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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공무도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18.11.20 09:39
최근연재일 :
2018.11.20 09:44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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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추천수 :
11
글자수 :
22,891

작성
18.11.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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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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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공무도하가)

DUMMY

~~~~~~~~~~~~~~~~~~~~~~~~~~~~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 가신 님을 어이할꼬

~~~~~~~~~~~~~~~~~~~~~~~~~~~~


기원전 300년. 얼굴이 수려한 한 여인이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듯이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쌍두마차를 정신없이 몰고 있었다. 쌍두마차라 함은 쥬신의 귀족들이 타고 다니던 마차였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그 쌍두마차에 마부를 대동하지 않은 채였고, 그 차는 귀족 중의 귀족만이 탈 수 있다는 세발까마귀급 쌍두마차라는 것이었다. 여인은 자신의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누르는 것이 초조해보였다.


'진개(秦開)가... 진개가... 연나라의 대장군으로 쥬신을 치겠다니... 이 사실을 얼른 쥬신군의 임(으뜸)인 마루에게 알려야만 해. 오늘따라 왜 이리 마차가 느리게 느껴지는 걸까?'


*****


바람이 소슬한 어느 날이었다. 멀리서 어여쁜 소녀가 음식보따리를 들고 와 나무 밑에 자리를 잡은 뒤 공후(하프와 비슷한 동양의 옛 현악기.)를 불렀다.


소녀의 외침을 들은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공후를 불은 소녀는 미리내였고, 소리를 들은 청년은 마루였다.


"주변 나라들이 엄청나게 힘을 길러 위협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대응해야지. 천손민족의 나라인 우리 쥬신이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나게 할 순 없지 않겠어?"


미리내는 고갤 끄덕이며 주먹을 쥔 뒤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리고나서는 밥 먹는 시늉을 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럼 우리 미리내, 어디 가시버시('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순우리말.)될 준비를 잘 하고 있나 맛 좀 봐야겠는 걸? 실은... 비밀인데 말이야... 내가 한웅바람질보다 더 열심히 수련하는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그게 바로 음식 맛보는 거거든. 긴장해야 될 꺼야! 하하하."


소녀가 팔소매로 청년을 가볍게 밀쳤다.


"호호호."


둘의 이런 다정한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고급 쌍두마차를 타고 먼지를 휘날리며 달려온 여인, 여옥이었던 것이다. 여옥은 옆에 있던 나무에 얼굴을 묻고선 흐느껴 울었다.


마루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고갤 돌렸다.


"미리내, 무슨 소리 들린 것 같지 않아?"


미리내가 고갤 갸우뚱거렸다.


"그런가? ... 참 조만간 여옥(麗玉)이 올 때가 되지 않았나? 여옥이 일찍 오지 않으면 얼굴도 못 보겠는 걸? 곧 폐관수련에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야."


미리내는 고갤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울고 있던 여옥이 눈물을 거두고 말없이 발길을 돌렸다.


*****


그리고 그날 밤이었다. 눈물을 거두고 사라졌던 여옥은 술독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술에 젖은 채로 마루와 미리내가 같이 있던 그 나루로 왔다. 그리고 한참을 혼자 그곳에서 흐느껴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갑자기 그녀 등 뒤의 달빛이 가리어져 어두워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쥬신이 아닌 연나라의 의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여인이 소스라치며 입을 열었다.


"지....진개(秦開).."


"하하하, 우린 결국 같은 처지였단 말인가? 역시 너와 나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란 말이야. 네가 쥬신의 간자였을 줄이야... 하하하! 연이 전쟁을 곧 일으키려고 하니 대비해야 된다고 이르려고 그렇게 급하게 온 것인가? 내 말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더군. 역시 쥬신의 쌍두마차란 건가? ... 흐흐흐 ... 그날의 일은 기억하고 있겠지? 예전에 나에게 정조를 빼앗긴 그 날을 말이야. 네년 때문에 내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힌 줄 아느냐? 너희 부모님, 마루네 부모님! 흐흐흐..."


여옥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저항은 커녕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진개는 거침없이 웃통을 벗어던지며 여옥의 옷소매를 풀어헤쳐나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의 몸을 덮치며 남은 옷자락을 갈기갈기 무자비하게 찢어버렸다. 여옥이 소리를 지르려하자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격렬한 몸부림을 쳐대던 진개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더니 그의 몸이 옆으로 비껴 쓰러졌다. 그의 뒤에서 왜소한 덩치의 남자가 나타났다.


"괘... 괜찮지비요? 여옥 아씨."


여옥은 그를 보고 매우 놀랐다. 진개의 뒤에서 나타난 이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 낯설어 보이진 않았다.


"뉘, ... 뉘시오. 뉘,... 뉘길래 나,...나를 안단 말이오?"


사내는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 하나를 펼쳐 정성스레 여옥을 덮어주었다.


"쇤네, 쥬신나루(朝鮮津, 조선진)에 병졸로 있는 자고입지비요. 예전에 마루장군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쇤네 억울한 누명으로 목숨을 잃을 뻔 했습죠. 그때 아씨께서 보잘 것 없는 쇤네의 목숨도 아깝게 여겨 잘려주셨지비요. 그때부터 아씨를 지켜보았지비요. 이렇게나마 쇤네가 아씨를 도울 수 있다니 다행이드래요."


여옥은 그의 말투가 단지 생명의 은인을 대하는 말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투는 마루가 미리내에게 할 때와 똑같은 느낌을 주는 바로 그런 말투였기 때문이었다. 여옥은 애써 눈물을 훔치며 그가 준 겉옷을 추스려 입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나, ... 나를 좋아하시오?"


사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밤이 어두워서 티가 잘 안 났을 뿐이었다. 물론 본인은 그렇단 사실을 모르고 부끄러워했다.


"쇤네, 어찌 마루(하늘) 높은 줄 모르고, 아씨를 넘보겠드래요? 걍 쇤네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불러주시기만 하더라도 쇤네는... 쇤네는...지비..."


그때, 진개가 뒷통수를 움켜잡으며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더니 도망하였다. 자고가 놀라 진개를 쫓아가려 발을 떼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이었다. 손을 얹은 이는 여옥이었다.


"가지 마시오."


여옥은 사내를 끌어안으며 자신의 입으로 사내의 입을 포개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


그리고 몇 달 후...


연나라와 쥬신의 대대적인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다.

연나라의 대대적인 공세를 전혀 알지 못했던 쥬신은 연나라에 밀리게 되었고 사람들은 동으로, 동으로, 아래로, 아래로 이동하게 되었다.

마루는 한웅바람질의 마지막수련 때문에 폐관에 들어가 이러한 바깥 정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



만번한(滿潘汗) 이북부터 쥬신의 온누리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리랑은 가람과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밤이 늦도록 아리랑은 그칠 줄을 몰랐다.


미리내는 마루를 기다리겠다며 위험천만인 전장에 남아있었다. 그런 미리내를 여옥은 몇날며칠을 설득해서야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게 할 수 있었다. 미리내를 비롯하여 쥬신의 백성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며 여옥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앉았다.


그리고 그날 해가 질 무렵, 마루가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왔다. 마중 나와 있을 줄 알았던 미리내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여옥이 먼지를 휘날리며 쌍두마차를 몰고 와 마루 앞에 섰다.


"전쟁이 일어났어. 연에서 나조차도 속인 모양이야."


마루가 여옥의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미리내, 미리내는? 미리내는 어떻게 된 거지?"


여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 내 잘못이야.. 안 간다는 걸 위험하다고 먼저 보냈는데, 그쪽에서 연의 군사가 들이닥칠 줄이야... 흑흑"


마루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었다.


"아~악! ... 마, ... 말도 안돼! 내가 왜 그렇게 한웅바람질을 연마했는데, ... 남은 내 생은 ... 남은 내 생은 .... 나의 다소니가 없는 누리에 남을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이더냐..."


여옥이 마루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마, ... 마루, 힘든 건 나도 알아. 흑흑.. 기운내. 살아남은 우리라도 기운내야지.. 어쩌겠어?"


마루는 여옥을 손길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그리고선 갑자기 가람터로 막 달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엄청나게 큰 세발까마귀의 울음소리(鳳凰吼, 봉황후)를 외쳐댔다. 무예의 조예가 깊은 여옥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이었다.


마루가 미친듯이 봉황후를 외쳐대자, 점점 머리가 하얗게 세어갔다. 여옥은 그 힘에 못 이겨 자신의 몸이 십여 장을 날아가게 두어야했다.


여옥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마루였지만, 아무리 자신이 손을 뻗어도 마루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자정이 지나고 새벽녘이 되었다. 마루, 그의 한손에는 술병이 쥐어져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온누리의 밝음이고, 가우리였던 쥬신이었다. 단군임금께서 사람과 누리를 너비 이롭게 하라는 깊은 헤윰('생각'의 순우리말.)의 한(큰) 어려움이 보다듬기와 감싸기라고는 하지만, 차마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세발까마귀(三足烏, 삼족오)의 나래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린단 말인가?


내 임(으뜸)도 버리고, 갈고 닦아 한웅바람질을 완벽히 익힌 들, 다솜을 나누는 다소니('사랑하는 사람'의 순우리말.)를 얻어 예그리나가 될 수 없이, 잃어버린 터전과 가람 없이 어이 살아간단 말인가?


*****


이제 더 이상 쥬신의 무리에게 라온하제('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는 없고, 이제 더 이상 이 가람과 터전은 쥬신의 라온제나('기쁜 우리'를 뜻하는 순우리말.)가 될 수 없단 말이더냐?'


술병에서는 술이 안다미로('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린비('그리운 남자'의 순우리말)의 눈에선 눈물이 안다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린비는 밤새도록 술과 눈물을 안다미로 흘러내려 보내더니만 이윽고 제 몸을 가람에 흘러내려 보내려 발길을 옮겼다.


그때, 어디선가 매우 간곡한 어조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의 다소니, 미리내였다. 어린 날 진개에게 부모를 잃고 강제로 순결을 잃고는 말을 잃었던 미리내가 말을 한 것이었다.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그린비에겐 다소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린비는 술병을 든 팔로 가람을 휘들램하며 거침없이 발을 떼었다. 마침내 그린비의 모습이 가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그린비의 다소니는 공후(공후)를 가지고 두들기며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소리가 매우 슬펐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 가신 님을 어이할꼬

~~~~~~~~~~~~~~~~~~~~~~~~~~~~


곡을 마치자 그의 다소니, 미리내 역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이때, 쥬신나루(朝鮮津)의 병졸인 곽리자고(곽里子高)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타고 노를 젓다가 이를 보았다. 자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그 소리를 자신의 아내가 된 여옥에게 전해 주었다. 이를 들은 여옥이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에 공후를 가져다가 그 소리를 옮기니 듣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삼키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옥이 그 소리를 이웃집 여자인 여용에게 전하니 이름하여 공후인(箜篌引)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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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개(秦開) : 연나라의 명장. 연나라의 소왕시절 쥬신<옛조선 혹은 (고)조선 (古)朝鮮>을 침입하여 만번한(滿潘汗)을 점령하여 경계로 하였다.

마루 : '하늘'의 순우리말.

쥬신 : 단군이래의 조선, 조선이라는 국명 중 가장 오래된 정통 조선이어서 통칭, (고)조선이라고들 하나, 국명은 (고)조선이 아니라 조선 또는 쥬신임. ('쥬신'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계의 여러설이 난립해있음. 저자는 그중 단군이 건국한 (고)조선을 쥬신으로 봄.)

세발까마귀 : 삼족오(三足烏), 쥬신과 가우리(고구려)를 상징하는 국조(國鳥).

나래 : '날개'의 순우리말

한 : '크다'의 순우리말.

너비 : '널리'의 순우리말.

헤윰 : '생각'의 순우리말.

임 : '으뜸'의 순우리말.

가시버시 : '부부(夫婦)'를 속되게 이르는말 .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순우리말.

다소니 :'사랑하는 사람'의 순우리말.

예그리나 : '연인사이'의 순우리말.

가람 : '강'의 순우리말.

라온하제 : '즐거운 내일'의 순우리말.

라온제나 : '기쁜 우리'의 순우리말.

안다미로 :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그린비 : '그리운 남자'의 순우리말

휘들램 : '이리저리 마구 휘두르는 짓'의 순우리말.

곽리자고(곽里子高) : 곽이라는 마을에 사는 자고

공후(箜篌) : 하프와 비슷한 동양의 옛 현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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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공무도하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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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공무도하가) +2 18.11.20 121 2 14쪽
4 떠나는 여인 18.11.20 96 2 8쪽
3 예그리나 18.11.20 98 2 10쪽
2 한밤 중의 살인 사건 18.11.20 99 2 14쪽
1 풀잎사랑 18.11.20 205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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