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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an0720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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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an0720
작품등록일 :
2020.11.30 14:59
최근연재일 :
2021.01.24 18: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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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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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7,359

작성
20.11.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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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과거를 기억하는 여자(~17세)

DUMMY

지난 3개월간 잠자리에 들기 위해 술에 의지하던 그녀의 얼굴은 말이 아니게 상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꼭 참석해야 할 곳이 있어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구두를 신고 택시를 잡기 위해 언덕길을 내려갔다. 구두를 신은 덕에 언덕을 내려가기 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그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이 언덕길을 뛰어 내려가던 직장인들에 대한 경외심이 생기려던 참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처럼 힐이 있는 구두를 신고 뛰어가던 여자들은 인간 외의 범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오히려 단화 구두가 더욱 익숙하고 편했지만, 집에 있는 구두는 예전에 선물 받은 힐이 있는 구두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택시를 잡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신호 대기음은 길지 않았다.




"나야."




"잘 지냈어? 오랜만이네."




"응. 도착했어?"




"그럼. 도착한 지 꽤 된 거 같은데? 지금 출발 한 거야?"




"응. 1시간 남짓 걸릴 거 같아."




"그래. 조심히 와."




그녀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며 잠이 든 탓인지, 잠에서 깨고 난 후에도 그녀의 정신은 항상 몽롱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정신은 몽롱할 지라도 판단력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서 있었다. 택시 뒷좌석에 앉아 몸을 기대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난 3개월에 대한 반성과 26년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그녀는 몽롱한 정신 탓에 자신의 몸이 택시 좌석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고, 동시에 그녀의 기억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IMF가 터지고 나라의 경제가 휘청였다. 국민들은 너도나도 나라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금 모으기에 동참했다. 그녀도 그 당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은행에 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맞는 두 번째 IMF였다. 그녀가 처음 IMF를 맞은 건 8살의 남자였을 때였다. 그 당시의 IMF는 그의 가정을 그늘지게 만들었다.




집안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가지고 있던 아파트도 팔아야 했고, 그걸로도 부족해 빚을 지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행복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그와 그의 형제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자신이 맞는 두 번째 IMF에 대처하는 두 가정의 상반된 모습에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어떤 가족을 진짜 가족이라고 여겨야 할지 고민했다.




"성수야. 잘 봐 둬. 나중에 꼭 국가가 아니라도 네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것으로 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도와주어야. 비록 작은 것일 지라도 누군가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너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거야."




"응. 알겠어. 명심할 게."




그녀는 과거 자신이 남자였을 때 부모님과 지금의 부모님이 다른 상황이지만 훌륭하게 대처하셨다는 것에는 의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같은 시기의 인생을 두 번째 살고 있었다. 과거에는 남자로, 현재에는 여자로. 당해 연도를 기준으로 과거 남자였을 때의 기억이 앞뒤로 1년, 총 3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새해가 되면 마지막 해의 기억은 지워지고 새로운 해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서 남자의 일기와 여자의 일기를 썼다.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변의 아이들과는 남달라 보였다. 생각이 깊었고, 행동하는 것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였던 그가 30살에 사고로 죽게 되자, 현재의 여자의 몸으로 되살아 난 것이기 때문에 육체는 비록 초등학생 일지라도 정신연령은 30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초등학생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최대한 티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녀에게는 남자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남동생과는 성격이 비교 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의 동생은 나이에 맞는 정신 연령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부모와 비슷한 정신 연령이었다.




그래도 동생을 한결 같이 챙겼다.




"누나, 누나. 오늘은 뭐 해줄 거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나는... 피자 먹고 싶은데..."




"기다려봐. 비슷하게 라도 해줄게."




그녀는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요리를 성인으로써 요리를 했던 것이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능숙 능란하게 요리를 해냈다. 재료들이 조금 크거나 키가 닿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 동생은 그런 그녀를 곧잘 따랐고, 그녀를 동경하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남들에게 소개하지 못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가 환생하지 않았더라면 원래 몸의 주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항상 그녀의 곁에서 맴돌고 있었고, 그녀가 묻거나 행동을 하면 주변 공기의 밀도를 변화시키면서 의사 전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실제로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가끔 자신의 이야기를 남동생에게 해주었지만, 남동생은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은 어렸다.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 주며 자신이 해준 음식을 먹고 있는 동생에게 말했다.




"사실, 누나는 비밀 친구가 한 명 있어."




"비밀 친구? 그게 뭐야?"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는 친구야."




"아무한테도 안 보여? 나도 갖고 싶다 누나."




"음... 너는 아직 어려서 안돼. 나중에 더 크면 너도 생길 수도 있어."




"얼마나 더 크면 돼?"




"200밤 자면 돼.”




"200밤이나? 너무 많이 자야 하는데..."




그녀의 동생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려 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지만, 포크를 들고 있는 손과 입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그 비밀 친구는 사실 누나와 같은 사람이야."




"같은 사람? 그럼 나 누나가 두 명이야?"




"그런 것일 수도 있지. 근데, 나중에 누나가 30살이 되면 그 친구랑 바꿔야해."




"뭘 바꿔?"




"몸을 바꿔야해. 왜냐하면 이 몸은 원래 비밀 친구의 몸이거든."




"그럼 누나는 어떻게 되? 멀리 가는 거야?"




"글쎄... 그건 그때 가봐야 알겠지? 지금 누나가 한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면 안되 알았지?"




"응. 알겠어. 나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할 게."




"그래. 피자 맛있어?"




그녀는 동생의 입을 닦아주었고,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녀는 항상 일기장에 적어 놓은 곳들을 찾아가고 싶어 했지만, 아직은 제약이 많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했다. 그래서 그녀는 고등학생이 되면 일기장을 토대로 여행을 한번 떠나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녀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모든 일을 중간 정도로만 해냈다. 시험 성적도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했다. 덕분에 주위의 평판은 평범하지만 성실한 아이로 인식 되었다.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한 친구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친구들의 속사정을 잘 들어주고 고민을 잘 해결해 주어 주변에서는 그녀를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녀는 틈틈이 자신의 생활을 그녀 주변을 맴돌고 있는 또 다른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남들이 보면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아이로 오해를 살 수 있어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하거나 자기 방안에서만 이야기 했다.




"오늘 말이야. 유영훈이라고 반 친구가 있는데,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면서 상담을 신청 하더라고."




그녀는 항상 또 다른 그녀가 자신에 대답을 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언제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어린 친구들이 벌써부터 연애라니. 그나저나 나는 왜 사고가 난 걸까? 그리고 내가 30살이 되면 너하고 바뀌게 되는 걸까, 아니면 나는 사라지고 네가 이 몸을 차지하게 되는 걸까?"




그녀의 질문 뒤에는 언제나 침묵으로 일관되었다.




"뭐, 언젠간 알게 되겠지."




그녀는 돌아오는 말은 없어도 빼먹지 않고 또 다른 그녀에게 일러주었는데, 나중에 그녀가 사라지고 그녀의 몸을 차지하게 되도,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과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녀는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자신이 몸을 빼앗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부모님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너 혼자 여행을 간다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아이 혼자 여행을 간다고 그러니?"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반면에 아버지는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정 가고 싶다면 확실한 계획표를 만들어서 설득시켜봐라. 어쨌든 네 엄마 말처럼 세상은 여자아이가 혼자 여행하기에는 호락호락 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이 여행하고자 하는 곳과 머무를 숙소, 연락처 여행 자금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적은 계획서를 제출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탐탁해 하지 않았으나, 아버지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네 엄마 말처럼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아. 네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금껏 네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믿을 만 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 이 계획표 대로 움직이고, 하루에 세 번 꼭 전화를 하렴."




그녀는 부모님의 승낙을 받고 바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나 내일부터 예전에 남자인 내가 살던 곳을 가볼 꺼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곳에서 과거 내 친구들과 부모님이 계신지 확인하고 싶어. 그리고 과거 남자였던 내가 있는지도 궁금하고."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마주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그녀의 선택이 결코 옳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과거의 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여행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과거를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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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해(25~26세)(2) 20.12.25 3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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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증명(20~25세)(3) 20.12.17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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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력자(17~20세)(3) 20.12.03 38 0 14쪽
3 이질감(17~20세)(2) 20.12.02 42 0 14쪽
2 공기(17~20세)(1) 20.12.01 40 0 12쪽
» 과거를 기억하는 여자(~17세) +2 20.11.30 7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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