를 끌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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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용의 내단(2) +1 24.04.09 310 4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3 24.04.08 31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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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무림맹주(4) +1 24.04.06 295 4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1 24.04.05 298 4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1 24.04.04 2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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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용과 싸우다(3) +3 24.03.31 287 4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1 24.03.30 285 4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1 24.03.29 29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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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묵가의 제자(3) +1 24.03.27 304 4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1 24.03.27 332 4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1 24.03.27 353 4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1 24.03.27 330 5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3 24.03.26 349 4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1 24.03.26 319 4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1 24.03.26 305 4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1 24.03.26 311 4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3 24.03.25 32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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