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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공무도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18.11.20 09:39
최근연재일 :
2018.11.20 09:44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21
추천수 :
11
글자수 :
22,891

작성
18.11.20 09:41
조회
99
추천
2
글자
14쪽

한밤 중의 살인 사건

DUMMY

~~~~~~~~~~~~~~~~~~~~~~~~~~~~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 가신 님을 어이할꼬

~~~~~~~~~~~~~~~~~~~~~~~~~~~~


비명소리가 난 곳은 다름 아닌 마루의 집이었다. 큰 비명소리에 마을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일어났다. 복면을 쓴 남자가 매우 가벼운 발놀림으로 달아나고 있었고, 뒤를 이어 쫓는 자가 있었다. 달아나는 복면인의 발놀림도 대단했지만, 쫓는 자의 발놀림은 더욱 대단한 것이었다. 금세 따라잡은 추격자의 손이 복면인의 목덜미를 낚아채려는 순간, 복면인은 신속하게 몸을 900도 회전(2바퀴 반)을 하여 왼발을 날렸는데 그 발놀림이 여간 귀신같지 않은 솜씨였다. 복면인의 왼발이 처음에는 추격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노리는가 싶더니 춤을 추듯이 부드럽게 대각선으로 흘러 올라간 뒤, 왼쪽으로 급속하게 틀어 추격자의 왼뺨을 정확하게 가격하는 것이었다.


이는 완벽한 태껸의 발차기였다. 이러한 급박한 순간에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동작을 손보이는 것이 제법 실력 있다는 자들이라도 쉽사리 따라할 수 있는 솜씨가 아님에 틀림없었다.


추격자는 왼뺨을 맞고 몸이 그대로 들려 2장여(6m가량)를 날아가 떨어졌다. 추격자는 맞는 순간 뻗었던 손으로 우연히 복면인의 바지를 왼 쪽을 찢었는데, 찢어진 사이로 정강이뼈 옆에 말발굽모양의 화상자국 같은 것이 진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복면인은 찢어진 바지에 연연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고, 뒤이어 쫓아온 마을 사람들은 추격자를 붙잡았다.


"아니, 이것이 자고 아니지비?"


"시방 자고가 이런 일을 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당께."


마루는 그날 벗님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는 뒤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자기네 집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자, 마루도 무슨 일인가 궁금해졌다.


"아지비요, 무슨 일이요?"


"아이고, 마루야. 내레 인제 으하면 좋지비? 저 상놈의 자고가 네 부모님을 다 해하여 버렸지비."


마루는 술이 확 깨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몸이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마루는 싸늘하게 식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몸둥이를 부둥켜안고선 목 놓아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는 자고에게 가서 멱살을 잡았다.


"네, ... 네놈이 어찌하여... 어찌하여... 흑흑... ... 내, 네 놈이 무예가 배우고 싶다하여 태껸을 가르쳐 주었거늘, 이럴 려고 배우려 했던 것이란 말이냐! 흑흑..."


마루가 팔소매로 눈물을 닦고는 자고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네 놈이 그렇게 무예를 겨뤄보고 싶고 써먹고 싶었다면 내 오늘 원 없이 상대해 줄 것이다. 무릎을 펴고 주먹을 쥐어라. 대신에 목숨은 걸어야 할 것이다."


마루의 주먹이 얼굴에 닿자, 자고의 몸이 3장(약 9m가량)여를 떠서 날아갔다. 마루가 다시 오른 손의 손바닥을 내밀자, 3장 밖이 펑하고 터졌다. 원래 인간의 능력으로 장풍이 미치는 범위가 기껏해야 2장을 전후하는 것이거늘, 3장밖에 이른다는 것은 헛소문이나 전설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무예를 아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 서늘해졌다. 자고의 바지가 흥건히 젖었다. 쥬신 최고의 무사라는 진개(秦開)조차도 3장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경지였던 것이다.


자고는 시종일관 오해라는 말만 할 뿐이었고,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마루가 부모님의 싸늘한 시신을 보고 다시 긴 눈물줄기를 흘리고는 손바닥을 자고를 향해 내밀었다. 자고는 그것을 보고도 도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법에 이르기를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하였다. 흑흑... 네가 우리 부모님을 해한 것은 여기 있는 모든 이가 아는 바이니 내 오늘 법의 이름으로 너를 해할 것이다."


쥬신에는 8조법이 있었다.


정통사서에 전해지는 것은 3가지 조항 밖에 없다. 그 3가지 조항은 이러하다.


1.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2.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갚는다.

3. 도둑질을 한 자는 데려다 종으로 삼는다.


고조선의 8조법금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에 8조법금이 있다는 것만 나와 있고, 그 8조중 3조의 내용만이 한서 지리지 연조에 기록되어 있다. 환단고기에는 8조법의 8조항이 다 나와 있는데, 환단고기의 경우 정통사서로 인정받지 못하고, 위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기에 우선 소개를 하면 8조항 전문은 이러하다.


1. 사람을 죽이면 그 즉시 죽음으로 갚는다 (相殺以當時償殺)

2. 사람을 상해하면 곡식으로 갚는다 (相傷以穀償)

3. 도둑질하는 자는 적몰하여 남자는 그 집의 종이되고 여자는 계집종을 삼는다

(相盜者男沒爲其家奴女爲婢)

4. 소도(성역)를 훼손하는 자는 가두어 둔다 (毁蘇塗者禁錮)

5. 예의를 잃은 자는 군에 복무시킨다 (失禮義者服軍)

6. 근면히 일하지 않는 자는 공공작업에 부역시킨다 (不勤勞者徵公作)

7. 음란한 짓을 하는 자는 태형에 처한다 (邪淫者笞刑)

8, 사기를 치는 자는 훈방한다 (行詐欺者訓放) 스스로 속전코자하는 자는 비록 공표되는 것은 면하지만 백성들의 풍속이 오히려 그를 수치스럽게 여겨 (딸을) 시집보내려 해도 팔려갈 곳 조차 없었다 (欲自贖者雖免爲公民俗猶羞之嫁娶無所수)


마루의 손바닥에서 바람이 일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몸을 날려 그를 막았다.


"안~돼!"


막은 자는 다름 아닌 여옥이었다. 여옥과 함께 엎어진 마루는 금세 일어나 다시 손바닥을 폈다.


"여옥, 말리지마. 우리 부모님을 해한 자고를 난... 흑흑... 난... 용서할 수가 없어."


여옥이 다시 마루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마루, 그러지 말고 정신 차리고 한번 봐봐. 어머니의 오른 손을!"


마루는 어머니의 오른 손 검지가 땅에 닿아있고 '三'자가 쓰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를 쓰려고 했던 것 같았다. '三'이면 자고(子高)의 '子'를 쓰려고 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꼭 자고라는 말이 아니라 뭔가 다른 말을 쓸려고 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옥의 말에 잠시 이성을 되찾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뭔가 남기려고 하시던게 꼭 자고(子高)가 아니라 다른 말이셨을 수도 있잖아."


여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해. 하지만, 이 순간에 뭔가를 남기려고 하셨다면 적어도 그 글은 부모님의 죽음과 긴밀한 사항일거야."


마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여옥이 자고의 몸을 수색했다.


"여러분, 혹시 자고에게서 칼이나 흉기가 발견됐나요?"


"이..? 깅건 못봤지비."


"글치비. 우리가 갔을 땐, 얼굴이 엉망이 된 채로 넘가져 있었지비. 길두 손에 몽둥이가 들려있었지비."


그때 누군가가 커다란 장검을 내밀었다.


"혹시 이거 찾는 거드래요?"


피가 흥건하게 묻은 긴 장검이었다. 충분히 사람을 두 동강내고도 남을 법한 장검이었다.

장검을 본 마루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고, 그의 오른 손은 다시 자고를 향했다. 여옥은 또다시 마루를 말렸다.


"마루, 잠깐만!"


"여옥, 이제 그만해. 저... 저 장검으로 자고가 우리 부모님을.... 흑흑... 내 오늘 너를 해하지 않으면 나는 사람이 아니다."


여옥의 머릿속에 순간 뭔가가 지나갔다.


"마루, 잠깐만 시간을 줘. 뭔가가 이상해. 그 검 좀 저한테 보여주시어요."


장검을 든 청년이 여옥에게 검을 내밀었다. 검은 매우 둔탁하고 두꺼웠다. 남자치고 덩치가 매우 왜소한 자고가 들기에는 무리일 듯 싶어 보이는 그런 장검이었다. 장검을 유심히 살피 보던 여옥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마루, 여길 잘 봐. 손자국이야. 악력이 강해서 손잡이 부분이 패여 있어."


그걸 본 마루도 고갤 끄덕였고, 곧 여옥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마루 역시 아둔한 자가 아니었다. 지금은 단지 갑작스런 부모님의 죽음소식에 이성을 잃었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악력이라면 자고는 아니고, ... 더더욱이나 손의 크기가 자고처럼 작지가 않아. 이 정도면 우리 마을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사람 정도되어야 할 거 같은데..."


마루의 말에 여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남이 쓰던 검을 들고 와서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일 수도 있어. 자고의 힘과 실력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마루야 한번 생각해봐."


마루는 여옥의 말을 듣고는 자고를 향해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자고에게로 다가갔다.


"아무리 나 몰래 실력을 키웠다고 해도 말이 안 돼. 우리 부모님이 예전보다 나이를 드셨다고 해도 한때, 쥬신 최고의 무사부부셨는데 아무리 기습을 했다고 해도 자고에게 당하실 분들은 아닌데, ..."


여옥이 다가왔다.


"그래 이건 뭔가 모함이야. 누군가가 자고와 너의 가족 둘 다 해코지하려는 거 같아."


자고가 여옥에게 고맙다며 연신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 여옥이 괜찮다며 자고의 몸을 일으키자, 그의 이마에선 붉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여옥은 자신의 손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닦아준 뒤 싸매주었다. 자고는 여옥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에 취해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괜찮냐며 자고의 손을 잡은 여옥은 그의 손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복면인의 바지부분인 검은 천이었다.


"자고, 이것은 무엇이지요?"


잠시 정신이 몽롱해졌던 자고가 여옥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예?, 아... 예, 이것이 바로 범인의 옷이지비요. 엄청난 고수였는디, 그 놈이 내 왼뺨을 때리는 순간 막으려다가 우연찮게 그의 바지 한 부분을 찢은 모양입지요."


자고의 말에 여옥이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말했다.


"그럼 혹시 그의 얼굴이나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보거나 듣거나 한 것은 없으신지요?"


자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고개를 막 가로저었다. 이를 놓치지 않은 여옥이 말했다.


"뭔가 생각나신 게 있으신가요? 무엇이라도 좋으니 말해보시어요."


자고는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 것이라곤 바지가 찢어졌을 때, 정강이뼈 옆에 화상자국인지 말발굽모양이 깊게 새겨져 있던 거 밖에는... 별 거 아니지비요? 얼굴을 봤어야 하는 건디.."


그의 말에 여옥과 마루가 고개를 돌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진...개(秦...開)?!"


진개는 연나라 사람으로 그가 어릴 적 그의 부모가 못된 부자의 돈을 훔쳐 달아난 일이 있었다. 도망하고 도망하던 끝에 결국 붙잡히고 말았고, 숨긴 돈의 위치를 말하지 않자 고문을 당했던 것이다. 그때 진개의 정강이뼈에 시뻘겋게 달군 말발굽모양의 화상자국이 생긴 것이었다. 설마 아이의 발에 지질까 싶던 진개의 부모는 그것을 보고는 차마 가슴이 아파 더 이상 잡아떼지 못하고 숨긴 곳을 불었고, 돈의 주인은 돈을 찾은 뒤 진개의 부모를 죽여 버렸다. 진개 역시 죽이려던 것을 어린 아이인 데에다 실신하여 쓰러졌길래 그냥 버려두고 갔던 것이다.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거지가 된 진개는 천신만고 끝에 연나라로 여행을 간 여옥의 부모 눈에 띄어 양자가 된 것이었다.


여옥과 마루는 자고의 말을 듣고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다시 묻고 물어 흉터의 정확한 위치와 복면인의 체격 등이 정확히 진개와 일치함을 알았다. 그리고 자고를 제압한 솜씨 역시 마을에서 손에 꼽히는 정도가 아니고는 불가능함을 확인했다. 사실, 자고가 마루에게 무예를 배우지 않았다면 자고는 이미 진개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마루에게 배운 무예로 진개에게 당했을 때, 그리고 마루에게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충격을 완화시키는 기술을 썼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것이다. 이것 역시 확인한 여옥과 마루에게 더 이상 의심의 여지란 필요가 없었다.


유력한 용의자가 진개임을 확인한 여옥과 마루는 두말할 것 없이 여옥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도착한 집 역시 엉망이 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진개가 짐을 싸서 떠났다는 것을 주위의 흔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진개의 방에는 자신의 고향인 연으로 떠난다는 편지만이 남아있었다. 다만 이상한 것이 있다면 여옥의 방도 뒤진 흔적이 있으며 그녀의 속옷들만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여옥, 근데 진개 말고 누군가가 도둑이 들은 게 아닐까? 네 속옷들도 없어진 거 같은데?"


여옥은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이어 마을사람들을 통해 진개가 쌍두마차를 타고 연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루는 부모님의 상을 치룰 준비를 하러 가고, 여옥은 잠시 자기의 집에서 생각 정리 좀 하고 마루네 상가로 가겠다고 하였다. 마루가 가는 것을 보고나서 여옥도 발길을 옮겼다. 여옥은 너무 갑작스레 많은 일이 생겨 혼란해진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자신의 뒤를 밟는 자가 있음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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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공무도하가) +2 18.11.20 121 2 14쪽
4 떠나는 여인 18.11.20 96 2 8쪽
3 예그리나 18.11.20 99 2 10쪽
» 한밤 중의 살인 사건 18.11.20 100 2 14쪽
1 풀잎사랑 18.11.20 206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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